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9
49
제49화
50.
‘보상이…….’
바로 보상 때문이었다.
트롤을 죽여 피를 구하라!
[트롤 : 0 / 4000] [트롤의 피 : 0 / 500]퀘스트 보상 : 스킬 – 트롤의 피가 흐른다
퀘스트 ‘트롤의 재생’의 완료 보상은 스킬이었다.
‘……스킬?’
스킬이라니?
‘노랑은 스킬이었구나.’
빨강은 스텟 강화였고 파랑은 아직 보상을 받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이템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노랑은 스킬. 보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색이 다른 게 분명했다. 수혁은 완료 조건을 확인했다.
“…….”
조건을 확인한 수혁은 표정을 구겼다.
‘4000마리?’
완료 조건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트롤을 4000마리나 잡아야 했다. 물론 이것 때문에 표정을 구긴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수혁은 트롤을 5000마리까지 잡을 생각이었다.
‘트롤의 피 500개?’
수혁의 표정이 구겨진 것은 두 번째 조건 때문이었다.
‘30마리 잡아야 1개 나오는 걸 500개?’
트롤의 피는 드랍률이 최악이다. 30마리 정도를 잡아야 하나 드랍 될 정도로 낮은 드랍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트롤의 피가 500개가 필요했다.
‘살 수도 없고.’
물론 구매도 가능하다. 하지만 구매하기에는 골드가 너무 부족하다. 트롤의 피는 낮은 드랍률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트롤의 피의 시세는 90골드. 500개면 4만 5천 골드였다.
‘이걸 깨야 되나…….’
물론 꼭 깨야 되는 것은 아니었다. 깨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오로지 수혁의 선택이었다.
‘흐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했다.
‘일단 5000마리를 잡아야 되니까.’
어차피 트롤 5000마리를 잡아야 한다.
‘거기다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시간제한도 없었다. 천천히 깨도 된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 * *
“너 휴가가 언제였지?”
성일이 물었다. 지성은 입안에 머금고 있던 커피를 넘긴 뒤 물음에 답했다.
“23일 뒤.”
물음에 답하며 떠오른 휴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피곤함이 가득했던 지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로 여행 가냐?”
성일이 재차 물었다. 휴가 때마다 항상 여행을 갔던 지성이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지 궁금했다.
“이번에?”
“응.”
“네가 추천해줬던 곳.”
“……내가?”
성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태까지 지성에게 추천을 받았으면 받았지 추천해 준 기억이 없는 성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추천을 해준 곳이라니?
“헤르딘.”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일에게 지성이 말했다.
“……아.”
그리고 성일이 탄성을 내뱉었다. 지성의 답에 기억이 났다.
“이번 여행은 판게아로 가는 거야?”
“응, 해변이 진짜 끝내준다며?”
“그렇지, 진짜 장난 아니지.”
성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상현실 게임 ‘판게아’의 해변 도시 헤르딘. 헤르딘의 해변은 정말 아름다웠다.
“거기다 가격도 싸고.”
“고럼고럼.”
이어진 지성의 말에 성일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비가 적게 들었다.
“근데 너 캐릭터는 있냐?”
끄덕임을 멈춘 성일이 물었다.
“당연히 있지! 틈틈이 해서 6렙 찍었다. 지금 헤르딘에 있어. 지수도 이번 주에 헤르딘에서 보낸다고 하더라.”
“수혁이는?”
“수혁이? 판게아 해. 그래서 이번 여행을 판게아로 정한 거야.”
“뭐? 진짜? 수혁이가 판게아를 한다고?”
“응. 나도 처음에 놀랐다.”
“이야, 수혁이가 어쩐 일로 게임을…….”
바로 그때였다.
띠리링!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알람이 울렸다. 휴식 시간의 끝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지성은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일하러.”
* * *
“벌써 준비가 끝났어?”
파비앙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예.”
케일이 답했고 파비앙이 재차 물었다.
“카라스의 독도?”
카라스의 독, 준비물 중 제일 구하기 힘든 준비물이었다. 구하는 데 두 달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바로 카라스의 독이었다.
“네, 20병 확보했습니다.”
필요한 카라스의 독은 5병이다. 그런데 케일은 그 4배인 20병을 준비했다. 케일의 답에 파비앙이 중얼거렸다.
“허, 아직 20일이나 남았는데…….”
아직 준비물을 쓸 때가 아니다. 준비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혁의 독 면역력이 강화되어야 하고 강화가 끝나기까지는 20일이란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물론 빨리 준비된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수고했어.”
파비앙이 케일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혹시나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길.”
“알았어.”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케일은 파비앙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케일이 방에서 나가고 파비앙은 생각했다.
‘준비물도 다 모였고…….’
마법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전부 모았다. 이제 남은 것은 수혁의 독 면역력 강화뿐이었다.
‘독 마법 재능은 어떨까?’
측정불가의 재능이라고 모든 마법에 뛰어난 건 아니다. 특히나 독 마법은 상당히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과연 얼마나 잘 배우고 사용할 지 기대됐다.
똑똑
“수혁 님이 오셨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노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비앙은 생각을 끝내며 외쳤다.
“들어와!”
