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46
46
28.성형(2)
“후······.”
나는 바닥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혜은이를 내려다보다가, 뻗었던 손을 다시 회수했다.
“이 정도면 됐나······?”
혜은이는 성형전과 비교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몰라보게 달라지진 않았다. 갑자기 너무 변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아주 약간의 변화만 줬다.
하지만, 그 약간의 변화도 작은 일은 아니었다.
작고 밋밋한 눈매는 또뚜맘처럼 커지고, 예쁜 쌍커플이 생기려고 했다. 아직 쌍커풀이 완전히 자리잡진 않았지만, 앞으로 몇 번 더 손봐주면 또뚜맘보다 더 예쁜 얼굴이 완성되리라.
“몸매도 조금 손보긴 했는데······.”
껌딱지만한 A컵 절벽에서, 이전보다 봉긋 솟아오른 꽉 찬 A컵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통통했던 배가 살짝 안으로 들어갔고, 밋밋했던 통자 골반이 살짝 볼륨감 있게 커졌다.
애를 순풍순풍 나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몇억 이상 때려 부어도 만들기 힘든 장족의 변화였다. 돈을 때려 박아도 이렇게 만들려면 부작용이 어마어마했지만, 내 마법은 부작용이 없었다. 있어도 마법으로 모조리 커버가 가능했다.
“끄으응······.”
내가 혜은이를 응시하던 와중에,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혜은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벌써 끝났어?”
혜은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쩌억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오빠가 마사지해주니까 진짜 잠 잘 오는 거 같애. 다음에도 또 해주라.”
“마사지하기 전부터 벌써 곯아떨어지던데?”
“아몰라. 아무튼 마사지 해준다니까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더라. 그리고 일어나니 굉장히 개운하네.”
혜은이는 곧바로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꺄아악ㅡ!”
혜은이의 놀란 비명 소리가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나는 피로감을 느끼고 한숨 자보려는 찰나에, 혜은이의 비명을 듣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뭐지? 변기에서 뱀이라도 튀어나왔나?
“너, 뭐하냐?”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얼굴을 감싼 쥔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혜은이를 쳐다보며, 나는 황당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오빠. 이거 뭐야?”
“뭐긴, 뭐야. 마사지지.”
“무슨 마사지가 이래?”
“맘에 안 들어?”
“아니, 맘에 안 들고 들고가 문제가 아니라······. 이거 진짜 마사지로 변한 거 맞아?”
“그렇다니까.”
혜은이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리미트를 두고 아주 약간의 변화만 줬음에도 불구하고, 혜은이는 이미 엄청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거 같았다.
“꺄아아ㅡ! 우리 오빠 만세!”
혜은이는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만세를 외치다가 나한테 달려와서 와락 안겼다.
“징그럽게 왜 이래?”
“아이, 오빠. 아니, 오라버니!”
“그렇게나 좋냐?”
“응. 좋아. 좋아 죽겠어!”
“허, 참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해줄 걸 그랬나? 사실 성형 같은 건 살면서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데모스 행성에선 매 시각 생존을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여유도 없었다.
적과 싸우기 위한 용도로, 위장하기 위한 용도로 극도의 폴리모프 마법을 갈고 닦고, 또 같은 용도로 얼굴을 고치는 마법을 세밀하게 연구하긴 했다.
그래서 사진을 보고 그대로 얼굴로 변형시키는 건, 내게 손바닥 뒤집는 일보다 쉬웠다.
또뚜맘이 예쁘긴 했지만, 나는 기적의 10서클 경지에 오른 신(GOD)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내 동생을 또뚜맘이 아니라, 김태이나 한가린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
“아무튼 빨리 씻고 나와. 나랑 같이 개나 한 마리 사러 가자.”
“개? 강아지?”
개를 사러 간다는 말에, 혜은이는 또 좋아서 방방 뛰었다. 사실 그동안 개 사료값이랑, 병원비 같은 게 부담돼서 우리 집은 애완견을 키운 적이 없었다.
늘 사촌 동생이 키우는 걸 구경하거나, 아니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한 번 만져보는 게 끝이었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 못해, 흘러넘칠 정도라 애완견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을 받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어차피 부모님도 일을 안 하고 쉬시고 계시기 때문에, 애교가 많은 강아지가 한 마리 생긴다면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았다.
