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8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83화
121. 출세했구나!
아카데미 경비병이 도착해 니콜라의 신병을 인도받았다.
니콜라는 허망한 표정으로 손이 포박당한 채 수도 거리를 걷는 신세가 됐다.
아마 임시 구금되었다가 재판을 받은 후 처분이 결정될 것이다.
그 모습에 추호의 동정심도 들지 않는다.
발명가로서 지닌 열망은 이해하지만, 차라리 큰누나 말대로 먼저 물어봤으면 좀 더 나은 결과이지 않았을까.
여기에 하나 더.
“잡았습니다! 아카데미 작업자 표식이 있는 게 확인됐습니다!”
연구실에 침입했던 두 놈도 잡았다.
어니스트의 추적 덕이다.
놈들은 멍청하게도 성공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곧바로 술을 마시러 갔고, 덕분에 아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이걸로 갑작스레 벌어진 도난 사건은 해결.
“덕분에 살았네. 사실, 연구 노트도 노트지만 이번 기회로 내 발명품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이전까지는 못 봤어?”
“있어도 엄두를 못 냈지. 아카데미잖아. 그리고 내가 보안을 잘 깔아 놓기도 했고.”
큰누나는 그러면서 미간을 좁혔다.
“근데 이번엔 뚫렸단 말이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든다는 목소리에 나는 큰누나를 위로했다.
“몇 초 안 돼서 다시 복구됐잖아?”
큰누나는 격하게 반응했다.
“그 몇 초가 중요한 거야, 그것도 아주, 아주. 몇 초 사이에 노트가 털렸으니까. 침입자들 실력이 더 좋았으면 더 털렸을 거라고.”
하지만 이내 나오는 한숨.
“그런데,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봐도 결론이 안 나오더라고. 도대체 어떻게 보안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한 건지. 내 기준으로는 완벽했거든?”
“으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그럼 물어보는 건 어때? 저기, 니콜라한테.”
“니콜라한테?”
“응. 본인한테 묻는 게 제일 빠르지 않을까.”
“……알려줄까?”
물론 알려 줄지 말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렇게 골머리 앓는 것보다야 훨씬 빠른 방법이다.
“모르지. 물어보지 않고서는. 누나도 그렇게 이야기했잖아?”
“그것도 그러네…….”
차라리 물어봤으면 알려 줬을지도 모른다.
큰누나가 했던 말이다.
“좋아. 물어봐야겠어.”
“잘 생각했어.”
“막내 덕에 하나 확실하게 새겼네. 탐이 나면 차라리 먼저 물어보라.”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모르면 차라리 물어보라.
나쁘지 않은 격언이다.
지레짐작해서 일을 터뜨릴 바에야, 차라리 이게 낫다.
거절당할 게 두려워 묻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거든.
“구금 확인되면 그때 찾아가야겠어. 뭐라도 제시해 봐야지. 어차피 처벌은 받을 테니까, 감형이라도 하는 식으로.”
피해자의 탄원이면 꽤 잘 먹혀들어 갈 것이다. 자발적인 탄원이니 문제가 될 것도 없고.
큰누나는 이미 연구 노트를 도둑맞은 건 까맣게 잊은 채 ‘호기심’에만 집중하는 발명가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여튼 우리 가족들은 하나씩 다 저런 면이 있다니까.
“데인!”
이런 가운데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훌륭하게 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니스트였다.
“앗, 안녕하세요! 누나!”
그리고 어니스트는 이제 꽤 반갑게 큰누나에게도 인사했다. 처음엔 눈도 못 마주치더니.
“오, 어니스트네? 큰일 해 줬다면서?”
“헤헤. 데인이 알려 준 대로 한 것뿐인데요 뭘.”
내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어니스트 아니었으면 아마 못 잡았을 거야. 아카데미 밖으로 나갔는데도 상대가 눈치 못 채게 잘 따라붙더라고.”
“그으래?”
큰누나가 씩 웃으며 어니스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누나가 나중에 선물 줘야겠다. 덕분에 연구 노트도 되찾았으니까.”
덕분에 어니스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여튼 숫기 없는 녀석.
“뭐 필요한 건 없고? 탐험 도구도 만들어 줄 수 있고, 필요하면 아는 장인한테 부탁해서 무기도 제작해 주고. 참, 데인 말로는 활 연습한다면서?”
