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46
1학년 1학기 종합능력평가.
학생들은 하필이면 무더위가 한창 지속되고 있는 날에 북한산에서 유격훈련을 받아야 했다.
“내가 이 산을 또 오르게 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자꾸 낑낑대지 말고 얼른 올라와. 앞사람들이랑 차이가 나고 있잖아.”
“서, 서나야, 우리 잠깐만 쉬자!”
“하여간….”
은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북한산을 오르는 것이라면 몰라도 30Kg나 되는 짐을 등에 업은 데다 산을 오르고 있으니 힘들만 했다.
반 별로 오르던 이들도 언젠가부터 속도가 뒤처지다 보니 다른 반하고 섞여들었다.
행렬은 진작 엉망이었고, 교관들은 놀지 말고 오르라는 막무가내 같은 소리나 질러대고 있었다.
“그렇게 체력이 없으면 어떡하니?”
“이 더위에 짐을 들고 오르는 게 얼마나 힘든데!”
앞서 걷던 서나가 턱 끝에 맺힌 땀을 닦으며 핀잔을 주었다.
아인인 그녀도 마나를 쓰지 않고 신체능력만으로 짐을 들고 오르기란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꽤 양호한 수준이었다.
나름 체력에 자신 있다고 자부했던 은혁도 짐이 몸을 가려버릴 정도로 상체를 숙이고 있는 지경이었으니.
“…알았어. 우리도 조금만 쉬었다 가자. 목마르지? 자, 물.”
“괜찮아, 나도 물 있어.”
은혁은 근처에 있던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어깨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산길을 오를수록 30Kg의 무게가 숫자 그대로의 무게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거기 두 사람! 누가 멋대로 쉬라 그랬어!? 얼른 안 올라와?” “가자, 은혁아. 이러다 교관님한테 혼나겠다.” “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그는 이제는 죽상을 쓰며 저 위에서 소리를 치는 교관을 올려다보았다.
빨간 모자는 악마였다.
“괜찮아?” “…괜찮아.”
서나가 걱정이 되는지 뺨에 묻은 금색 머리칼을 잡아떼며 물었다.
그녀도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은혁은 불평을 늘어놓을 수가 없어졌다.
…서나한테 의지할 수는 없어.
플레이어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는 영웅처럼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한테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은혁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금 가방을 등에 매자,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미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교관이 신체능력을 단련하기 위해 체내 마나를 사용하지 말고 가방을 짊어지라는 지시를 내렸으니.
잘못해서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가 교관에게 들키면 이 더위에 혹독한 기합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하양 학생! 내가 체내 마나는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교관님. 저는 안 썼는데….”
“그럼 네 주변에 돌고 있는 마나는 대체 뭐야!?”
“…요정?” “그래, 정하양 학생. 아주 좋은 대답이었다! 지금 당장 눈에 요정이 보이도록 해주마! 엎드려!”
“으….”
은혁은 체내 마나를 사용했다 들킨 정하양을 속으로 묵념했다.
저 짐을 짊어진 채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양이가 걱정이 되기는 했어도, 일단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어느새 그는 플레이어 아카데미의 개인주의정신을 깨우쳤다.
“배수빈 학생. 이게 최선입니까? 나는 왜 더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거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마음가짐이 그래야지. 우수한 캐스터는 우수한 체력과 우수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
“…….”
“근성! 캐스터는 근성이야!”
다른 한쪽에서는 8반 담당교관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수빈에게 근성론을 설파하고 있었다.
배수빈은 속으로 쌍욕을 퍼부으며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8반 담당교관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기 위해.
“근데 파랑이 형은 어디에 있는 거지? 저기가 8반 행렬이면 파랑이 형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아마 제일 위에 있을걸?” “뭐?”
“아까 보니까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라고.”
서나에게 그런 소리를 들은 은혁은 진파랑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필시 가방의 무게는 개의치 않고 산길을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더라도 몰랐다.
관심을 끄기로 했다.
“그럼 대장은 어디에 있는 걸까?”
