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67
67
제67화
하지만 대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알려 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길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공식 발표를 해야 되나?’
모든 이들의 비웃음을 감당하더라도 공식 발표를 해야 될까?
‘근데 대화에 안 응하면?’
만에 하나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비웃음만 사고 말 것이다.
‘끙…….’
바알은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
생각에 잠겨 있던 바알은 노크 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바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길장님. 수혁이 대화를 하고 싶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난 바알은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나는 길드원이 서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바알은 길드원에게 물었다.
“방금 전 수혁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길드장님에게 대화를 하고 싶다고 전하라고…….”
“대화요?”
길드원의 말에 바알이 반문했다. 대화라니? 그렇지 않아도 수혁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바알이었다.
“네.”
“지금 어디 있어요?”
“하우스 밖에 있습니다.”
* * *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
길드장인 바알의 방.
방에는 두 사내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바로 악마 길드의 길드장 바알과 악마 길드를 몰락의 길로 이끌고 있는 수혁이었다.
“부모님을 죽였으니까요.”
“…….”
수혁의 답에 바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였을 줄이야.’
왜 이런 짓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비록 가상현실이긴 하지만 부모님이 죽었다. 그것도 살해당했다.
그런데 자식된 도리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거기다 가상현실이 아니던가? 현실이라면 여러 제약에 부딪혀 복수를 할 수 없었겠지만 가상현실에서는 아니다.
‘시발.’
물론 이해가 된다고 해서 짜증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짜증을 내색할 수도 없었다. 현재 절대적인 갑은 수혁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궁금한 건 하나예요.”
수혁이 이어 말했다.
“학살을 의뢰한 자.”
“……!”
이어진 수혁의 말에 바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17일이나 학살을 벌인 수혁이 의뢰자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근데…….’
바알은 고민했다.
‘이걸 알려 주면…….’
학살의 의뢰자를 알려 준다?
‘케팜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로켄이 받은 의뢰였지만 바알 역시 의뢰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고독 길드의 길드장 케팜이었다.
고독 길드는 독고 길드에서 나온 이들이 만든 길드였다. 길드의 강함은 악마 길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렇게 능력이 뛰어난 고독 길드에서 악마 길드에게 학살 의뢰를 한 것은 더러운 일이기 때문이지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었다.
만약 이번 일이 알려진다면 길드의 신용은 둘째 치고 케팜 아니, 고독 길드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려 주지 않자니 수혁이 마음에 걸렸다. 고독 길드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해도 망할 정도로 악마 길드를 몰아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다르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오히려 고독 길드보다 수혁이 껄끄러웠다.
“누구예요?”
바알이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수혁이 물었다.
“학살을 의뢰한 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먼저 들어 볼 수 있겠습니까?”
수혁의 물음에 바알이 되물었다.
“의뢰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바알의 물음에 수혁이 답했다.
“만약 제가 감당할 수 없다면…….”
‘고독 길드라면.’
예상대로 학살의 의뢰자가 고독 길드라면?
“잠시 묻어 둘 겁니다.”
‘당장은 참아야지.’
고독 길드는 강하다. 악마 길드와 차원이 다르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 만약 고독 길드가 학살의 의뢰자라면 기회가 올 때까지 잠시 묻어 둘 생각이었다.
“그렇군요.”
바알은 수혁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강하긴 하지만.’
수혁은 강하다.
‘고독 길드에는 안 되지.’
그러나 그 강함이 고독 길드에도 먹힐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고독 길드는 범죄자 수치가 높지 않다. 죽이면 범죄자 수치가 오를 것이고 NPC가 개입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바알이 입을 열었다.
“만약 제가 학살의 의뢰자를 알려드린다면 저희 길드와의 관계는…….”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친 바알은 수혁을 보았다.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뜻은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었다.
“더 이상 제가 찾아오는 일이 없을 겁니다.”
수혁의 답에 바알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망할.’
악마 길드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수혁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짜증났다.
하지만 짜증이 난다고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최선의 상황이었다. 바알은 수혁의 말에 답했다.
“……좋습니다.”
* * *
“뭐? 그렇게 끝냈다고?”
“어.”
하기스의 물음에 바알이 답했다.
“아니, 왜! 우리가 당한 게 있는데! 이렇게 끝내면!”
“안 끝내면?”
“왔을 때 죽였어야지!”
“어떻게 죽이는데? 그리고 죽인다고 그 녀석이 영원히 죽어?”
“…….”
바알의 말에 하기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죽인다면 어느 정도 화를 풀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죽는다고 영원히 죽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가 삭제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죽였다면 수혁은 다시 학살을 시작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 길드는 무너져 버릴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될 건 그 녀석에 대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야.”
수혁에 대한 일은 끝났다. 그러니 수혁에 대해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생각해야 될 것은 바로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수혁같이 정보가 없는 유저가 학살을 벌인다면?