“네, 네에! 맞아요.”
“그럼 활이 좋겠다. 기대하고 있어, 알았지?”
“네, 넵!”
어니스트는 부끄러움과 신남 속에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식, 그래도 데마라스에 이어 이번에도 아주 잘 해줬다.
이 정도면 탐사학부에서도 공부 엄청 잘하겠는데?
“사실 이번 기말고사 망해서 어쩌나 싶었는데…… 인정받으니까 아무래도 좋은 것 같아!”
“…….”
시험공부는 영 아닌 모양이다.
여하튼 뭐.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후아, 이제 좀 쉬겠다. 데인, 난 기숙사로 바로 갈게!”
“나도 그래야겠다.”
그리고 난 드디어 바라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나 싶었는데-
-어이, 데인! 북부에는 잘 다녀왔냐?
마침 델워드에게 연락이 왔다.
-나 이제 곧 수도 도착한다. 아카데미로 바로 가면 되나?
아무래도 쉬는 건 포기해야겠다.
이래저래 쉴 틈이 아예 안 날 것 같거든.
그래도 뭐…….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얼굴일 테니까.
“작은오빠가 온다고? 지금?”
예상대로였다.
레일라는 내 말을 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져선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근데 그걸 내가 아니라 너한테 연락해서 알렸다고……?”
공교롭게도 레일라는 그때 마침 자신의 검을 챙기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연락할까.
오늘 말고 내일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 * *
델워드는 아마 레일라에게 일종의 부채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유일한 동생을 몇 년 동안 혼자 둔 채 집을 나가 있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거기에 대한 이유는 충분하다.
아픈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함이었고, 심지어 그걸 위해 적국에 잠입하기까지 했으니까.
다만 그렇다고 그걸 온전히 이해하고 감내하기엔 레일라는 너무 어리며-
“내가! 연락하라고! 했지! 올 때! 꼭!”
“미, 미안하다, 레일라.”
“내가 못 살아!”
“진짜 미안해…….”
어머니 못지않게 작은오빠 역시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고로 둘의 모습에 난 어떤 쪽의 편도 들고 싶지 않았다.
사실 레일라가 너무 살벌해서 슬쩍 뒤로 빠져 있던 것도 있지만 말이다.
하여튼 델워드를 만난 레일라의 타박은 거의 10분 넘게 이어졌고, 그러다 문득 한숨을 쉰 후에야 끝이 났다.
“……다친 데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다쳐서 왔으면 때렸을 거야!”
“다, 다친 사람을 때리다니 너무하다…….”
“그럼 속상한데 어쩌라고!”
델워드는 아마 사서 매를 버는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레일라가 진정된 후 우리는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록신나의 눈물’만 남았어. 그것만 구하면 다 끝나는 거야.”
델워드는 눈을 반짝이며 그간 모은 재료들을 쭉 늘어놓았다.
내가 연금 쪽에 대단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나같이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맞다.
“구하느라 하나같이 고생 좀 했지만, 그래도 이제 딱 하나면 돼.”
록신나의 눈물.
하바로스크 산맥 어딘가에 있다던 결정체.
그것만 있으면 레일라는 이제 별다른 걱정 없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델워드도, 테르미온 공작도, 그리고…… 병을 앓고 있는 공작부인도.
“꼭 성공시켜야겠네요.”
내 말에 델워드가 힘 있게 주억거렸다.
“당연하지. 이제 이것만 구해서 내가 아는 연금술사한테 가면 돼.”
“아는 연금술사요?”
“응. 이걸 조합해 줄 사람.”
기껏 구한 재료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게 좀 불안하긴 하다만, 내가 함부로 말할 부분은 아니겠지.
“록신나의 눈물은 세상 모든 저주를 치유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것만 얻으면 돼.”
이제는 무서울 정도로 의지를 불태우는 델워드.
그런 한편 프리실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도 본 적 없는 귀한 재료지만, 배운 적은 있어요. 저주를 치유하는 만큼 잘못 사용하면 저주를 더 강하게 만들거나 전에 없던 저주를 걸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실력 있는 연금술사가 필요한 거지. 날 믿어, 사제 친구. 그 연금술사라면 확실하니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그나저나 록신나의 눈물은 산맥 어딘가의 고대 유적에 존재하는 결정체라던데, 그 유적을 찾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리겠네요.”
