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48
48
30.이사
우리집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강남 신사동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유명 건설사 브랜드인 al건설에서 지은 50평짜리 신축아파트였다.
“와, 넓다.”
이사를 할 때 부모님과 전화로 상의해서, 오래 쓴 가구들은 죄다 버리고 새 걸로 샀다.
냉장고, 전자렌지, 그리고 집에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들은 진성전자 디지털 프라자에 가서 눈에 보이는 대로 싹쓸이를 해왔다.
그래서 집도 거의 새거였고, 안에 들어찬 가구나 전자기기들도 모두 새거였다.
“알알!(집이 넓고 좋아요!)”
백설이 또한 새로 이사한 집이 마음에 드는지, 넓은 거실을 작은 발로 방방 뛰어다녔다.
“와, 이제 오빠 방이랑 내 방이 분리돼서 참 좋네.”
“흐흐흐. 그동안 많이 불편했냐?”
“그걸 말이라고 해? 다 큰 처자가 오빠랑 한방에서 지내면 얼마나 불편한 줄 알아?”
이사 가기 전에는 16평짜리 아파트라, 안방이랑 작은방, 거실 밖에 없었다.
나는 대부분 거실에서 생활했고, 컴퓨터가 필요할 때만 혜은이 방에 들락날락거렸다.
그런데 이곳 50평짜리 AL아파트는 방이 무려 4개에 화장실도 각자 따로, 거실도 아주 컸다.
“백설이 방 하나 만들어주면 되겠네.”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
혜은이의 의견에 나 또한 동의했다.
“알알알!(좋아요!)”
백설이 또한 우리 말을 알아듣고는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어댔다.
‘이럴 땐 동물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좋네.’
그 어떤 사물하고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강점이겠지만, 나는 그걸 남발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안 쓸 것이고, 반려견은 백설이를 제외하면 걸어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이 세상 모든 동물들을 책임져줄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우리 가족, 그리고 나와 가까운 주변 지인들만 챙기면 됐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간섭해서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근데 추석 전에 이사까지 끝낼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뭐? 추석?”
“오빠는 배 타느라 15년간 참석 안 했으니,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겠네.”
혜은이는 혼자 입술을 씰룩거리며, 키득키득했다.
“예전이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냐?”
“똑같지, 뭘.”
예전에 나와 혜은이가 태어나기 전에 제사 문제 때문에 부모님과 친척형제들이 많이 싸웠다.
할아버지에겐 5명의 입양한 자식들이 있었다.
그런데 입양되어 성인이 된 형은 자신이 결혼해야 한다고, 우리 아버지가 물려받을 집을 그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나머지 재산도 입양한 형들이 갈기갈기 찢어갔다. 논이며 밭이며.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거의 병원에서 죽어가던 상황이라 삼촌들은 변호사를 데리고 법적 처리를 본인들에게 상속되는 걸로 이미 서류를 다 짜버렸다.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난 후라, 순진하신 아버지는 그대로 모든 유산을 빼앗기고 월셋집을 전전했다.
그 후, 재산을 갈라먹기한 검머자(검은머리자식들)은 더 이상 뜯어낼 게 없어지자 각자 친아버지를 찾아, 그분들의 제사를 지냈다.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유언대로 제사는 안 지냈다. 그런데, 주워온 자식들이 유별나게 ‘제사, 제사’하며 양반 행세를 했다.
꼭 성씨도 없던 조선시대 쌍놈들이 해방 후 양반 행세를 하는 것처럼.
아무튼 족보가 아주 개족보로 꼬였는데, 그건 키워준 양부모의 은혜를 무시하고, 자신을 버렸던 친아버지를 받들어 모시는 검머자(검은머리자식) 삼촌들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타지로 이동했다.
친척들이 모여 사는 충주를 떠나, 경기도로 이동한 것이다. 그곳에서 새로 터전을 잡고, 나와 혜은이를 낳아 고생고생하며 키우셨다.
‘명절 때 가면 늘 우리 가족을 무시했었지······.’