혜은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가서 착하고, 귀여운 녀석으로 한 마리 골라보자.”
*
“음······.”
갈색 재킷에 어두운 청바지를 입은 40대 중년 남성이 아파트의 작은 방안에서 턱을 쓰다듬었다.
“경사님. 확실히 수상하죠?”
그의 옆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순경 하나가 컴퓨터 책상을 뒤적거리며 그렇게 물었다.
경사라 불린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전기 감전이나 가스 폭발 같은 사고는 아니야. 그렇다고 따로 불장난을 친 것 같지도 않고······.”
그들은 원인 모를 30대 초반 남성의 화상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나온 수사과 형사팀이었다.
처음 신고를 받고, 피해자를 만났으나 이미 사망해버린 후라서 보호자에게 사건 경위에 대해 들었다.
피해자는 맨날 부모를 때리는 패륜아였는데, 2년 전에 엄마의 얼굴을 구타해서 실명시킨 이력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들이 화상을 입어 사망할 때, 실명했던 엄마의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신경이 손상해서 실명하면 영구적으로 시력을 복구할 수 없는 게 현 학계의 정설인데,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 나온 경사와 순경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조서를 꾸며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었다.
“키보드와 방바닥에 눌어붙은 살점 주위로 불에 탄 흔적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누군가 강제로 피해자를 공격한 흔적도 없고요. 여기 부서진 집기들은 아무래도 피부가 괴사한 상해자가 몸을 비틀면서 여기저기 부딪힌 것 같습니다.”
“이상하다, 이상해. 감전도 아니고, 불에 덴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피부가 괴사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갑자기 특이병에 걸려서 서서히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최소 몇 달의 경과를 거친 후에 겉으로 표가 날 뿐이었다. 갑자기 몇 초 만에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염산 같은 거에 피부가 괴사했다고 하고 종결짓자. 더 머리 굴려봐야, 애꿎은 머리카락만 빠지지.”
“예.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쓴다고 뭐 누가 따질 수 있겠습니까? 뉴스 한 줄 나가고 땡이겠죠.”
상해자가 어떠한 범법행위를 했다거나,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큰 사고를 겪은 것도 아니라서 뉴스를 타기에도 애매했다.
큰 사건이 특종이 되기 위해선, 인과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이건 애초에 얼토당토한 결과만 있고, 중간 과정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래서 뉴스나 신문 기자들에게 찔러 주기에도 애매한 사건이다. 그래서 두 형사는 이 사건을 대충 덮어버리기로 결심했다.
끼익.
형사들이 거실로 나오자, 사과를 깎아서 쟁반에 가져오던 아주머니가 멈칫했다. 경사는 그런 아주머니를 향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귀찮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도 신고받고 온 입장이라 이렇게 조사를 해야 돼서요.”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셨는걸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드님이 그렇게 돌아가셔서 상심이 크지 않으십니까?”
“글쎄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녀는 쟁반을 형사들 앞에 내려놓고, 멍하니 빈 허공을 바라보았다. 약간 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형사들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 대충 쟁반 위에 썰어 놓은 사과 한 개씩을 주워 먹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사가 다 끝나서,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추가로 다른 제보할 일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해주십시오.”
“네? 지금 가신다고요?”
“예.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네요. 그냥 아드님께서 일상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에 염산을 들이붓다가 사망한 걸로 처리하겠습니다.”
“···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까지 형사들을 마중했다.
쾅!
중년인 경사는 사건 현장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담배를 입에 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봐도 꺼림칙하네.”
그러자 같이 따라온 젊은 순경이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무슨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현장이에요. 온몸에서 소름이 쫙 돋았다니깐요.”
부하의 엄살에 경사는 후, 하고 연기를 내뿜으며 혀를 찼다.
“그렇게 간덩이가 작아서 어디 형사질 해서 밥 빌어먹겠냐?”
“아까 그 집에 있던 아주머니도 꽤나 오싹하지 않나요? 아들이 갑자기 비명횡사했는데, 표정이 아주 여상했어요.”
“사람이 진짜 충격받으면 원래 그래. 일부러 슬픈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짜내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예?”
