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38
사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사이에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게 되었단 말을 들었을 때.
온태양은 겉으로는 분노하는 한편 속으로는 다소 안심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부담이 줄어들은 데다, 추가로 받게 된 단군그룹의 후원을 오롯이 디바이스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온태양은 사실을 알자마자 여동생 온태희에게 버럭 화를 냈더랬다.
이후로 그는 아카데미에 틀어박혀 가급적 집에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욱했어….
태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막 울리는 게 아니었는데….
덕분에 훈련에 매진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기도 했지만.
이따금 여동생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온태양은 오래간만에 집에 다녀가기로 했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는 거지만 어차피 내 집인걸. 간만에 태희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고.
태희가 두 마리 치킨을 좋아한다.
이제는 후원금도 넉넉하겠다.
온태양은 오랜만에 지갑을 열어, 역 앞에서 치킨을 포장하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따라오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니─.
“─의, 의외로 높네?”
“우리 집이 좀 높은 데 있지?”
“좀 높은 게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누나 힘들어? 괜찮아?” “괘, 괜찮아! 오랜만에 운동도 하고 참 좋은 것 같아.”
단군일보의 직계인, 온태양보다도 2살이나 많은 홍예화.
단군그룹의 후원을 받게 된 후로.
그녀는 온태양하고 연락을 하면서 틈틈이 만남을 가지고는 했다.
예화 누나는 착하니까…. 태희도 좋아할 거야. 한 번 소개시켜줘야지.
사실 온태양이 오래간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된 데에는 홍예화 때문이기도 했다.
며칠 전, 홍예화가 시간을 보내다 그녀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식으로 말을 꺼낸 것이다.
그의 여동생을 한 번 보고 싶다고.
온태양은 재벌가의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배려해주고, 여동생에게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에 감격했다.
“허…, 헉…!”
“거의 다 왔어.” “그, 그래…!”
참 좋은 사람이다.
2살이나 많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런 건지 온태양은 그녀가 사려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올랐다.
마침 그녀와 동갑이라는, 노은하의 약혼자라는 사람이.
그러고 보니…. 노은하의 약혼자도 나보다 2살이나 많다던데….
분명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겠지.
안 봐도 뻔해. 심술이 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거야, 분명.
온태양은 피식 웃었다.
자신을 따라오는 홍예화를 보라.
예쁘지, 착하지, 또 어른스럽지.
노은하의 약혼자 따위는 그녀에게 절대 비비지도 못할 것이다.
그는 노은하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긴…. 노은하 걔도 그랬었지…. 둘이 끼리끼리 잘 만난 거네.”
불쌍한 놈.
온태양은 허리에 찬, 새로 완성된 디바이스에 손을 얹었다.
요즘 들어 길이 보이는 기분이다.
온태양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얼마 남지 않은 길을 걸었다.
“태희가 맛있어하면 좋을 텐데…. 여기 치킨을 좋아했으니까 맛있게 먹겠지, 뭐.”
여동생이 배가 부른 것도 모르고.
온태양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놀러오세요!”
온태희와 시간을 보내고.
은하는 조아라와 함께 그녀의 집을 나섰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났네.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
이제부터 자유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해야겠다.
한편으로 은하는 해방감을 느끼다 한숨을 쉬어야 했다.
아직 직계들의 모임에 누구와 같이 참석할 건지 결정하지 못했으니까.
집에 가서 머리를 싸매며 고민해야 할 듯싶었다.
“치킨도 먹었는데 왜 한숨을 푹푹 쉬고 그래? 뭐 안 좋은 일 있어?”
“모임에 누구랑 가야 할지 고민을 좀 하느라….” “아, 그거? 너희도 참 힘들게 산다. 고생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아예 걱정도 안 해주네….”
“내 일도 아닌데 왜 걱정을 하니? 아니면 뭐, 내 걱정이 필요해? 혹시 나 좋아하는 거 아니지?”
“…됐다.”
장난을 칠 기분이 아니었기에.
은하는 그녀의 장난을 무시했다.
옆에서 노은하 재미없다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은하는 옆에서 자꾸 궁시렁거리는 조아라를 지나쳤다.
“야, 기다려! 같이 가! 너 여기서 역으로 가는 길, 모를 거 아니야?”