우리는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제사를 안 지냈는데, 대신 저쪽에서 그나마 형제랍시고 오라 해놓고 맨날 개무시를 했다.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가면 밥도 안 주고, 밥 안 먹고 가면 ‘왜 밥도 안 먹고 오냐?’고 타박했다. 그래서 우리는 명절 때마다 일부러 늦게 갔고,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갔다. 그 집밥은 치사해서 별로 얻어먹기가 싫었다.
‘차라리 앞으로 인연을 끊어버릴까?’
어머니는 그쪽 집안에 아주 학을 떼어버리셨고, 아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아예 그쪽과 교류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교류할 생각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다른 것 같았다.
‘죽은 사람 백날 열심히 제사 지내봐야 뭐하나···? 살아 있을 때 잘 해 드려야지.’
내 마인드는 저러했다. 지금 제사 지내는 큰삼촌은 물려받은 집을 팔고 새 집을 짓는다고 벌써 3억 원이 빚이 있었다.
우리집은 사업 부도로 인해 빚이 생긴 거지만, 저쪽은 빚이 있는 상태에서 큰 집을 얻고, 새 가구나 최신 전자물품들을 사서 온갖 사치를 부렸다.
그러니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났다.
‘뭐, 우리랑은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니.’
우리집은 빚은커녕, 이제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 돈이 넘쳐났다. 나는 물론이고, 부모님과 혜은이 그리고 그 자식 대까지 정말 돈 걱정을 안 해도 됐다.
1조 원 이상의 돈이면 아무리 사치를 해도 남을 테니까.
‘어차피 끊을 인연이라면, 이번에 가서 확실히 매듭짓고 올까?’
나는 옛날 기억 때문에, 명절에 친척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기 싫었다. 그냥 그 사람들 자체가 다 싫었고, 그들이 우리 가족을 뒷담화 하는 것도 역겨웠다.
그래서 차라리 가지 말까?도 생각해봤지만, 고생한 부모님과 우리 가족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걸 그들 앞에서 당당히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좀 찌질하긴 하지만,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도 모르는 내가 떡하니 나타나서 부모님께 수억짜리 외제 차와, 수십억짜리 집을 사주고, 다달이 천만 원씩 용돈 드리는 걸 그 사람들이 알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신의 경지에 오르면서, 인간의 오욕칠정에 해탈했다고 생각했다. 7서클, 8서클, 9서클을 넘어서면서 정말 욕구에 대해 해탈했다. 원하는 거라곤 끊임없이 강해지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오롯이 마법에 몰두할 돈만 남기고 더 욕심내지 않았다.
귀환 후, 가족들을 위해 모은 보석을 제외하곤, 나를 위해 돈 욕심을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신의 경지인 10서클에 다다랐을 땐, 그런 게 모두 무의미하다고 여겼다.
돈은 그저 수단일 뿐,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였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사람 인(人)자는 서로 기대는 모습이다.
나 또한 돈보다 우리 가족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건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행복하면 나 또한 행복한 거였다.
“이번 추석 때, 회사 법인 차 끌고 갈까?”
“정말? 롤스로이스 팬텀인가 그거?”
혜은이한테 내가 저번에 금괴를 팔아서, 새로 사업을 벌였고 그곳 법인 카드로 롤스로이스랑 각종 외제 차도 샀다고 둘러댔다. 혜은이는 무슨 배 타서 그렇게 많은 금괴를 샀냐고 따졌지만, 아리한테 말한 것처럼 보물섬을 찾았다고, 하니 미심쩍어하면서도 수긍했다.
어차피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이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 가족들도 내가 보물섬에서 큰 보물을 팔아서 부자가 된 걸로 알고 있었다.
아무튼 운전을 위해, 틈틈이 면허증도 따놓은 상태였다.
“그래. 아버지가 그거 끌고 가시면 친척들도 놀라겠지?”
“놀라다마다. 그동안 거러지 집안이라고 개무시했었는데, 아주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배가 아파서 완전 뒤집어질 걸?”
“배가 아파?”
“원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잖아. 근데 이건 땅도 아니고, 외제차에 수십억짜리 집에, 다달이 천만 원의 용돈에······ 어휴, 어느 집 자식이 그렇게 해 줘? 오빠 말곤 없지.”
