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8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88화
185. 개강(1)
개강이다.
1학년보다 설렘은 덜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강의를 듣는 건 재미난 일이다.
“그럼, 이것으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법학부 수업을 마친 나는 곧바로 알투르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크로스 교수한테 일 대 일로 가르침을 받다니. 넌 진짜…… 얼마나 복 받은 녀석인지 알아야 한다니까.”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혹시 청강 가능하냐?”
“안 되겠는데.”
“젠장. 기대도 안 했어.”
안 하긴.
엄청 기대한 것 같은데.
“점심이나 먹자. 학생식당 어때.”
“그것보다 새로운 가게 오픈했다던데 가 볼래? 파스타가 엄청 맛있다던데.”
“그것도 좋지. 근데 넌 학부 행사 안 가냐? 아까 마법학부 뭐 하는 것 같던데.”
“난 고학년이잖아. 그런 행사들은 저학년들이나 하는 거고.”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나가는데, 나는 생각도 못 한 광경을 마주했다.
“뭐야.”
강의실 밖.
날 기다리고 있던 십수 명의 학생들이 보였다.
정확히는 십수 명의 신입생들이다.
“데인 선배님!”
“선배님! 기다렸어요!”
이게 무슨 상황이야.
“데인, 난 먼저 간다?”
“야, 야. 기다려. 야.”
알투르는 잽싸게 내 옆을 벗어났고, 난 그사이 순식간에 포위당해 버렸다.
“선배님! 낭만 동아리 모집은 언제부터인가요?”
“자율전공학부 전과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혹시 나중에 시간 되시면 다음 모험 가실 때 저희도…….”
그렇게 나는 30분간 진땀 나는 시간을 보낸 후에야 간신히 강의동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차라리 마물들을 상대하고 말지.”
어리둥절하다.
선배라서 그러는 건가?
물론 입학식이 열리는 당일에도 이런 상황이 있긴 했었지만.
혹시 아카데미 검술회 녀석들이 사주한 건 아닐까.
“오, 인기인을 여기서 다 뵙네요.”
“그리핀.”
그때 들려오는 그리핀의 목소리.
목에는 수첩이 걸려 있고, 손에는 펜이 들려 있었다.
“취재하다 오나?”
“아무렴요. 이때가 대목이죠. 신입생들 인터뷰 따고, 이런저런 기삿거리 써내고.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 어떠세요?”
“지금 내가 그럴 힘이 없는데.”
“아하. 시달리다 오셨군요.”
뭔가 아는 눈치여서 내가 물었다.
“신입생들이 이러는 이유가 있어? 그냥 선배인데?”
“에이, 무려 데인 소그레스인데요. ‘그냥 선배’가 절대 아니죠.”
그러면서 그리핀은 다른 사람이었으면 낯뜨거워서 자리를 피할 만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일단 자율전공학부죠? 심지어 아카데미 모든 학부생을 통틀어 한 명입니다.”
“그다음은?”
“당테르컵 우승자입니다. 이 두 개만으로도 충분한데, 심지어 마물 토벌전과 이교도 색출로 황실도 다녀왔죠. 무려 14살에.”
“그리고?”
“그뿐입니까? 황자 저하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함께 다니는 분들도 쟁쟁하시죠.”
“…….”
“심지어 지금 ‘아카데미 신입생에게 묻는다. 가장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낭만’ 동아리 회장입니다.”
“‘마법소환탐사창검술’이라니까.”
“그 이름 별로예요.”
“…….”
그리핀은 그러면서 쐐기를 박았다.
“심지어 키도 크고 잘생겼죠.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겁니다.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만 따지면 황실의 유명 연극 배우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니까요?”
“이제 그만해도 돼.”
그럼 이제 어딜 가나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 이건가.
“아마 당분간은 그럴 겁니다. 신입생들, 지금은 공부고 뭐고 아카데미 처음 들어와서 설레고 들뜰 때라서요.”
“그렇군.”
“뭐, 그런 김에 인터뷰 좀 어떠십니까?”
“마음대로 해.”
그런 이유라면야 뭐.
