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62
162
제162화
160.
켈로이에게 갈굼 받을 생각을 하니 절로 욕이 나왔다.
‘근데 누구지?’
도대체 수혁이 누구일까?
‘분명 우리 탑 마법사인데.’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었다.
분명 독의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였다.
‘켈로이 님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면 지부장보다 더 높을 테고.’
1등급 마법사인 데다가 지부장인 켈로이가 공손했다.
그렇다면 지부장보다 더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면 마탑장님이랑 부마탑장님 밖에 없는데?’
그런데 지부장보다 더 높은 위치는 마탑장과 부마탑장뿐이었다.
그러나 수혁은 마탑장이나 부마탑장이 아니다.
마탑장이나 부마탑장이라면 레옹이 몰랐을 리 없다.
‘뭐지?’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끙…….”
수혁이 누구든 간에 갈굼을 받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갈굼 받을 생각에 켈로이는 다시 한 번 앓는 소리를 내며 뒤로 돌아섰다.
“빵이라도 맛있는 걸 사가면 덜 갈굼 받으려나?”
* * *
[퀘스트 ‘페이드 제국 지부로’를 완료하셨습니다.]방에 도착하자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무슨 이야기인가요?”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제 독고 길드 하우스에 갔었을 때 기사들이 나타났던 일 기억나십니까?”
켈로이는 수혁의 물음에 답했다.
“예, 기억납니다.”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답니다.”
“아…….”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켈로이가 이어 말했다.
“그곳에 갔던 이유는 독고 길드의 부마스터인 커맨더의 제보로 갔었던 겁니다. 난데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마법사가 있다고 해서요.”
“그렇군요.”
“이후 햇별이 찾아와 비욘드 후작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수혁 님에게 수배령을 내려달라는 부탁이었지요.”
“아하…….”
수혁은 계속해서 켈로이의 말을 받아주며 생각했다.
‘연중이 말대로네.’
연중이 말했던 것처럼 햇별은 NPC를 이용해 수배령을 내리려 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한다는 건…….’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상황이 변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런 수혁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일단 수혁 님이 사라지셨기에 수배령을 내리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수배령을 막 내릴 수는 없었기에 자세히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거짓 제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수배령을 취소했습니다. 아무리 독고 길드와 친하다고 하나 죄 없는 수혁 님에게 수배령을 내릴 수 없다더군요.”
말을 마친 켈로이는 수혁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이어 말했다.
“비욘드 후작이 이번 일에 대해 죄송하다며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답니다.”
도시 비욘드를 다스리는 비욘드 후작은 당신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비욘드 후작은 당신에게 식사 대접을 하려 한다.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긴밀한 이야기
퀘스트가 나타났다.
‘호오.’
퀘스트를 본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식사만 하는 건 아니겠고…….’
식사 대접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말 그대로 식사 대접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퀘스트 보상이 바로 그 근거였다.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비욘드 후작은 독고 길드의 거점인 비욘드를 다스리는 귀족 NPC로 독고 길드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비욘드 후작이 수혁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었다.
더구나 비욘드 후작은 수혁과 독고 길드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켈로이가 수혁에게 물었다.
“언제죠?”
퀘스트를 보고 있던 수혁은 켈로이의 물음에 답했다.
“편하신 시간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전하겠습니다.”
“오늘 저녁 어떨까요?”
“옙, 바로 전하겠습니다.”
[퀘스트 ‘비욘드 후작의 식사 대접’을 수락하셨습니다.]켈로이의 답에 퀘스트가 수락되었다.
“그럼 5시에 지부로 오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을 이야기는 전부 들었고 다음 퀘스트 역시 받았다.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5시에 다시 와야 하니까. 빨리 가서 읽어야지.’
거기다 5시에 다시 와야 한다.
수혁은 한시라도 빨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싶었다.
“마중은 괜찮습니다.”
그를 따라 자리에서 켈로이가 일어났고 수혁은 켈로이에게 말하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쭉 걸음을 옮겨 지부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유스 왕국의 에딜로 워프했다.
‘시간이 참 애매하네.’
에딜에 도착한 수혁은 도서관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정복할 수 있으려나?’
원래는 오늘 에딜 도서관을 정복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녁 약속이 생겼다.
후작과의 저녁 식사다.
그리고 긴밀한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었다.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 맞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이한테 말해 줘야지.’
비욘드 후작과의 식사 시간에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 알 수 없지만 연중 역시 알아야 할 이야기가 오갈 것 같았다.
수혁은 친구 창을 열었다.
-수혁 : 연중아.
역시나 연중은 접속 중이었고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어.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중에게서 답이 왔다.
-수혁 : 비욘드 후작 알아?
* * *
-비둘 : 생각보다 독고 길드 녀석들 약하지 않아요?
-레아니우스 : 그러게요. 옛날에는 진짜 강하게 느껴졌는데.
-일라이 : 이번 전쟁, 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아루타 : 맞아요. 거기다 홈페이지 보니까 독고 길드 완전 난리 났던데요?
-레아니우스 : 아, 수혁 님이 하신 일이요?
-아루타 : 네, 로니아까지 죽었다고 하더라구요.
-비둘 : 헐, 진짜요?
-아루타 : 글 엄청 올라왔어요.
-비둘 : 와, 수혁 님 엄청 강하신가 보네. 홀로 독고 길드를 털어 버리시다니.