“그러게. 거기는 워낙 알려진 게 없다 보니까.”
참고로 하바로스크 산맥은 제국과 제국이 맞닿은 국경이다.
그런고로 양 제국의 레인저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접근 금지 구역이라 애초에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일단 정보를 좀 간단하게라도 수집하고 가야 할 텐데…… 사실 나는 거기서 활동하는 심마니들한테 좀 물어볼까 했었거든.”
델워드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너무 오래 걸려요. 심마니들도 확실하지만, 그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을 테니까요.”
심마니가 아무리 목숨 걸고 약초 캔다지만 레인저들 앞에서까지 대놓고 그러진 못할 것이다.
때문에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 나에게는 그런 정보를 얻을 만한 수단이 있다.
정확히는 ‘사람’이지만.
-부탁?
“예, 저하. 하바로스크 산맥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그 안에 혹 ‘유적’에 대한 정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바로 내 친구, 에드워드 당테르다.
“…….”
“…….”
그 덕분에 다들 멍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지금 통신 중이라 다들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것만은 아닐 테다.
설마하니 황자에게 다이렉트로 통신을 걸어 물어 볼 줄은 몰랐을 테니까.
-좋다. 내 지금 바로 알아보지. 안 그래도 제3 기사단에 산악 레인저 출신 기사 몇몇이 있는 걸로 안다.
“망극합니다, 저하.”
-어허, 그냥 가벼운 부탁을 가볍게 들어 주는 건데 망극은 무슨.
“그럼 감사합니다, 저하.”
그리고 이젠 다들 경악 어린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뭘 하든 그러려니 하는 레일라를 빼고.
-이제야 걸맞은 대답을 들은 것 같군. 가만, 그런데 하바로스크 산맥에 대한 정보는 왜 필요한가?
“거기 좀 가 보려 합니다.”
-오호, 탐험인가?
“그렇습니다.”
딱히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서 난 시원하게 말해 버렸다.
“뭘 좀 찾으러 가는데, 정보가 없어서 말입니다.”
-그렇군. 아, 나도 거기 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동부 갈 준비로 정신이 조금 없군.
“다음에 같이 가시죠. 고생은 좀 하시겠지만 재미있을 겁니다.”
-손에 힘이 없는 바람에 고기 하나 못 썰어서 서러운 것만 하겠나? 고생이야 얼마든지 상관없다. 무엇보다 그대랑 같이하는데.
그때 프리실라가 옆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국의 황자님이랑…… 뭐 이런 대화를…….”
우리가 너무 친하게 굴었나.
문득 위화감을 조성한 게 아닐까 싶던 차에 황자가 말을 이었다.
-근데 하바로스크 산맥이라…… 정보야 얼마든지 알아봐 줄 수 있지만, 위험한 곳임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그래야 탐험 아니겠습니까?”
-그 말도 맞군. 위험하지 않으면 탐험이 아니라 그냥 산책이지.
역시 마음에 드는 ‘친구’라니까.
-그럼, 곧 다시 연락하지. 나의 친구여.
“저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통신이 끝난 후, 나는 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특히, 델워드의 표정이 최고였다.
“……레일라가 엄청 말도 안 되는 친구를 사귀었구나? 가만, 데인의 친구면 레일라의 친구이기도 할 텐데…… 우리 레일라, 출세했구나!”
델워드의 호들갑에 레일라는 말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데인이니까…….”
“데인 선생님은 이제 황자 저하랑도 친구 먹고…… 나중에는 황제 폐하와도……?”
“……난 대가리가 깨져도 못하겠다. 어우, 한마디 한마디 살 떨릴 것 같은데 어떻게 친구처럼 지내…….”
왜, 하다 보면 괜찮은데.
나도 아직 망극이니, 황송이니 하는 단어가 나와서 그렇지.
아무튼-
“정보야 곧 황자 저하께서 알려 주실 테니까, 이제 준비하자.”
이제 하바로스크 산맥으로 갈 시각.
우리는 또 한 번 아카데미를 떠난다.
이번에는 조금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