불쑥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서나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
“뭐야, 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숨이 안 찰 수가 있어?”
“평소의 단련인 셈이지.”
“거짓말.”
맞아, 거짓말이야.
은하는 악으로 꾸역꾸역 따라오는 민지에게 속으로 사과했다.
사실 그는 교관에게 들키지 않게 체내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방 끈 아래로 마나를 발현해서 어깨를 보호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목 안쪽에는 등반 전에 수건을 넣어둔 채였다.
이 역시 교관에게 들키지 않도록 감쪽같이 몸 안에 둘러 넣었다.
다 경험이지, 뭐.
회귀 전, 그는 고등아카데미에서 이와 비슷한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도심지를 청소하기 위해 야영을 했던 적도 있었다.
눈치껏 체내 마나를 발현하는 일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 수작부리고 있는 거지?”
“그리 의심이 되면 확인해보든가. 자, 아무것도 없지?” “…수상해. 교관님한테 안 이를 테니까 나한테도 방법을 알려줘.”
민지가 진지한 눈빛으로 부탁했다.
은하는 시치미를
뗐다.
어차피 알려줘도 그녀가 못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하양이도 걸렸는걸.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양은 그가 체내 마나를 발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다만 술식을 파악한 그녀는 제대로 마법을 발현하지 못했다.
은하가 워낙에 효율을 중시했기에 극소량의 마나로도 가능했던 거지만 그녀에게는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시간과 경험이 이룩한 그의 노하우를 활용도 하지 못하고 교관에게 기합을 받아야 했다.
“…하양이는 잘 있으려나 몰라.”
“괜찮아, 죽지는 않았을 거야. 지금 내가 힘들어 죽겠는 게 문제지만.”
“엄살은….”
“엄살 아니야!” “알았어. 여기서 쉬었다 가자.”
“콜.”
은하가 보기에 민지는 한계였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오른 것만으로 칭찬해야 마땅했다.
이번 일로 은하는 그녀의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자세였다.
그녀가 이대로 꺾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깡으로 버티는 사람은 민지 말고도 한 명 더 있었지.
진파랑은 친구들 중에서도 체력이 가장 좋았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있었을 정도이니.
그러다 중간에 힘이 빠져서 고생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자업자득이었다.
그것보다 은하는 바로 가까이까지 접근해오고 있는 수빈을 보았다.
그녀의 체력도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저 깡으로 버티고 있을 뿐.
그는 거의 기면서 올라오는 그녀를 흡족하게 쳐다보았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거야? 사람 기분 나쁘게.”
“수빈아.”
“뭐.”
이윽고 민지의 옆에 도달한 수빈은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을 뒤적거려 이온음료를 꺼낸 그녀는 담당교관도 이제 떠났겠다, 차분히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휴식을 취할 일은 잠시도 없었다.
“조금만 더 힘내라.”
“야! 너 뭐하는 짓이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씨발! 죽여 버릴 거야!”
그가 그녀가 내려놓은 가방을 발로 툭 차버린 것이다.
빵빵하게 부풀어 있던 가방은 금세 산 아래로 데구르르 떨어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배수빈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굴러가는 가방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가 괴성을 지르며 길길이 날뛰었다. 은하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소리쳤다.
“…힘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네. 옷이 늘어났잖아.”
“미친놈아! 그 말이 지금 나와!?”
“그보다 가방부터 주워오기나 해. 저거 언제까지 떨어지게 내버려둘 생각이야?” “…너 진짜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을 번쩍 차린 수빈은 씩씩거리며 산을 내려갔다.
이 모든 일을 보고 있던 학생들은 모두 안쓰러운 시선으로 배수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은하를 두려워하는 눈으로.
교관들은 악마가 따로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냥 놔둬도 강하게 자랄 텐데…, 이왕 키울 거 더 강하게 키워야지.
멘탈을 다질 필요도 있었다.
체력까지 기를 수 있는 일이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은하는 진심으로 배수빈의 성장을 기대했다.
“…미쳤어. 넌 진짜 악마야.”
