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58
제58화 뉴욕 데이트 (3)
입국수속을 마친 박수진이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을 끌면서 걸어 나왔다.
“수진씨.”
“아, 자기.”
박수진이 동수에게 다가와 안겼다.
향긋한 향수냄새가 나는데 동수가 좋아하는 향이었다.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을 한기에게 건 내고는 손을 잡고 경호원들과 함께 나갔다.
대기해 있는 검은색 벤츠와 승합차에 나누어 타고 거주지로 이동했다.
“자기,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
박수진이 동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고 그런 그녀를 팔로 휘감듯이 안았다.
창밖의 뉴욕 풍경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동양인은 거의 보이지 않고 백인들이 주류였다.
“오느라 힘들지는 않았어?”
“그럼요. 자기가 퍼스트 클래스 석으로 예약해줘서 아주 편하게 왔어요.”
장거리 비행이기에 일반석은 힘들고 지친다.
비즈니스 석은 일반석에 비해 좋기는 하지만 퍼스트 클래스 석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고급 기내식을 먹고 편안하게 누워서 자기도 했으며 영화를 보거나 잡기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장거리 비행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편하게 왔다고 할 수 있었다.
박수진이 10일 예정으로 스케줄을 잡지 않고 출국하여 미국으로 왔지만 동수가 다시 은하수 기획사에 연락하여 한 달 스케줄을 비우도록 해놓았다.
그 덕분에 박수진은 미국 뉴욕에서 동수와 한 달을 보내다가 귀국할 수 있었다.
관광이라면 10일 일정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동수와 함께 보내려면 짧았다.
차가 약간 밀리기는 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주지인 스페이스 타워 앞에 도착했다.
경호원들이 먼저 벤츠에서 내리더니 주위를 한차례 살펴보고는 차 트렁크를 열어서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을 꺼내었다.
그제야 동수와 박수진이 벤츠에서 내렸다.
박수진이 고개를 들어 스페이스 타워를 올려다보았다.
“높아 보이는데 몇 층이에요?”
“층수는 60층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55층 5502호이며 72평형이야.”
“어머, 그렇게 넓어요?”
“나 혼자가 아니라 경호원들도 함께 살고 가사 도우미들도 있으니 적당해.”
“그런 가요?”
“물론이지. 룸 5개에 욕실이 3개, 넓은 거실과 주방, 각종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지내는 동안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거야.”
“난 자기만 곁에 있으면 상관없어요.”
박수진의 말에 동수가 씨익 웃으면서 손을 잡고 경호원들과 함께 스페이스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 층에는 경비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동수와 경호원들을 알아보고는 통과시켜 주었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55층에서 내렸다.
가사 도우미가 출입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갔다.
가사 도우미들을 모아놓고 인사를 시켜주고는 동수가 직접 박수진을 안내해 주었다.
동수에게서 72평형이라는 것은 들었지만 직접 둘러보니 훨씬 세련되고 럭셔리했다.
아직 한국은 이곳의 럭셔리함을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생각되었다.
마치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와 있는 듯한 럭셔리함이었는데 가사 도우미들이 청소를 깨끗하게 해놓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거실 창가에 서서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센트럴파크가 인상적이었다.
높고 탁 트여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박수진은 모르고 있지만 동수는 신변안전을 위하여 3중 방탄유리로 바꾸고 방탄필름까지 붙여서 한층 더 방어력을 높여 놓았다.
그렇기에 로켓포 공격도 막아낼 수 있었다.
저격총으로는 3중 방탄유리와 방탄필름을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법 달러가 들어갔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덕분에 동수가 창가에 서서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둘러보니 어때?”
“럭셔리하고 아주 좋아요.”
“침실의 침대도 최고급이기에 자는데 편안하고 좋을 거야.”
“어머, 그래요?”
“누워 보는 건 어때?”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
동수가 박수진의 손을 잡고 침실로 들어갔다.
경호원들과 가사 도우미들도 눈치가 있었기에 조용히 물러갔다.
박수진이 침실의 침대에 누워보고는 푹신하고 부드러워서 아주 좋았다.
동수가 침대에 누워 있는 박수진을 보고는 얼굴을 가져가서 키스했다.
