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86)
86_스코틀랜드 전쟁(3)
스코틀랜드 진영은 약간 거리가 있었다.
상대편 여성의 이목구비가 잘 보이진 않았다.
‘아쉽네. 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난 망원경을 꺼낼까 하다가 관뒀다.
뭐, 얼굴이야 사로잡은 뒤 보면 그만이다.
상대편 여자가 제 옆의 이들과 속닥이는 게 보였다.
무슨 작전이라도 짜는 건가?
급작스러운 상황에 돌파구를 찾는 걸지도 몰랐다.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지금 돌격하면 딱 좋을 텐데.’
하지만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다.
나는 그사이에 빠르게 상대 진영을 살폈다.
역시 병력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젠장, 몇 명인지 알 수도 없군.’
다행히 와이어트가 내게 속삭였다.
“깃발을 토대로 파악해보면, 대략 천 명 정도 될 겁니다.”
천 명이라.
우리 병력이 오백 정도 더 많긴 하다.
하지만 저들은 여왕을 수호하는 정예병이겠지.
반면 우리 병력 중 천 명은 강도단의 일원이고.
이 정도 전력차로 섣불리 돌격을 시도하기는 망설여졌다.
‘역시 정면 대결은 곤란하겠는데.’
적당한 언변으로 군부대를 흔들어야겠다.
최선은 역시, 유약한 공주님을 상대로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겠지.
그런데 그때.
약탈자 무리의 대장이 음흉한 미소를 띠고 내게 다가왔다.
“저어, 폐하.”
“뭐지?”
“아니, 전투 직전 아닙니까. 그런데 어쩐지 적진 상황이 들었던 것과 좀 다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우리보다 병력도 많아보이고요.”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
병력 차이를 보고 스코틀랜드 편에 붙으려는 건가?
“그래서? 나를 배반하고 반역자들 곁에 서겠다고?”
내 뾰족한 말에, 대장이 찔끔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이고, 저희가 그럴 리가요. 그저, 조금의 보수를 약속해주신다면 더 잘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건 또 의외의 말이었다.
보수를 약속받는다는 건 전투에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것 아닌가.
‘저들 상대로 자신이 있다는 건가?’
나는 잠깐 고민에 잠겼다.
항복은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전투로 굴복시키는 게 더 확실하다.
여왕과 스코틀랜드군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돈 조금 투자하는 것 정도야 그리 아깝지도 않지.’
내가 통 크게 외쳤다.
“100 두캇.”
“예?”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를 사로잡는 이에겐 100 두캇의 황금을 약속하도록 하지. 아, 대장인 그대에겐 따로 50 두캇을 주겠어.”
나라 단위로 봤을 땐 그리 많지 않은 돈.
하지만 사람의 팔자를 고치기엔 충분한 정도의 돈이었다.
내 말에 상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폐하의 약조를 믿고, 최선을 다해 싸워보지요.”
흠, 따로 계약서를 요구하지 않는군.
받아낼 자신은 있다는 건가?
갈수록 오만하군.
내 속을 모르는 대장이 제 작전을 설명했다.
“폐하께서 잠시 시간만 끌어주시면, 저희가 저들을 기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서 기습을?”
여긴 평야나 다름없는 곳인데.
기껏해야 허리 깨까지 오는 수풀과 나무가 전부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의 첫 만남을 잊으셨습니까?”
으음, 확실히.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그리 말한다면, 믿어보도록 하지.”
대장은 고개를 숙인 뒤,
약탈자 중 몇을 데리고 뒤쪽으로 갔다.
멀리 돌아 기습할 셈인가?
그 사이.
마침내 상의가 끝난 것인지, 스코틀랜드 측의 병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곳은 스코틀랜드의 영역인데, 어째서 잉글랜드의 여왕께서 여기까지 당도하셨는지 물으셨습니다!”
흠, 나처럼 소리를 치기엔 위엄이 상했던 모양이지?
그러면 나도 그렇게 하지 뭐.
“내 친척에게 벌어진 불행을 전해 듣고 왔다네. 불충한 이들이 자신의 여왕도 알아보지 못하고 이를 드러냈다는데, 불상사가 터지기 전에 구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옆의 병사가 상대 진영에 고함쳐 내 뜻을 전했다.
