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73
73
제73화
73.
‘아, 왜!’
도대체 왜 그 많고 많은 아이템 중에서 그것이 드랍 된 것일까?
“응? 왜 여기 있어?”
바로 그때였다.
“설마 죽었어?”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로아는 뒤로 돌아섰다.
“응? 길마는 왜 여기 있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코마 길드의 길드 마스터 카미안이었다.
“그냥 오랜만에 하우스 좀 둘러보는 중이였지.”
“아…….”
“근데 왜 여기서 접속한 거야? 진짜 죽은 거야?”
카미안이 재차 물었다.
“네, 죽었어요.”
“어쩌다가?”
“그게…….”
로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며 고민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될까?
“일단 좋은 소식 하나랑 나쁜 소식 하나가 있어요.”
생각을 마친 로아가 카미안에게 말했다.
“……?”
카미안은 로아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죽었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어떤 소식부터 들으실래요?”
“음…….”
로아의 물음에 카미안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나쁜 소식부터 듣는 게 낫겠지.’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것보다 차라리 나빠졌다가 좋아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카미안은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나쁜 소식부터.”
카미안의 말에 로아가 입을 열었다.
“죽으면서 지도를 드랍했어요.”
“……지도?”
그리고 로아의 답에 카미안은 반문했다.
“설마 그 지도?”
“네…….”
“…….”
카미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로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린 카미안이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들어가 봐서 알잖아. 지도가 있어도 크게 도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필요 없다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죄송함다.”
“아냐, 됐어. 근데 왜 죽은 거야? 설마 악마 길드 새끼들한테 PK당한거야?”
“예, PK 당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미행하다가 범위 마법에 휘말려서 죽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미행? 누굴?”
“그게 바로 좋은 소식입니다.”
카미안의 물음에 로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수혁 님을 찾았습니다.”
“수혁 님? 설마 내가 아는 그 수혁 님?”
“네, 길마님이 그토록 찾고 있던 악마사냥꾼 수혁 님이요. 얼굴까지 확실히 알아냈습니다.”
“……!”
로아의 답에 카미안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다른 곳에서는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드락에서 만큼은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유명한 이가 수혁이었다.
“절 죽인 게 수혁 님이에요.”
“뭐?”
“싹수 보이는 분이 계셔서 몰래 따라갔었거든요. 실력도 볼 겸. 그런데 범위 마법에 죽어 버렸어요. 그리고 지도가 드랍 됐구요.”
“…….”
카미안은 입을 다문 채 생각했다.
‘수혁 님을 찾은 건 좋은 일인데…….’
코마 길드는 악마 길드에 당한 게 많았다. 그래서 수혁이 악마 길드를 학살할 때 팬이 되어 버렸다. 그 뒤로 카미안은 수혁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서였다.
‘불쾌해하실 수도 있겠는데…….’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수혁이 코마 길드를 어떻게 생각하냐였다. 별생각이 없을 수도 있지만 미행을 당한 것에 불쾌해할 수도 있다. 물론 로아가 수혁에게 죽기는 했다. 하지만 로아의 죽음은 합당한 죽음이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 될지.’
수혁을 찾기는 했지만 이걸 좋다고 해야 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런 카미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아가 이어 말했다.
“아마 지도는 수혁 님이 가지고 계실 겁니다.”
로아에게 메시지가 나타난 것처럼 수혁에게도 역시 메시지가 나타났을 것이다. 분명 시체를 확인했을 것이고 드랍 된 지도를 챙겼을 것이다.
“그리고 사무소에서 대기하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용병 사무소?”
“네, 어제 사무소에서 만났거든요.”
“……가자.”
카미안이 말했다.
“지금요?”
“어.”
로아의 반문에 카미안은 뒤로 돌아서며 이어 말했다.
“미행한 것에 대한 사죄도 하고 지도는 깔끔하게 포기하자. 아니, 오히려 지도를 가지고 계신다면 잘된 거지. 얼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 * *
[퀘스트 ‘트윈 헤드 오우거, 소문의 진실은’을 완료하였습니다.] [승급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승급 의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C등급이네.’
승급 자격을 갖추었다. 이제 승급 의뢰를 받아 완료하면 C등급이 될 수 있다.
‘이런 속도면 금방 A 달겠는데?’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들 중 가장 빨리 A등급을 달성한 이가 한 달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빨리 A등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B등급은 힘들겠지?’
C등급이 된 것도 아니고 이제 승급 의뢰를 받을 차례였다. C등급이 된 후 승급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의뢰를 완료해야 된다.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수혁은 적어도 10개는 완료해야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수혁이 빨리 의뢰를 완료하고 있다고 하지만 10개는 불가능했다. 이동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NPC가 보상 상자를 가져오자 생각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용병패와 보상 상자를 받은 뒤 수혁은 1층으로 내려가며 다시 생각했다.
‘그래도 이런 미친 속도면 가능할 수도 있어.’
