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47)
이벤트 외전 5화
선을 지키려 할 때보다 선을 넘고자 했을 때 더 여유로워지는 그의 역설적 태도가 괘씸하다.
나만 당하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충동을 참지 않았다.
그에게 다가서자 서로의 다리가 교차하여 얽혔다. 나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몸을 바짝 비벼 붙였다. 그의 다리 사이로 내 허벅지가 빈틈없이 끼워 맞춰졌다.
당혹감으로 흔들리는 시선. 무언가를 삼키듯 오르내리는 목울대. 그의 반응은 정직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덧그리듯 매만지는 동시에 아래쪽을 은근하게 눌렀다.
“할 거면 제대로ㆍㆍㆍㆍㆍㆍ.”
내 뒷말은 그에게 먹혀버렸다.
아까부터 탐스럽게 굴던 입술이 내 입술을 삼켰다. 내게 먹어달라고 유혹하기 전에 제 허기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내 뒷머리를 받치는 손은 정중하면서도 단단했다. 신사적인 손길을 흉내 내지만 의도는 불온하다. 그가 쏟아내는 입맞춤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고정시키는 것이니까.
그가 내게 제 온몸을 밀어붙여왔다. 도발을 위해 끼워 넣었던 내 허벅지로 탄탄한 다리 근육이 느껴지고, 뭉개진 가슴으로는 사납게 오르내리는 흉곽의 흥분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중앙에서는 열기가 짓뭉개지는 듯했다.
그 감각을 반겨 환영하듯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아 힘껏 끌어안았다.
빈틈없이 맞붙은 입술 사이로 따뜻하고 말랑한 감촉이 깊게 침범해 들어왔다.
늘 정제된 말만 하던 혀가 갈급하고 무절제하게 치열을 훑어내고 점막을 휘젓는다. 그도 모자라 내 혀를 옭아매며 제 쪽으로 끌어와 똑같이 사랑해달라고 졸랐다.
뭔가 참기 힘든 기분이 되었다. 그에게 매달리듯 두르고 있던 손을 미끄러뜨려 목 앞으로 옮겨왔다.
단정하게 여며있는 앞섶을 벌려 내려갔다. 검은 수단 안에 꽉 갇혀 있던 상체가 금욕을 기만하며 드러났다. 물론 팽팽한 흉근을 가로지르는 가죽 벨트와 함께.
서로의 코끝에 스치는 숨결이 끈적하고 거칠어졌다.
내 오른손이 그의 가슴팍을 시작으로 상체를 느른히 쓸어내렸다. 밑으로, 좀 더 밑으로.
“하ㆍㆍㆍㆍㆍㆍ. 그만.”
손목이 붙잡혀 제지당했다.
그러나 어쩔 줄 몰라 흔들리는 눈빛은 배덕하다.
마침 상황을 합리화할 좋은 명분이 있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이러고 어딜 나가려고.”
이런 위험한 상태의 남편을 활보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러잖아도 이곳은 그의 하렘 아닌가.
결국 아래쪽의 뭉근함이 그를 함락시켰다. 손목을 쥐던 그의 악력이 녹듯이 사라져 나를 허락했다.
아래쪽 열기를 식히는 동안, 위에서는 약간 괴로운 듯 눈가가 찌푸려지고 입술이 잇새로 뭉개졌다. 그 무너진 반듯함조차 매력적이기 그지없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커다란 손이 나에게 닿지 못하고 잘게 경련하는 것이 보였다. 마치 나를 만지면 또 하나의 선을 넘을 것처럼.
그는 팔뚝으로 내 얼굴 양옆의 벽을 누르며 버텨냈다. 흐트러진 자세 속에서, 탄식하듯 긴 신음이 그의 목에서 반복적으로 울렸다.
✠
흐트러진 나와 테실리드의 옷을 훑은 악마 토끼 인형이 눈웃음을 쳤다.
테실리드는 부끄러운 듯 뒤돌아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단추를 채우는 손이 몇 번인가 미끄러지듯 헛도는 듯했다.
“시끄러.”
몸가짐을 바르게 한 테실리드는 내 옆으로 돌아왔다. 일견 멀쩡해 보였으나 은발 사이로 비치는 귀 끝이 붉었다.
“괜찮아?”
“ㆍㆍㆍㆍㆍㆍ아까보다는.”
안에서 실험해봤는데 정염 디버프는 내 신성력으로 어떻게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까와 같이 조금씩 풀어주면 가라앉는 모양이긴 한데ㆍㆍㆍㆍㆍㆍ.
테실리드는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또ㆍㆍㆍㆍㆍㆍ 자제가 안 되기 전에 빨리 미션을 끝내자.”
화살표 표지판을 따라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작은 침실이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검은 침상 주변으로 스테인드글라스 통창, 은은하게 불빛을 밝히는 은촛대, 성유가 담긴 그릇 등이 소품으로서 방을 종교 컨셉에 맞게 꾸며주고 있었다.
침상 아래에서 악마 토끼 인형이 시트를 젖히며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올리브색이었다.
“또 뭘 시키려고ㆍㆍㆍㆍㆍㆍ.”
어르고 달래는 악마의 말 따위 믿지 않았지만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테실리드가 협조적으로 침상에 걸터앉았다.
눈앞으로 내밀어진 네 장의 카드가 막중한 부담감을 주었다.
‘언령신이시여!’
나의 신을 부르며 카드를 골랐는데.
