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Life After Retirement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마지막 퍼즐의 행방(5)
대인은 싸늘한 시선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을 바라봤다.
“날 보자고 했다고?”
갇혀 있는 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발가벗겨진 등에 새겨진 같은 문신.
불타오르는 육망성.
그 안에 새겨진, 고통스러워하는 악마들의 얼굴.
그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대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클···. 지독한 놈들이더구나. 네가 오기 전에 본교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고문까지 해봤지만, 끝까지 네가 와야 얘기를 하겠다고 버티더구나.”
대인의 옆에는 천무극이 서 있었다. 직접 고문에도 참여했던 모양인지, 그의 옷소매에 핏자국이 살짝 묻어 있었다.
“제자야. 혹 너랑 아는 놈들이냐?”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판데모니움이라는 놈들이에요. 가이아 대륙에서 활동하는 비밀 조직인데, 전에 한번 손봐준 적이 있어요.”
그 순간 감옥 안에 갇힌 남자들의 눈에 처음으로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 그것은 분노였다.
“감히···!”
“네놈 때문에 대계가···!”
그때였다. 감옥 안쪽에서 들려온 늙수그레한 노인의 목소리가 모두를 침묵시켰다.
“안으로 들어오시게.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군.”
“하. 이것들 아주 당당한 거 봐.”
혀를 찬 대인은 감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무극이 그 뒤를 따랐다.
감옥에 갇힌 자들은 총 30명이었다.
전부 수도승처럼 마른 몸의 남자들이었고, 머리를 짧게 밀었다.
온몸에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으며, 마나 홀은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그들의 상태를 확인한 대인이 천무극에게 물었다.
“스승님. 이거 무공에 당한 흔적인데요? 그것도 꽤···.”
천무극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고강한 무인에게 당한 흔적이다. 나조차 상대의 경지가 잘 짐작이 안 된다고 하면 믿겠느냐?”
“···예?”
대인은 걸음을 멈추고 천무극을 바라봤다.
무공으로만 보면, 천무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대인도 ‘무공만’ 가지고 덤비면 어림도 없다.
그런 천무극이 경지를 가늠하기 힘든 무공이라니···.
‘도대체 어떤 괴물이 이곳에 왔다 간 거야.’
대인은 왕구호에게 들은 보고를 떠올렸다.
왕구호가 기둥에 묶인 판데모니움의 사도들을 발견했을 때, 그 앞에 빠르게 휘갈겨 쓴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고 했다.
-이 자식들이 게이트를 연 범인이야.
글씨는 삐뚤빼뚤한 ‘한글’로 쓰여 있었다.
왕구호는 일단 그들을 본부로 데려온 후,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을 용의자로 판단해 구속했다.
-그 자식들이 마법 같은 걸 쓰는 모습을 봤어요!
-괴물들이 그 사람들만 공격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제 아이들을 데려갔어요. 초인님. 제발 제 아이를 찾아주세요···.
“···니들. 산 사람을 제물로 사용해서 헬게이트를 연 거냐?”
“큭큭···.”
잡혀 온 자들은 흐릿한 미소 외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의미 전달은 충분했다.
“웃지 마 쓰레기들아. 당장 쳐 죽이고 싶어지니까.”
대인은 그들의 뒤통수를 전부 한 대씩 후려쳐 기절시키고 감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림자가 지는 감옥의 가장 안쪽.
다른 자들보다 머리 두 개는 큰 장대한 기골의 노인이, 구속구가 채워진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쿨럭, 쿨럭···.”
그는 방금 대인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몇 차례 기침을 한 노인이 대인을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생각보다 너무 이른 만남이지만···.”
“날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노인이 큭큭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지고 쉬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붉게 충혈된 눈이 징그럽게 빛났다.
“본부의 절반을 날려버린 자를 어찌 모르겠나. 우리는 지구를 알게 된 순간부터, 가장 먼저 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기다렸다는 듯이 내 뒤통수를 친 거냐? 솔직히 꽤 얼얼했어.”
