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77
577화. 오버클락2 (5)
코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맛이 어때?”
“음, 맛있네요.”
“어, 깔끔하고 좋네요.”
맥주나 소주나 알지, 이런 건 잘 모른다.
“카사마나 아녜호는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하지. 참고로 아녜호는 1년 이상 숙성된 데킬라에만 붙이는 명칭이야. 이 정도 숙성해야 목 넘김이 부드럽고, 특유의 향과 풍미가 극대화되거든.”
“…….”
혹시 지금 광고 타임인가?
밑에 ‘유료광고’ 자막이라도 띄워야 하나?
“맛에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지 않아?”
“예? 갑자기 첫사랑이요?”
“이 데킬라는 첫사랑을 기억하며 만들었거든.”
아니, 데킬라와 첫사랑이 무슨 관계야?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술에 스토리를 입힌 것 같은 느낌인데.
“혹시 이글스가 부른 데킬라 선라이즈(Tequila Sunrise)라는 노래 아나?”
“아니요.”
“나중에 들어봐. 첫사랑에 대해 노래한 명곡이니. 그 노래를 들으며 마시면 색다른 맛이 느껴질거야.”
“아, 네.”
다 마셨으니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코리가 어깨를 눌러 다시 자리에 앉혔다.
“내 첫사랑 얘기 궁금하지 않아?”
“……갑자기요?”
에덴 크레이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또 시작했네. 전 한 백만 번쯤 들었어요.”
“그럼 백만 한 번째 듣도록.”
코리는 바로 회상 모드를 가동했다.
“당시 나는 13살 어린 소년이었지. 그리고 내 첫사랑은 옆집에 살던 한 살 많은 누나였어. 마치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소녀였지. 그녀는 나의 천사였어.”
“아니…….”
묻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얘기를 시작해?
“어느 봄날, 우리는 놀이공원에 가서 손을 꼭 붙잡고 데이트를 했지.”
어느새 코리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첫사랑의 추억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그때 그 시절의 소년처럼 변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거든.”
“무슨 사건인데요?”
“갑자기 덩치 큰 두 명의 경찰이 내 앞을 가로막더니, 나에게 누나와 무슨 관계냐고 물었어. 난 부끄러웠지만 솔직하고 당당하게 데이트 중이라고 밝혔지. 그러자 경찰들은 바로 양쪽에서 나를 붙잡고 바닥으로 넘어뜨렸어.”
“응?”
아니, 갑자기 장르가 왜 멜로에서 액션으로 변하는 거지?
“알고 보니, 중년 남자가 어린 소녀를 강제로 성추행하고 있다고 누군가 신고를 했다더군.”
“……예?”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어린 남녀의 이미지가 변했다.
“혹시 그때 키가 몇이었나요?”
“6.2피트에 220파운드쯤 됐을 거야.”
아오! 빌어먹을 야드 파운드
난 재빨리 머릿속으로 계산해보았다.
188센티에 90킬로그램인가?
“수염도 꽤 나있었지.”
“면도 안 했어요?”
“응. 그 며칠 전에 면도하다가 턱이 베이는 바람이 좀 무서웠거든.”
“…….”
코리는 계속 회상하듯 말했다.
“경찰들은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어. 난 너무 무서워서 울며 소리쳤지. ‘전 13살이에요! 미성년자라구요’라고. 하지만 경찰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어. 거짓말 하지 말라고. 13살이 이런 덩치에 이런 얼굴이 말이 되냐고 소리쳤지. 섬세하고 어린 나는 매우 큰 상처를 받았어.”
“…….”
난 선우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야, 이거 경찰이 잘못한 거 맞지?’
‘그렇긴 한데…….’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너무 이해가 된다.
나였어도 바로 신고했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경찰들은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어. 하지만 그렇게 내 첫사랑은 끝나 버렸지.”
“…….”
이게 웃긴 얘기인지, 슬픈 얘기인지 모르겠다.
웃어야 하나, 위로를 해줘야 하나?
“크흡!”
코리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갑자기 데킬라 병을 입에 물고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난 겨우 13살이었어! 내 첫사랑!”
“자, 잠깐.”
이거 누가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좀 말려…… 응? 어디 갔어?”
에덴에게 말려달라고 하려는데, 조금 전까지 자리에 앉아있던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제인과 함께 벌써 저 멀리 도망치는 중이었다.
“뒤를 부탁할게요!”
“어어…….”
뭐야?
저 자식 지금 술 취한 프로레슬러를 나한테 떠넘기고 튄거야?
* * *
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술에 취한 코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혹시라도 술에 취하면 예전 버릇 못 버리고 사람을 거꾸로 붙잡고 바닥에 내리꽂는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어쨌거나 진이 빠진 느낌이라 바람 좀 쐬러 잠시 밖으로 나왔다.
호텔 입구에는 대당 수십만 달러가 넘는 슈퍼카들이 늘어서 있고, 한쪽 천막에는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이 모여 있었다.
밤바람이 시원하다.
생각해보면 회귀 후 정신없이 달렸다.
때로는 이런 신나는 이벤트도 있어야지.
입구 한편에 아까 인사한 래퍼들이 대여섯 명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입에 담배를 하나씩 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담배라기에는 건초 태우는 듯한 퀴퀴한 냄새가 난다.
“…….”
담배가 아닌 모양인데.
참고로 캘리포니아는 합법인 관계로 길을 가다 보면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외 다른 거(?) 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고…….
금색 선글라스를 쓴 흑인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아까 인사한 친구로군. 한 대 피겠나?”
“괜찮습니다.”
