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
5
제5화
민첩은 물리 방어력과 치명타 데미지를 증가시켜 주는데, 주목적이 사냥이 아닌 수혁에게는 쓸모없는 스텟이라 할 수 있었다. 포만감의 효율을 강화시켜 주는 체력이 올랐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상당히 아쉬웠다.
퍽!
[훈련용 허수아비가 파괴되었습니다.]바로 그때였다. 메시지와 함께 훈련용 허수아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수혁은 파괴된 허수아비에서 걸음을 옮겨 옆에 있던 허수아비에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퍽!
[훈련용 허수아비가 파괴되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허수아비 역시 파괴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허수아비와 달리 두 번째 허수아비는 그 어떤 부분도 반짝이지 않았다.
허수아비 두 개를 파괴함으로 퀘스트 완료 조건을 달성한 수혁은 인벤토리에 검을 넣고 훈련 교관에게 다가갔다.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였다.
“파괴했습니다.”
[퀘스트 ‘허수아비를 파괴하라!’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말을 함과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됐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2골드와 함께 갑옷이 새로 나타나 있었다.
“수고했다.”
갑옷을 보던 수혁은 훈련 교관이 말을 하자 인벤토리를 닫고 훈련 교관에게 집중했다.
“이제 기본적인 사냥을 해볼 차례군. 토끼 5마리를 잡아 가죽을 3개 가져 오도록. 토끼는 마을 밖에 있다.”
훈련용 허수아비를 통해 기본적인 공격 방법을 알게 된 당신. 훈련 교관은 당신이 토끼를 잡아 가죽을 가져오길 바라고 있다. 토끼를 잡아 가죽을 구해와라!
[토끼 : 0 / 5] [토끼 가죽 : 0 / 3]퀘스트 보상 : 토끼 가죽으로 만든 조잡한 가죽 신발
움직이지 않는 허수아비를 잡았다. 이번에는 움직이는 토끼 차례였다.
“예, 알겠습니다.”
[퀘스트 ‘토끼 사냥’을 수락하셨습니다.]수혁은 퀘스트를 수락 후 교관에게 인사한 뒤 훈련소에서 나왔다. 토끼는 훈련 교관의 말대로 마을 밖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골드가 갑자기 사라진 거지?’
마을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생각했다. 퀘스트 ‘토끼 사냥’의 보상은 신발 하나뿐이었다. 골드가 없었다.
‘이제 골드를 안 주는 건가?’
혹시나 퀘스트 보상으로 더 이상 골드를 지급하지 않는 것일까?
‘이러면 안 되는데…….’
도서관 출입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50골드가 필요하다. 거기다 책을 읽으며 먹을 음식 가격까지 생각하면 골드가 상당히 필요하다.
‘그러면 사냥으로 벌어야 되는 건가?’
물론 꼭 퀘스트 보상으로 골드를 얻어야 되는 건 아니었다. 사냥을 통해서 골드를 얻을 수도 있다.
‘에휴.’
생각을 마친 수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허수아비를 파괴해 획득한 보상 ‘토끼 가죽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가죽 갑옷 상의’의 옵션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제한 : 없음
물리 방어력 : 50
‘역시.’
옵션을 확인한 수혁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토끼 가죽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가죽 갑옷 상의’의 아이템 등급은 ‘평범’이었다. 평범은 6단계의 아이템 등급 중 최하였다.
‘그래도 안 입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수혁은 갑옷을 꺼내 착용했다.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입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이었다. 갑옷을 착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마을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 님! 그거 제가 치던 건데요!”
“죄송. 갑자기 튀어 와서.”
마을 밖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토끼를 잡기 위해 수많은 유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토끼보다 유저들의 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엄청 걸리겠는데…….’
토끼 한 마리가 리젠되면 대여섯의 유저들이 달려든다. 이런 상황에서 토끼 다섯 마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자리를 옮겨야겠어.’
수혁은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유저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조금 멀리 가더라도 경쟁이 덜한 곳으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수혁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유저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토끼들의 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유저의 수가 토끼의 수보다 적어진 순간 수혁은 이동을 멈췄다.
이동을 멈춘 수혁은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이동하며 먹던 딱딱한 빵을 마저 섭취한 뒤 검을 꺼내 들었다.
‘저놈으로!’
그리고 가장 가까운 토끼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퍽!
역시나 훈련용 검답게 베이지 않았다. 토끼는 몽둥이에 맞은 듯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많이 찝찝하네.’
쓰러져 바들바들 떠는 토끼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그래픽이 너무 좋아도 문제구나.’
그래픽이 뛰어나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게임일 뿐이다. 과거 다른 가상현실게임을 할 때에도 수많은 토끼를 처치했던 수혁은 바들바들 떨며 일어나려는 토끼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퍽!
토끼가 다시 쓰러졌다.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공격에 움직임을 멈췄다. 그 순간 수혁은 창을 하나 볼 수 있었다. 드랍 된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는 창이었다.
‘오, 가죽!’
드랍 된 아이템은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토끼 가죽이었다. 수혁은 습득 버튼을 눌렀고 인벤토리에 들어온 토끼 가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인벤토리를 닫은 수혁은 다음 토끼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섯 번째 토끼를 잡았을 때.
