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3
73
41.국세청(3)
쾅!
”자, 다들 주목!“
이준혁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구성된, ‘이준혁 전담 먼지털이반’
그곳에 도착한 박순자는 박수를 짝짝 치며, 조사에 열중인 조사관들을 주목시켰다.
그들은 이준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톨이라도 더 털어내기 위해, 한참 자료수색에 한창이었다.
”오늘 일은 이쯤에서 덮어둡시다. 보니까 별로 혐의는 없어 보이는데.“
”네??“
국세청장 박순자의 말에, 조사관들의 얼굴에 순식간에 물음표들이 둥둥 떴다.
박순자를 그런 조사관들을 향해 짜증스럽게 덧붙였다.
”그냥 덮어두라고요. 내 말 뭔 말인지 못 알아들어요?“
”하지만, 아까 전에는······.“
”······.“
”예, 알겠습니다······.“
최순자가 공포스러운 얼굴로 이의를 제기하는 조사관을 쳐다보자, 다른 조사관도 대충 눈치를 까고 정리하던 자료들을 모두 폐기하기 시작했다.
이준혁이 ‘이’자가 들어간 자료는 모두 쓰레기통을 넘어 완전 히 삭제되었다.
”앞으로 업무에 쓰일 자료만 간단히 백업하세요. 드라이브는 모두 폐기할 테니까.“
”······.“
”뽑아놓은 자료도 전부 제 앞에서 세절하고, 폐기해주세요. 그거 다 끝나기 전까지 오늘 퇴근 못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갑작스럽게 돌변한 박순자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조사관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포커페이스를 되찾으며 시키는 대로 폐기를 시작했다.
사실상 지금껏 삽질한 셈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아무도 반발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모은 자료는 언론에 크게 터지고, 대기업으로부터 수십, 수백억은 삥뜯고 멈추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번엔 너무 싱겁게 끝났다.
그게 조금 아쉬울 뿐.
”그리고 오늘 본 내용을 외부에 발설할 시 엄격한 처벌을 할 테니 그리 아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조사관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박순자가 시키는 대로 빠릿빠릿하게 모아놓은 자료들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구글링을 통해 수집했던 아리의 예쁜 사진을, 몰래 개인 드라이브에 저장해놓기도 했다.
*
”후······.“
나는 국세청장실에 홀로 남겨진 채,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오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렇게 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잘 되겠지······.‘
사실 한국을 뜰 마음까지 먹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가 왜?
떠나려면 너희가 떠나던가.
나는 한국이 살기 좋고 편했다. 이곳 음식도 내 입맛에 맞고, 무엇보다 한국엔 내 가족과 내 지인들이 산다.
똥이 무서워서, 아니 더러워서 피한다? 국세청 세금이 무서워서 뜬다?
다 좆까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 조사해보려면 해라, 나는 내 갈 길 간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끼익.
그때, 청장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저, 다 끝내고 왔습니다······.”
박순자였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조심 걸어오더니, 양손을 공손히 배 앞으로 모으고 내 앞에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아까는 완전 딴판의 모습이었다.
“후······.”
나는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끈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리고, 손을 뻗어 박순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앞으로 잘하자. 똑바로 좀 해.”
“예······.”
“나 같은 가난하고 불쌍한 서민들 괴롭히지 말고, 이중장부 만드는 대기업들이나 털어. 강강약약의 자세를 보여주라고.”
“···알겠습니다.”
박순자는 평소 내 레파토리대로, 패러사이트에 감염되어 진땀만 뻘뻘 흘릴 뿐 감히 항거하지 못했다.
처음엔 머리통을 부여잡고, 침까지 질질 흘리며 엄청난 고문을 받았다.
나는 순자를 갱생시키기 위해, 그녀의 머리통을 태워버릴 기세로 강렬히 고문했다.
오랫동안 윗 대가리를 차지했던 그녀였기에 평소에 몸에 찌든, 사람들을 내리깔아 보는 자세가 만연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갱생시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한 10분 정도?
“난 이만 가볼 테니까, 뒤처리 잘 하고. 혹시나··· 나중에 말 나오면 알지?”
“예······.”
“뒤탈 없게 잘해. 안 그럼 지옥맛을 보여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박순자는 숫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염소처럼 메엠~하듯 간신히 쥐어짜 내곤,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녀를 밀치고, 문을 지나쳐 곧바로 국세청을 빠져나왔다.
조사받고, 자료 삭제하고 뭐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밤 12시를 넘어버렸다.
“후······. 저녁도 안 먹었는데···.”
스마트폰을 들어 카톡을 확인해보니, 메시지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준혁 씨. 조사는 다 받으신 거예요?
-끝나면 연락 줘요.
-저녁은 드셨어요? 안 먹었으면 우리 집에 와서 먹고 가요.
-준혁 씨~?
.
.
.
.
나를 걱정하는 아리에게서 많은 톡이 와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 자판을 켜서, 그녀에게 뭐라고 톡을 보낼까 잠시 고민했다.
-준혁 씨, 다 끝난 거예요?
읽음 표시가 뜨자, 아리가 퍼뜩 다시 톡을 날렸다.
:네.
-저녁은 먹었어요?
:아직요
-그럼 우리 집에 들렀다 가요. 제가 맛있는 저녁해 드릴게요. 아니, 야식인가? ㅋㅋㅋ
그녀의 재치 있는 톡에 나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국세청장 조지고 조금 날카로워진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알겠어요. 주소 찍어줘요.
-넹······.
이 밤에 야식이라.
설마 라면은 아니겠지?
