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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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2)
공수찬이 안내한 곳은 무한에서 이십여 리 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원이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인데다 주위 풍광도 아주 좋은 곳이었다.
“여기가 어디요?”
“이번에 제가 사들인 장원입니다. 새로 만드는 상단의 본거지가 될 곳입니다.”
“오! 드디어 상단이 만들어지는군요.”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니지만,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요? 우리에게는 역사적인 곳이 아니겠소? 이 장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전설이 될 수도 있겠지요.”
내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장원을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더 감격하자, 공수찬 역시 크게 감격했다.
“상단 이름은 정하셨소?”
“벽공자께서 지으셔야지요.”
“아니오, 이번 일은 전적으로 공총관에게 일임하지 않았소? 공총관이 지어주시오.”
그러자 공수찬이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하나의 이름을 내놓았다.
“그럼 상단의 이름을 태성상회(太星商會)라고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비록 작은 상회지만 후일 천하를 비추는 큰 별과 같은 상회가 되라는 뜻에서 말입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상단의 이름이 정해졌다. 내가 만든 첫 상단이란 생각에 왠지 마음이 설렜다.
“자, 들어가시지요.”
공수찬을 따라 장원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주 아담하면서도 정갈하게 지어져 있었다. 작은 연무장을 중심으로 세 방향으로 건물이 있었다.
중앙의 건물이 가장 컸고, 좌우의 건물은 그 절반 정도의 크기였다.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어디 하나 걸리는 것 없이 마음에 들었다. 하긴 꼼꼼한 공수찬이 잘 살펴서 산 것일 테니,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있을 리 없
었다.
“고생하셨소.”
“별 말씀을요. 저야 공자님께서 주신 돈으로 집을 산 것일 뿐인데요.”
공수찬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제 돈이 아니라 우리 돈입니다.”
“네, 공자님.”
공수찬이 나를 보며 옅게 웃었다. 내 말이 진심임을 알기에 저 미소에 담긴 감정은 기쁨일 것이다.
이후 상단을 꾸려 나가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모든 것을 그에게 일임했다.
좋은 수장일수록 일일이 아랫사람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수장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인재를 찾아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다.
장원을 나오기 전에 그에게 장부를 건넸다. 야천의 비밀창고에서 얻어낸 바로 그것이었다.
“참, 이것 한 번 봐주시오.”
“이게 뭡니까?”
“한 조직의 비밀장부요. 시간 날 때 한 번 검토해 주시겠소?”
“알겠습니다.”
공수찬이 조심스럽게 장부를 받았다.
뒤늦게 광두가 장원으로 왔다.
온갖 호들갑을 떨며 장원을 둘러본 후, 소매를 걷어붙이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원래 청소라면 이 광두 아니겠습니까?”
그는 자신이 종복이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제가 벽씨검문의 종복이 아니었다면 어찌 도련님을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이러니 어찌 내가 광두를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놈아, 사람 써서 해라. 이 넓은 곳을 혼자 치우다간 병난다.”
“혹시 저 걱정해주시는 겁니까?”
“당연히.”
“감격스러운데요?”
“좀 더 장원이 깨끗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아…… 마지막 말씀은 안하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하하하.”
* * *
장원이 생겼지만 나는 여전히 객잔에서 묵었다.
첫날이라 방문한 것이지, 당분간 태성상회는 벽씨검문과 관계없는 상단으로 키워내어야 했으니까.
공수찬 역시 직접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은밀히 운영할 예정이었다.
오후에 백표가 두 사람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소개해 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소개해 준 사람은 백표의 수족, 양청과 명도였다. 같은 맹호단의 호위무인이었는데, 이번에 그만두면서 백표의 수하가 된 이들이었다.
“내 주군이시다.”
양청과 명도는 나를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도 백표는 사전에 나에 대한 사전설명을 전혀 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너무 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데, 동시에 그것은 어떤 묘한 신비감을 주는데 한 몫 했다.
백표가 믿는 사람인데 이렇게 젊다니?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그들의 표정에 드러났다. 물론 백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생각이리라.
