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62
262
제 262화
260.
도시 ‘키라드’로 정찰을 떠난 수혁과 연중이다.
그런데 왜 파로스의 성문을 통해 나오고 있단 말인가?
‘기회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이 파로스를 함락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었다.
‘아니지.’
그러나 곧 든 생각에 크라노손은 생각을 바꿨다.
‘굳이 기회를 노릴 필요가 없지.’
수혁과 연중이 왔다.
이제부터는 항상 기회다.
즉, 지금 무리해서 기회를 노릴 필요가 없다.
“지금 어디에 계시지?”
생각을 마친 크라노손은 카이온에게 물었다.
“도착하셨을 겁니다.”
수혁과 연중을 발견하자마자 왔다.
지금쯤이면 전초기지에 도착했을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희 왔습니다.”
천막 안으로 수혁과 연중이 들어왔다.
* * *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호우갈의 가호!”
[호우갈의 가호를 받습니다.] [10초간 물리 공격으로 마법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사냥왕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가며 호우갈의 가호를 시전 후 불덩어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불덩어리에 담긴 마력은 사냥왕의 물리 공격력을 상회했다.
쾅!
결국 사냥왕은 불덩어리를 완전히 파괴할 수 없었다.
반 정도 갈랐을 때 불덩어리가 폭발했다.
‘망할!’
폭발에 휘말린 사냥왕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생명력을 확인했다.
‘30%? 제대로 맞았으면 골로 갔겠네.’
60%였던 생명력이 30%가 되어 있었다.
“레아!”
위력을 감소시키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사냥왕은 다급히 레아의 이름을 외쳤다.
“힐!”
뒤쪽에서 다른 마족들에게 각종 버프를 걸어주고 있던 레아는 사냥왕의 외침에 재빨리 힐을 시전했고 사냥왕의 생명력이 다시 빠르게 차올랐다.
사냥왕은 차오르는 생명력을 보며 불덩어리를 날렸던 상급 마족 스켈타인에게 달려들었다.
스켈타인은 사냥왕을 향해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불덩어리를 소환해 날렸다.
아직 호우갈의 가호가 끝나지 않았기에 사냥왕은 재차 검을 휘둘렀다.
쾅!
이번에도 반을 가르자 폭발했다.
“힐!”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레아의 힐이 들어왔다.
레아의 힐을 받으며 거리를 좁힌 사냥왕은 스켈타인의 심장을 향해 검을 뻗었다.
스켈타인은 사냥왕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려 했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스악! 스악!
스켈타인의 그림자에서 검은 손 2개가 나타나 다리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검은 손은 사냥왕이 속한 공격대의 대장 상급 마족 스미드의 능력이었다.
“지금입니다!”
스미드가 외쳤다.
“고맙습니다!”
사냥왕은 고마움을 표하며 그대로 스켈타인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을 수 있었다.
심장은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데미지를 입는 곳.
“크윽…….”
이미 많은 전투로 생명력이 바닥에 가까워진 스켈타인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스켈타인이 쓰러지고 드랍 창이 갱신됐다.
드랍 창을 힐끔 확인한 사냥왕은 곧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크라노손은 키라드 파벌의 수도 ‘키라드’로 지금 당장 진격을 할 생각이다.
크라노손을 도와 수도 ‘키라드’로 진격하라!
[기여도 : 513,789 /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마지막 전투
‘역시! 상급 마족이 답이야!’
기여도가 엄청나게 올랐다.
사냥왕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퀘스트 창을 닫고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키라드 파벌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최대한 기여도를 모은다.’
전쟁이라 기여도가 이렇게 쑥쑥 오르는 것이지 평상시에는 기여도를 모으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기여도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했다.
“크읍! 인간…….”
“인간 따위가!”
사냥왕은 주변에 보이는 키라드 파벌 마족들을 만나는 족족 죽여 나갔다.
역시나 상급 마족과 중급 마족의 차이는 컸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도움이 필요했던 상급 마족과 달리 중급 마족의 경우 매우 수월하게 죽일 수 있었다.
‘역시 사기를 잘했어.’
이게 다 야리온의 분노와 알칸디움 갑옷 하의 덕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쾅!
성벽 안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뚫린 건가?’
사냥왕은 미소를 지었다.
폭음이 성벽 밖도 아닌 성벽 위도 아닌 안쪽에서 들려왔다는 것은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이고 그것은 아밀레타 파벌이 성벽 어딘가를 뚫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
하지만 얼마 뒤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사냥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후퇴를?’
후퇴하라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왜?’
어째서 후퇴를 하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후퇴 명령이 떨어진 이상 어쩔 수 없다.
사냥왕은 레아와 윤진과 함께 스미드의 명령에 따라 천막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전초기지로 복귀한 사냥왕은 스미드에게 물었다.
“후퇴한 이유를 아십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나 스미드 역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옙.”
스미드는 사냥왕에게 말하고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로 후퇴를 한 거야?”
“그 헤르타나라는 마족이 나타난 거 아니야?”
스미드가 사라지고 레아와 윤진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를 들으며 사냥왕은 생각했다.
‘그래서 후퇴를 한 건가?’
일리가 있었다.
헤르타나는 아밀레타를 쓰러트릴 정도로 강한 키라드 파벌의 최종 보스였다.
만약 헤르타나가 나타났다면?
