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15화
원래 아발론에 입학하면 외출은 금지되어 있다.
방학이나 중요한 행사를 제외하곤 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게 되었다.
원래 규칙이라는 것이 단단한 강철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야겠지만.
수많은 학생과 권력이 얽혀 있는 아발론의 규칙이 굳건히 지켜지는 건 힘들었다.
강한 권력을 가진 자들의 힘으로 인해서 조금씩 변경됐고, 지금 와서는 교수의 허락만 있다면 외출이 가능했다.
다만, 무단으로 외출하다 걸릴 경우, 규칙대로 경고를 받던가 혹은 심할 경우, 퇴학까지 당할 수 있다.
조심 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쉽게 허락이 떨어졌군요.”
도베르만은 작게 감탄했다.
교수의 허락을 받는 게 가장 힘들 거라 생각했다.
한데, 로크는 생각보다 쉽게 받아 냈다.
그것도 육포로.
먹을 거로 꾀어낸 것이다.
“그거야 뭐…….”
다른 학생이었다면 아무리 하이 오크 육포를 한 마차 가득 싣고 가져와도 헤라클레스가 거절했겠지만.
로크와는 자주 봤고.
대결에 직접 심판까지 봐 주면서 이런저런 인연을 쌓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함께 정원에서 하이 오크 육포까지 뜯은 사이.
단백질을 공유한 사이가 아닌가.
그런 여러 가지 일이 적용되었기에 헤라클레스도 허락한 것이다.
“쉬우면 좋지.”
“맞는 말입니다. 그럼 가시죠. 아발론에서 신전은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금방 갈 수 있을 겁니다. 다들 걱정할 수 있을 테니, 최대한 빨리 다녀오죠.”
“그래야지.”
나오기 전에 로아에게 ‘나 잠시 갔다 온다.’라고 해 놨고, 하밀은…… 뭐 상관없겠지.
둘은 빠르게 신전을 찾았다.
신전은 상당히 거대하면서도 넓었다.
하얀 벽돌로 아름답게 건축되어 있는 신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의 위엄이 어떤지를 느끼게 했다.
거룩하면서 신성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결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에다 신전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만들 정도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처음 신전을 봤을 때, 그 거대함에 한번 놀라며 그 신성함에 감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크는.
‘넓네. 이거 몇 평이야? 아발론이 바로 앞이니까 땅값 엄청 비싸겠는데? 이놈들 성서 같은 거 팔아서 땅 투기했나?’
불경한 생각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애당초 로크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게 아니다.
신성력은 있고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믿는 것과 의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신은 있다고 해도 방관자니까.’
신은 지켜보는 존재.
관여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은 참견하는 신도 있겠지만 그런 신은 극히 소수일 뿐이고, 참견한다고 해도 자신과 관련된 인간에게일 뿐이다.
로크와는 전혀 관계없었다.
“멈추세요.”
“여기는 신관님과 신도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도 시간이기 때문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신전에 들어가려고 하자, 그 앞에서 하얀 의복을 입은 두 신관이 막았다.
“아, 접니다.”
“앗! 도, 도베르만 님이시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으셨습니까? 여긴 어떻게……?”
“잠시 중요한 일 때문에 외출했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들어가시죠.”
“아, 뒤에 있는 이분은 저와 동행이니, 통과시켜 주시죠.”
“물론입니다!”
두 신관이 길을 텄다.
이걸 보니, 그가 성자 후보라는 것이 확실하게 다가왔다.
도베르만은 둘을 지나가며, 가볍게 인사했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감사합니다. 도베르만 님께도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하이 패스였다.
그 이후 몇 명이나 둘의 걸음을 막았지만, 도베르만의 얼굴을 보면 곧장 길을 터 줬다.
‘헤에.’
조금 신기했다.
신전 내부는 처음 들어와 보기 때문에 뭔가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풍부한 신성력이 몸을 휘감는 감각이다.
한데 뭔가 꺼림칙했다.
신성력이라면 분명히 따뜻한 감각이 들어야 할 터인데, 이상하리만치 묘하게 따끔했다.
따끔따끔.
공기가 따갑다고 해야 하나?
“음…….”
“왜 그러시죠? 어디 불편하신가요?”
“뭐, 괜찮아.”
도베르만의 시선이 미묘했지만, 로크는 모른 척했다.
그가 뭘 의심하고 있는지.
솔직히 머리통을 열어서 확인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나중에 기회 되면 그냥 기절시키고 기억을 읽어 볼까?’
던전 공략 중에 사고로 위장해서 한번 해 봐야겠다.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응접실인가?”
“네, 신전에 찾아온 손님을 모시는 응접실입니다. 지금 신관들이 기도드릴 시간이라, 차라든가 다과는…….”
“아, 그건 됐어.”
여기 다과는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저쪽 세계에서 워낙 다양한 먹거리를 체험했기에 그의 혀는 더는 이쪽 세계의 다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금방 오도록 하겠습니다. 혹여 기다리느라 지루하시다면 이걸 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성서를 두고 갔다.
심심하면 읽으라는 건가?
방심할 수 없는 놈이다.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들어와서 포교 활동하는 것이 정말 대단한 집념이다.
이러니 성자가 되었겠지.
“넌 징한 놈이다.”
“하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20분 정도 지났을 때 도베르만이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나갔을 때보다 조금 더 밝았다.
“성하께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던전으로 가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면 될 거 같습니다.”
“생각보다 빠르네.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하하하,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 가시죠.”
