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47
47
29.백설이
나와 혜은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벤츠 S클래스를 타고 강아지를 사러 나갔다.
부우웅ㅡ!
“와, 오빠. 나 진짜 떨려. 너무 기대된다.”
“흐흐흐······.”
혜은이는 그동안 겪었던 우울한 감정을 모두 털어버렸던지,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악플러 녀석은 내가 바로 응징했고, 또 혜은이의 고민거리였던 외모 문제도 앞으로 차츰차츰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너무 부모님에게만 신경 쓰고, 여동생에겐 무심했던 경향이 있었다.
무언가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는 사이인지라, 내가 먼저 나서서 챙겨주고 하는 그런 마음이 부족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는 진짜 제대로 동생에게 잘해주기로 결심했다.
이번에 개를 사러 나온 것도, 혜은이가 동물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저쪽인가?”
군포 광정동에 있는 랄프 애견샵.
우리는 군포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애견샵으로 네비게이션을 찍고 드디어 도착했다.
끼익!
우린 상가 지하 주차장에 벤츠를 파킹하고, 계단을 타고 1층 애견샵으로 이동했다.
“으아아아ㅡ!”
혜은이는 저 멀리 보이는 새끼 강아지들의 실루엣에 녹아내릴 듯이 몸을 벌벌 떨어댔다. 나는 그런 동생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앞장섰다.
“빨리 따라와.”
마음은 온순하게 하고 싶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언제나 무뚝뚝했다. 고쳐야 하는데, 잘 안 고쳐졌다.
애견샵 유리문에는 책장처럼 만든 임시 개집이 반투명하게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새끼 강아지들이 잠에 빠져 있었다.
딸랑.
우리 남매가 애견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왈왈ㅡ!”
“으르릉, 왈왈!”
포메라니안, 푸들, 퍼그, 시추, 말티즈, 닥스 훈트, 웰시코기, 비숑프리제, 장모치와와, 프렌치불독 등등. 무수히 많은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 남매를 반겼다.
대부분 투명한 유리나, 얇은 철장 같은 곳에 갇혀 있었고, 몇몇 개들이 풀린 채로 혜은이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구구, 귀여워······.”
혜은이는 얼른 쪼그려 앉아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아지들을 마구 쓰다듬었다. 옆에서 보니, 매우 행복한 표정이었다.
‘반려견들이 은근히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네······.’
나는 지구에서도, 이계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 달려갔고, 나머진 필요에 의해 관계를 맺거나 부하로 만들 뿐이었다.
내가 진정한 감정을 교류하며, 아끼는 동물은 지금껏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알알, 알!
-아르르르! 아르르르!
나는 개들이 짖어대는 모양새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어디 얘네들이 뭐라고 짖어대나 한 번 들어나 볼까?’
나는 인간들의 언어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언어까지 번역할 수 있는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마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찾는 게, 가능한 일을 찾는 거보다 더 쉬울 것이다.
-트랜슬레이션(Translation)
-알알 알!!!(야이 씨발 새끼들아, 꺼져)
-왈왈!! 으르르!!(밥 내놔!! 밥!!)
‘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개들의 적의는 생각외로 충격이었다. 들어설 때부터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걔들이 우리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다.
헌데, 이 정도일 줄이야······.
‘이거 참, 난감하네.’
개들이 워낙 오래 갇혀 있어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심각한 거 같았다. 나는 개들이 우리 남매에게 욕을 한다고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저렇게 좁은 공간에 갇힌 개들이 무슨 지능이 있어 사리 분별 다 해가며 짖겠는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바로바로 짖어댈 뿐이었다. 사람들은 관리란 이름으로 개에게 각종 제약을 걸고, 예방 접종도 놓고 하겠지만, 그게 다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에게 모두 스트레스일 거다.
게다가, 거의 24시간 온종일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면 결국 생각도 닫히게 된다. 나는 애견샵에서 만약 팔리지 않고 그대로 나이가 들어버리는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 안락사시키겠지······.’
그저 사람들의 눈에 상품화되어,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다가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그 끝에 남는 건, 조용한 죽음뿐이리라.
‘참나, 강아지 사러 와서 이게 무슨 생각이람······.’
아무래도 10서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근원적인 상념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것이 습관화가 되어 몸에 배인 것 같았다.
‘나도 이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으니, 생각도 그렇게 바꿔야지.’
그렇게 잠시 한숨을 내쉬며 개들을 구경하는데.
딸랑!