후퇴 명령이 충분히 이해 갔다.
성벽을 뚫어내 파로스에 진입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어? 저기 온다.”
윤진의 말에 사냥왕은 고개를 돌려 윤진이 보고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서 스미드가 다가오고 있었다.
스미드의 표정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지?’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흥분이 가득 한 것일까?
그사이 레아가 통역 마법을 시전했다.
이내 스미드가 도착했고 입을 열었다.
“수혁 님과 연중 님이 오셨다고 합니다. 두 분이 지금 만나자고 하시는데 가시죠!”
“……저를요?”
사냥왕은 스미드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과 연중이 온 것도 놀라웠지만 그 둘이 먼저 보자고 한 것이 더 놀라웠다.
“예.”
스미드는 사냥왕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냥왕은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먼저 보자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자는데 거절할 수는 없다.
애초에 사냥왕이 바라던 만남이 아니던가?
스미드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냥왕은 레아, 윤진과 함께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왕은 임시 사령부이자 크라노손의 천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미드는 크라노손의 천막에 도착했음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냥왕은 당황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당연히 크라노손의 천막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
저벅!
물론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크라노손의 천막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천막 앞에서 스미드가 걸음을 멈췄기 때문이다.
‘설마 여기가? 정말 대단하군.’
임시 사령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천막을 배정받다니?
“들어가시죠!”
스미드가 미소를 지은 채 옆으로 비켜섰다.
사냥왕은 긴장한 표정으로 스미드를 지나쳐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냥왕은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두 사람과 두 사람 머리 위에 떠 있는 길드 마크를.
* * *
수혁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크라노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짧은 시간에…….’
고작 하루였다.
하루 만에 도시 키라드에 다녀왔다니?
“그럼 지금 키라드는 텅 비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군요.”
크라노손이 말했다.
수혁과 연중은 그냥 다녀온 게 아니다.
키라드가 죽어 수장이 된 헤르타나, 그리고 수많은 상급 마족들이 죽어 서열이 2인자라 해도 무방한 마로스까지 도망을 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크라노손은 수혁의 답에 생각했다.
‘왕궁까지 이렇게 쉽게…….’
아무리 몰락했다고 하나 수도였고 왕궁이었다.
수혁과 연중이 아니었다면 결코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분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수혁과 연중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적으로 돌렸다가는 키라드 파벌과 같은 꼴이 날 수도 있다.
“아, 맞다.”
문득 든 생각에 크라노손이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혹시 사냥왕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사냥왕이요?”
“……?”
크라노손의 말에 수혁이 반문했다.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중 역시 반문만 하지 않았을 뿐 의아함을 가득 보였다.
“……예.”
크라노손은 수혁과 연중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수혁과 연중은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수혁 : 사냥왕이 그 사냥왕인가?
-연중 : 그런 것 같은데?
그리고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수혁 : 크라노손 님이 어떻게 사냥왕을 아는 거지?
-연중 : 우리가 없는 사이에 찾아왔나?
어찌 된 상황인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수혁 : 내가 물어볼게.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크라노손을 보았다.
“혹시 방금 말씀하신 그분이 인간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분을 어떻게 아시는 건지…….”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크라노손에게 물었다.
“수혁 님과 연중 님이 키라드로 정찰을 떠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습니다. 두 분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지금은 전쟁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크라노손이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군요.”
크라노손의 설명이 끝나고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은…….”
그리고 다시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아마 후퇴 명령을 내렸으니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겁니다. 불러드릴까요?”
크라노손의 말에 수혁과 연중은 다시 귓속말을 나눴다.
-수혁 : 만나 볼까?
-연중 : 그러자.
“예.”
귓속말을 마친 수혁이 크라노손의 물음에 답했다.
“알겠습니다.”
크라노손은 수혁의 답에 뒤쪽에 서 있던 카이온에게 눈짓했고 카이온이 천막 밖으로 나갔다.
“지내실 천막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크라노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혹시나 수혁과 연중이 돌아올까 봐 둘이 머물 천막을 만들어 두었다.
수혁과 연중은 크라노손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물론 오래 걷지는 않았다.
바로 옆 천막이었기 때문이다.
“편히 쉬시길. 그분들은 곧 올 겁니다.”
크라노손이 인사를 하고 다시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왜 만나고 싶어 한 걸까?”
수혁과 연중은 사냥왕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거 때문 아닐까?”
“그거?”
“스카우트.”
연중은 얼마 전에 수혁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했던 제왕 길드의 쪽지를 떠올렸다.
혹시 스카우트를 위해 만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연중의 씁쓸한 표정을 본 수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옮길 생각 없으니까.”
“어? 아니야! 억만금이면 가야지.”
연중은 수혁의 말에 움찔했다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귓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혁과 연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대화를 멈추고 천막 입구를 보았다.
입구를 통해 세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머리 위에는 길드 마크가 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두에 있던 사내가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했다.
“제왕 길드의 마스터 사냥왕이라고 합니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사냥왕이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입니다.”
“리더 길드의 마스터 연중입니다.”
수혁과 연중 역시 사냥왕의 인사에 답하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저희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구요?”
유저끼리 이야기를 빙빙 돌릴 필요는 없었다.
수혁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예, 두 분을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팬이기도 하고…….”
말끝을 흐린 사냥왕은 수혁을 보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긴히 드릴 제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