“대충 기억하고 있어. 나 혼자서 갈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손님한테 배웅도 안 해주면 내가 뭐가 돼? 감사히 여겨. 내가 역까지 배웅해줄 테니까.”
“그래, 고맙다.”
“우씨, 완전 엎드려 절 받기야….”
혼자 가도 되건만.
조아라가 배웅해주겠다고 우기면서 따라나섰다.
은하는 그녀와 걸음을 맞춰 걸으며 슬슬 어두워지고 있는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쟤 온태양 아니야?”
“어? 진짜 태양이네?”
은하는 밑에서 온태양이 올라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조아라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야, 야, 야, 빨리 숨어. 태양이가 너 여기 온 거 알면 노발대발할 게 뻔하단 말이야!”
“여기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저기! 저기로 얼른 숨자!”
조아라가 당황하며 은하의 등짝을 연신 때려댔다.
은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숨을 곳이라고는 막다른 골목밖에 없었다.
엄폐물도 없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조아라는 황급히 은하를 끌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얼른 뒤돌아! 뒤돌란 말이야!”
“여기 숨어도 들킬 텐데….”
“너만 뒤돌면 안 들키거든요?’
벽에 등을 딱 붙인 조아라.
그러고는 그녀가 노은하의 몸으로 자신을 덮어버렸다.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돌아보면 안 돼. 알았지?”
“이게 뭐하는 건지…. 그냥 들키면 안 되는 거야?”
“불똥이 너한테만 튀면 괜찮은데, 태희한테도 튀면 어쩌려고? 딱 보니 오랜만에 태희 보려고 온 것 같은데 초칠 일 있니?”
“…알았어. 이러고 있을게. 그런데 아까 온태양 옆에 웬 여자도 한 명 있었던 것 같던데….”
“흥, 보나마나 홍예화 언니일 거야. 태양이가 단군그룹의 후원을 받고서 걸핏하면 태양이한테 치근덕대더라. 그 사람 완전 여우인 거 있지?”
바로 밑에서 툴툴거리는 조아라.
은하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들으며 온태양이 최근 단군일보의 직계와 가까이 지낸다는 정보를 떠올렸다.
단군일보의 직계라….
단군그룹에서 온태양을 포섭하려는 생각인가 보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고민할 게 참 많았다.
더는 단군그룹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단군그룹은 온태양으로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듯했다.
재기의 기회를 노린다지만….
단군그룹에는 더는 그럴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을 테니 헛수고겠지만.
그래도 사람 성가시게 하네?
온태양이 홍진우의 사체를 발견해 단군그룹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했던가.
설마 회귀 전에 아카데미 던전에서 우연히 히든피스를 발견한 온태양이 이번 삶에서도 발견할 줄은 몰랐다.
그러는 한편으로 정재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온태양이 단군그룹의 후원을 받으려 했을 줄도 몰랐고.
여하튼 은하는 온태양이란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야, 왔다, 왔어. 얼른 고개 숙여!”
“이런다고 안 들키겠어?”
“안 들키니까 얼른 가까이 오래도? 이제부터 뒤돌아보지 마!”
그때 불쑥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조아라.
은하는 별 수 없이 그녀의 말대로 몸을 더 바짝 붙였다.
☆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노은하가 참 편해졌다.
태양이 앞에서는 최대한 조신한 척 행동하느라 성격을 많이 죽였는데.
은하 앞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얘랑 나는 그냥 친구사이니까.
이상하게 죽이 잘 맞기도 했지만.
노은하는 다른 남학생들과 다르게 이성에 대한 목적으로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을 여자로 대하려 하지 않고, 그냥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괜찮은 친구로 대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여친도 있지, 약혼자도 있지.
그런 애가 날 이성으로 생각하고 그러겠어?
조아라가 노은하에게 경계심을 푼 주된 이유.
그녀는 설마 여친과 약혼자가 있는 그가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되었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가능하다.
한쪽이 사귀고 있을 경우에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그녀는 최대한 그가 사귀고 있는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그와 어울려 놀고는 했다.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은 데다 연애상담도 할 수 있어서 좋은걸.
온태양을 좋아하는 그녀는 가능한 남자의 심리를 알고 싶었고.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마침 노은하였기에.