“에구구, 손님. 죄송합니다. 집에 급한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왔는데 그사이에 오셨네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늘씬한 훈녀였다. 미녀라고 하기엔, 아리 말대로 내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려서 미녀라곤 못하겠고, 그래도 꽤 괜찮게 생긴 여자였다.
흰 나시에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양손을 맞잡고 우리 두 사람에게로 다가왔다.
“혹시 마음에 드는 강아지라도 있으세요?”
“음, 글쎄요······.”
혜은이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아지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나는 딱히 마음에 드는 강아지가 없어서 그저 멀뚱히 서 있었다.
그러자, 여사장이 방긋 웃으며 나를 이끌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분양하기 알맞은 애들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벽 한쪽에 있는 신생견 분양실로 나를 이끌었다.
“얘는 말티즈에요.”
“그렇군요.”
“보통 성체가 되면 20~25c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1.4~3.6kg 정도 크는 소형견이에요. 붙임성도 좋고, 성격도 활달해서 인기가 많은 품종이에요.”
“나쁘진 않네요.”
소개해준 말티즈는 내 팔등보다 조금 작은 길이에, 말 그대로 아직 덜 자란 아기 강아지였다.
그런데 자고 있어서 그런지, 얘 성격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뭐라도 짖어대면 번역이 되니까 소리로 대략적인 유추를 해낼 수 있는데, 지금은 코 고는 소리 밖엔 안 들리지 않았다.
“그럼 다음 강아지를 보시겠어요?”
“네.”
내가 말티즈를 봐도 반응이 시큰둥하자, 사장은 나를 이끌고 다음 개장으로 갔다.
“알알(주인님~!)”
“응?”
나는 걷다 말고 갑작스러운 개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분명 나를 겨냥하고 짖은 소리였다.
“저 개가 마음에 드세요?”
“···네, 뭐 그냥.”
“호호. 쟤는 포메리안 품종인데 최근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강아지에요. 귀엽죠?”
“네. 귀엽네요.”
나는 솜뭉치같이 하얗고 작은 강아지를 쳐다보며, 솔직히 시인했다. 굳이 가식이 아니라, 진짜 귀엽게 생겼다고 느꼈다.
게다가.
-알알!(주인님, 저를 데려가 주세야!)
저 안에 갇힌 포메리안은 나에게 절실히 오고 싶다고 갈구하고 있었다. 다른 개들은 시큰둥하거나, 아니면 밥이나 달라고 짖어 대는 반면 저 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했다.
“혜은아. 이리 좀 와봐.”
“왜?”
개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쪼그려 앉아 있는 혜은이를 불렀다.
“얘 어떠냐?”
“와, 귀엽다. 완전 솜뭉치 같이 생겼다. 하얀 눈같이 작고 귀여워.”
“그렇지? 얘로 살까?”
“응. 그러자. 엄청 온순하고 귀엽게 생겼네.”
“그럼, 사장님. 이걸로 살게요.”
“네, 좋은 선택이에요. 예방 접종도 이미 다 끝내서 바로 분양 가능합니다.”
사장은 밝게 미소지으며, 안에서 포메리안 강아지를 꺼냈다. 방금 전 나에게 절실히 갈구하던 그 강아지였다.
포메리안은 막상 나오자 나와 혜은이를 잘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데려가 달라고 할 땐 언제고, 막상 꺼내니까 되게 쑥스러워하네······.’
주인이 혜은이에게 강아지를 건네주고, 나는 계산을 했다.
“300만 원입니다.”
“네??”
“좀 비싸죠?”
“강아지 가격이 엄청 올랐네요. 20년 전에 사촌동생이 말티즈 살 때만 해도 20몇만 원 줬던 거 같은데······.”
“20년 전이면 물가가 오른 것도 생각하셔야죠. 그리고, 저 녀석은 포메리안 품종 중에서도 굉장히 우수한 품종이라서 가격대가 최상급이에요. 싼 녀석은 포메리안의 잡종인 폼피츠라고 나중엔 덩치가 많이 커져요.”
“네. 그럼 결재해주세요.”
나는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사장에게 내밀었다. 어차피 내 계좌에도 1조 원 이상이 들어 있었고, 대동그룹과 치타대부의 법인 카드와, 다달이 들어오는 상납금도 5억 원이 넘었다.