“이 성서는?”
“아, 그건 두고 갈 생각입니다.”
“그래?”
성서를 두고 간다고?
뭐 상관없겠지.
저번에 보니까 성서를 몇 권씩 들고 다니는 거 같던데, 저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가시죠,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둘이 그렇게 나가고.
잠시 후, 응접실 안으로 한 노인이 들어왔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인자한 얼굴의 노인은 다른 신관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하얀 의복을 입고 있었다.
의복에는 금을 실로 뽑아 넣은 자수가 아름답게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신전 내에서의 지위가 높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노인의 옆엔 한 신관이 정중하게 서 있었다.
“성하.”
정중하게 서 있던 신관은 테이블 위에 있는 성서를 발견했다.
신관은 성서 앞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신관은 경건한 마음으로 성서를 들었다.
그러곤 성하라고 불린 노인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더니, 양손으로 신중하게 내밀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모습이다.
성서를 다루는 신관의 모습에선 마치 신을 떠받드는 듯한 신중함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성서 모이라이 님의 말씀이 적힌 원본.’
도베르만이 그냥 막 둔, 성서처럼 보이고 포교 활동을 위해서 마구잡이로 열어젖히던 그 책은 사실 함부로 들고 다닐 수 없는 그런 물건이다.
일곱 권의 성서 원본 중 하나.
신전에서도 감히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보물 중 하나였다.
보통은 성서를 카피한 성서를 들고 포교 활동을 하지만, 도베르만은 특이하게 원본을 들고 다녔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님의 뜻이 함께하길…….”
성하 또한 조심스럽게 성서를 받아 들었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님의 뜻이 함께하길 바라네.”
성서를 받아 든 성하는 조심스럽게 성서를 펼쳐 보았다.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읽은 성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서를 덮었다.
“확실히 영혼이 맑은 아이구나. 왜 도베르만이 데리고 왔는지 알 거 같구나.”
그는 먼발치에서 봤던 로크를 떠올렸다.
“십자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아이라……. 성마력…… 그래, 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멈춰 있던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여긴가?”
“네, 맞습니다. 이 던전을 공략하면 됩니다.”
“던전이라…….”
로크는 던전이라고 불린 곳을 바라봤다.
던전?
아니, 여긴 던전이라기보다는 신전에 가까웠다.
거대한 신전이다.
앞서 봤던 신전이 웅장하며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 앞에 있는 신전은 어딘가 불쾌하고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신전인데?”
“아주 오래전에 버려진 신전입니다. 지금은 던전으로 변했죠.”
“여길 공략하는 것과 너의 신앙을 증명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
로크의 질문에 도베르만은 약간의 잡담을 나누기로 했다.
도움을 받기로 했으니, 그 또한 최소한 뭔지는 알아야 할 테니까.
대화는 중요한 법이었다.
“로크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성자 후보는 저 혼자가 아니라 총 일곱 명이 있습니다.”
“일곱 명?”
“네. 성자 후보는 어릴 때부터 전용 기관에서 키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갓난아이 때부터 자질이 있는 아이를 선택해서 철저하게 성자가 되기 위해서 키워지게 되는 겁니다.”
성자는 신의 대리인이라고 불린다.
성자가 된 이는 신전에서 성하 다음가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게 된다.
그의 말 한마디로 성기사단이 움직이며, 신관들을 거닐 수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신전의 권력을 이용해서 전쟁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성자가 될 사람은 신중하게 뽑아야 했다.
“어릴 때부터 저희는 성자가 되기 위해서 길러졌습니다. 일곱 명 전부가 성자가 되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아시겠지만.”
“성자의 자리는 하나라는 거지.”
로크가 맞장구쳐 주자, 도베르만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성자의 자리는 단 하나.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죠.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신의 대리인인 성스러운 성자가 되기 위해서 서로 치고받고 싸울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정한 방법이 바로 ‘신앙’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앙을 증명하는 방법은 바로 실적이죠.”
“…….”
뭐야?
성자가 되는 거, 실적제였어?
실적을 쌓아서 일정 수준이 되면 성자가 되는 건가?
뭔 사원이 대리 되고, 대리가 팀장 되는 것도 아니고.
설마 신전 관리 시스템이 그런 식으로 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실적, 어딘가에 가서 봉사하든가, 불치병을 고치든가, 혹은 신도를 많이 모집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성서를 많이 팔아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누든가, 이런 사악한 신전이나 던전을 공략하든가. 그런 게 실적이라는 건가?”
“하하하, 역시 로크 님은 말이 통하는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신앙 = 신전에 도움이 되는 실적.
일정 기간 동안 이 실적을 누가 많이 쌓느냐에 따라 그 신앙을 판단하여 성자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놈이 왜 그렇게 포교 활동을 열심히 하나 했더니.
전부 실적 쌓기였다.
“그럼 이 던전은?”
“아하하하.”
도베르만은 면목 없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뒷머리를 긁었다.
“제가 사실 실적이 좀 많이 부족하거든요. 포교 활동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서 던전도 공략 못 하고 있거든요.”
“이런저런 사정? 그게 뭔데?”
“그게 말입니다.”
도베르만이 사정을 설명하려고 막 입을 떼려고 할 때였다.
“도베르만 아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갑옷을 입은 열 명의 성기사와 열 명의 신관이 서 있었다.
그런 무리 가장 앞에 하얀 의복을 입은, 도베르만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아이가 서 있었다.
그를 본 도베르만은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게 그 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