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82
182
제182화
180.
천사의 호수에는 주기적으로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태풍, 지진 등 아주 다양한 자연재해가.
정확한 주기는 연중도 모른다.
“빨리 가자.”
그래서 연중은 빠르게 이곳을 지나쳐야 한다고 했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발이 묶이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연중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왜 안 나타나지…….”
걸음을 옮기던 연중이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연중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바로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천사의 호수지만 몬스터들이 서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천사의 호수에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는 신호였다.
바로 그때였다.
땅이 흔들렸다.
흔들림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다.
“……시팡.”
그리고 연중이 욕을 내뱉었다.
“지진인 것 같다.”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땅의 흔들림.
이 2가지로 인해 곧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 연중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연중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천사의 호수 전 지역에 지진이 일어납니다.]이내 메시지가 나타났고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땅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까 말해준 대로! 연락할게!”
연중이 외쳤다.
그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로그아웃을 한 것이다.
자연재해가 일어날 경우 로그아웃을 하기로 이야기했다.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닌데 피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수혁은 이야기했던 대로 바로 로그아웃을 하지 않았다.
지진이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구현된 것인지 궁금했던 수혁은 잠시 지진을 느껴 봤다.
‘이래서 그냥 로그아웃하자고 한 거였구나.’
처음에는 자연재해가 일어나더라도 조금이나마 전진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러나 연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째서 고개를 가로저었는지 알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땅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일어서서 갈 수 없을 정도였다.
대충이나마 지진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느낀 수혁은 연중을 따라 로그아웃했다.
그렇게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레벨 업도 했으니.’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레벨이 대폭 상승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상승할 예정이었다.
지금도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이 많겠지만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수혁은 바로 ‘무한의사서’의 마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전 무한의사서가 올린 ‘도서관 이용 조건’을 확인했다.
-제목 : 도서관 이용 조건
안녕하세요.
무한의사서입니다.
최근 들어 도서관 이용 조건을 올려달라는 댓글이나 쪽지가 많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도서관 이용 조건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
.
수혁은 스크롤을 내리며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많네.’
레벨이 높아졌기 때문일까?
확실히 전보다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이 대폭 늘어나 있었다.
‘500은 힘들 것 같고 400은 확실히 찍을 것 같은데.’
현재 레벨은 325.
레벨이 쭉쭉 오르고 있었지만 500을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레벨 업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00은 확실했다.
수혁은 현재 이용 가능한 도서관들은 물론이고, 지금은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추후 퀘스트를 완료한 후에는 이용 가능할 것 같은 도서관들 또한 메모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 * *
레일 평원 개척 기지의 사령관 아일락 후작은 책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목걸이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바라보는 아일락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에르네스…….’
목걸이의 주인은 아일락의 막내딸 에르네스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막내딸 에르네스는 성인이 된 후 첫 생일 날 살인마들의 집단 크라누스 소속이자 페이드 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살자 패인에게 살해당했다.
아일락은 패인과 그 패거리들을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후작의 힘이 무서워서였을까?
패인과 패거리는 잠적을 했다.
단 하나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패인을 놓쳤다는 것에 아일락 후작은 항상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그러나 기회가 찾아왔다.
패인과 패거리들이 숨어 있는 은신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
바로 레일 평원 바로 옆에 있는 눅눅한 습지대였다.
“레욜.”
목걸이를 바라보던 아일락은 부관 레욜을 불렀다.
“예.”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욜은 재빨리 부름에 답했다.
“1기사단 소집은 어떻게 됐지?”
아일락은 기사단을 이끌고 눅눅한 습지대에 갈 생각이었다.
눅눅한 습지대는 미개척지였지만 상관없었다.
개척에서 힘든 것은 몬스터들의 씨를 말리는 것이지 몬스터 자체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일락의 기사들은 강했다.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로울 님은?”
눅눅한 습지대로 가는 것은 기사들만이 아니었다.
마법사들 역시 함께한다.
몬스터들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해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방금 막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레욜의 답을 들은 아일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막 밖으로 나왔다.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아일락이 나오자 천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1기사단장 에미옹 자작과 1기사단 기사들이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옆에 있던 로울 역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소집한 이들이 전부 왔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아일락은 로울과 1기사단을 이끌고 그대로 기지를 나섰다.
기지를 나선 아일락은 목걸이를 가져다준 이에게 들은 위치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병사의 시신이 있었다.
스윽
병사의 시신 앞에 선 아일락은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고맙네.’
이 병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간의 묵념으로 병사의 죽음을 기린 아일락은 기사 둘에게 병사의 시신을 수습하라 명령을 내리고 흔적을 따라 병사가 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기사들이 따랐다.
-퀴이익!
-퀴에엑!
독개구리와 독도마뱀들이 나타났지만 기사들의 검에 무참히 도륙당해 사라졌다.
그렇게 독개구리와 독도마뱀을 도륙하며 흔적을 따라가던 아일락은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가…….’