스코틀랜드 쪽에서 다시 답변이 돌아왔다.
“고맙지만, 헛소문입니다. 스코틀랜드엔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그대를 무시하지 않는단 말인가?”
“지금 잉글랜드의 친척께서 날 무시하고 계시군요.”
“흐음.”
내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아무래도 저 말대로인 것 같다.
내가 상대를 지나치게 무시했나 보다.
‘지금껏 보아온 메리 스튜어트는 유약한 인상이었는데, 대답은 제법 강단 있네.’
하기야, 나라를 다스리려면 저 정도 말은 해야지.
그래야 상대가 여왕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아닌가.
물론, 나는 귀 기울일 생각 따위 없었지만.
“아무래도 내 친척을 억압하던 불충한 놈들이 그녀를 협박하고 있는 모양이군! 놈들의 억압에 못 이겨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필요는 없어. 내가 곧 구해줄 테니!”
어차피 명분이 중요한 상황도 아니지 않나.
나는 막 내지르고 보았다.
내 말이 어지간히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상대측에선 한동안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상대편 병사가 입을 열었다.
“잉글랜드의 여왕은-.”
-피슉!
“커, 커헉-!”
병사가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졌다.
수풀 속에서 화살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크하하! 얘들아! 신세 한 번 고쳐보자!”
수풀 속에서 약탈자들이 나타났다.
체구 낮은 조랑말 위에 몸을 납작 숙여, 코앞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휘요오옷!”
정체 모를 고함을 치며, 약탈자들이 달렸다.
상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창을 휘두르면서.
“공격한다!”
내가 늦기 전 재빨리 소리쳤다.
우리 본대도 상대 진영을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아!”
말들이 흥분해 투레질했다.
우리 군은 순식간에 스코틀랜드 진영을 덮쳤다.
첫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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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항복! 항복합니다!”
눈앞의 참상이 나를 어지럽게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소리쳤다.
“화살을 쏘지 마라! 항복하는 이를 공격하지 마라!”
눈먼 화살에 여왕이 죽기라도 하면 대형사고였다.
“화살을 쏘지 마! 함부로 구는 놈들은 전부 군법에 따라 사형하겠다!”
화살 금지라는,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명령.
그런데도 내가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던 이유는 간단했다.
‘전황이 생각보다 일방적이다.’
아무리 습격이라도 제대로 대처하면 이리 일방적이지 않았을 텐데.
스코틀랜드 병사들을 사방에 소리치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한 나라의 여왕을 지키는 이들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반면, 우리 약탈자들은 의욕에 가득 차 창을 휘둘렀다.
“끼리릭! 휘요오옷! 적을 죽여라!”
“잠깐! 안 보고 죽이지는 마! 여왕이 숨어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무려 100 두캇이라고, 100 두캇!”
놈들은 현상금을 받기 위해 안달이었다.
다행히 그 덕에 어떻게든 군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놈들이 여왕을 생포하기 위해 학살을 자제한 것이다.
“끄으윽! 도망쳐!”
“그래, 우리가 저 여자에 목숨을 걸 이유는 없다고!”
“하, 항복! 저는 항복합니다! 살려주세요!”
전장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약탈자들의 전투력이 대단하군. 스코틀랜드 병사는 엉망이고.’
나는 애써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이 땅에 와 처음 보는 피에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각오했으니 적응해야지.’
보지 않아도 하얗게 질렸을 얼굴을 손으로 두어 번 쓸어넘기던 그때.
“메리 여왕님! 메리 여왕을 생포했습니다!”
한 약탈자가 멍청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예! 100 두캇이다!”
“그래, 잘했군! 상처 나지 않게 모셔라!”
나는 애써 정신을 다잡고 외쳤다.
“자, 그럼 친애하는 친척의 얼굴을 한 번 볼까?”
곧, 내 앞에 밧줄에 묶인 여인이 대령 되었다.
고귀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과 기품있는 외모.
핏줄에 일말의 의심도 가지 않는 여자.
틀림없이 조금 전 나와 대화하던 이가 맞았다.
그런데···.
“으음, 스코틀랜드 메리의 나이가. 14살 아니었던가?”
아무리 서양인이라도, 보통 노화가 이리 빠르게 진행되나?