대인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심하게 당한 듯, 노인의 온몸에는 거미줄 같은 자상이 가득했다.
‘잠깐만. 저 상처는···!’
노인의 몸에 난 상처들을 확인한 순간, 대인의 눈이 더 이상 커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부릅떠졌다.
대인은 천무극에게 전음을 보냈다.
[스승님. 저 상처···.] [이제 봤느냐? 그래. 천마검법에 당한 흔적이다.]천마검법뿐만 아니라, 파천신검 초식 특유의 흔적까지 보였다.
‘말이 안 되잖아. 천마신공이라면 몰라도, 파천신공의 전수자는 세상에 나 하나뿐인데···.’
“큭큭. 내 꼴이 그리 우스운가?”
노인은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조직에 무척 중요한 이번 임무를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진행되도록 지휘했다.
노인에겐 그럴 만한 경험과 지혜, 압도적인 힘이 있었다···.
노인이 대인에게 물었다.
“···불의 아이는 어디 있지?”
“그것 때문에 날 보자고 한 거였군.”
대인은 표정을 구기며 노인을 노려봤다.
기둥에 묶인 놈들을 발견했을 때, 노인의 품 안에서 트롤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발견했다고 했다.
대인은 가이아 대륙에서 만났던 레드고블린을 떠올렸다.
‘이 노인은 고블린보다 훨씬 높은 간부겠지.’
마력을 다 잃긴 했지만, 강자가 풍기는 기세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눈에 봐도 노인은 상당한 수준의 강자였다.
무림인으로 치면 최소 초절정.
판데모니움의 핵심 간부일지도 모른다.
노인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불의 아이는 어디 있지?”
“알아서 뭐하게?”
릴리는 일부러 떼어놓고 왔다.
좋지 않은 기억을 굳이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부터 할 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지금부터 질문하는 사람은 나야. 노인네는 내 말에 대답만 하면 돼. 서로 피곤해지기 싫으면 시간 끌지 말자고.”
대인이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노인이 빙긋 웃었다.
“큭큭. 나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고문 따위가 통할 것 같은가.”
“그건 걱정 마. 우리 쪽에 좋은 사제들이 많거든.”
대인은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7개월 동안 늘어난 것은 그의 명성만이 아니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그러니 어쩌겠어?”
신의 힘이 깃든 보석들을 구하기 위해 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대인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내가 밖에서는 꽤 좋은 사람으로 통하거든?”
많은 사람들이 대인을 성자, 구원자, 용사, 심지어 최근에는 신의 아들이라고까지 부르지만,
“근데 니들한테는 아니란다.”
사람이 살면서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는 없다.
때로는 비열하고 교활한 자들, 흉악한 범죄자들, 온갖 악당들을 만나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대인은 서슴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스르륵.
대인은 아공간에서 용도를 알기 어려운 고문 도구들을 꺼냈다.
감각을 극대화해주는 각성제, 정신을 망가뜨리는 약물, 길고 얇은 꼬챙이, 톱날 가위, 집게와 튜브···.
“···제자야. 못 본 새에 새로운 취미에 눈을 뜬 게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 천무극에게, 대인은 어깨를 조금 으쓱해 보였다.
“바쁠 땐 이게 빠르더라고요. 보기 좀 그럴 텐데. 스승님은 잠깐 밖에 나가 계실래요?”
“클클. 이 스승을 뭘로 보는 게냐. 얼른 시작해라.”
천무극은 아예 의자를 가져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대로 감상하겠다는 뜻이었다.
스승이 천마라서 다행이다.
검성 같은 양반이었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고 봤을 텐데.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대인은 무표정하게 고문을 시작했다.
“아르만의 보석은 어디로 빼돌렸지?”
그러나 노인은 한동안 이어진 고문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텅 빈 눈동자로 대인을 바라보며 웃었다.