“물론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하지.”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최상위 랭커를 길드로 꼬시든가. 아니면 우리가 최상위 랭커만큼 강해지든가.”
이번 사건은 길드의 그 어떤 자도 수혁을 이길 수 없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즉, 강해지면 해결될 일이었다.
* * *
-연중 : 뭐? 고독 길드? 고독 길드에서 학살을 의뢰한 거라고?
-수혁 : 응.
-연중 : 그 개새끼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
마탑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며 연중과 귓속말을 나누던 수혁은 연중의 반응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수혁 : 왜? 고독 길드랑 뭔 일 있었어?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연중 : 예전에 내가 독고 길드랑 트러블 생겼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냐?
-수혁 : 어, 잘 해결됐다며?
그 때문에 길드 가입이 미뤄지지 않았던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연중 : 그때 그 트러블이 고독 길드 새끼들이랑 생겼던 거야.
-연중 : 그 일 때문에 독고에서 방출된 건데 이 새끼들이 정신 못 차리고 학살을 의뢰해? 미친 새끼들.
-연중 : 어떻게 할 거야?
연중이 물었다.
-수혁 : 음, 모르겠어. 일단 지금은 내 능력이 안 되니까. 참아야겠지.
-연중 : 그 말은 나중에 조진다는 뜻?
-수혁 : 그래야지, 그 새끼들 때문에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됐는데.
부모님을 죽인 건 악마 길드였다. 그러나 고독 길드가 의뢰하지만 않았어도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수혁은 최악의 경험을 선물해 준 근본적 원인인 고독 길드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68.
-연중 : 그러면 그때 나한테 꼭 말해 줘. 도울 수 있을 만큼 도울 테니까. 우리 길드원들도 고독 길드 들이받고 싶어 하거든. 독고 길드만 아니었으면 벌써 들이받았을 정도로. 그러니까 꼭 말해 줘라! 부담 갖지 말고! 그리고 네 길드이기도 하니까!
-수혁 : 알았다.
-연중 : 가입은 언제 할 거냐?
-수혁 : 아무 때나. 이제 걸릴 것도 없으니까.
악마 길드와의 일은 끝났고 고독 길드와의 일은 미루어졌다. 이제 길드 가입을 한다고 해서 문제 될 일이 없었다.
-연중 : 오케이, 그럼 내가 시간 될 때 연락 줄게!
-수혁 : 알았다.
귓속말을 나누며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꺼내며 생각했다.
‘이제 이틀 정도면 다 읽겠네.’
남은 책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일모레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이었다. 책상으로 돌아온 수혁은 책을 펼쳤다.
* * *
“……!”
모니터를 보고 있던 장율은 움찔했다.
‘드디어.’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양주혁을 보았다.
“팀장님!”
“응?”
양주혁이 답했고 장율이 이어 말했다.
“정복했습니다!”
“정복?”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정복이라니? 그런 양주혁의 반문에 장율이 이어 외쳤다.
“마탑 도서관이요!”
* * *
악마 길드와의 일도 끝났고 여행도 없었고 수혁이 할 일은 독서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던 수혁은 하얗게 빛나는 책을 펼치며 생각했다.
‘이제 마지막인가.’
이제 이 책을 읽으면 더 이상 마탑 도서관에는 새로운 책이 없다. 지금 펼친 책이 마탑 도서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책인 것이다.
.
.
.
녀석의 봉인이 풀리는 날 세상은 다시 암흑으로 물들 것이다.
얼마 뒤, 책의 마지막을 읽은 수혁은 책을 덮었다. 하얀 빛이 사라졌고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혜 상승 메시지는 아니었다.
[마탑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마탑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을 두 곳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를 획득합니다.]“응?”
메시지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을 좋아하는 자?’
이미 칭호 ‘오렌의 도서관 정복자’를 가지고 있는 수혁이었기에 ‘마탑 도서관 정복자’는 예상했다.
‘칭호를 하나 더 줄 줄이야.’
그런데 칭호를 하나 더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02
경험치 : 62%
생명력 : 56200
마나 : 63800
포만감 : 84%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190 (+10)
‘지혜를 올려주는 칭호인가?’
지혜가 올라 있었다. 변동된 스텟을 확인한 수혁은 이어 칭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방금 전 획득한 두 칭호를 확인했다.
-마탑 도서관 정복자 (지혜 +100)
먼저 시야에 들어 온 것은 ‘마탑 도서관 정복자’였다.
‘100이나?’
마탑 도서관 정복자는 오렌의 도서관 정복자와 마찬가지로 지혜를 올려주는 칭호였다. 다만 도서관의 크기가 차이 나서 그런 것인지 올려주는 지혜의 양이 차원이 달랐다. 수혁은 이어 두 번째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를 확인했다.
-책을 좋아하는 자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 추가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