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Instruction Manual RAW novel - chapter (1605)
회귀자 사용설명서 1605화
중원무림빙의(10)
“어미가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 그러면 네가 정신을 좀 차리는 데 도움이 되겠느냐.”
당연히 신호탄이 터졌고.
“그리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히윽!! 흐으으으윽… 히윽!!! 소자가 잘못했사옵니다! 모… 모두 제 잘못이옵니다! 히윽!!! 히윽!!!!”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울면서 달라붙는 꼬물이가 시야에 비쳐왔다.
“그리 말씀하지 마십시오! 흐윽… 모든 게 소자의 불찰이옵니다! 모두… 제… 제가 부족한 탓이옵니다! 흐윽… 히윽!! 히윽! 히윽! 히윽!! 거두어 주십시오… 흐윽… 흐어엉….”
심소소도 화들짝 놀란 얼굴.
“아… 아씨!”
“다음번에는 반드시 갑을 차지하겠사오니 히윽! 히… 히윽!! 그…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흐윽… 흐어어으으어어엉… 흐어어엉… 흐으어으어엉….”
“이거 놓아라.”
“흐어으어어엉… 어머니이이… 히윽! 히… 히으으윽!”
“이거 놓으라 일렀다.”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히윽! 히… 으으으윽… 그리하지 않으면 놓지 않을 것입니다. 히윽! 히… 히윽윽! 말씀을 거두시기 전까지는 계속 붙잡고 있을 것이옵니다.”
‘치맛자락 좀 그만 잡아당겨.’
“흐어으으으응… 흐아아으어엉… 히윽! 히… 히윽!”
‘아 벗겨질라. 진짜.’
“거두어 주십시오… 흐으윽… 흐윽… 흐어어엉… 히윽!”
‘심소소 쟤는 또 왜 저래?’
“아씨… 제가 잘못했사옵니다! 주제넘은 소리를 한 저의 잘못이옵니다. 흐으으으윽… 흐윽… 죽여주시옵소서… 차라리 저를 벌해주십시오.”
이제는 시바 꼬물이와 작당했던 심소소도 무릎을 꿇으며 호소하고 있었다.
사실 이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다. 그 독했던 율하마저 습관처럼 튀어나왔던 그녀의 협박 아닌 협박에 울고불고 매달렸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때는 말이 조금 더 과격했었고, 이쪽은 조금 순화했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했지만 시대상이 시대상인 만큼 지금의 발언이 더욱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았다.
사실 지금 꼬물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저 시기에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니까. 뭐 당연한 반응이자너.’
없어지거나 죽는다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아버지도 없이 자란 꼬물이가 아닌가. 의지할 것은 엄마밖에 없고, 심지어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하는 것이 꼬물이일진대… 이렇게 결정타를 먹였으니 정신이 제대로 남아날 리 만무하다.
내가 함부로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만큼 심소소마저 크게 당황한 상황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렇지 않아도 당황한 꼬물이 옆에서 심소소까지 눈물을 흘리며 싹싹 빌기 시작하자 정말로 하늘이라도 무너지는 것마냥 반응하기 시작.
이제는 딸꾹질을 하느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다.
저러다 숨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을 정도다.
“히윽! 히… 히윽! 히윽!! 히윽!!! 어… 히윽! 히윽!”
“그래, 한번 들어나 보자꾸나.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느냐.”
“히윽! 히… 흐으윽… 히윽! 히윽!”
“천아.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느냐.”
“그… 히윽… 히… 히윽!”
“이 어미가 어째서 네게 그리 실망했는지 알겠느냐.”
“히윽! 알… 알겠사옵니다.”
“…….”
“…….”
“다… 다음에는 꼭… 고사에서 갑을 차지… 하… 하겠사옵니다. 변… 변명하지 않겠사옵니다. 저… 저는….”
“그 때문이 아니다. 이 어미가 네게 실망한 이유는….”
“…….”
“네가 소소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다.”
“…….”
“네 입으로 직접 공을 치하해 달라 말했다면 어쩌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
‘아니, 절대 안 달라지기는 했어. 만점 못 받으면 상도 없어.’
“하나, 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구나. 네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소소에게 의지한 것이지. 만약 소소도 없고, 이 어미도 없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들이닥쳤을 때 대체 어찌할 작정이더냐.”
“어… 어머니가 없다는 말은 거두어 주… 주십시오… 히윽… 흐으으윽….”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이 어미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흐…흐으어으으응….”
“울음을 그치고, 어미의 눈을 보거라.”
“히윽….”
“이 어미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소소도 마찬가지고, 소희도, 소월이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때, 네가 의지할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면 그때는 어찌할 생각이냐.”
“어…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저, 저도 따라 죽을 것이옵니다… 히윽….”
“내가 이 자리에서 말하건대, 만일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하늘에서도,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
“…….”
“그리하면… 소자는… 어찌…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아… 흐윽… 어머니 없이 소자가 어찌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아… 흐으으윽… 흐어어어엉….”
“홀로 서야 한다.”
“…….”
“너는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야. 물론 지금의 공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무학관이나 학당에서 배우는 것들은 모두 이후의 천이 너를 위한 양분이 될 테니 말이다. 하나 그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홀로 서는 것이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모두 그 과정이라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 어미와 너를 아껴주는 이들이 너를 두고 떠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
“…….”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야. 인간관계를 도외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하나, 중요한 결정은 네가 내려야 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맞서는 것 또한 네가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결국에는 정작 중요한 때에 일을 망치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이가 되고 말 것이야.”