“그런가?”
“그런가가 뭐야. 지금 돌려서 자랑하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야?”
“나야 당연히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하는 것뿐인데 뭘.”
“아무튼 우리 집안이 완전 달라졌으니, 이번 추석 때 가면 진짜 가관이겠다. 큭큭큭······.”
혜은이는 생각만 해도 신난다는 듯,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이번에 내려가면 내 위세를 빌어서, 그동안 무시당했던 서러움을 다 풀겠다나 뭐라나······.
“오빠. 나 근데 오늘 이사 기념으로 치킨이랑 피자 시켜 먹어도 돼?”
“먹고 싶으면 시키는 거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기껏 오빠가 마사지해줘서 예뻐지고, 살도 빠졌는데 기름진 음식을 막 먹었다가 다시 도로 아미타불이 되면 어떻게 해?”
혜은이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말투로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으이그.”
“아얏!”
나는 그런 혜은이의 머리통에 꿀밤을 한 방 박아 넣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거 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고 있으면 마음대로 먹어. 먹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살을 쫙쫙 빠지게 만들어 줄 테니까.”
“와, 신난다. 마음껏 먹어도 살이 안 찌고 더 예뻐지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아.”
혜은이는 날아갈 것 같은 표정으로, 상고대를 집어 들더니 열심히 배달 음식들을 주문했다.
평소 먹고 싶어 했던 치킨과 피자, 찜닭, 족발 등등 각종 배달 음식을 시켰다. 물론 결제는 내 카드로.
“배달왔습니다.”
“네~”
혜은이는 부지런히 도착하는 배달원들 때문에, 아예 현관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죽치고 앉았다.
“알알~ 알알!(나두 줘, 나두 배고파!)”
맛있는 냄새를 맡고 달려 나온 백설이 또한, 혜은이의 발치에 엎드려서 배달원이 가지고 오는 음식들을 나누어 달라고 졸랐다.
“넌, 안 돼. 저거 먹어.”
혜은이가 밥통에 담긴 사료를 가리키자,
“알알, 아르르!(싫어싫어! 혜은이 나빠!)”
백설이가 싫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혜은이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백설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결국 내가 나서서 백설이를 딴방에 데리고 가 슬립 마법을 걸었다.
“네가 먹으면 탈 나는 음식이란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맛있는 사료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백설이를 잠재우고 혜은이와 함께 양껏 포식을 했다.
예전엔 돈이 없어서 사 먹지 못했던 배달 음식들.
특히나 족발은 가격이 많이 올라서, 대짜리가 4만5천 원이 되어 있었고, 찜닭은 3만2천 원까지 올랐다.
피자도 메이커 없는 건 맛없다고, 혜은이가 도미노피자를 시켜서 4만8천원이 나왔다.
돈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왕 먹는 거 맛있는 걸 시켜서 먹었다.
‘돈이 이래서 좋구나······.’
가난할 땐 몰랐는데, 있어 보니 알겠다. 역시 돈에 여유 있는 사람들은 불행 할래야 불행할 수가 없었다. 돈으로 자신이 먹고싶은 거, 원하는 걸 모두 살 수가 있는데 불행할 틈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이 일에 매여 사는 것도 다 돈을 벌기 위해서니까······.’
나는 드디어 돈에서 해방되어 혜은이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저녁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혜은이도 철이 들었던지, 다 먹고 난 쓰레기는 자기가 나서서 직접 치웠다.
남은 음식은 새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고, 빈 박스는 베란다에 분리수거해서 내놓았다.
“자, 이제 배불리 먹었으니까 다시 살을 빼야지?”
“하암~ 엄청 많이 먹었더니 벌써 졸리다. 한숨 자고 나면 더 예뻐지겠지?”
“흐흐흐······.”
나는 이번에도 슬립 마법을 쓸 필요도 없이, 곧바로 혜은이의 성형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2주간 내 마법 마사지를 받은 혜은이는 몰라보게 변모되어 있었고, 더이상 얼굴이나 몸매 얘기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