내가 잠깐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던 그때.
내 앞에 묶인 상대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럴 리가요, 여왕 폐하. 저는 40이 넘었답니다.”
“···스코틀랜드의 메리(Mary)?”
“예. 맞아요.”
여자가 눈꼬리를 접으며 환히 웃었다.
“다만, 메리 스튜어트가 아니라 마리(Mary) 드 기즈지요.”
마리 드 기즈라면···.
프랑스 기즈 공작가의 딸.
메리 여왕의 어머니잖아?
“유감스럽게도 왕가의 여인이 제 딸만은 아니거든요.”
아니, 저 여자가 대체 왜 여기 있어?!
딸은 또 어디로 가고 혼자 이곳에 있던 거지?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형형한 눈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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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기병이 쳐들어오기 전날.
마리 드 기즈는 다른 궁정의 이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 상태였다.
물론, 사랑하는 그녀의 딸도 함께였다.
“서둘러야 해요. 잉글랜드군이 쳐들어오기 전, 북부로 피신해야 합니다. 지금껏 잉글랜드가 쳐들어왔을 때 늘 그랬듯이, 험악한 산지에서 시간을 벌어야지요.”
다들 그 말에 별말 없이 동의했다.
오직 그녀, 마리 드 기즈만 빼고.
‘정말 저들을 따르는 게 맞나?’
마리 드 기즈는 불안했다.
피난길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반목 때문이었다.
“당연히 아가일 뷰트로 가야 합니다.”
아가일 백작의 말이었다.
“아가일 뷰트는 북부 도시 중 가장 부강한 도시이지요. 잉글랜드군을 상대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
머레이 백작이 코웃음을 쳤다.
“아가일? 에든버러에서 그다지 떨어지지도 않았잖습니까. 잉글랜드군은 어렵지 않게 거기까지 몰려들 겁니다. 더 깊은 산악지대로 가야지요. 그래, 머레이 같은 곳으로 말입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메리 여왕이 눈을 굴렸다.
그녀가 천진하게 마리 드 기즈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아가일이 낫겠지요, 어머니? 스코틀랜드 왕성도 불편했는데, 저 깊은 산 속 머레이는 얼마나 험난하겠어요? 물론 아가일 백작의 의견에 따른다는 건 썩 분하지만요.”
마리는 그 말에 답하지 않고 작게 한숨 쉬었다.
역시 제 품에서 키웠어야 했는데, 어미 없이 프랑스에서 자란 딸은 지나치게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저들의 다툼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메리 여왕을 존중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저들도 여왕의 앞에서 멋대로 싸우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권 없는 여왕이라도 여왕은 여왕.
누구보다 강력한 명분을 가질 수 있다.
‘저들은 메리를 살아있는 인장처럼 생각하고 있어.’
여왕을 데리고 자신의 세력권으로 들어간다.
이후, 여왕의 명을 핑계로 잉글랜드와의 전쟁을 주도한다.
그리되면, 스코틀랜드의 실질적 왕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명히 보였다.
‘더러운 놈들. 국가 위기 상황에 저런 권력다툼이라니.’
마리 드 기즈는 그들을 경멸했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코틀랜드는 본래부터 국가적 정체성이 강하지 못하다.
자신의 나라보단 자신의 부족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몇 배는 많은 사회란 말이다.
저들에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과연, 저들을 믿고 산지로 가는 게 맞을까?’
마리 드 기즈의 머릿속에 의심이 싹텄다.
이 의심은, 피난지가 확정되며 더욱 커졌다.
“그럼, 투표 결과대로 머레이 백작령으로 가지요.”
머레이 백작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귀족들은 머레이 백작의 편을 들어주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먼저 인망 있는 신교도 지도자, 존 녹스가 그의 편을 들었다.
신교를 지지하는 이들이 머레이 백작을 지지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머레이 백작은 사실, 선대 왕의 사생아였기 때문이다.
‘여왕이 제 기능을 못하면, 대체자가 필요하긴 하지.’
‘아가일 백작은 아무래도 좀 자존심 상하고.’
‘생각해보면, 머레이 백작은 예전에 섭정한 적도 있지?’
마리 드 기즈가 메리를 대신하기 전, 그 자리에 앉아있던 건 머레이 백작이었다.