* * *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15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10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오늘은 100 찍을 수 있을까?’
트롤을 잡기 시작한 지 벌써 5일이 되었으나 아직 100레벨을 달성하지 못했다. 95레벨을 기준으로 필요 경험치량이 대폭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트롤에게서 획득하는 경험치가 적어진 것인지 경험치 오르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60%는 올릴 수 있겠지.’
현재 수혁의 레벨은 99였고 경험치는 40%였다. 60%만 올리면 된다. 그러면 100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4시간으로는 좀 부족하려나.’
수혁이 사냥에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에 4시간.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었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1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마비 시간이 1분까지 줄어들었고 이내 1분이 지나 수혁은 마비 상태에서 해방되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수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파비앙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독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당신. 파비앙은 당신의 면역력을 키워 줄 생각이다. 하루에 한 번 파비앙이 주는 독을 복용하라!
[파비앙의 특제 독 복용 : 10 / 30]퀘스트 보상 : 칭호 – 독의 대가
‘벌써 10일 됐네.’
독을 복용한 지 벌써 10일이 됐다. 3분의 1이 지난 것이다. 수혁은 독의 마탑에서 나와 북쪽 입구로 향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트롤을 죽여 피를 구하라!
[트롤 : 3527 / 4000] [트롤의 피 : 139 / 500]퀘스트 보상 : 스킬 – 트롤의 피가 흐른다
‘후…….’
퀘스트 ‘트롤의 재생’을 보며 수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트롤이야 오늘 달성하겠는데…….’
아무리 트롤이 안 보여도 4시간이면 500마리는 충분히 잡는다. 첫 번째 완료 조건은 오늘 사냥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피가 도무지 답이 안 나오네.’
문제는 두 번째 완료 조건인 트롤의 피였다. 퀘스트가 생성된 후 수혁이 잡은 트롤의 수는 3527마리. 그러나 그 많은 트롤을 잡는 동안 나온 트롤의 피는 139개였다.
‘어차피 더 잡아야 하지만…….’
완료 조건은 4000마리지만 칭호 때문에 수혁은 트롤을 더 잡아야 한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할 텐데…….’
하지만 더 잡는다고 해도 수만 마리를 더 잡는 게 아니었기에 트롤의 피는 부족할 것이 분명했다.
‘골드를 괜히 팔았나?’
4일 전부터 꾸준히 골드를 현금화했고 현재 수혁의 수중에는 6천 골드밖에 없었다. 골드를 팔지 않았다면? 그 골드로 트롤의 피를 구매했다면?
‘아니야, 어차피 골드 안 팔았어도 못 사.’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금화한 골드는 그리 많지 않다. 현금화하지 않았더라도 완료할 만큼의 트롤의 피를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1만 마리까지 잡아 버려?’
도란이 칭호에 대한 정보를 주었을 때 추가로 해 주었던 말이 있다. 1만 마리도 칭호를 줄 것이라고.
물론 확실한 건 아니었다. 확실한 건 1000마리, 5000마리뿐이었다. 도란 역시 1만 마리를 잡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당분간 마탑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수혁은 시간이 많았다.
‘더 좋은 사냥터도 없잖아?’
거기다 마탑 주변 최고 레벨 사냥터가 불렘 산맥이었다.
‘그래, 한번 해 보자.’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1만 마리를 잡아 보자고.
‘1만 마리를 잡는다고 피가 다 모일 것 같지는 않지만…….’
1만 마리를 잡는다고 해서 트롤의 피 500개를 모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모자란 트롤의 피를 살 수 있을 만큼의 골드가 모일 것이다.
“고블린 사냥 가실 분!”
“오크 사냥 가실 전기 법사 구합니다. 치유법, 물법 대기 중!”
북쪽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유저들의 외침을 들으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불렘 산맥에 도착하고 나서야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잠시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불렘 산맥의 중앙이 트롤 지역이었다. 이대로 가면 트롤들과 마주칠 수 있다.
‘저기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트롤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혁은 트롤에게 다가갔다.
‘세 마리였네.’
시야에 들어온 트롤은 한 마리였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세 마리였다.
“불놀이.”
한 마리였다면 파이어 볼이나 매직 미사일 혹은 파이어 스피어를 사용했겠지만 세 마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혁은 불놀이를 시전했고 작은 불덩어리가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롤 세 마리는 죽음을 맞았다. 트롤들이 죽고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트롤 가죽 2개
-트롤의 피
-트롤의 힘줄 2개
‘나이스!’
드랍 창을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트롤의 피가 드랍 되었다. 시작이 좋았다. 수혁은 아이템을 습득 후 다시 트롤을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불놀이!”
수혁은 트롤을 발견하는 족족 죽였다.
“파이어 스톰!”
물론 중간중간 파이어 스톰의 숙련도를 올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숙련도를 올리며 트롤들을 학살하던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쾅!
폭음과 함께 느껴지는 땅울림 때문이었다.
‘누가 사냥 중인가?’
요 며칠 트롤을 사냥하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폭음과 땅울림이었다. 혹시나 누군가 사냥 중인 것일까? 수혁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경고!]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가 등장합니다.]‘보스 몬스터가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