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74
74
제74화
“아니, 수혁 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솔직히 레벨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로아의 말에 카미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레벨이 중요한 판게아지만 어떻게 보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시간제한이 없으면 모를까 50일 남았어. 그 사이에 우리가 완료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드락의 지하 수로를 공략해야 되는 이유, 그것은 바로 퀘스트 때문이었다. 그것도 보통 퀘스트가 아닌 S등급 길드에게 주어지는 특수 퀘스트였다.
거기다 시간제한도 있었다. 오늘을 기준으로 50일이 남은 상황. 그 사이에 레벨을 올린다고 해도 공략은 불가능했다.
“지금 걱정해야 될 건 그게 아니야.”
무엇보다 지금 걱정해야 될 점은 수혁의 힘이 지하 수로에 통하냐 안 통하냐가 아니었다.
“수혁 님이 안 도와주실 수도 있잖아.”
수혁이 도와준다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수혁의 의중이었다.
“그건 그렇죠. 그러면 언제 물어보실 건데요?”
로아가 물었다.
“음…….”
카미안은 로아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여쭤봐야겠다.”
74.
“지금요?”
“응. 거기다 지도도 가지고 계시니까.”
카미안은 로아의 반문에 답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보내야 될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을까?
‘그래.’
생각을 마친 카미안은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카미안 : 수혁 님!
-수혁 :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에게 답이 왔고 카미안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 *
하드락의 3대 상단 중 하나인 코파인 상단. 코파인 상단의 1조장 로미안은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다. 하지만 남들에게 쉽게 말해 줄 수 없는 고민이다. 로미안을 만나 고민을 해결하라!
[로미안의 의뢰 확인서 : 0 / 1]퀘스트 보상 : 2500골드, 로미안의 추천서
코파인 상단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생각했다.
‘시간만 오래 안 걸리는 고민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퀘스트 ‘로미안의 부탁’은 승급 퀘스트였다.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는 고민 퀘스트. 원래 수혁은 이런 고민 퀘스트를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승급 의뢰 목록에는 고민 퀘스트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로미안의 부탁’을 받은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카미안 : 수혁 님!
카미안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네.
수혁은 카미안에게 답을 보낸 뒤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미안에게서 다시 귓속말이 왔다.
-카미안 :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수혁 : 제안이요?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분명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제안이라니?
-카미안 : 네.
-수혁 : 말씀하세요.
-카미안 : 용병 사무소에서 지하 수로와 관련해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개인 퀘스트는 아니고 길드 퀘스트로요.
‘지하 수로라면…….’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4번째 줄 첫 번째 칸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템 ‘하드락 지하 비밀 지도’를 보았다. 지도에는 하드락의 지하 수로가 그려져 있다.
‘지도를 달라는 건가?’
혹시나 지도를 달라는 말일까?
‘아니지, 지도를 가지고 있으라 했잖아.’
카미안과 대화를 하며 수혁은 지도를 돌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도를 돌려주겠다고.
그런데 카미안이 받지 않겠다고 거절을 했다. 지금 이야기를 꺼낸 건 지도를 돌려받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카미안 : 근데 난이도가 어려워 공략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긴 한데 아무리 준비를 해도 시간 내에 완료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혁 님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아 이렇게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이어진 카미안의 말에 수혁은 알 수 있었다. 카미안의 제안이 무엇인지. 카미안의 제안은 바로 지하 수로 공략의 도움이었다.
-수혁 : 죄송합니다.
수혁은 카미안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혁 : 제가 지금 당장 해야 될 일이 있어서.
A등급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퀘스트를 완료할 생각이었다. 물론 연중이 이런 제안을 했더라면 퀘스트를 미루고 제안을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카미안과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카미안 : 아, 그렇군요.
-수혁 : 죄송합니다.
-카미안 : 아닙니다! 오히려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스러우셨을 텐데 제가 죄송하죠.
-카미안 : 혹시나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연락 주세요!
-수혁 : 넵.
-카미안 : 즐판 하세요!
-수혁 : 즐판!
그렇게 카미안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곧 목적지 코파인 상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코파인 상단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내는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고 수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로미안 님을 뵈러 왔는데요.”
“1조장님 말씀이십니까?”
“네, 용병 사무소에서 왔다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저기 응접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수혁은 사내와의 대화를 마치고 응접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상단이라 그런지 많은 이들이 응접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끼이익
얼마 뒤 문이 열리고 수혁과 대화를 나누었던 사내와 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내는 곧장 수혁이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로미안입니다.”
예상대로 다가온 사내는 로미안이었다.
“용병 사무소에서 오셨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로미안의 물음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용병 사무소에서 받은 인증서를 꺼내 보여주며 답했다.
