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72
72
제72화
72.
* * *
수혁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퀘스트를 보았다.
카매인 산맥 근처에 있는 마을 토리아. 최근 카매인 산맥에서 오크들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토리아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조사 결과 토리아 마을을 습격한 오크들은 해빅 오크였다. 해빅 오크 부락을 섬멸해 오크의 수를 줄여라!
[해빅 오크 : 1 / 500] [해빅 오크 족장 카라쉬 : 0 / 1] [남은 시간 : 7일]퀘스트 보상 : 1000골드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혁은 0에서 1이 된 조건을 보다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목책이 있었다. 투박했던 태양 오크 부락과 달리 매우 촘촘히 만들어진 목책이었다.
물론 목책의 수준이 높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입구가 바로 앞에 있었다. 닫혀 있는 것도 아니고 활짝 열려 있었다. 목책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목책을 바라보던 수혁은 해빅 오크 부락으로 들어갔다.
“파이어 스톰.”
부락에 들어가자마자 수혁은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거대한 불의 회오리가 나타나 부락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수혁은 퀘스트를 보았다. 1이었던 첫 번째 조건이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취익!
-취이익!!
수혁은 고통스런 포효와 함께 쓰러지는 오크들을 보며 생각했다.
‘보스는 언제 나타나려나.’
퀘스트 완료는 해빅 오크만 죽여서 되는 게 아니다. 이곳의 보스인 족장 카라쉬도 잡아야 했다.
-취익! 침입자!!!
바로 그때였다.
뒤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 [해빅 오크 부족의 족장, 카라쉬가 등장합니다.]보스 몬스터 카라쉬의 등장이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입구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 카라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포이즌 스톰.”
[유저 ‘로아’를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로아’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합니다.]포이즌 스톰을 사용하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
그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파이어 스톰과 달리 포이즌 스톰의 범위는 넓지 않다. 숙련도 레벨도 그렇고 원래 그 크기가 작다. 그래서 확신 할 수 있었다. 포이즌 스톰 범위 안에는 카라쉬밖에 없었다.
‘버그는 아닐 테고.’
버그는 아니다. 메시지가 나타난 걸 보면 분명 공격한 것이다.
‘딱 맞춰 접속한 건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접속이었다.
‘아니야, 접속할 때 나타나는 이펙트가 없었잖아.’
하지만 반짝임이 없었다. 접속은 아니었다.
‘거기다 이런 데서 누가 로그아웃을 해.’
거기다 이곳은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차고 넘치는 오크 부락이었다. 이런 곳에서 로그아웃을 할 유저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 은신인가?’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은신이었다. 접속과 달리 은신은 일리가 있었다.
[해빅 오크 부족의 족장, 카라쉬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10분간 해빅 오크들이 공포에 빠집니다.] [10분간 해빅 오크들의 방어력이 200% 상승합니다.] [10분간 해빅 오크들이 공격하지 않습니다.]그렇게 수혁이 로아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카라쉬가 쓰러졌다. 수혁은 드랍 창을 보고 로아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카라쉬가 드랍 한 장비 아이템 때문이었다.
-바람 오크의 망토
‘망토?’
망토가 드랍 되었다. 쉽게 드랍 되지 않는 아이템 중 하나가 망토였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된 아이템을 전부 습득했다. 그리고 이어 망토의 정보를 확인했다.
제한 : 없음
물리 방어력 : 100
공격 시 10% 확률로 모든 속도 +20%
“……!”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놀랐다. 잘 나오지 않는다고 옵션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옵션 좋은 망토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망토는 뛰어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하기야 권장 레벨이 100이 넘는 사냥터의 보스 몬스터였다. 이 정도 옵션을 가지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수혁은 망토를 착용한 뒤 퀘스트를 확인했다.
‘427마리라…….’
카라쉬를 잡아 두 번째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아직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니 곧 완료가 될 것이다. 수혁은 파이어 스톰에 죽어가는 오크들을 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서서히 근처 오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포이즌 스톰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죽었으려나?’
바로 로아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공격했다는 메시지만 나타났을 뿐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포이즌 스톰에 시야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았다면 도망쳤겠지.’
만약 살았다면 포이즌 스톰 안에는 시체가 없을 것이다.
‘이건 카라쉬고.’
포이즌 스톰이 움직이며 카라쉬의 시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수혁이 찾는 건 카라쉬의 시체가 아니었다. 수혁은 주변을 확인했다.
‘……!’
그리고 곧 시체 하나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오크가 아닌 인간의 시체였다. 시체의 주인은 로아가 분명했다. 수혁은 로아의 얼굴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악마 길드는 아니고.’
로아의 얼굴을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길드 마크를 확인했다. 혹시나 악마 길드가 아닐까 했는데 악마 길드의 마크가 아니었다.