신입생들한테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즐겨야겠다.
“……자,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요, 1학년일 때 엄청난 활약을 한 바 있습니다. 2학년 때의 계획이 있다면요?”
2학년의 계획이라.
1학년 때에도 난 딱히 디테일한 계획을 짠 상태에서 학기를 맞이했던 게 아니다.
그냥, 그때그때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던 과정에서 하나하나 일을 만들었던 것뿐.
애초에 그런 걸 노리고 했었다면, 난 지금쯤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황실로 갔겠지.
그런고로 난 이렇게 대답했다.
“한동안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 *
새학기.
아카데미 학생의 본분이라면 당연히 강의를 듣는 것.
신입생들도 매한가지지만 한창 들떠 있을 시기니 그렇다 치고.
나는 2학년인 만큼, 이번에는 ‘보다’ 학업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켈타스 교수의 검술 강의.
켈타스 교수는 말했던 대로 실력자들을 초빙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인사해라. 내 부기사단장으로 있었던 파울 엔리온이다.”
첫 대상은 한때 황실 기사단장이었던 켈타스 교수 아래 있던 부기사단장.
“반갑습니다, 엔리온 경. 저는 소그레스 백작가의 데인 소그레스라 합니다.”
“네가 그 소문의 천재 소년이구나. 반갑다.”
한데, 썩 내키는 표정이 아닌지라 조금은 의아했다.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형님, 그런데 정말로…… 아무리 진검은 아니라지만 대련해도 괜찮겠습니까?”
엔리온 경은 확신 없는 표정으로 켈타스 교수에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아무리 자율전공학부에 여러 공적을 세웠다지만, 그래도 어린아이 아닙니까.”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이거였다.
“설마, 마법과 소환술까지 동원하는 겁니까? 재능이 여러 개라 듣긴 했는데.”
“세상 어느 대련에 그런 걸 끼워 넣나? 그냥 순수한 검술로만 겨루라고, 검술로만.”
“흐음.”
엔리온 경은 날 바라보았다.
깔보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만, 확신과 의아함이 가득하다고 해야 할까.
“정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툴툴거리지 말라고. 막상 시작하면 생각이 바뀔 테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쯤 되자 나도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엔리온 경께서는 어떤 결과를 생각하십니까?”
“결과?”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내 옷깃이라도 건드리면 다행이지.”
그러면서 덧붙여 물었다.
“수많은 공적을 세웠다고 들었다만, 경험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될 거다.”
경험이라.
참 좋은 말이지.
전사에게 재능 못지않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씩 웃자 엔리온 경이 문득 손뼉을 쳤다.
“오호라. 형님께서 날 부르신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재능. 분명 중요하지. 하지만 그 못지않게 경험도 중요하단다, 소년.”
켈타스 교수가 그 말에 희미하게 웃음을 띠었다.
“자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그리하여 우리는 드넓은 연구실, 그러니까 대련장을 겸하는 장소에서 서로 연습용 검을 든 채 대련의 예를 갖추었다.
“그럼, 준비가 되면 시작하도록.”
그렇게 검을 들고 있는데, 엔리온 경이 말했다.
“소년. 만약 나를 놀라게 만든다면 졸업 후 황실 기사단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장을 써주마.”
검술학부 녀석들이 들었다면 아마 화들짝 놀랄 만한 말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 정도가 아니지. 엄청난 영광이라고. 형님이 하도 대단한 재능이라 추켜세워 주셔서, 기왕이면 동기부여를 해주려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 녀석들 대부분이 졸업 후 유명 기사단 취업을 목표로 검술을 연마하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난 검을 들고, 완벽한 자세를 잡았다.
“먼저 가겠습니다.”
타닥!
그리고 재빠르게 쇄도하여 엔리온 경의 하단을 노렸다.
카앙!
역시, 정직한 공격이라 막힌다.
하지만 순간 엔리온 경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친다.
“……!”
이어지는 반격.
철저하게 황실 기사단의 검술론에 입각한 공격과 더불어 약간 변칙적인 상단 베기.
카앙, 캉!