“…….”
“이 어미처럼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싶으냐.”
“…….”
“어… 어머니는 쓸모없는 인간이… 아… 아니옵니다. 흐윽… 커, 커다란 표국을 홀로 일구시지 않으셨습니까.”
‘크긴 시바 코딱지만 하구만. 흑자 전환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박식하시고 똑똑하지 않으십니까. 흐으윽… 흐윽….”
‘나도 내가 그런 줄 잠깐 착각했자너.’
“학당과 학관의 사부님들 또한 어머님의 지혜와 기품을 존경하고 있사온데… 어… 어찌 어머님께서 스스로를 쓸모없다 말하십니까… 그, 그리 말씀하지 마십시오… 흐윽….”
“…….”
“…….”
“…….”
“후우….”
“…….”
“이 어미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기가 두려웠느냐.”
“두… 두렵지 않았사옵니다… 흐윽… 흐으어으으윽… 어머니가 흐으윽… 제게 다… 다시 한번 실망하시는 것이 무서웠사옵니다.”
‘하… 씨 뭔가 분위기가 풀어진 것 같은데.’
본래 조금 더 날카로운 말투로 압박을 넣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투가 부드러워진 모양이다.
눈치 빠른 꼬물이도 뭔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쪽에게 비비는 것을 시도하는 중이다.
“하… 하오나 아직은 어머님과 떨어지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 없사옵니다. 저… 저는 죽을 때까지 어머님과 함께 살 것이옵니다! 혼인도 어머니와 하고, 어머니와 함께 머무를 커다란 집도 지을 것이옵니다. 평생 어머니에게 효도하며 살 것이옵니다.”
‘엄마랑 결혼한다는 거에서부터 이미 불효인데?’
뭐 이 나이대에는 엄마랑 결혼한다느니 아빠랑 결혼한다느니 같은 말들을 하고는 하니까.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은근슬쩍 시바 분위기 만들자너.’
“어머님도 저와 평생 함께 산다 약조해 주십시오.”
‘바로 애교 들어가자너. 꼬물이.’
본인이 귀엽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지는 중.
물론 이쯤에서 녀석을 풀어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지금까지 했던 말들이 전부 허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보다 더 어릴 때, 그러니까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함께 뒷산으로 나들이를 나가거나 풀피리를 불어주거나 하는 일, 말이다.
‘확실히 뇌에 각인시켜 줘야 돼.’
어린 나이대에 있었던 일들은 보통 성인이 되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법이었으니까.
오히려 아까보다 조금 더 차가운 눈을 장착하는 것이 옳다.
한심하다는 듯이 꼬물이를 바라본다.
갑작스럽게 분위기를 어거지로 바꿔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얼어붙은 것 같은 목소리.
“어미에게 평생 동안 네 뒤치다꺼리나 하며 살라는 것이냐.”
“아… 제 말뜻은… 그, 그게 아니오라….”
“내가 하는 말을 정녕 알아듣지 못한 게로구나. 다시 한번 말하마. 이 어미는 언젠가 너를 떠날 것이다.”
“…….”
“…….”
“너는 언젠가 이 세상 속에 홀로 남겨질 것이야.”
“…….”
“…….”
“조금이라도 이 어미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면….”
“…….”
“조금 더 유능한 아이가 되거라.”
“…….”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만큼 말이다.”
“…….”
빤히 녀석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아주 약간의 빛 하나 비치지 않은 탁하고 커다란 눈동자, 감정이 죽어버린 것 같은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던 터라 어린아이에게는 조금 무섭게 비쳤을 수도 있다.
아주 약간의 광기도 담아 볼까 싶어 머릿속에 떠올리는 얼굴을 그리자 저도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입에 담긴다.
정적.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녀석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아마 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 어머니가 정상이 아니구나.’
어딘가 부서져 버렸구나. 같은 생각.
물론 그것은 잠깐이다. 아주 잠깐 동안 보였던 검은 빛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이후에는 다시 때로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어머니의 모습을 되돌아온다.
그렇게 살짝 볼을 쓰다듬은 이후에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다.
“히… 히윽!”
“…….”
“히히윽!”
“…….”
“소소.”
“네… 네. 아씨.”
“소월이에게 전해 천이가 오늘 놓친 문을 다시 복습하게 하고, 평소대로 수련에 매진하게 하는 것이 좋겠구나. 검술뿐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배워야 할 것이야.”
“네… 네!”
“그리고, 천이와 네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알아야겠다. 밀려 있는 일을 마무리하고서 말이다.”
조금 불안해 보이는 심소소의 얼굴을 바라보며 꼬물이의 방을 빠져나왔을 때였다.
갑작스레 이쪽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 것.
“아… 아씨!”
“?”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창백해진 얼굴의 심소월이 눈에 비쳐왔다.
평소에 지켜왔던 예의 따위는 밥 말아 먹은 것 같은 모습, 인사조차 하지 않고 숨을 헐떡거리며 급한 말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씨! 진… 대공자님께서….”
“?”
“진 대공자님께서… 하북팽가의 여… 여식과… 약… 약… 약혼을 하신다 합니다!”
“…….”
“대외적으로는 협… 협행을 위해 하북으로 떠나신다고 하나… 팽… 팽가의 여식을 만나러 가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심양 내에 돌, 돌고 있사옵니다!”
‘지금 이 와중에… 협행?’
“이를 어…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흐윽….”
‘이 와중에… 새장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