쪼옥! 쪽쪽!
서로 너무나 보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였는데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동수가 박수진의 목덜미를 애무하자 숨이 거칠어졌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기에 서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속옷까지 다 벗었다.
이미 침실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동안 보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났다.
사랑하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치솟았고 둘만의 뜨거운 사랑을 마음껏 나누었다.
박수진은 동수의 거주지에서 잘 먹고 푹 쉬면서 3일 동안 시차적응을 끝마쳤다.
동수가 매일 출근하여 일하고 조금 일찍 퇴근하여 거주지로 돌아왔다.
되도록 외출도 하지 않고 박수진과 함께 시간을 보내었다.
박수진과 뉴욕 관광을 하기 위하여 며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
부사장 로드리게즈가 있었기에 믿고 맡겨 둘 수가 있어서 좋았다.
“이제 시차적응도 마쳤으니 내가 뉴욕 관광을 시켜줄게.”
“자기, 고마워요.”
“천만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도 좋아.”
“먼저 어디부터 가고 싶어?”
“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이죠.”
“그럼 자유의 여신상부터 가보고 다음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흐음, 높은 곳이니 전망대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군.”
동수가 박수진과 함께 거주지인 스페이스 타워에서 나와 대기해 있는 검은색 벤츠 3대에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출발했다.
뉴욕의 관광 명소이기에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엄청 많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수 주위에는 건장한 경호원들이 있었기에 신변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작정하고 많은 사진들을 찍을 생각에 고성능 카메라 3대를 준비했다.
덕분에 동수와 박수진이 각각 독사진을 마음껏 찍고 함께하는 사진도 포즈를 취하여 찍었다.
찰칵찰칵!
역시 박수진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히는 것을 좋아하기에 다양한 포즈를 취해 주었기에 찍는 재미도 있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가서 전망대로 올라가 구경했다.
“우와, 멋져요.”
“그렇다니 다행이군.”
동수도 매일 높은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기는 하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훨씬 높아서 내려다보는 맛이 더 좋았다.
여기에서도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나중에 필름을 현상하여 앨범에 담아 추억으로 간직할 거였다.
“배고프지 않아?”
“배고파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어떤 요리를 먹는 것이 좋을지 생각을 했었는데 스테이크가 좋을 거 같았다.
동수가 경호원들과 함께 가서 먹어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좋은 곳으로 예약한 건가요?”
“물론이지. 뉴욕에서 제법 유명한 스테이크 집이야.”
“어머, 그래요? 기대가 되네요.”
“기대를 해도 좋아. 가서 먹어봤는데 아주 맛있으니까 말이야.”
“알았어요. 가요.”
모두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 층으로 내려왔다.
경호원들이 재빨리 대기해 있는 3대의 검은색 벤츠들 중에 가운데 벤츠의 차문을 열어주었다.
서로 손을 잡고 서 있던 동수와 박수진이 차에 탔다.
경호원들도 나누어 타자 즉시 출발했다.
찰스 스테이크 하우스라는 곳인데 얼마 전에 동수가 경호원들과 함께 먹었었던 빅 스테이크 하우스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하다.
빅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초대형 티본스테이크를 먹었었는데 찰스 스테이크 하우스에는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과거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돌도끼인 ‘토마호크’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일명 ‘망치 스테이크’라고도 불린다.
소의 갈비와 등심부위(배최장근과 가시근)를 갈비뼈를 따라 길게 정형한 형태로 크기는 800그램에서 최대 2킬로그램 정도로 빅 사이즈 스테이크이다.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부위별로 잘라 구워 풍부한 육즙과 고기의 식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예약을 해놓았기에 특별히 기다리거나 하지도 않고 바로 입장하여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아늑한 자리에 앉았다.
보통 창가에 많이 앉는 것을 선호하지만 혹시라도 테러나 저격에는 취약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안전을 위해서 은폐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기둥 뒤의 아늑한 자리를 선택한 거였다.
주위 테이블에는 경호원들이 나누어 앉았다.
2킬로그램짜리 빅 사이즈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샐러드, 수프와 빵, 음료는 콜라로 주문했다.
동수와 마주보고 앉은 박수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 분위기 어때?”
