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ed Genius hacker RAW novel - chapter (136)
136 Re: 카오스 #방어(3)
“으아아앙―, 응애!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에 시끄럽다는 듯 제인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당장이라도 역수로 쥔 칼로 찌를 태세를 취했다.
“찌르려고? 안 기다리고?”
“뭐 하려고 기다려. 성공하든 말든 그게 뭔 상관이야?”
“미친년, 아니 사이코패스 같은 년. 그럼 조건부를 달질 말지.”
“조건부를 안 달면 미스터 정을 쏴 죽이겠냐?”
제인의 말에 칼은 혀를 내두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년.”
칼에게 한 소리를 들으면서 제인은 무감정하게 날카로운 금속성을 가진 물체로 아기를 찌르려고 했는데, 입이 테이핑된 한 여인이 몸부림을 쳤다.
충혈이 되어 당장이라도 피눈물이 흐를 것 같은 슬픔 어린 눈으로 발버둥을 치는 것이 아기의 어머니로 보였다.
“읍읍읍!”
“뭐라는 거야. 시끄럽게. 뭐, 너부터 죽여 줘?”
칼 손잡이를 잡고 뒷머리를 벅벅 긁적이더니 아기를 테이블에 내동댕이쳐 놓고는 여인에게 다가가 턱끝에 섬뜩한 날을 가져다 댔다.
“왜? 아기가 죽는 것보단, 네가 죽는 게 차라리 낫다 싶어? 꼭 그렇진 않을 텐데. 저세상 가서 그냥 오순도순 살아.”
“읍읍읍!”
“아이 참, 뭐라는 거야.”
제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강렬하게 뜯어내자 입 주변이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의 고통임에도 여인은 또박또박 말했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왜 이러는 거냐니. 칼, 왜 그러냐는데? 설명 좀 해 줘.”
“어휴. 나 휴머니스트라서 그런 거 설명하라고 하면 말 못 해. 눈도 못 마주치겠어.”
“……미친 새끼. 너도 어지간하다.”
제인과 칼이 서로가 서로에게 미친놈, 미친년 소리를 해 대며 고개를 젓자 여인은 바들거리며 애절하게 소리쳤다.
“제, 제바알! 아이, 아이만큼은 살려 주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으흑…… 흑흑…….”
눈물과 콧물을 마구 쏟아 내는 와중에도 제인은 그 여인에게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왜?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왜 내가 그런 귀찮음을 감수해야 되느냐고.”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 칼의 노트북에 알림이 떴다.
“어? 야, 총으로 벌써 쐈다는데?”
“뭐? 지랄하지 마.”
“그건 내가 확인해 보면 될 일이고. 잠깐만 기다려 봐.”
칼이 국가정보원에 들어간 김현태의 위치 추적을 휴대폰으로 무사히 해 내더니, 국가정보원 내 서버를 털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현태가 총을 쏘고 정희도의 사살에 성공했다는 것에 흥미가 돋은 제인 역시 여인과 아기에게 시선을 떼고서 칼의 노트북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다.
국가정보원이라는 대한민국 최정예 정보기관이지만, 애석하게도 국가정보원이라는 범주도 다크 웹, 아니 딥 다크 웹이라는 환경 내에서는 그리 튼튼한 곳은 아니었다.
딥 다크 웹이라는 힘을 가진 카오스는, 카오스가 자신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렵지 않네.”
딥 다크 웹에서 수집하는 정보량은 일반적인 웹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보니 칼은 몇 가지 단어 조합만으로도 국가정보원에 대한 정보를 금방 수집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국가정보원 요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가족들에게 정보기관에 다니는 것을 원칙적으로 말할 수 없다. 또한 국정원이라는 이름을 ‘회사’라는 방식으로 부르게 하되, 회사의 명칭은 신세계정보문화원 등과 같이 새로운 유령 회사를 만들어 소속화시켜 버린다.
칼은 역으로 신세계정보문화원 등과 같이 국정원이 회사라 명칭하고 있는 여럿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파악해서 소속된 직원들이 가진 정보를 역으로 타고 들어갔다.
“김현태도 이렇게 찾아냈는데, 어찌저찌 가족 사랑이 얼마나 넘치던지. 함부로 인터넷에 자기 정보를 막 올리면 쓰나.”
칼의 말에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부르르 떨었다. 김현태는 워낙 가족에 대한 애정이 깊어 늘 아내와 아기를 자랑하고 다니는 팔불출이었다. 자연스레 SNS, 블로그 등에 직장에 대한 소개는 못 해도 가족에 대한 소개는 늘 하고 다녔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되레 카오스에게 책잡힐 일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김현태를 비롯한 여럿 국정원 요원들이 내놓은 다양한 정보들을 조합하여 국가정보원 내로 타고 들어갔다.
VPN에 각종 IPS, IDS 등으로 점철된 보안 시스템도 소용없었다. 사이트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뚫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브루트포스(Brute Force), 무작위 대입 기법이라고 알려진 브루트포스 공격은 실제로 널리 쓰이지 않는 공격 기법이다. 한 자리에 대한 비밀번호를 찾는 데는 9글자만 들어가면 되지만, 두 자리, 세 자리…… 숫자가 커지고 영소문자, 대문자, 거기다 특수문자까지 더하면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이 걸려도 못 찾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속도를 0.000……1초대로 줄일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브루트포스가 대입을 하는 시간을 완벽히 줄일 수 있다면 생겨나는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진다. 카오스는 이렇게 사장(死藏)된 기술을 살려 자신들만의 기술로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공한 기술 중 하나가 브루트포스였다.