-레아니우스 : 강하신 것도 강하신 건데 PK 능력이 엄청나신 것 같아요. 마법사인데 홀로 작살내신 거니까.
채팅방의 대화를 보던 연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혁이 덕분에 상황이 참 묘하게 흘러가고 있단 말이지.’
패배를 생각하고 시작한 전쟁이었다.
독고 길드와 리더 길드의 힘의 차이는 꽤나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혁 덕분에 상황이 변하고 있었다.
수혁은 혼자서 수많은 독고 길드원들을 죽였다.
그리고 독고 길드 하우스를 털어 많은 독고 길드원들을 길드 하우스로 모이게 만들었다.
그 결과 리더 길드원들이 상대해야 할 독고 길드원들의 수가 줄었다.
리더 길드가 독고 길드에게 밀렸던 것은 양에서지, 질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이 유지되면 독고 길드에게 패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수배령이 내려지고 나서가 문제인데.’
말 그대로 지금의 상황이 유지될 경우다.
곧 수배령이 내려질 것이다.
수배령이 내려지면 수혁의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지금처럼 비욘드에 쳐들어가 독고 길드원들을 죽일 수 없다.
만약 기사들에게 잡히면 유저들에게 가장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감금 페널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캡슐에 도착한 연중은 판게아에 접속했다.
접속과 동시에 연중은 주변을 확인했다. 어젯밤 로그아웃 전 독고 길드원들을 죽이고 로그아웃을 했다.
혹시나 근처에 독고 길드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수 있다.
‘없네.’
다행히도 근처에는 독고 길드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 연중아.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 : 어.
-수혁 : 비욘드 후작 알아?
‘비욘드 후작?’
연중은 답을 보냈고 이어 날아온 수혁의 귓속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독고 길드 뒤를 봐주는 그 비욘드 후작?’
수혁이 말하는 비욘드 후작이 혹시 독고 길드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 비욘드를 다스리며 독고 길드의 뒤를 봐주는 귀족인 그 비욘드 후작을 말하는 것일까?
-연중 : 혹시 도시 비욘드를 다스리는 비욘드 후작 말하는 거야?
-수혁 : 응.
-연중 : 당연히 알지. 독고 길드 뒤를 봐주는 가장 큰 귀족이니까. 왜?
연중은 수혁에게 물었다.
수혁이 비욘드 후작에 대해 왜 묻는 것일까?
-수혁 : 밥 먹자는데?
“……?”
이내 수혁에게서 답이 왔고 연중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밥?”
전혀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연중 : 그게 무슨 소리야? 밥을 먹자니? 비욘드 후작이? 너랑? 왜?
연중은 수혁에게 연달아 물음표를 날렸다.
-수혁 : 미안하다고 식사 대접 하고 싶대.
“……?”
수혁의 답에 연중의 표정에는 더 큰 의아함이 나타났다.
‘미안하다고 식사 대접을? 비욘드 후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미안한 일이 있었으며 왜 식사 대접을 한다는 걸까?
-연중 : 이해가 안 가서 그런데 자세히 상황 설명 좀.
연중은 물었다.
그리고 이어 수혁에게서 자세한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설명을 들은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박.’
대박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수혁이 지위가 엄청 높나 보네?’
수혁에게서 모든 것을 들은 것은 아니다.
몇 가지만 들었다.
독의 마탑에 소속되었다는 것과 마탑장인 파비앙과 인연이 생겼다는 것 정도.
그런데 지금 상황을 들어보니 NPC들 입장에서 수혁의 지위는 연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것 같았다.
-수혁 : 만약 길드 관련 이야기 나오면 연락할게.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 : 응!
정신을 차린 연중은 재빨리 답을 보냈다.
그렇게 수혁과의 귓속말을 끝낸 연중은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전쟁…….’
전쟁을 시작할 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혁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승리하지는 못해도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 또 생각이 바뀌었다.
수혁의 느낌일 뿐이지만 비욘드 후작이 독고 길드와 관계를 끝낸다면?
‘이길 수 있겠어.’
* * *
“이 새끼가 아침에도 왔다 가?”
햇별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여기가 지네 길드 하우스야?”
자신의 길드 하우스도 아닌데 자신의 길드 하우스인 것처럼 계속해서 길드 하우스를 찾는 수혁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잡을 수도 없고…….”
직접 나서서 잡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만에 하나 직접 나섰는데 죽는다면?
로니아나 길드원들이 죽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문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 참자. 이제 곧 수배령이 떨어질 테니.”
문득 든 생각에 햇별은 미소를 지은 채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12시 58분.
도시 ‘비욘드’는 매일 오후 1시에 정기적으로 수배령을 공지한다.
그리고 오늘 수혁에게 수배령이 내려질 것이다.
수배령이 내려지면 끝이다.
그렇게 되면 수혁은 비욘드에 발을 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비욘드의 기사와 병사들은 물론 수많은 현상금 사냥꾼 NPC들을 상대해야 되는데 어찌 비욘드에 발을 들일 수 있겠는가?
-커맨더 : 형님.
이내 2분이 지나 1시가 되었고 수배령을 확인하기 위해 시청에 갔던 커맨더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흐흐.”
햇별은 실실 웃으며 커맨더에게 답을 보냈다.
-햇별 : 그래, 떴어?
-커맨더 : 아뇨. 안 떴습니다.
“……?”
커맨더의 답에 실실 웃던 햇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