그러나, 밀리지 않는다.
재능.
그리고 경험.
난 이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내 검술의 기본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전장에서 매 순간 쌓아 올린 경험에 기반한다.
때문에 상대가 누구든, 그리고 그 상대가 날 조금 얕잡아 보고 있다면-
서걱.
공격을 성공시키는 거야, 간단한 일이다.
“호오.”
켈타스 교수의 감탄 속에서 다급히 물러난 엔리온 경.
그는 자신의 잘려나간 상완 옷자락을 보며 잠시 당황하고 있었다.
“내 뭐라고 했느냐. 대단한 재능이라 했었지?”
“이건…….”
“그래. 재능뿐만 아니라 경험도 있지.”
하단을 베어내는 척하며 눈을 속이고, 곧바로 상단 쪽으로 급격히 틀어 베어내는 방법.
기술이라 할 것도 없이, 매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장에서 자연스레 배우는 기술이다.
“재미있군요.”
그래서일까.
엔리온 경의 눈빛이 달라졌다.
보다 진지한 표정이 된 그가 중얼거렸다.
“이거, 대충하면 개망신당하겠는데.”
스륵.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엔리온 경의 공격이 날아왔다.
카앙!
빠르게 검을 들어 막아냈지만, 이어지는 온몸을 향한 맹공들.
캉, 카앙, 캉!
한순간에 몇 번의 검격이 날아들고, 이어서 목을 향햔 찌르기가 날아온다.
여기서 목을 틀어야 할까, 아니면 숙여야 할까?
보인다.
목을 노리며 날아들지만, 이미 내 상단을 노리는 눈빛이.
카앙!
나는 상체를 비틀어 검을 들곤 그대로 위로 올려쳐 버렸다.
퍽!
그리고 발로 엔리온 경을 밀어내자, 그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대단하구나.”
“놀라운 공격이었습니다.”
“아니. 놀라운 건 내 쪽이지.”
그는 걷어차인 팔과 방금 내 목을 노린 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목을 노리는 척하면서 상단을 노렸는데, 그걸 알아채고 올려친 것도 모자라 날 밀어내다니…….”
히죽, 위험하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
“이거, 아주 탐나는 인재로다.”
켈타스 교수가 옆에서 기다렸다는 듯 피식거렸다.
“내가 말했지? 대단한 녀석이라고.”
“형님. 왜 진작에 소개시켜 주지 않았습니까? 이런 녀석이 있는 줄 알았으면, 그 고생을 해 가면서 재미없는 녀석들 가르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죠.”
“어허. 언행을 조심하거라. 그 녀석들도 다 널 존경해서 밑에 들어온 녀석들 아니느냐.”
“하지만 이 친구를 보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혀로 입술을 살짝 핥는 모양새가 여간 위험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오늘 여기 오길 잘했구나, 소년.”
스릉.
“내 오늘 그간 못 풀었던 몸을 다 풀고 가야겠다.”
아무리 봐도 위험한데.
나 2학년인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거 맞나?
“그런데 제가 다음 강의가 있어서 말입니다.”
“다음 강의?”
“네. 2시간 후에 가야 합니다.”
“……그럼 2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군.”
괜히 말했나.
그냥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강의 있다고 말하고 가버릴걸.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검술은 배우면 배울수록 좋은 것.
켈타스 교수의 말마따나, 매번 새로운 상대를 맞이하면 내 실력도 자연스럽게 연마되겠지.
“아, 그리고 제가 놀라게 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돌아가는 대로 추천장을…….”
“사실 그건 별로 관심 없습니다.”
“……뭐라고?”
기어이 웃음을 터뜨리는 켈타스 교수.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다른 녀석들이랑 생각 자체가 다르다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추천장을 마다하는 녀석이…….”
나는 이쯤에서 엔리온 경이 내 거절에 실망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다.
잠시 날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피식거리는 엔리온 경.
“좋아. 최연소 헥사급이 될지도 모를 재능인데,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스릉.
오히려 눈을 빛내더니 검을 세운다.
아니, 잠시만요.
저 2시간 뒤에 강의 있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