“나를 이 꼴로 만든 건, 불의 아이였다.”
“···무슨 헛소리야?”
대인의 손이 멈췄다.
‘불의 아이.’
판데모니움에서 릴리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이었다.
그들은 어린아이를 납치해 온갖 실험을 하고, 몸 안에 악마를 봉인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파편’을 심는다.
릴리는 판데모니움이 완성한 가장 완벽한 작품이었다.
“크크크크···.”
노인의 두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그건 완전한 불의 아이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토록 아름답고 강한 존재로 만들어질 줄은, 그분도 예상치 못하셨겠지···.”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릴리는 대인과 계속 함께 있었다. 당연히 이곳에도 함께 왔다.
“나야말로 묻고 싶구나. 도대체 어떻게 복제를 한 거지? 무엇으로 성장시켰지? 마왕을 잡아 새로운 조직을 합성했나? 우리가 모르는 약물이 있나? 아! 신의 보석을 찾으러 다닌 것도 역시···!”
노인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
두 눈은 핏줄이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고, 온몸이 환희로 덜덜 떨렸다.
“알려다오! 어떻게 그토록 완벽한 신을 만들 수 있었지?”
“신을··· 만들어···?”
대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가이아 대륙에서 본 판데모니움의 실험실을 떠올렸다.
키메라가 되어 고통받던 아이들.
그보다 훨씬 많은 시체들.
···이제야 놈들의 목적을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세계정복도 아니고, 겨우 그런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있었던 거냐?”
[쓸데없는, 짓이라고···?]노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육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자는, 노인의 육체와 영혼에 새겨놓은 마법으로 대인을 지켜보는 먼 곳의 존재였다.
대인은 직감적으로 상대의 정체를 깨달았다.
“네가 이 웃기지도 않는 놈들의 대장이냐?”
츠츠츳···.
노인의 눈동자가 잿빛으로 변했다. 그는 성대가 아니라 의지로 말했다.
[어리석은 피조물이 위대한 뜻을 이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네 개소리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 없어. 보석은 네가 가지고 있나?”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대인을 똑바로 노려보며 의지를 전달했다.
[불의 아이는 내 것이다. 완성된 것, 완성되지 않은 것 모두···. 마땅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부모’라는 단어에 대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애들한테 그딴 짓을 해!”
푸화아아악!
대인에게서 터져 나온 기운이 노인의 육체를 옥죄었다. 우드득···. 빈 깡통처럼 노인의 몸이 우그러졌다.
그러나 노인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었다.
[너는 세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첫 번째는 내게서 불의 아이를 빼앗아 간 것, 두 번째는 성급하게 차원문을 연결한 것, 세 번째는 내 분노를 산 것이다.]“그래? 너는 딱 한 가지 실수를 했는데.”
대인이 손을 뻗자 노인의 목이 저절로 딸려와 그의 손에 잡혔다.
“나한테 찍혔다는 거.”
우드득!
대인은 노인의 목을 꺾어버렸다. 시체를 바닥에 내던진 대인은, 여전히 웃고 있는 노인을 내려보며 말했다.
“너 잡히면 뒈진다.”
***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대인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당장 헬게이트도 막아야 하는 판에, 판데모니움까지 지구로 넘어오다니···.’
심지어 그 둘은 일종의 동맹을 맺은 듯 보였다.
카이로에서 발생한 헬게이트는 판데모니움에서 인위적으로 연 것.
만약 놈들이 지구에서 암약하며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인류가 감당해야 할 전선은 당장 몇 배로 불어난다.
‘계획을 세워야 해. 우선 지구에 숨어든 판데모니움 놈들을 박멸하고, 헬게이트를 동시에 막으면서, 보석도 찾아야 하는데···. 그런데 카이로에서 재앙을 막은 건 도대체 누구지?’
“끄응···.”
대인이 온갖 걱정과 고민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아저씨!”