“아늑하고 좋아요.”
“주문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보면 놀랄 거야.”
“그래요? 기대가 되네요.”
“기대를 해도 좋을 거야. 원래는 레드 와인도 주문하여 마시는데 오늘은 콜라로 만족해줘.”
“알았어요.”
박수진은 그윽한 눈빛으로 동수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뉴욕 관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맛있는 스테이크까지 먹게 되었기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부모가 밀고 윤현식 상무가 의도적으로 접근하려고 하였기에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동수가 보고 싶었다.
그랬는데 은하수 기획사의 허락을 받고 스케줄을 잡지 않고 미국 뉴욕으로 날아올 수 있었다.
10일 정도만 뉴욕에 머물면서 동수를 볼 수 있어도 좋은데 무려 한 달을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낮에는 뉴욕 관광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밤에는 침실에서 둘만의 뜨거운 사랑을 마음껏 나눈다.
너무 행복해서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었다.
동수가 주문을 해주었던 2킬로그램짜리 빅 사이즈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테이블에 차려졌다.
“우와, 정말 크다.”
“보기에도 좋지만 맛은 더 좋아.”
“너무 많아서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맛이 좋아서 평소보다는 많이 먹을 거야. 그래도 남는다면 어쩔 수없이 남겨야지.”
“그럼 되겠군요.”
빅 사이즈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비롯하여 샐러드, 수프와 빵, 콜라까지 있었기에 정말 푸짐했다.
스윽! 슥슥!
동수가 나이프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잘라서 포크를 찍어 내밀었다.
박수진이 미소를 보이면서 받아먹었다.
“우와, 육즙이 엄청나요.”
“부드럽지?”
“예, 정말 부드럽고 고소하네요. 맛있어요.”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빅 사이즈이지만 아주 맛있다는 것을 알고는 박수진이 나이프로 한입 크기로 잘라서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우아하게 먹는 모습이 잘 어울렸다.
동수도 그동안 바쁘게 일하였지만 가슴 한쪽이 허전했었다.
그런데 박수진이 곁에 있으니 즐겁고 좋았다.
주위의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백인 손님들이 동수와 식사하는 박수진을 힐끔거렸다.
동양인 치고는 상당한 미녀였기 때문이었다.
동수는 곁에 경호원들이 10명이나 있었기에 누군가 흑심을 품고 박수진에게 접근하려는 자가 있다면 막아줄 것이기에 든든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조금 전에도 백인 남자 한 명이 접근하려고 하다가 경호원들의 눈짓에 겁을 먹고 물러났었다.
“자기와 뉴욕에 같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나도 그래.”
“사실 자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밤에 잠이 오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뭐, 그랬어?”
“예, 지금은 자기가 곁에 있어서 든든하고 너무 행복해요.”
“나도 좋아.”
남들이 들으면 닭살이 돋아날 말들이지만 둘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말이었다.
그리고 굳이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 생각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뉴욕에는 처음이지?”
“예, 처음이에요.”
“뉴욕의 느낌은 어때.”
“잘 발달된 도시의 느낌이었어요.”
“서울과 비교하면 어때.”
“서울도 잘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뉴욕은 다른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한국도 빠르게 발전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멋지게 변할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88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은 빠르게 발전을 하고 있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상승하고 있었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어쨌든 한국이 발전하는 것은 좋았다.
다만 동수가 보기에는 한국도 거품이 발생하고 있어서 그게 걱정이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를 해줘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권이나 이익을 위해 움직이니 그게 문제였다.
경제인들도 욕심에 눈이 멀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었기에 문제가 없는 거처럼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에야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1991년이니 누구도 미래를 신경 쓰지는 않았다.
‘후후후, 한국에 외환위기가 오면 나에게는 큰 기회가 될 거야.’
당장은 내년의 검은 수요일이었다.
엄청난 투자로 큰 기회를 잡아야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맛있게 스테이크를 먹던 박수진이 컵을 들어 콜라를 마셨다.
우아하고 멋진 박수진의 모습을 잠시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동수도 콜라를 마셨다.
짜릿하고 달콤한 콜라의 맛은 전생이나 회귀한 현재나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