그녀는 언젠가부터 틈만 나면 그와 연락을 이어나고 있었다.
그러다 아카데미 던전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울지 말고 나만 믿으라니까? 물 마실래?’
그날, 몬스터에게 사로잡힌 그녀는 그에게 구출되었고.
그때 그의 품에 안겨 실컷 울었던 그녀는 남자의 품이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 단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단단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동시에 그녀는 그의 품속에 안겨 정신이 안정되는 기분을 느꼈다.
역시 검을 휘두르는 사람이다 보니 몸이 그렇게 단단했던 거겠지.
그때 기분…, 좋았는데….
그날의 일이 아직도 선명했다.
이따금 꿈에 나올 정도로.
그리고 꿈을 꾼 그날은 하루 종일 정신이 멍했다.
그때가 묘하게 그리웠다.
그래서 그런지─.
─태양이는 저 언니가 지금 저렇게 꼬리치고 있다는 걸 왜 모르고 있는 거지? 다 보이잖아. 나만 그런가?
그날 이후로.
단군일보의 직계 홍예화가 툭하면 온태양의 주위를 돌아다니든 말든.
조아라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은하에게 톡을 보내고는 했다.
오늘은 홍예화가 불쑥 찾아와서는 온태양에게 이러이러 했다면서.
그래서 짜증나 죽겠다면서.
그녀는 어느새 그녀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연락할 핑계를 찾고 있었다.
솔직히 이제는 온태양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기다려, 기다려. 좀만 참아.”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온태양이 홍예화를 집으로 데려왔다는 것에 화가 나지 않았다.
다만 은하가 온태양과 싸우게 될까 걱정이 돼서.
또한 괜히 자신이 은하와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조아라는 은하를 데리고 골목길로 숨어든 것이다.
“이 여름날에 뭐하는 짓인지….”
“쉿!”
머리 위에서 투덜거리는 노은하.
그녀는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내며 온태양과 홍예화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
“…응? 태양아? 왜?”
갑자기 온태양이 걸음을 뚝 멈추고 골목길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은하에게 바짝 달라붙어서 얼굴을 감췄다.
“─이런 데서 애정행각이라니…. 동네 사람들 다 보게….”
“남자 키 크네? 벽쿵하는 건가?”
“벽쿵이 뭐야?” “벽쿵이 뭐냐면….”
두 사람이 떠들어댄다.
조아라는 두 사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돌연 짜증이 났다.
왜 나란 걸 모르는데?
이 동네에 자신 또래의 여자애가 몇 명이나 된다는 말인가.
비록 자신이 최대한 몸을 감추려 하고 있다지만.
소꿉친구를 못 알아본다는 말인가.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해야 할 게 아니란 말인가.
진짜 눈치도 드럽게 없어….
조아라는 화딱지가 나는 상태로.
그대로 은하의 배에 바짝 붙어서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살폈다.
…배 단단하네.
그동안 온태양의 눈길을 피하는데 집중하고 있느라.
조아라는 뒤늦게 자신이 은하에게 바짝 붙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그날 아카데미 던전에서 그에게 구해졌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와 같이 노은하는 단단했다.
그리고─.
─키가 크기는 하네….
서 있는 상태로 바짝 붙어 있으니.
노은하가 얼마나 큰지 알겠다.
머리 하나로는 어림도 없겠다.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올리고 노은하를 올려다보았다.
“─갔어?”
“…….”
눈이 마주쳤다.
노은하가 묻는다.
얼굴이 가깝다.
콧김이 얼굴에 닿는다.
조아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뒤돌아봐도 되지?”
“…….”
“왜 말이 없어?”
“너….”
“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노은하.
이제 보니 콧대가 참 높다.
눈빛은 왜 이리 강렬한 것인가.
조아라는 겨우겨우 입을 뗐다.
이 순간,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던 그녀는 무심코 떠오른 말을 입에 담았다.
“─너 이제 보니 은근 잘생겼다?”
“엥?”
“……!”
말하고 나서 흠칫.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아라는 즉시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노은하의 눈치를 살폈다.
눈을 멀뚱멀뚱 깜빡이던 그는─.
“─뭐래? 뭐 잘못 먹었어?” “…응, 순간 내가 허깨비에 씌었던 모양이야. 지금 보니까 못생겼네.”