그렇게 얼마 안 가, 찾아낸 것이 바로 김현태의 사번과 ID, 패스워드까지.
그를 통해 들어간 국가정보원 내에 대한 서버 권한은 유저 권한에 불과했지만 칼은 손쉽게 요리하면서 김현태가 국가정보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의 행동들을 일일이 파악하며 CCTV 로그들을 따냈다.
“어디 보자. 진짜로 쐈는지.”
흑백의 영상 속에서 김현태가 성큼성큼 다가가 총을 꺼내 희도를 노렸고, 총성이 들렸으며 핏자국이 벽에 튀었다. 그리고 이어 희도가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까지.
희도의 옆 수행요원으로 보이는 이는 크게 놀라 김현태를 잡고 쓰러뜨리는 행동까지 취해 칼과 제인의 눈에 아주 만족스럽게 보였다.
“이걸 못해서 브라이언 리랑 표태훈은 죽은 거야? 순 병신들만 있었던 거네.”
제인의 말에 칼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러다 얼마 안 가 CCTV에 누군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건지 국가정보원의 서버단에서 자신의 IP를 차단한 것을 느꼈다.
‘제인 말대로 이렇게 쉽게 죽을 녀석이었나.’
그녀의 말처럼 정말 이렇게 쉽사리 끝날 일을 모두 어렵게 돌아가느라 정희도를 죽이지 못했던 것인가.
해킹 실력은 어떻게 카오스와 비빌 수 있거나 과신할 만한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물리적인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한 이였다. 자신이 과민한 것이라고 판단한 칼은 제인에게 말했다.
“길게 끌 거 뭐 있어. 중심이 사라졌으면 이제 훨씬 수월할 테니까, 모두 끝장내자고.”
“오케이―!”
그런데 그때, 모니터에 보이는 급격히 느려지는 현상에 칼은 의아함을 느꼈다.
“음? 렉이 갑자기?”
벌써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추적해 왔을 리는 없다고 판단한 그는 국가정보원 사이트 내에 들어가면서 외부적인 요인에 대한 IP들을 막으려고 뭔가 조작했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데스크톱 내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렉이라고?”
제인 역시 칼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아, 잠깐만 기다려.”
“아씨, 기분 좋았던 거 다 잡치게 생겼다. 얼른 끝내.”
* * *
타아아앙―!
총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 총알은 희도에게 적중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어깨 옆 부분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호흡을 내쉬는 김현태의 얼굴이 희도에게 쐈다는 절망감, 반대로 희도가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시시각각 바뀌어 갔다.
“이, 이! 미친 새끼가!”
퍼억!
달려든 석영철은 총을 들고 있는 오른쪽 손목을 걷어차고는 다가가 힘없이 주춤거리는 김현태의 양어깨를 벽으로 밀쳤다.
단숨에 그가 허튼짓을 못 하도록 팔을 잡아 뒤로 꺾으며 소리치는 석영철이었다.
“김현태 요원,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중징계, 아니 넌 살인미수, 불법 총기 소지, 미허가 총기 사용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요원이라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저질렀다.”
그의 외침에 김현태는 꺾인 팔에 신음하며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석 요원, 전 괜찮습니다.”
어깨를 스쳐 지났지만 희도의 육체는 일반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총이라는 수단을 통해 얻은 격통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었다. 쇼크를 먹은 희도는 스쳐 지나간 상처 부위를 부여잡으며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으으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누워서 의연하게 어깻죽지를 지혈했다. 그러면서 누운 그대로 최대한 입을 달싹여 이야기하며 석영철을 바라봤다.
그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김현태를 제압한 석영철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차장님?”
“네, 네……. 읏, 화끈하긴 하네요. 총이 이렇게나 아플 줄이야, 끔찍하네요.”
“……아니, 차장님! 차장님 방금 죽을 뻔……!”
괜스레 그의 모습에 울컥한 석영철이 소리를 쳤지만 희도가 그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그 전에, 제 집무실 CCTV부터 차단시켜 주세요. 석 요원.”
“네?”
“어서요.”
“알겠습니다…….”
석영철은 김현태를 몸으로 누른 채, 전화를 들어 연락을 취했고 금방 석영철에게 연락이 왔다.
아마 국정원 내부에서 총성이 들렸으니 다들 놀라 까무러쳤을 것이었다. 특히 비활동 요원이 대다수인 지금, 다들 걱정과 두려움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터. 석영철이 별일 아니라며 그들에게 연락을 취함과 동시에 CCTV에 대해 연락하니 금방 이루어졌다.
그가 연락을 받는 모습을 보고 희도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에게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석영철이 소리쳤다.
“차장님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총을 쏜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당장 이 자식을!”
“잠깐만요, 석 요원. 뭐가 그리 급합니까.”
그러자 희도는 자연스레 짓눌린 김현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현태 요원.”
“…….”
“김현태 요원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벌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절 죽이려 했더라면 마지막에 총구를 미세하게 돌리진 않았겠죠. 무슨 일입니까.”
희도는 김현태가 부들거리며 떠는 총을 든 손을 종내에는 움직여 자신에게 치명상을 주는 것을 피하는 모습을 확인했었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희도였기에 이렇게 침착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차장님.”
“네. 말하십시오.”
“제, 제발 제 가족을 살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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