“양청입니다.”
“명도입니다.”
백표가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제 수족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백무인이 믿는다면 나 역시 믿소. 서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두고 보십시다.”
“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재였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래서 무인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제대로 된 사람이 이끌지 못한다면 그것은 숫자에 불과했다. 훅 불면 그냥 사라져버릴 신기루 같은 거다.
두 사람을 보내고 나서 백표와 둘이 남았을 때, 비로소 그에게 서찰을 건넸다.
“자, 이것 받게.”
산동 집을 떠나올 때 정영이 전해달라고 맡긴 서찰이었다.
내용을 읽은 백표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내가 보고 싶고, 아들도 보고 싶을 것이다.
그가 나를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마 우리 어머니가 그들을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러나? 내 욕이라도 적혀 있나?”
내 농담에 백표가 당황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농담이 통하지 않는 백표였다. 아직은 나를 어려워해서 그렇겠지.
어쨌든 감동을 마무리하긴 아직 일렀다. 내가 줄 감동이 남아 있었으니까.
“자, 이것 받게.”
내가 혁낭을 그에게 내밀었다. 무심코 안을 들여다 본 백표가 깜짝 놀랐다. 안에 가득 든 것은 전표였다.
“삼십만 냥일세.”
백표가 다시 한 번 놀랐다. 맹주를 호위했으니 큰돈이야 여러 번 봤겠지만, 이렇게 직접 가까이서 들여다본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 돈으로 정예검대를 하나 만들어 주게.”
“정예검대를요?”
“숫자는 몇 명이 되어도 상관없네.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단 주어진 명령은 반드시 수행해내는 최강의 조직이어야 하네.”
백표가 들고 있던 돈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어떤 격정이 스쳤다. 그런 조직을 만들 생각을 하니까 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질 테고, 또한 그런 중요한 일을 맡기면서 이렇게 큰돈까지 망설이지 않고 맡긴 것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네, 제게 맡겨주십시오.”
내가 줄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천조검을 빼서 그에게 건넸다.
“이게 무엇입니까?”
“선물이네. 이제부터 이 검을 쓰게.”
“이 검은 쓰시던 것이지 않습니까?”
“자네 덕분에 더 좋은 검이 생기지 않았나?”
당대에는 수라명왕검 이상 좋은 검은 없다는 것을 백표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 검, 제가 한 번 뽑아 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표가 검을 뽑았다.
스르릉.
검날을 본 백표가 깜짝 놀랐다. 평범한 검집에서 나온 그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것이다.
“명검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검입니다.”
“본래 명검들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법이지.”
천조검을 사용한 것은 불과 몇 개월이었고, 그것도 오래 전 일이었다. 거기에 개조까지 되었으니 백표가 그것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비슷한 검이라는 것을 느낀 것만 해도 그의 눈썰미가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이렇게 귀한 검은 받을 수 없습니다.”
백표가 다시 검을 내밀었다. 내가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최강의 조직을 이끌 사람이 이 정도 검은 가져야지.”
“공자님!”
여전히 그는 받기를 거부했다.
“맞네, 확실히 이 검은 귀한 검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자네보다 귀할 수는 없지. 솔직히 말하지. 이건 선물이 아니라 족쇄라네. 자넬 내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족쇄.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겠는가?”
그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백표는 진심으로 충성을 다짐하고 있었다.
아내와 자식을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거기에 수대가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는 거금을 믿고 맡겼고 거기에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검까지 내려주었다.
어찌 이런 사람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려주신 족쇄, 감사히 차겠습니다.”
* * *
이번에는 세작인 진과 수를 불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이들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
물론 앞서 내렸던 임무를 훌륭하게 해내면서 두 사람은 내게 큰 점수를 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선택한 이들이 아니라 정여가 소개해준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믿음을 나누기로 했다. 굳이 그들을 너무 큰 시험에 들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오만 냥이네.”
그것만 해도 엄청난 거금이었기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것으로 정보조직을 구축하게. 물론 이 돈으로 전 중원에 정보조직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 알고 있네. 우선 산동과 무한을 중심으로 조직을 갖춰나가게.”