[ 경고! 19금 미션을 뽑았습니다!]– 침상에 환자를 묶고 마음껏 이렇게 저렇게ㆍㆍㆍㆍㆍㆍ.
나는 첫 문장을 읽자마자 카드를 손안에서 와그작 구겼다.
나의 신께서 이런 쪽으로는 영 힘을 못 쓰시는 것 같다.
“재뽑기 할게.”
“아까는 5개였는데?”
분노를 조절하며 인벤토리를 뒤적일 때였다. 테실리드가 ‘아이, 잠깐.’하고 나를 불렀다.
“더 음란ㆍㆍㆍㆍㆍㆍ한 미션이 나오면 어떡하려고? 차라리 지금 것이 낫지 않아ㆍㆍㆍㆍㆍㆍ?”
“내용 보면 그런 소리 안 나올 텐데.”
나는 거칠고 폭력적으로 그를 다루라는 내용이 담긴 카드를 보여주었다.
“ㆍㆍㆍㆍㆍㆍ.”
나와 달리 미션 내용을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은 테실리드의 표정이 굳었다.
잘생긴 얼굴에서 미동이 있는 부위라곤 요란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뿐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그가 가슴이 들썩이도록 심호흡을 하더니 말했다.
“잠깐, 만, 마음의 준비ㆍㆍㆍ를, 할, 시간을ㆍㆍㆍㆍㆍㆍ.”
“안 시킨대도.”
내가 있는 한 내 남편의 인생 장르에 피폐, 속박, 감금 등등은 없다.
아무튼 악마의 금화를 소모하여 카드를 다시 뽑았다. 그리고 신도 다시 불렀다.
나와 테실리드가 처한 상황에 걸맞은 디버프를 내려주실 분으로.
‘망상의 눈동자시여!’
[ 알림. 전체연령가 미션을 뽑았습니다.]– 손 꼭 잡고 기도하기.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섭섭해합니다.]재뽑기를 강매하려는 악마 토끼 인형을 쫓아냈다. 덕분에 나와 테실리드가 둘이 오붓하게 침상 위에 있게 되었지만 어차피 전체연령가였다.
“테리, 손 줘.”
“응.”
“신께서 형제님의 몸 안에 있는 삿된 기운을 몰아내시옵고 그 몸을 강건히 일으켜 세워주시길ㆍㆍㆍㆍㆍㆍ.”
단순한 미션이었던 것만큼 금방 끝났고, 곧바로 투어 카드에 스탬프가 찍혔다.
“이게 전분가?”
“그런가 본데. 테리, 몸은 어때?”
혹시 정염 디버프가 사라졌을까 싶어서 물었다.
“딱히 모르겠어.”
테실리드가 여전히 불편한 기색으로 답했다. 그때였다.
[ 경고. 당신의 파트너가 가진 디버프가 당신에게로 전이됩니다.] [ 경고. 상태 이상 ‘정염’에 걸립니다!]응? 뭐?
몸에 타격은 한 박자 늦게 왔다.
‘헉!’
야릇하고 홧홧한 감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꽉 붙잡아 강하게 움켜쥐고 싶은 이상한 충동이 들었다.
이 불분명한 욕구는 점차 실체를 빚어나갔다.
“아…….”
뭔가를 깨달은 듯 테실리드가 작게 탄성을 흘렸다.
중저음의 울림은 평소라면 담백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너무 자극적이었다. 내 숨결과 심박수가 바로 흐트러졌다.
‘이, 이게 정염 디버프ㆍㆍㆍㆍㆍㆍ!’
테실리드, 이걸 참았니?
내 남편의 절제력에 존경심이 들려고 한다.
나는 테실리드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자꾸만 머릿속에 흘러들어오는 삿된 생각을 막으려면 그래야 했다.
내 속도 모르고 테실리드는 얄미운 소리를 했다.
“아까 한 말은 취소할게. 몸이 굉장히 편해졌어.”
그렇겠지. 내 희생 덕분이라고.
“여, 여섯 번째 스탬프 받으러 가자. 빨리.”
아직 내용을 알 수 없는 히든 미션을 제외하면 마지막 미션만 남은 셈이었다.
다음 미션도 전연령으로 뽑아서 후딱 해치우면 버틸 수 있겠지. 나는 간절한 낙관주의자가 되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
화살표가 안내하는 방향을 따라 나선형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돌벽에 걸린 횃불이 요란한 춤을 추며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설마 여기는ㆍㆍㆍㆍㆍㆍ.”
테실리드가 눈매를 좁혔다. 얼굴 반쪽에 음영이 짙게 드리운 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미남자는 그 자체로 야릇한 퇴폐미를 자극ㆍㆍㆍㆍㆍㆍ.
‘정신 차려라, 나!’
아무튼 이 테마파크는 성황청의 구조를 따온 만큼 테실리드는 목적지에 대해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반면에 나로선 생소한 곳이었다. 퀘스트창에서도 비밀 지하실이라고만 나와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마침 계단이 끝나고 기분 나쁜 방이 우리를 맞이했다.
‘달랑 의자 하나? 아니 잠깐, 저 벽의 휘장 뒤에 이상한 도구들이 있는 것 같은데 설마ㆍㆍㆍㆍㆍㆍ.’
열심히 환경 정보를 탐색하던 그때였다.
드르륵! 쿵!
등 뒤에서 두꺼운 철문이 내려와 출입구를 봉쇄했다. 꼼짝없이 갇혔다.
“문이 전혀 안 움직여,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