F등급에서 D등급까지 하루 만에 달성했다. 보통 10일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늘 B등급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음?’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1층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저 사람은 어제 그 사람이 아닌가?’
전방에 눈에 익은 사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맞는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죽였던 사내. 혹시나 훗날 무슨 문제가 생길까 얼굴을 꼼꼼히 확인한 수혁이었다. 전방의 사내는 분명 로아였다.
바로 그때였다.
“……!”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로아와 눈이 마주쳤다. 수혁은 로아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어찌됐든 PK는 PK였다. 거기다 영웅 등급의 지도까지 뺏긴 로아였다.
“……?”
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주시하고 있던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마주친 로아가 고개를 숙여 공손한 느낌으로 인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한테 한 건가?’
혹시나 주변의 다른 이에게 인사를 한 게 아닐까 싶어 수혁은 주변을 확인했지만 주변에 멈춰 서 있는 유저는 없었다.
‘왜?’
PK를 당한 로아가 왜 저런 공손한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수혁의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또 누구지?’
로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로아의 옆에는 사내가 하나 있었다. 길드 마크가 똑같이 생긴걸 보니 길드원이 분명했다.
‘무슨 이야길 하는 거지?’
사내와 로아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대화 내용이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혁은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로아와 사내를 보고 대화 주제가 자신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설마 복수하려는 건가?’
혹시 복수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근데 방금 전 그 인사는…….’
그러나 복수라고 하기에는 방금 전 로아의 공손한 인사가 마음에 걸렸다. 복수라면 그런 인사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저벅저벅
이내 대화가 끝났는지 사내와 로아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다가오는 로아와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일단 여기서 공격을 하지는 않겠지.’
용병 사무소 안에서 공격을?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수혁이 범죄자 수치가 올랐다고 하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수혁은 로아와 사내를 경계했다. 그리고 이내 로아와 사내가 수혁의 앞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수혁의 앞에 도착한 사내가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코마 길드의 길드장 카미안이라고 합니다.”
사내의 정체는 길드장이었다.
“잠시 시간 되시는지요.”
카미안이 말했다.
‘뭔가…….’
수혁은 카미안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데?’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카미안의 분위기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악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수혁이 말끝을 흐리며 카미안에게 물었다.
“사죄를 드리고 싶습니다.”
“네?”
그리고 이어진 카미안의 답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사죄?’
사죄라니? 예상치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로아, 이 친구가 미행을 한 건 결코 나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아…….”
수혁은 카미안의 말에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미행이었구나.’
어째서 그곳에 로아가 있던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근데 사과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리고 이어 든 생각에 수혁은 카미안을 보았다. 설마 사죄를 하기 위해 용병 사무소에 온 것일까?
‘아니겠지, 내가 언제 올 줄 알고.’
하지만 수혁이 언제 올 줄 알고 온단 말인가? 말이 안 된다. 한 길드의 길드장이 그렇게 한가할 리 없다.
“그리고…….”
카미안이 이어 말했다.
“팬입니다.”
“……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다시 한 번 반문했다.
‘팬?’
생각지도 못한 단어였다.
‘이게 무슨.’
수혁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카미안을 쳐다보았다. 카미안은 전보다 더 초롱초롱해진 눈빛을 짓고 있었다.
“악마 길드의 일, 정말 통쾌했습니다.”
카미안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 그 일요…….”
“네, 저희 길드도 당한 게 있었는데 덕분에 가슴이 뻥! 후련해졌습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지 카미안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혹시…….”
카미안은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친구 추가 가능할까요?”
* * *
“에이, 거짓말이죠?”
로아가 물었다. 카미안은 로아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진짜야. 진짜 110레벨이셔.”
현재 카미안과 로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제.
“악마 길드 애들을 학살하고 다녔는데 레벨이 그것밖에 안 된다구요?”
그것은 바로 수혁의 레벨이었다.
“아무리 더블 마법사라고 해도 110레벨은 말이 안 되는데…….”
악마 길드를 학살하고 다닌 수혁이었다. 악마 길드원들이 50도 안 되는 저레벨이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악마 길드원들의 레벨은 180~250이었다. 그런데 110레벨이라니? 더블 마법사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 근데 포이즌 스톰 배우려면 110레벨 넘어야 되지 않아요?”
문득 든 생각에 로아가 말했다. 포이즌 스톰을 사용했다. 그런데 로아가 알기로 포이즌 스톰은 110레벨에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나도 그게 의문이야. 진짜 포이즌 스톰 봤어?”
“네! 제가 포이즌 스톰에 죽었다니까요. 진짜 110레벨이에요?”
“어, 진짜 110레벨.”
“허…….”
카미안의 답에 로아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수혁 님이라고 해도 지하 수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하드락의 지하 수로. 그곳의 몬스터들은 정말 강했다. 코마 길드의 정예들이 들어갔음에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전부 사망했을 정도였다. 카미안은 수혁이 지도를 가지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혁의 레벨이 110레벨이었다. 아무리 악마 길드를 가지고 놀았다지만 지하 수로에서도 그 힘이 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