일단 오만 냥을 모두 다 쓰면 다시 오만 냥을 지원할 생각이다. 총 지원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돈은 삼십만 냥.
이번 일 처리의 결과에 따라 그들에 대한 신뢰와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믿을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몇 사람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조직을 구성하면 정보조직만을 지원하는 무력단을 따로 만들어 주겠네.”
백표가 만드는 조직과는 별개로 정보조직을 받쳐주는 조직도 만들 작정이다.
“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돈을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뻐했다.
처음에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도 그들의 안전을 챙겨주었다. 이번 역시 그런 차원이라서 두 사람이 감격한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정보전에서 밀리면 몇 배의 전력도 한 번에 밀려버린다는 것을.
“나는 정보조직이 가장 중요한 조직이라 믿는 사람이네.”
내 말에 두 사람이 감격과 의지를 함께 드러냈다.
“그 믿음,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좋아.”
두 사람이 오만 냥을 가지고 객잔을 나섰다.
* * *
마지막으로 광두를 챙겼다.
“저는 뭐 없나요?”
“있지.”
광두가 눈을 반짝였다.
“역시 우리 도련님 밖에 없다니까요! 뭡니까? 이번에도 영약입니까?”
“영약보다 더 좋은 것!”
“오오오오! 영물의 내단이라도 가져오신 겁니까?”
“그 보다 더 좋은 것.”
그러면서 내가 방 한 옆에 놓아두었던 술병을 들었다.
“설, 설마, 그 안에 공청석유가 든 겁니까…… 는 개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냥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맙소사! 겨우 술이라니? 다들 돈도 주고 검도 주고, 신뢰도 주면서, 저는 겨우 술이라니?”
“주고 싶어도 다 줘 버려서 말이지.”
“암요, 알고 있지요. 아끼면 똥 된다는 가치관을 지니신 분 아니십니까?”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광두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에 한 잔 하자는 것, 그것만 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제일 나은 대접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술을 한 잔 나누며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가주님과 대부인께서는 잘 지내시고 계시죠?”
“여전하시지.”
“송희는요?”
“잘 있더라. 키도 좀 큰 것 같고.”
“애 때는 금방금방 크니까요.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들 보고 싶네요. 참, 관조장은요? 여전히 수련벌레죠?”
“너 이대로라면 곧 벌레보다 못하게 될 거야.”
“젠장! 내일부터 새벽수련 다시 들어갑니다!”
술이 한 병 다 비었을 때쯤 광두가 술기운을 빌어 넌지시 물었다.
“……도소저는 잘 있죠?”
“도순이? 더 예뻐졌더라.”
광두가 술을 단숨에 비웠다.
“난 아직 끝난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사절입니다.”
“위로가 아니야.”
“어떤 점에서요?”
“사실 네가 너무 급하게 들이댔어. 서로 첫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뭐합니까? 이미 다 끝난 일인데.”
광두가 한숨을 내쉬며 인정했다.
“지저분하게 끝낸 것이 아니니까.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이미 늦지 않았을까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여자 마음이라고 다르겠냐?”
광두가 눈빛을 반짝였다.
“이제 어떻게 하죠?”
“보여줘야지. 네가 변화하는 모습을. 그래서 도순이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거지. 이 사람에게 이런 모습이 있나? 이 사람이 이런 능력도 있었나? 이렇게.”
“도련님처럼요?”
아, 나도 그런 것이겠구나. 광두에게도, 화린이에게도. 모두에게.
“그래, 나처럼.”
광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남녀문제는 너무 어려워요.”
“그래, 어렵다.”
조언자에서 공감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 잘할 수 있을까요?”
“그게 뭐가 중요해?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내가 잔을 내밀자 광두가 힘차게 잔을 부딪쳤다.
광두의 얼굴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래, 아직 청춘인데. 그런 얼굴로 살아야지.
나는 그냥 강하기만 한 수하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하들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코 불행이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