시야에 들어오는 동굴과 동굴 근처에 있는 집들.
패인과 패거리들의 은신처가 분명했다.
아일락은 이를 악물었다.
드디어 복수의 때가 되었다.
아일락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기사들이 검을 뽑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은신처를 주시했다.
스윽
이내 아일락이 손을 내렸다.
그러자 기사들이 은신처를 급습했다.
“……없습니다!”
“비었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은신처에는 단 한 명도 있지 않았다.
텅텅 비어 있었다.
기사들의 보고에 아일락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망?’
사냥을 떠났다고 해도 한 사람 정도는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은신처를 버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놓쳤다는 것에 가슴이 다시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사령관님! 여기 흔적이 가득합니다!”
한 기사의 외침에 아일락은 재빨리 외침이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기사가 있는 곳에 도착한 아일락은 수많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많은 발자국과 무기 자국.
은신처에 머물고 있던 패인 패거리들이 분명했다.
아일락은 로울과 기사들을 이끌고 흔적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흔적을 따라 움직이던 아일락은 이내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퍼진 건가…….’
적게는 하나, 많게는 넷 정도의 인원으로 나뉘었다.
아일락은 기사들을 나눠 각 흔적들을 추적하라 명을 내렸다.
그리고 로울과 함께 아일락은 4명의 발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시체?’
얼마 뒤 아일락은 시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일락은 시체들의 왼쪽 팔목을 확인했다.
‘크라누스!’
왼쪽 팔목에는 크라누스의 상징인 검은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패인 패거리들이 분명했다.
아일락은 패인 패거리들이 죽은 이유를 확인했다.
‘배를 관통당해서?’
시체를 확인한 아일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처라고는 배에 난 작은 구멍뿐이었다.
중요 장기를 관통당한 것도 아닌데 죽었다는 것이 이해 가지 않았다.
‘무기는 아닌데…….’
무기에 의해 생겨난 구멍이 아니다.
“로울 님? 마법인 것 같은데 혹시 어떤 마…….”
“……헙!”
“……?”
아일락은 로울의 반응에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비위가 약해서…….”
로울은 아일락의 의아한 눈빛에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돌렸다.
“아…….”
아일락은 이해한다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님!”
바로 그때 전방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아일락은 재빨리 외침이 들려온 곳으로 달려갔다.
수풀을 헤치고 외침의 근원지에 도착한 아일락은 기사들과 수많은 시체들을 볼 수 있었다.
“전부 죽어 있었습니다.”
1기사단장 에미옹이 다가와 말했다.
“증표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크라누스가 확실합니다.”
시체들의 왼쪽 팔목에는 전부 검은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에미옹의 말에 아일락은 패인의 시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패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패인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가 없는 시체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시체의 외형이 눈에 익었다.
아일락은 엎드려 있는 시체를 발로 차 뒤집었다.
그리고 검으로 가죽 갑옷을 갈라 가슴을 확인했다.
가슴에는 기다란 흉터가 있었다.
“……!”
흉터를 본 아일락은 놀랐다.
‘패인!’
패인이 분명했다.
예전에 아일락이 패인을 쫓으며 입혔던 상처가 확실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패인의 시체를 보며 아일락은 생각했다.
누가 패인을 포함한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을 죽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고맙소.’
그러나 증표와 머리를 가져간 것을 보아 현상금 사무소에 나타날 것이다.
‘내 꼭 보답하겠소.’
* * *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로울은 아일락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딱히 한 게 없었다.
그저 걷기만 했다.
로울은 아일락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천막으로 들어오자마자 로울의 표정이 굳었다.
‘분명…….’
로울은 자리에 앉아 눅눅한 습지대에서 보았던 시체들을 떠올렸다.
배를 관통당해 죽은 시체들.
‘어둠의 자식이었어.’
시체들의 배를 관통한 것은 분명 대마도사 라피드가 만든 어둠 마법 ‘어둠의 자식’이었다.
라피드가 사라지며 실전된 ‘어둠의 자식’.
‘누가?’
도대체 누가 그 어둠의 자식을 시전한 것일까?
로울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손을 넣어 수정구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어 로울은 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병에는 보라색 가루가 담겨 있었다.
로울은 뚜껑을 열어 수정구 위에 가루를 뿌렸다.
그리고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스아악!
그러자 가루가 수정구에 스며들며 수정구가 빛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이내 스산한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들려왔다.
로울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스산함에 몸을 살짝 부르르 떨고 입을 열었다.
“……어둠의 자식이 나타났습니다.”
-어둠의 자식? 라피드의 어둠의 자식을 말하는 건가?
스산함이 가득하던 목소리에 놀람이 살짝 깃들었다.
“예. 마스터.”
-누구지?
“아직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일락 후작이 그를 찾고 있으니까요.”
-찾는 즉시 보고할 수 있도록.
“예,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