릴리가 문을 열고 쪼르르 달려왔다.
“아저씨! 이거 봐봐!”
대인은 릴리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종이에 이것저것 적으며 말했다.
“지금 바쁘니까 딴 데 가서 놀··· 아 깜짝이야!”
대인의 시야 안에 릴리의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릴리는 두 손으로 소중히 들고 온 무언가를 대인에게 내밀었다.
“수호천사 언니가 왔다 갔나 봐! 저 아래에서 찾았어!”
“뭐?”
릴리가 내민 것은 하얀 불꽃에 휩싸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캡슐이었다.
불꽃은 살상력은 없는 듯,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기분 좋을 정도의 온기만을 내뿜었다.
“빨리 열어 봐!”
“이게 수호천사랑 무슨 상관이야?”
“그 언니가 이거랑 똑같은 색깔이었단 말이야! 잘 봐.”
후우-. 하고 릴리가 입으로 바람을 불자, 하얀 불꽃이 흩어지며 캡슐 위에 노란 LED 글자가 깜빡였다.
-꼭 아저씨 혼자서 볼 것!
“···아저씨 혼자? 나?”
“응!”
대인은 글자를 무시하고 캡슐을 돌려서 열려고 했다.
그러자 캡슐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LED 글자가 변했다.
-혼자서 열라고 했다–^
“···난 안 볼 테니깐 아저씨 혼자서 봐. 대신 나중에 알려줘야 돼!”
릴리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방에서 나갔다.
“참, 나···.”
대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 안에 든 캡슐을 바라봤다.
수호천사가 주고 간 거라고?
무슨 유치한 장난 같았다. 바빠 죽겠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마력으로 내부를 스캔해 봐도 위험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어휴.”
대인은 ‘속아도 손해 보는 건 없다.’라는 심정으로 캡슐을 잡고 옆으로 돌렸다.
캡슐 안에는 한 장의 편지봉투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작은 외장디스크가 들어 있었다.
대인은 편지부터 펼쳤다.
-지금 급하게 쓰는 거라 글씨가 엉망이야.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잘 써!
시작부터 변명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가득했다.
누군가의 반성문에서 본 것과 상당히 닮은 필체.
-놀라지 말고 들어. 난···. 미래에서 왔어.
“···뭔 소리야?”
꼬맹이가 장난을 치는 건가?
대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음 줄을 읽었다.
-못 믿겠지? 편지봉투 안에 사진 하나 있으니까 꺼내봐.
대인은 편지봉투를 뒤져서 사진을 찾아냈다. 그리고 곧 숨을 크게 들이켰다.
“···!!”
사진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가운데 있는 자신을 중심으로, 백창수, 백영희, 왕구호, 민재 등. 길드 사람들이 모여서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다들 지금과는 약간씩 다른 모습.
그리고 사진 속 대인의 옆에는···.
“설마···. 꼬맹이?”
릴리가 중학생쯤 된다면 딱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은 모습의 소녀가 손으로 V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이제 좀 믿음이 가? 의심 많은 아저씨.
“······.”
대인은 빠르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5분밖에 없어. 할 말은 많은데, 다 못 쓸 것 같아.
-이제 꼬맹이라고 못 부르겠지?
-아저씨한테 필요한 정보는 전부 디스크에 저장해놨어. 나중에 꼭 봐! 꼭!
-바보 같은 시계. 조금만 더 시간을 주지···.
대인은 미래에서 온 릴리가 남긴 이야기를 한참 동안 빠져들어서 멍하니 읽었다.
짧지만 놀라운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한 대인이 모르는 또 다른 미래, 그곳에서 온 릴리.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편지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더 이상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아씨, 이제 10초밖에 안 남았어.
“꼬맹이. 기특하게 컸잖아.”
어느새 대인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 그는 편지의 한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툭툭 쓸었다.
마치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있잖아, 아저씨.
-아저씨는···. 죽어.
그 부분만,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러니까 죽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