“내가 어딜 봐서 미쳤다고 그래?”
“하늘은 뭐하나 몰라. 이런 악마를 안 잡아가고….”
“한 번 멸망한 세상에서 하늘을 찾아서 뭐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거야. 멸망만 하지 않았으면 이런 악마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민지는 한참이나 투덜거렸다.
그녀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그는 이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자 권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려 하는데─.
“너 오늘은 가까이 오지 마.”
─민지가 손을 쳐냈다.
허겁지겁 자신의 가방을 매며.
“야, 너한테는 안 그럴 거라니까?”
“그렇게 말해도 누가 믿을 줄 알고?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면 확 소리 질러 버릴 거니까.” “너 정말….”
“꺄아아아아악─!!”
은하가 한 발자국 다가갔다.
민지는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듯이 산이 떠나가랴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꽥꽥 지른 비명이 북한산에 메아리쳤다.
“너희한테는 안 그런다니까….”
이미 은하의 만행이 알려진 터라 마주치는 친구들은 은하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경계했다.
☆
기나긴 여정 끝에 학생들은 중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턱에 도달하고 나서야 학생들은 교관들이 일부러 길을 뱅뱅 돌아서 안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이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그룹별로 텐트를 친 학생들은 이내 PT(Player Training)체조라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목소리가 작다! 팔 벌려 높이뛰기 30회 실시!” “3의 배수에는 구령을 넣지 않습니다. 아직도 3의 배수에 구령을 넣는 바보가 있냐!?”
학생들은 끝없이 굴렀다.
오전 내내 무거운 짐을 등에 매고북한산을 돌아다니고, 점심은 겨우 초콜릿바 몇 개로 해결하고, 단체로 기합과 같은 체조를 받아야 했다.
“더, 더 이상은 못해…!”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30!” “”””아….””””
벌써 몇 번이나 PT체조를 했는데 아직도 구령을 넣지 말아야 할 때에 구령을 넣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학생들은 구령을 넣은 사람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들은 산을 오르며 독기를 배웠고 체조를 하면서 살기를 터득했다.
“50회! 다시 시작한다, 실시!”
“”””실시!”””” “목소리가 작다! 100회! 이번에도 3의 배수에는 구령을 넣지 않는다!”
“”””……!!!!””””
빨간모자는 악마였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흙바닥이란 것도 신경을 쓰지 않고 바닥에 드러누운 학생들은 구령에 맞춰 다리를 하늘로 올려야 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몇 번을 하니 골반이 아파왔다.
다리가 점점 바닥으로 내려갈 때는 근처에 있던 교관이 와서 친히 다리를 올려주었다.
곳곳에서 악 소리가 절로 터졌다.
“…못해. 이건 못한다고!”
오전에 눈을 맞은 강아지처럼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파랑은 진작 체력이 떨어져나간 상태였다.
이제야 산을 신나게 뛰어다닌 것이 몹시 후회될 정도로.
노은하 이건 어디에 있는 거야?
끙 소리를 내며 다리를 움직였다. 중간에 교관이 한 차례 휴식을 주고 집에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란 말에 욕이 절로 나왔다.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란 소리를 듣자 곳곳에서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힘들어죽겠는데 멍 때리는 것조차 방해를 하려 드는 빨간모자를 정말 죽이고 싶었다.
“안 돼! 나는 더는 못하겠어!” “이건 미친 짓이야!”
“안 해! 못 해!”
그런 상태에서 노은하를 찾던 중이었다.
머리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파랑은 힘겹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을 보았다.
눈에 독기와 살기가 서린 학생들이 난데없이 산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저것들 잡아!”
“하하, 이제부터 시작인 건가?” “야! 너는 저쪽으로 내려가! 내가 이쪽으로 내려갈게!”
교관들의 동작은 신속했다.
마치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던 것처럼.
도망치던 이들은 교관들에게 잡혀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또한 따로 기합을 받아야 했으니.