“네, 여기.”
“아, 맞으시군요.”
인증서를 확인한 로미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제 방으로 가실까요? 이곳에서 말씀 드리기에는 조금 그런 내용이라…….”
“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로미안의 뒤를 따라 응접실에서 나와 로미안의 방으로 향했다.
“제가 부탁드릴 건 2가지입니다.”
방에 도착과 동시에 로미안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2가지?’
수혁은 순간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승급 퀘스트 ‘로미안의 부탁’에는 1가지라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이것.”
로미안이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이것을 카매인 산맥 1봉우리에 케탄이란 자가 있습니다. 그 자에게 전해주세요.”
카매인 산맥 1봉우리, 그곳에는 놀랍게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케탄에게 두루마리를 전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가 나타났고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아, 짜증나게.’
수혁이 수많은 의뢰 중 ‘로미안의 부탁’을 받은 이유는 고민이 1가지라 확실히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소하면 3일이잖아.’
하지만 이미 퀘스트를 받은 수혁이었다. 퀘스트를 취소한다면 페널티로 3일간 용병 사무소에서 의뢰를 받을 수 없다. 즉, 어쩔 수 없이 2가지를 해결해야 되는 것이다.
‘3일 이상 걸리는 일이면 그냥 취소해야지.’
물론 로미안의 2가지 일이 3일 이내에 끝날 경우다. 3일 이상 걸릴 일이라면 수혁은 취소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두 번째는.”
답을 하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로미안이 이어 말했다.
“케탄의 집에 붉은 구슬이 있을 겁니다. 그걸 가져와 주세요. 케탄에게 말하면 상자에 담아 줄 겁니다.”
케탄의 집에는 붉은 구슬이 있다. 그 붉은 구슬을 상자에 담아 가져와라!
퀘스트 보상 : 로미안의 의뢰 확인서
‘한 가지나 마찬가지네.’
퀘스트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두 가지라고 해서 순간 짜증이 났는데 한 가지나 마찬가지인 퀘스트였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답을 하며 로미안이 내민 두루마리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퀘스트 ‘로미안의 두 번째 부탁’을 수락하셨습니다.] [로미안의 편지를 습득하셨습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로미안에게 물었다.
“근데 집이 1봉우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1봉우리에 살고 있다는 케탄. 그러나 1봉우리는 결코 작지 않다. 넓다. 무작정 돌아다닌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1봉우리 중앙에 거대한 붉은 나무가 있습니다. 붉은 나무를 기준으로 동남쪽 1km 정도에 집이 있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답을 들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카매인 산맥이 며칠 걸리는 오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하드락 근처였다. 오늘 내로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로미안에게 인사하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동쪽 성문으로 향했다.
* * *
“…….”
케탄은 아무런 말없이 책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아악
책상의 위, 그곳에는 기묘한 빛을 뿜어내는 붉은 구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붉은 구슬을 말없이 바라보던 케탄이 이내 입을 열었다.
“이게 열쇠일 줄이야.”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생각은 했었다. 구슬을 얻은 장소도 그렇고 바라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 때문에.
“끙…….”
하지만 ‘그곳’의 열쇠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로미안은 이걸 어떻게 하려는 건지.”
가지고 있기에는 벅찬 물건이었다. 구슬에 대한 정보가 퍼진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로미안은 이 구슬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케탄은 노크 소리에 움찔했다. 그리고 놀람과 당황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문을 보며 생각했다.
‘누구지?’
현재 케탄이 있는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노크를 한 것을 보니 사람이 분명했다. 로미안은 아니었다. 로미안이라면 노크만 할 리 없다.
“안 계세요?”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없나 본데?”
‘둘?’
방문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둘이었다.
“어떻게 할까?”
“어차피 이 집 주인을 만나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
“그럼 걍 부수고?”
“그러는 게 낫지 않을까? 완전히 박살내지는 말고 문만. 안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어서 들려오는 방문자들의 대화에 케탄은 책상 위의 붉은 구슬을 보았다. 두 방문자의 목적은 붉은 구슬 같았다.
아무래도 구슬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것 같았다. 케탄은 재빨리 붉은 구슬을 집었다. 그리고 왼쪽 벽에 만들어둔 비밀 공간을 열어 붉은 구슬을 숨겼다.
쾅!
구슬을 숨기고 공간을 닫은 그 순간 폭음과 함께 문이 박살났다. 혹시나 비밀 공간 근처에 있다가 비밀 공간이 들킬 수 있다고 생각한 케탄은 슬금슬금 옆으로 걸음을 옮겨 비밀 공간에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