원래 1억이었는데, 대동그룹에서 추가로 4억 원씩 상납받기로 했다. 사실 더 받을 수도 있었지만, 걸리지 않게끔 필요한 만큼만 욕심내기로 했다. 어차피 두 회사 다 내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회사 유보금이 곧 내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돈 걱정이 없어졌다. 부모님에게 다달이 300씩 주기로 한 것도, 1천만 원으로 올렸다.
그리고 대학 다니는 혜은이에게도 월 100만 원씩 용돈을 주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사장이 알려주는 주의 사항을 들으며, 혜은이와 함께 애견샵을 나왔다. 추가로 예방접종 하는 거랑, 방바닥에 푹신한 매트 까는 거 외엔 특별히 조심할 건 없었다.
포메리안이 작고 귀엽긴 한데, 워낙 성격이 활발해서 고관절이 약한 상태에서 마구 뛰어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관절 수명이 빨리 줄어든 데나 뭐라나···.
‘어차피 이 녀석에겐 상관없는 얘기겠지······.’
나는 혜은이의 품에 안긴 포메리안을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뭐라고 할까? 생긴 건 하얀 솜뭉치나 눈같이 생겼는데······.’
새끼 강아지를 쳐다보며, 적당한 이름을 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백설(白雪)이라고 할까?’
당장 마땅히 생각나는 이름도 없었고, 백설이란 이름도 저 녀석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
“백설아!”
“알!(네!)”
“얘는 이혜연이고 나는 이준혁이야. 알았지?”
“알알!(알았어요!)”
“오빠. 벌써 얘 이름도 지어줬어?”
“어. 방금 생각해낸 건데 얘랑 어울리지 않냐?”
“내가 지어주려고 했는데······.”
“누가 짓든 무슨 상관이야. 이쁘면 그만이지. 백설아, 너도 네 이름 마음에 들지?”
“알알!(네, 마음에 들어요!)”
백설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타이밍 맞게 짖어대자 혜은이가 깜짝 놀랐다.
“어머, 오빠 얘가 우리 말하는 걸 알아듣는 거 같아.”
“설마 그렇기야 하겠냐?”
“방금 전 오빠 말에 완전 대답했다니까.”
“흐흐흐.”
원래 설마가 사람 잡지.
나는 백설이와 소통하기 위해, 통역 마법을 걸어놨기 때문에 나 또한 백설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고, 백설이 또한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제 애완용품 사 가지고 집으로 가자.”
“응.”
나는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돌아가서 지상으로 끌고 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혜은이가 백설이를 데리고 뒷좌석에 탑승했다.
우리는 가까운 애견용품점에 들려서 백설이가 쓸 집과 쇼파, 개수대, 밥그릇, 사료 등을 싸그리 쓸어 담았다.
“얘는 무는 걸 잘해서 개껌이나 인형 같은 걸 사주면 좋아해요.”
애견용품점 사장은 백설이를 위해 이것저것 추천해주며,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검은색 긴 머리가 매력적인 40대 초반의 중년여자였다. 사업을 하기 때문인지, 웨이브 있는 머리와 세련된 옷 스타일이 그녀를 더 젊어 보이게 했다.
“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비싸도 좋으니까 다 담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횡재했다는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것저것 제품들을 가지고 왔다. 사실 자잘하게 백 원 단위까지 다 따져가며 진상 부리는 손님보다, 우리 같이 입은 무겁고, 지갑은 통 크게 여는 손님이 더욱 반가울 것이리라.
그녀는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열심히 제품들을 추천해줬고, 나는 당장 필요한 것만 빼내고 나머지는 택배로 받기로 했다.
“오빠, 이제 새 식구도 생겼으니까 진짜 이사하자.”
“음, 그러지 뭐.”
이제 큰 경매도 끝났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귀찮은 일을 다 끝내야 했다.
‘집은 대동그룹 사장이 가지고 있던, 강남의 아파트 몇 채를 미리 뺏어뒀으니까 거기로 바로 입주하면 되겠지.’
나는 유필준을 협박해 그가 가지고 있던 30억짜리 아파트 한 개를 통째로 비우게 했다. 물론 명의는 유필준이지만, 실 소유자는 내가 되는 셈이었다.
관리비나 기타 아파트 부대 비용은 원래 하던 대로 대동그룹에서 모두 지불하기로 했다.
나는 혜은이와 함께 집에 도착해 이삿짐 센터를 불렀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생각난 김에 이사를 해치워놓으면 부모님이 여행 갔다 와서 깜짝 놀랄 것이다.
나는 부모님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며, 혜은이와 함께 열심히 이사 박스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