순경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경사를 바라봤으나.
띵!
그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달했다.
“요즘 참 이상한 일이 많단 말이야.”
경사는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순경이 그를 빠르게 뒤따르며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군포에서 일어난 재해 사건하고 이 사건이 약간 다르면서도 묘하게 비슷하단 말이지······.”
“군포 제우스 사건이요?”
형사들은 한 달 전 일어났던, 군포의 미스테리 재해 사건을 도마 위에 올리며 화제를 이어나갔다.
“그때도 이거랑 비슷했잖아. 조폭 11명이 이상한 공원에서 단체로 벼락 맞아 뒤지고, 조폭이랑 연계된 금은방 주인은 태풍에 맞아 뒤지고 가게는 박살이 났고.”
“더 웃긴 건, 상가 내에 들어찬 많은 점포들 중에 그 금은방만 박살이 난 거지요.”
“그래. 누군가가 의도해서 일으킨 재해처럼 느껴졌지.”
“인터넷에서도 완전 떠들썩했잖아요.”
두 사람은 어느새 끌고 온 경찰차에 올라타곤 시동을 걸었다. 운전은 젊은 순경이 했다.
부릉~
푸른색과 하얀색이 조합된 작은 소형차가 우렁찬 배기음을 뿜어내며 출발했다.
“아무튼 이 사건도 기레기들이 알게 되면 아마 난리 날 거다. 또 무슨 신의 재앙이니, 현 정부에 대한 응징이니 하며 떠들어대겠지.”
“아무튼 기레기 놈들은 진짜 안 될 놈들이에요. 그놈들 때문에 군포 경찰서도 완전 아작이 났잖아요?”
군포 제우스 사건 이후, 경찰과 조폭간의 커넥션 등이 대두되면서 군포의 경찰서장과 그 밑의 과장, 계장, 부장들까지 싸그리 모가지가 날아갔다. 일은 자연재해가 벌이고, 처벌은 경찰들과 조폭, 금은방 주인이 받았다고 해서 제우스의 일타쌍피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에 올렸고 지금도 간간히 회자되고 있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그냥, 염산 자살 같은 걸로 조용히 묻어야 돼. 또 기레기들한테 떡밥 던져 주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
“그··· 그렇죠. 기레기들이 또 제우스니뭐니 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엮으면 저희 서도 아마 후폭풍이 어마어마하겠죠?”
“그래. 전국민이 또 우리 경찰서를 주목할지도 모른다고. 그럼 없는 죄도 튀어나오게 돼 있어.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딨냐?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우리 입장에선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덮어버리는 게 상책이야.”
그들 두 사람도 이 사건이 미심쩍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워낙 전례가 있다 보니 어떻게든 그냥 덮어버리고 싶어 했다. 궁금한 건 궁금한 거고, 제일 중요한 것은 생존. 먹고사는 문제였다. 공무원인 그들이 여기서 잘리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막노동이나 기타 잡부밖엔 없었다.
공무원이 특별한 기술을 배우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공이나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았다.
그저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해, 나랏일에 필요한 업무만 공부할 뿐, 그 외에 기술적이나 부가가치를 올릴만한 기술은 전혀 배우는 게 없었다.
그래서 공무원은 준비하는 것부터가 도박이고, 요즘엔 철밥통도 옛날 일이라 나라에 돈이 없어서 연금도 대폭 깎이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목숨과도 같았다.
“그러니까 입조심 해. 궁금한 건 그냥 궁금한 대로 묻어두고. 입에 지퍼 채우고 잊어버리면 만사 오케이야. 혹시나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잘못 떠드는 날엔 알지?”
“···제가 그 정도로 어리한 놈으로 보이십니까? 이런 걸 떠벌리고 다니게?”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너나 나나, 입조심 안 하면 이렇게 되는 거라고.”
경사는 검지를 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더니, 곧바로 입으로 가져가 입술에 지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경찰서로 돌아와, 대충 염산으로 인한 자살 사건으로 종결짓고 보고서를 올려 결재까지 끝마쳤다.
자살원인은 인터넷 세상 속에 갇힌 30대 청년이 우울증을 견디지 못해 락스 한통을 몸에 들이부어 자살한 것으로 위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