한국 법은 속인주의.
미국에서는 합법이라 해도 한국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
“흠, 혹시 다른 거 원하나?”
“……아니요.”
다른 건 또 뭐가 있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다시 소개하지. 난 닥터 드숀. 그쪽 이름은 뭐였더라?”
“한미루라고 합니다.”
난 반지를 가득 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참고로 ‘닥터’라고 해서 진짜 박사 학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자기가 붙인 거다. 최종학력은 중퇴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뭐, 랩 박사도 박사는 박사지…….
본인도 뛰어난 래퍼지만 그보다는 사업과 프로듀서로서 유명하다.
자기 레이블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고, 랩스타를 여럿 키워냈다. 또한 음반, 패션, 주류 사업 등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컨티뉴 캐피탈에서 일한다며?”
“그렇습니다.”
“오호! 얘기를 들어보니, 꽤 높은 사람인 모양인데.”
그는 나에 대해 큰 흥미를 나타냈다.
“한국인인가?”
“네.”
닥터 드숀은 짙은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한 10년쯤 전에 한국에 한번 가본 적이 있지. 무슨 기업에서 힙합 페스티벌을 열었거든. 근처 식당에서 먹었던 소고기가 참 맛있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어…… 혹시 불고기요?”
“아! 맞아. 그거.”
이 얘기를 들으니 생각났다.
한때 인터넷에서 난리였다.
외국 가수가 한국 와서 불고기 먹는 게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금목걸이에 금반지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매단 흑인 래퍼들이 양반다리를 한 채 상에 둘러앉아 불고기를 먹고 있으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그 옆에서 식당 아주머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술 문화를 알려주겠다는 일념으로 잔을 늘어놓고 신나게 소맥을 말고 있었다.
하고 기이한 모습이라 나중에 SNS에 사진이 올라오자, 처음에는 다들 합성인 줄 알았을 정도다.
“한국 드라마도 엄청 재미있게 봤어.”
“세븐 라운드요?”
“그래, 그거. 래퍼들 사이에서도 엄청 인기였거든. 몇 놈들은 그거 보고 영감이 떠올라서 벌스를 쓰기도 했지.”
이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국뽕(?)이 차오른다.
녹음해서 당장 ‘충격! 미국 래퍼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 곡을 쓴 사연!’이라는 썸네일을 달고 에이튜브에 올리고 싶다.
조회수가 100만쯤은 나오지 않을까?
“거기 나온 여자가 참 괜찮았어.”
“지유요?”
“응. 목소리가 좋던데. 원래 가수라며?”
“네. 지유 목소리 좋죠. 영어도 엄청 잘해요.”
“그래?”
“네. 원어민 수준입니다.”
닥터 드숀은 덱스터 레이블의 수장이자, 미국 힙합계의 큰손이다. 이런 사람에게 잘 보여서 나쁠 건 없겠지.
난 열심히 지유의 장점을 어필(?)하며 노래를 추천해주었다.
한창 대화를 하는데, 이번에는 옆에 있던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탐 스콧 CEO 말로는 당신이 메타버스 콘서트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던데요.”
20대 중반 정도의 키 크고 근육질 레게머리 흑인.
눈썹과 코에는 피어싱을 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래퍼로 손꼽히는 스카이픽스다.
나이트라이트 팬으로 알려진 그는 나이트라이트에서 세계 최초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었다.
“네. 콘서트 잘 봤어요.”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경험했네요.”
난 그들과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래퍼들은 거칠 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다들 친절한 모습이다.
하기야 이스트와 웨스트로 나뉘어서 갱당끼리 총질하던 것도 옛말. 1년에 수천만, 수억 달러씩 벌어들이다 보면 성격도 좋아지기 마련이지.
난 스카이픽스와 연럭처를 교환했고, 닥터 드숀이 준 명함을 받아 들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구.”
“언제든 연락해요.”
그들은 각자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에 올라탔다.
나도 슬슬 들어갈까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어! 지유구나. 이번 신곡 잘 듣고 있어.”
“응. 좋던데.”
듣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무슨 일이야?”
[지금 LA에서 파티 중이라고 하던데, 혹시 선배님도 가신 거예요?]“응. 안에 있다가 잠깐 밖에 나왔어.”
정확히는 내가 주최자다.
[거기 스타들 엄청 많이 왔던데.]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방금까지 닥터 드숀이랑 스카이픽스랑 얘기하고 있었어.”
[무슨 얘기 하셨는데요?]“너 얘기.”
[어! 지, 진짜요?]“응. 닥터 드숀이 네 목소리 좋다고 칭찬하던데.”
[와아! 정말요?]“랩 좋아해?”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데?”
[저 키디큐요! 데뷔했을 때부터 팬이었어요.]“아까 인사했는데. 남편이랑 같이 왔어.”
[너무 부러워요. 저 키디큐 노래 엄청 듣거든요.]“무슨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데?”
[아, 그게…….]참고로 키디큐 노래는 대부분 한국에서 19금 딱지가 붙어 있다.
가사가 어떻기에 19금이냐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지유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거기 예쁜 여자들도 많지 않아요?]“글쎄.”
여자들이 많긴 한데, 어째 주위에는 남자들만 몰리는 느낌이다.
[저도 한번 가고 싶어요.]“오면 되지.”
지유가 온다고 하면 모두가 환영하지 않을까?
특히 데킬라 사업하는 프로레슬러 출신 사장님이 기뻐할 것 같다.
[다음에 파티 하면 저도 꼭 초대해주세요.]“응. 그럴게.”
[한국에는 언제 오세요?]“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네, 선배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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