[레벨 업!]수혁은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했다. 다섯 마리를 잡아 얻은 토끼 가죽은 4장이었다.
‘1장에 얼마일까?’
퀘스트를 완료하고도 1장이 남는다. 수혁은 과연 얼마에 팔릴까 기대하며 인벤토리를 닫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2
경험치 : 1%
생명력 : 600
마나 : 200
포만감 : 65%
힘 : 10
민첩 : 11
체력 : 10
지혜 : 10
보너스 스텟 : 5
보너스 스텟을 찍기 위해서였다.
“체력을 찍는 게 좋겠지?”
수혁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스텟이 체력이었다. 잠시 생각을 한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전부 체력에 투자한 뒤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시바! 스틸하지 말라고!”
“까고 있네, 내가 먼저 쳤거든?”
마을 입구에는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있었고 적은 토끼 수에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다. 수혁은 그대로 유저들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와 훈련소로 향했다.
“잡았습니다.”
훈련소에 도착한 수혁은 훈련 교관에게 말을 걸었다.
“토끼 가죽은?”
수혁의 말에 훈련 교관이 물었다.
‘자동 완료 아니었나?’
훈련 교관의 물음에 수혁은 의아해 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자동 완료라 생각했는데 직접 가죽을 건네야 되는 것 같았다.
“여기 있습니다.”
토끼 가죽 3장을 꺼낸 수혁은 훈련 교관에게 내밀었고 훈련 교관은 당연하다는 듯 가죽을 받아 뒤쪽에 내려놓았다.
[퀘스트 ‘토끼 사냥’을 완료하였습니다.]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상 획득 메시지가 왜 안 나타났지?’
전과 달리 보상 획득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
인벤토리를 확인한 수혁은 당황했다.
‘왜 없어?’
퀘스트 ‘토끼 사냥’의 보상은 신발이었다. 그런데 인벤토리는 토끼 가죽을 꺼냈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보상 획득 메시지가 뜨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여기 있다.”
훈련 교관이 손을 내밀었다. 인벤토리를 보며 당황하던 수혁은 훈련 교관의 손을 보았고 훈련 교관의 손에 들려 있는 신발을 볼 수 있었다. 퀘스트 보상인 ‘토끼 가죽으로 만든 조잡한 가죽 신발’이 분명했다.
“당황스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여태까지 보상이 자동 획득된 것은 배려. 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퀘스트를 준 NPC에게 직접 보상을 받아야 된다.”
어째서 보상 획득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수혁은 알 수 있었다. 여태껏 자동으로 보상이 획득된 것은 처음 플레이하는 이들의 대한 배려였다.
“이 말은.”
아직 훈련 교관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해당 NPC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이지. 어떤 관계냐에 따라 명시된 보상이 강화될 수도 있고 약화할 수도 있다.”
퀘스트 보상은 고정된 게 아니었다. 해당 퀘스트를 준 NPC와의 관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더욱 좋아질 수도 있고 약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알려주셔 감사합니다.”
수혁은 훈련 교관의 말에 답했다. 여태껏 아무런 감정도 표출하지 않았던 훈련 교관이 미소를 지었다.
“잘 이해했군.”
훈련 교관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내밀었던 손을 회수했다.
‘뭐야?’
감사 인사 후 신발을 받으려 했던 수혁은 훈련 교관이 손을 회수하자 당황했다. 그 사이 훈련 교관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검?’
훈련 교관의 손에는 신발이 들려 있지 않았다. 검, 훈련용 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검이 들려 있었다.
“받아.”
수혁의 의아한 표정을 보며 훈련 교관이 말했다. 그리고 수혁은 훈련 교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검을 받았다.
[훈련 교관의 선물용 검을 획득하셨습니다.]검을 받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설마 감사 인사 때문에?’
퀘스트 보상은 분명 신발이었다. 그런데 감사 인사 때문에 보상이 바뀐 것 같았다.
6.
“이제 떠날 시간이다.”
훈련 교관은 수혁이 검을 받자 이어 말했다.
‘떠날 시간?’
수혁은 훈련 교관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토끼 사냥이 마지막 퀘스트였어?’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퀘스트를 더 줄 것 같지 않았다.
“중앙 광장에 있는 코드라를 찾아가라. 네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줄 거다.”
훈련 교관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단, 이곳 시작의 마을 오렌으로 다시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전부 마무리 하고 찾아 가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훈련 교관은 입을 다물었다. 수혁은 훈련 교관의 말이 끝나자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어떻게 하지?’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검을 넣고 훈련소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다시 못 온다는 건…….’
코드라를 통해 대륙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오렌에서 벗어날 경우 다시는 오렌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도서관도 끝이라는 건데.’
오렌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리는 오렌의 도서관 역시 다시는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만약 여기에만 있는 책이 있다면?’
만에 하나 오렌의 도서관에만 존재하는 책이 있다면? 캐릭터 삭제 후 재생성을 하지 않는 이상 영영 읽지 못한다.
‘결국 모아야 되네…….’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여나 돌아올 수 있다면 돈을 모은 뒤 돌아오려고 했다. 그러나 돌아 올 수 없으니 50골드를 모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골드가…….’
50골드를 모으기로 결정한 수혁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골드를 확인했다.
‘33골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