“아무래도 뭐 잘못 먹은 거 맞나 보네. 치킨이 상했었나….”
“응, 너도 같이 먹었거든요?”
뚱한 얼굴로 대꾸하는 노은하.
조아라는 그제야 평정심을 찾았다.
하마터면 반할 뻔했다.
우씨…. 근데 얘도 눈치는 드럽게 없네?
☆
여친과 약혼자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만날 때면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 누구하고 같이 갈 건지 결정했냐는 질문을 던졌다.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라고 말하나, 은근히 자신과 같이 가자는 뉘앙스로 말을 덧붙였고.
진짜 몸을 두 개로 쪼개고 싶다….
노은하는 그때마다 대답을 피했다.
요즘 들어서는 약혼자하고 여친이 자신이 고민을 하는 것을 즐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시간은 계속 흘러, 모임도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무슨 고민 있어?” “아, 그게….”
“나라도 괜찮으면 고민 들어줄게. 말해줄래?”
이날도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에 그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었다.
은하는 류연화와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 근황을 주고받았다.
연화 누나가 처음에는 쌀쌀맞기는 했지….
오랜만에 만난 류연화.
그녀가 밸런타인데이에 쓰레기라는 톡과 함께 초콜릿 기프티콘을 보낸 시점에서.
은하는 자신이 양다리를 걸치는 걸 그녀가 반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화이트데이에 아주 커다란 사탕을 우편을 통해 레귤러스클랜에 직접 보냈더랬다.
‘…은하야. 고마운데…, 다음부터는 이렇게 보내지 않아도 돼.’
‘그래? 사탕은 어때? 마음에 들어?’
‘응…. 잘 먹을게. 사탕 보내줘서 고마워.’
그때 류연화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쑥스러워하는 한편으로 마냥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때 이후로 류연화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지기는 했다.
물론─.
─누나한테 된통 혼이 났지만….
세상에 남이 근무하는 직장에 그런 사탕을 보내는 게 어디 있느냐며.
그는 은아에게 혼쭐이 나야 했다.
덕분에 클랜 사람들이 류연화하고 사귀는 게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을 막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은아가 오해를 풀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노은하 삼다리설이 퍼질 뻔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누구하고 같이 가야 할지 고민 중이야.”
점심을 먹으며.
은하는 류연화에게 자신의 고민을 들려주었다.
이내 불닭이에게 빵 조각을 먹이던 그녀가 걱정이 많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는 살짝 감동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꼴이 좋다면서 놀리기 바빴는데….
역시 연화 누나밖에 없어.
불닭이가 류연화를 잘 따른다.
그녀가 조그만 얼음을 만들어주자, 불닭이가 호기심을 보이며 얼음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러는 사이 류연화는 마치 그의 걱정이 자신의 걱정이라도 된 듯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미안…. 내가 도와주고는 싶은데, 나도 그런 모임에 별로 참석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괜찮아. 뭐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누나도 그런 모임에 참석해본 적이 있는 거야?”
“응. 가끔 호위 차원에서 갈 때가 있거든. 각계 인사가 모이는 자리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하긴….”
류연화가 이야기한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 역시 이전 삶에서 그녀처럼 정재계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에서 호위를 선 적이 있었다.
몇 번은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호위 겸 파트너로 나선 경험 또한 있었고.
─어라?
그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난 생각.
은하는 밥을 먹던 손길을 멈추고 스쳐지나간 생각을 붙잡았다.
“왜 그러니?”
“삐삐?”
류연화가 걱정스레 묻는다.
불꽃 트림으로 얼음을 녹이고 있던 불닭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침묵했다.
침묵 끝에─.
“─내가 왜 그걸 못 떠올렸지?”
은하는 별안간 중얼거렸다.
만면의 미소가 떠오른다.
“고마워, 누나. 누나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아…, 혹시 약혼자 분이랑 하양이가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에이, 사귄다고 다른 사람들하고 연락도 못하는 게 어딨어? 그리고 둘 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니까 괜찮아.”
“나라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응? 누나 방금 뭐라 했어? 미안, 내가 방금 못 들어서….”
“아무것도 아니야. 자주 연락할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류연화.
고개를 젓는 행동이 격렬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이윽고 후련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자주 연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일주일이 금세 흘러간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53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