길드 마크를 확인한 수혁은 다시 고개를 내려 로아의 시체를 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왜 나타난 거야?’
로아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모든 건 다 추측이다.
‘짜증나게.’
솔직히 수혁은 로아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 방법에는 관심이 없다. 은신이든 접속이든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범죄자 수치가 오른 것이 짜증 날 뿐이었다.
물론 범죄자 수치가 올랐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NPC를 죽인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유저는 한 명 죽였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뭐가 드랍 됐으려나.’
로아의 시체를 잠시 바라보던 수혁은 로아의 시체를 뒤집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잡템이려나?’
악마 길드원들을 수많이 죽였지만 장비 아이템이 드랍 된 적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대부분이 잡템을 드랍했다. 로아도 잡템을 드랍 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스크롤?’
그리고 로아의 시체를 뒤집은 수혁은 스크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나마 낫네.’
어떤 스크롤인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일단 웬만한 잡템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수혁은 스크롤을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하드락 지하 비밀 지도를 습득하셨습니다.]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습득 메시지를 통해 스크롤의 아이템명을 확인한 순간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밀 지도?’
스크롤은 보통 스크롤이 아니었다. 지도였다. 그것도 비밀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며 현재 수혁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하드락의 지하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바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하드락 지하 비밀 지도다. 이 지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용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이템 정보는 짧지만 섬뜩했다.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 상단에는 ‘하드락 지하 수로’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고 빨간 점들이 여러 개 표시되어 있었다.
‘보통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비밀 지도의 등급은 영웅이었다. 거기다가 정보에는 수많은 용병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쓰여 있었다. 보통 장소는 아닐 것이었다.
‘가 볼까?’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아니야, 일단은.’
그러나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서관부터.’
궁금하기는 했지만 도서관이 더 중요했다. 수혁은 지도를 넣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어느덧 500마리가 채워져 있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부락 내부를 둘러보았다. 더 이상 오크들도 보이지 않았다. 확인을 눌러 드랍 된 아이템을 모조리 습득한 수혁은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 * *
“…….”
캡슐에서 나온 김영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영춘은 방금 전 판게아에서 자신을 죽인 사내의 이름을 떠올렸다.
‘수혁…….’
메시지에 나타난 사내의 이름은 수혁이었다.
‘설마 그 수혁?’
김영춘은 수혁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니, 현재 하드락을 거점으로 삼은 유저 중 수혁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악마사냥꾼 수혁이란 말이야?’
캡슐에서 나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김영춘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혁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제목 : 미친, 수혁 개쩐다! 악마 길듴ㅋㅋㅋㅋ [27]
제목 : 수혁 불, 독 더블 법사임? [3]
제목 : 수혁 몇 렙이길래 독 마법이 그리 쎔? [5]
.
.
.
검색을 하자 수많은 글들이 나타났다.
‘분명 독 마법이랑 불 마법이었어.’
글들을 보며 김영춘은 확신했다.
‘대박. 악마사냥꾼이었다니!’
방금 전까지 뒤를 밟던 수혁은 악마사냥꾼수혁이 분명했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었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혁이었다. 그런데 김영춘은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접근을 해 볼까?’
자연스레 접근을 해서 친분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아니지, 내 아이디를 알 텐데.’
하지만 이내 김영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체도 봤을 테고.’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아마도 시체를 확인했을 것이다. 즉, 수혁 역시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일단 길마한테 말을 해 줘야겠지.’
코마 길드의 길드장인 카미안 역시 수혁에 대한 관심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지금 겪은 이 상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카미안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됐다.
‘얼마나 주려나?’
정확히는 카미안의 반응보다 얼마나 골드를 줄지가 기대됐다.
스윽
수혁에 대한 글을 더 찾아보던 김영춘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24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냐.’
사망 페널티로 접속을 못 하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김영춘은 사망 페널티가 끝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그동안 밀렸던 집안일을 시작했다.
* * *
다음 날.
-삐리리링!
알람이 울렸고 대기를 하고 있던 김영춘은 곧장 판게아에 접속했다.
‘일단 스텟은…….’
접속 후 로아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떨어진 스텟이었다.
‘지혜라. 다행이네.’
가장 쓸모없는 스텟인 지혜가 하락해 있었다. 떨어진 스텟을 확인한 로아는 이어 인벤토리를 열었다. 떨어트린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인벤토리를 연 로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로아는 당황스런 눈빛으로 인벤토리를 바라보았다.
‘왜…….’
인벤토리 첫 칸이 텅 비어 있었다.
‘이게 왜…….’
현재 로아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가치가 높은 아이템.
‘미친, 하필!’
드랍 되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아이템이 드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