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54
454
제 454화
452.
이내 두드러기들이 사라졌다.
에리멘은 자리에서 일어나 왼손에 차고 있던 팔찌를 빼냈다.
은색이었던 팔찌는 독을 가득 흡수한 지금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에리멘은 팔찌를 상자 안에 넣었다.
이미 팔찌 상자 안에는 검은색으로 변한 팔찌가 가득 쌓여 있었다.
“10개나 쓸 줄이야.”
에리멘은 상자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상자를 챙긴 뒤 흑월의 본부로 워프했다.
본부에 도착한 에리멘은 우선 흑월대의 숙소로 향했다.
“대장! 벌써 다녀오신 겁니까?”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숙소에 도착한 에리멘은 수많은 흑월대원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열심히 수련해.”
흑월대원들의 질문에 에리멘은 쓴웃음을 지은 채 답하고는 포른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에리멘은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엇? 벌써 끝내고 오신 겁니까?”
포른은 에리멘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실패했어.”
에리멘은 포른의 반문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쓴웃음을 지은 채 답했다.
“……!”
포른은 에리멘의 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리멘의 실패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포른이었다.
실패라는 단어는 에리멘에게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던 포른은 멍하니 에리멘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엄청 강해.”
에리멘은 물음에 답하며 수혁을 떠올렸다.
압도적인 강함.
임무를 실패한 이유는 수혁의 강함 때문이었다.
에리멘은 품속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수혁의 독을 흡수한 팔찌가 가득 들어 있는 상자였다.
“수혁의 독이야, 보통 독이 아니니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당분간 수련동에 들어가 있을 거야.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암당에 전해 줘. 실패했다고.”
“옙.”
포른의 답을 들은 에리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온 에리멘은 크라스의 궁으로 향했다.
실패를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 * *
[에리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퀘스트 ‘에리멘’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에리멘의 기억 조각1을 획득합니다.]“…….”
수혁은 멍하니 메시지를 보았다.
‘도망을 갈 줄이야.’
이내 정신을 차린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에리멘의 기억 조각1’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교환불가]
에리멘의 기억이 담겨 있는 조각이다.
사용 시 에리멘의 기억 일부를 3분간 볼 수 있다.
‘기억을?’
수혁은 궁금했다.
에리멘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나 지금 당장 볼 수는 없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암당의 함정’의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퀘스트 ‘암당의 함정’을 완료하셨습니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의 마지막 챕터 ‘암당’이 시작됩니다.]완료 버튼을 누르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상이 챕터 시작이었나.’
에리멘의 기억 조각처럼 암당에 관련된 정보라든가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보상으로 주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수혁은 아쉬움이 담긴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보았다.
아직 파괴되지 않은 건물이 있었고 수혁은 창문을 통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암당의 당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혁은 재빨리 지상으로 내려왔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한 뒤 암당의 당원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에리멘은 도망쳤고 암당의 함정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 수혁에게는 퀘스트 ‘일리인 공국의 요청’이 남아 있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암당의 괴멸.
이곳에 남아 있는 당원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처치해야 했다.
어둠의 자식들과 한동안 건물을 돌아다닌 수혁은 이내 암당의 당원들을 전부 처치할 수 있었다.
‘이것도 바로바로 완료할 수 있으면 시간도 아끼고 좋을 텐데.’
조건은 충족했지만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황궁으로 돌아가 로일에게 완료를 해야 했다.
수혁은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리멘, 사신수 그리고 사흉수 궁기와의 전투로 박살이 난 건물들, 그리고 아직 온전한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보는 나중에 얻을 수 있겠지.’
이제 곧 일리인 공국의 병력이 올 것이었다.
그들은 지부에 남아 있는 정보들을 습득할 것이고 페이드 제국에 정보를 넘겨 줄 것이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향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완료를 할 수 있음에도 완료를 하지 않은 퀘스트가 있었다.
‘어떤 옵션이 나오려나.’
바로 ‘마나의 정령5’와 ‘무(無)5’였다.
수혁은 기대감이 가득 찬 표정으로 완료 버튼을 눌렀다.
[퀘스트 ‘마나의 정령5’를 완료하셨습니다.] [마나의 정령의 네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무(無)5’를 완료하셨습니다.] [무(無)의 다섯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바로 장비 창을 열어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먼저 확인한 것은 무(無)였다.
저벅!
무(無)의 옵션을 확인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제한 : 마법사, 지혜 5000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15
무장 해제 상태에서도 장비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무(無) 착용 시, 다른 무기의 효과는 받을 수 없습니다.)
지혜 +2000
마법 공격 추가 데미지 2배 증가 (배수 증가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마법 공격 성공 시 대상에게 70% 확률로 ‘마력의 저주’ 시전
마법 공격 시 20% 확률로 대상에게 ‘무장 해제’ 시전
마법 시전 시 10% 확률로 해당 마법 재시전 (재시전으로 마법을 시전한 경우 효과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재시전?’