“씨…, 장난 아니네.”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던 파랑은 기합을 받고 있는 탈주자들을 보고 계획을 뒤로 미뤄야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저들의 주의가 멀어지면 바로 그때 도망쳐야 했다.
그는 혹시 자신과 함께할 친구들이 있는지 텔레파시를 보냈다.
[얘들아! 이건 도저히 못 하겠다! 나랑 같이 도망칠 사람은 구령에서 18을 외쳐줘!]근처에 은혁이 있었다.
은혁은 갈등하는 눈빛이었다.
그만이 아니었다.
웬일로 수빈도 갈등하는 눈치였다. 파랑보다 심하게 흙먼지를 뒤집어쓴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죽여 버릴 거야. 그 자식 내가 죽여 버릴 거야. 노은하 이 개자식, 미친 놈…. 진짜 죽여 버릴….”
못 들은 걸로 해야겠다.
진파랑은 털이 곤두설 것만 같은 중얼거림을 모른 척하기로 했다.
저렇게 살의가 담겨 있는 소리는 빈민가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파랑 오빠, 나랑 민지는 조금 더 참아볼 거야. 열심히 해.] [아, 하양이의 전언이야. 하양이도 같이 도망치겠대.]“…좋아.”
파랑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동료들이 차츰 모여들고 있었다. 은혁은 고민 끝에 함께하기로 했고, 수빈은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에게 칼을 꽂아 넣겠다는 말을 지껄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양도 참가했다.
이제 다음 PT체조에서 18이라고 소리치고 도망치면 될 일이었다.
도망치면 될 뿐이었다.
목민호가 신고하지만 않았다면.
“교관님. 방금 진파랑이 도망치지 않겠냐는 텔레파시를 보냈습니다.”
목민호 저게…!
손을 들고 교관에게 말한 목민호가 히죽 입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니, 교관님! 이건 모함이에요! 억울하다고요! 모함이라고요!”
“끌고 가.”
“젠장! 이런 게 어디 있어! 내가 텔레파시를 썼다는 증거가 있냐고!”
파랑은 교관들에게 붙잡혀갔다.
그와 모의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연행되어 끌려가는 그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목민호 너 진짜 가만 안 둬─!!”
그의 고함은 북한산에 메아리쳤다.
☆
한편, 은하는 어디에 있었느냐면.
“내가 나이를 몇 살이나 먹었는데 군기훈련이나 받고 있어야 하냐고.”
어베니어즈 클로크를 몸에 두르고 일찌감치 베이스캠프를 빠져나온 뒤였다.
6반 담당교관이 자신을 찾기 위해 북한산을 뒤지고 있겠지만 결단코 찾지 못할 것이다.
기척이 느껴지는 대로 나무 위에서 망토를 두르고 있을 생각이니까.
저녁을 먹을 때 돌아가면 되리라.
그렇게 생각한 은하는 땅을 팠다.
해수 형이 만들어준 검을 여기에다 처음 쓰게 될 줄이야.
얼마 전에 벽해수가 만들어준 검인 검은 가시나무.
중등아카데미 1학년은 원칙적으로 디바이스를 외부로 반출입할 수 없었지만, 아카데미 공방에서 제작된 디바이스라면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업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절차를 밟으면 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땅을 팠다.
마나를 불어넣은 검은 가시나무는 삽보다도 우수한 기능을 자랑하며 땅을 파냈다.
“이 정도면 됐으려나.”
한참 땅을 판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 지점은 마나가 산재해 있었다. 더군다나 북한산은 의정부와 밀접해 있다 보니 산재한 양이 상당했다.
여기가 귀문 방향이기도 하고.
조건에 부합되었다.
나침반으로 다시 한 번 귀문방향을 확인한 그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빼냈다.
밀화가 가득한 장신구였다.
그것을 구덩이에 집어넣고, 다시 흙을 묻었다.
“잘 됐으면 좋겠네.”
날이 참 더웠다.
이런 무더위에 훈련을 받고 있을 친구들의 건강을 기도했다.
“목민호 너 진짜 가만 안 둬─!!”
파랑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잘못 들은 게 분명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