마리는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채고 분개했다.
왕권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었다.
“제기랄, 도저히 못 참아주겠군!”
아가일 백작이 외쳤다.
그는 단단히 심기가 상한 채였다.
‘머저리 같은 머레이 놈에게 굴복할 바에는···.’
결심을 굳힌 아가일 백작은, 그의 사병을 이끌고 무리를 떠났다.
“나는 내 영지를 지키겠소!”
아가일 뷰트에 틀어박혀 잉글랜드군이 물러나길 기다릴 셈이었다.
떠나는 아가일 백작을 보며, 머레이 백작이 귀족들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이 전쟁이 끝난 후, 그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릴 테니.”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한 말투였다.
그걸 들은 마리 드 기즈는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그날 밤, 마리는 메리를 깨워 함께 진영을 탈출했다.
“어디로 가나요, 어머니?”
마리가 메리의 양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잘 들으세요. 저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프랑스 공작가 출신 스코틀랜드 왕비에게도, 차기 프랑스 왕비에게도 생각나는 곳은 하나뿐이었다.
“프랑스에서 곧 지원을 보낼 테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저희는, 글래스고로 향합니다.”
메리 여왕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글래스고. 그곳이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위치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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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글래스고?”
내가 반문했다.
마리의 병사들을 닦달해, 상황을 파악한 뒤였다.
“그곳이 어디인데?”
와이어트가 말했다.
“스코틀랜드 최대의 항구가 위치한 곳입니다. 그 넓은 항구를 통한다면, 수천 명의 프랑스군도 어렵지 않게 상륙할 수 있겠죠. 유사시 프랑스로 도망가기도 쉬울 겁니다.”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메리 여왕이 프랑스로 가면 곤란한데.’
일단 바다로 나가면 잡을 방법은 없지 않나.
마음이 조금 더 다급해졌다.
“메리 여왕에게 별다른 병력은 없는 건가?”
“그, 그렇진 않을 겁니다.”
내게 소식을 전한 병사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글래스고 인근의 레녹스 백작은 메리 여왕의 편입니다.”
제 영지를 묵묵히 지키던 레녹스 백작.
그는 몇 안 되는 프랑스 우호파에 속했다.
오랜 시간 마리 드 기즈와 친분을 유지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만으론 전력이 부족하다 여겨, 마리 님께서 직접 남부 영주들을 설득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러다 그만···.”
내게 잡혔다는 거겠지.
더 들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러니까, 가뜩이나 급하던 상황이 더 급해졌군.”
가만히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글래스고 항구로 프랑스군이 들어오면 끝.
그 순간 타임 오버다.
‘하지만 그만한 항구 도시의 방비가 쉬울 리 없어.’
메리 스튜어트는 산골에 숨은 것이 아니다.
탁 트인 항구에서 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북부 영주들과는 헤어졌고, 남부 영주들에겐 구원 요청이 제대로 가지 않은 상황.
“더 빠르게 말을 달려야겠군.”
글래스고를 빠르게 친다.
그리고 도망가지도 못하게, 여왕을 사로잡는다.
“폐, 폐하. 거기까지 들어가신다고요? 너무 위험합니다!”
와이어트가 기겁을 했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한 일이야. 그리고 이건, 기회이기도 하지.”
메리 여왕을 처음에 사로잡았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된 것도 기회라고 볼 수 있었다.
“여왕이 북부와 떨어졌어. 사실상 별개 세력이 되었다고 봐야겠지. 이제 탁 트인 평원에서 나 잡아가길 기다리는 여왕을 잡아버리고, 주변을 정리한다. 빠르게 평정하면 남부를 안정적으로 손에 넣을 기회야.”
게다가, 항구는 프랑스군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믿지 못할 육군과 달리, 든든한 수군을 활용할 기회였다.
나는 다시 말에 올라타고 외쳤다.
“에든버러를 거쳐, 글래스고를 기습한다.”
스코틀랜드는 마치 늪지대 같았다.
노섬벌랜드에서 에든버러로, 다시 글래스고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겁내지 않는다.
“결국, 그 밑으로 가라앉는 건 내가 아닐 테니.”
말의 배를 부드럽게 걷어찼다.
우리 군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내가 직접 참전하는 대전쟁이 임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