확률은 높지 않았다.
고작 10%였다.
그러나 재시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낮다고 할 수 있는 확률이 아니었다.
거기다 쿨타임 초기화 확률은 현재 40%.
재시전 옵션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마나의 정령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제한 : 마법사, 체력 1000, 지혜 5000
마나 소모 시 30초간 최종 데미지 50% 증가 (쿨타임 30초)
스킬 시전 시 10% 확률로 1분간 마나의 정령 소환 (쿨타임 10분)
적을 처치할 때마다 마나의 정령 쿨타임 10초 감소
마법 공격 시 10% 확률로 해당 마법 재시전 (재시전으로 마법을 시전한 경우 효과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어?’
옵션을 확인한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나의 정령의 새로운 옵션 역시 해당 마법의 재시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완벽히 같은 옵션은 아니었다.
무(無)의 경우 시전할 때 발동되고 마나의 정령은 공격할 때 발동된다.
‘이거 잘만 하면…….’
수혁은 최상의 상황을 떠올렸다.
무(無)의 재시전 옵션과 마나의 정령의 재시전 옵션은 중첩될 수 있다.
즉, 매직 미사일을 하나 날려도 추가로 두 개가 더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수혁은 쿨타임 초기화 확률이 40%나 된다.
쿨타임 초기화와 연계되면 엄청난 효율을 보일 것이었다.
이내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모든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페이드 제국의 수도 ‘페이델리아’로 워프하기 전 확인할 게 있었다.
바로 ‘에리멘의 기억 조각1’이었다.
수혁은 기억 조각을 사용했다.
[에리멘의 기억 조각1을 사용하셨습니다.] [3분간 에리멘의 기억을 엿봅니다.]그러자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고 곧 새로운 배경이 나타났다.
‘……!’
수혁은 1분도 지나지 않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에리멘의 정체 때문이었다.
‘로얄 상단의 장자였어?’
에리멘은 놀랍게도 로얄 상단의 장자였다.
로얄 상단이 어떤 상단인가?
판게아 최고의 상단이 바로 로얄 상단이었다.
[기억을 종료합니다.]이내 3분이 지났고 수혁은 아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흑월과는 관계가 없는 건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에리멘은 로얄 상단을 떠났다.
그것도 좋지 않게 떠났다.
흑월과 로얄 상단의 연계는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육의 정은 무시할 수 없다.
수혁은 페이델리아로 워프했다.
* * *
-제목 : 방금 전 사신수 뜬 거 뭐임?
-제목 : 암당이랑 사신수랑 관련이 있었나 봐!
-제목 : 미친, 나 사신수 처음 봄!
-제목 : 백호랑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도 있던데 걔가 궁기냐?
-제목 : 지금 일리인 공국 가면 퀘스트 받을 수 있나요?
-제목 : 통제 중이라 못 들어가네요. 남작 작위가 있어도 못 들어간대요. 적어도 백작 이상은 돼야 하나 봄!
-제목 : 수혁 본 것 같은데 나만 본 거임?
“이야, 난리네.”
공식 홈페이지를 보던 연중은 탄성을 내뱉었다.
“사신수에 사흉수까지…….”
현재 공식 홈페이지는 일리인 공국의 도시 ‘파랍’에 나타난 사신수와 사흉수 궁기로 인해 난리가 난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따라가는 건데…….”
따라가려면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내일 당장 길드 대회의 마지막인 10관문이 시작된다.
그래서 따라가지 않았다.
물론 이미 우승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따라간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상황은 이미 종료된 상황.
“일시적 죽음이라고 했으니까.”
연중은 방금 전 수혁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신수와 사흉수 궁기는 완전히 죽지 않았다.
일시적 죽음이었다.
거기다 사신수와 사흉수 궁기를 다루는 것으로 추정되는 에리멘은 살아서 도망을 갔다.
에리멘은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고 사신수와 사흉수 궁기 역시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일단 글부터 올리자.”
연중은 자신의 마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작성한 두 개의 글을 올렸다.
길드 대회와 관련된 글, 그리고 길드 대회가 끝나고 진행할 9마계에 대한 글이었다.
글을 올린 뒤 연중은 쪽지함을 확인했다.
수많은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응?”
쪽지를 확인하던 연중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꽤나 유명한, 연중 역시 잘 알고 있는 유저에게서 쪽지가 왔기 때문이었다.
“무한의사서 님이…….”
바로 무한의사서라는 캐릭터명을 사용하고 있는 유저였다.
연중은 바로 쪽지를 확인했다.
어떤 쪽지를 보낸 것인지 궁금했다.
쪽지를 확인한 연중은 바로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접속 중인지 수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긴 연중은 무한의사서가 보낸 쪽지를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어 했는데 잘됐네.”
문자에는 수혁과 만나고 싶다,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수혁 역시 평소에 무한의사서를 한번 보고 싶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었다.
자리를 만들어 줄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