*
아리는 이준혁이 조사를 받으러 가게를 나서자마자, 당장 최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우야. 준혁 씨가······.”
당장 믿을만한 사람은 가족뿐이었기 때문에, 아리는 법 관련해서 최진우에게 최대한 조언받으려고 했다.
“뭐? 그게 사실이야?”
“응······.”
최진우는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목소리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언젠가 올 미래, 하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미래였다.
그동안 사업이 순풍을 타면서, 돈 걱정 없이 척척 잘 진행되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는 것을.
그저 편안하게 이준혁만 믿고 따라간 최아리, 최진우, 그리고 마탑 컴퍼니 식구들.
그들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알았어. 일단 전화 끊어봐. 내가 관련 법령 같은 걸 알아보고 누나한테 다시 전화 줄게.”
“응······.”
아리는 최진우와 전화를 끊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제임스 박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비록 남이긴 하지만, 같은 동업자였고 또 믿을만한 연장자였다.
“네, 사모님. 뭐라고요???”
제임스 박 또한 많이 놀란 목소리였다. 아리는 울음이 터져 나올 거 같은 목소리로 사실대로 말했다.
“······.”
그러자 제임스 박은 잠시 말이 없다가, 알았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아리는 그가 충격을 받고 그대로 잠적을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되었다.
‘아버지한테도 전화를 해야 하나······.’
아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피해가 갈까 봐 미리 조심하라고 전화를 해야 하는지 고민됐다.
사실 이준혁에게 받은 건 차 한 대밖에 없는데······.
그녀가 이준혁의 자금 우회를 조금 도와주긴 했지만······.
‘생각보다 큰일이구나······.’
벌써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눈앞이 캄캄했다. 안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지지율이 나날이 내려가는 상태인데, 철부지 딸이 젊은 남자에게 홀딱 빠져 그런 일을 벌였다고 하면······.
아마 국민들의 마음이 그렇게 좋진 않을 것이다. 아니, 분명 들고 일어날지도 몰랐다.
게다가, 아버지에게 적대적인 야당과, 편들어주지 않는 정당들 또한 마찬가지.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편들어 줄 사람은 같은 가족들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전전긍긍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두근거리며, 이준혁이 조사를 끝나고 나오길 기다리던 그때.
-네, 끝났어요.
이준혁의 카톡이 도착했다.
아리는 얼른 그에게 다독이는 듯한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톡을 꾹꾹 눌러서 보냈다.
최대한,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에 대한 걱정뿐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이준혁을 꼬드겨 저녁을 먹이기로 약속했다. 아리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탓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급히 다듬어 요리를 시작했다.
급한 대로 냉동시켜놓은 고기들을 해동시키고, 양념에 재고, 채소들을 다듬고, 밀가루 반죽을 주물럭거리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아, 너무 일찍 오면 안 되는데···.”
시간이 새벽이다 보니, 도로에서 신호 받을 일도 별로 없을 텐데······.
국세청에서의 일보다도, 아직 음식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준혁이 당도할까 봐 그게 더 걱정되었다.
드르륵~
그때 핸드폰의 전화가 울렸다.
“벌써 도착했나?”
아리는 깜짝 놀라서, 이준혁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될지 고심하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발신인 최진우
“어, 진우야.”
“누나, 내가 아는 선배들에게 전문 변호인단 꾸려달라고 했으니까 준혁이 형 걱정은 하지마.”
“어, 고맙다.”
“근데 준혁이 형 조사는 어떻게 됐데?”
“몰라. 방금 막 끝났데. 곧 우리집 올 거야.”
“그럼 나도 누나집으로 갈까?”
“니가 왜와.”
“응?”
“아니···. 너까지 오면 준혁 씨가 괜히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으니까 넌 내일 보자.”
“알았어. 그럼 난 이만 잔다.”
뚝.
아리는 다행히 동생을 만류한 후, 한숨을 푹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요리에 집중하려던 그때.
드르륵.
그때, 또 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설마······?”
-발신인 제임스 박
“여보세요?”
“네, 사모님. 지금 사안이 급하니까 제가 결론부터 먼저 말하겠습니다. 당장 이민 준비부터 하세요.”
“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던 순간.
띵동~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호실의 벨이 울렸다.
“제임스 박. 잠깐만요. 그건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 준혁 씨 왔으니까, 제가 그 사람이랑······.”
“마스터에게 저 좀 바꿔 주십시오.”
아리는 차마 전화를 끊지 못하고, 일단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어줬다.
“아리 씨, 준비는 다 됐어요?”
문을 열자,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준혁이 들어왔다. 국세청에 가는 일 때문인지 자신이 사준 검정색 양복까지 쫙 빼입은 상태였다.
“네, 준혁 씨. 근데 지금 제임스 박이 좀 바꿔 달라는데요······.”
“네? 제임스 박이 왜요?”
“······.”
“설마, 제 얘기 한 거예요?”
“······.”
이준혁은, 에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하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마스터. 제가 이민 준비 다 끝마춰놨으니까, 일단 짐부터···.”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제임스 박.”
나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걱정스러워하는 제임스 박을 달랜 후, 국세청에서 있었던 얘기를 해줬다.
“다행히 국세청장하고 얘기가 잘 끝났어요. 그냥 지금처럼 대동그룹 법인카드로 막 써도 된데요. 허락까지 맞고 왔어요.”
“······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없는 말을 지어낼까요? 아무튼 국세청에서 별일 없었으니까 이민이고 뭐고 다 취소하세요. 아리랑 같이 여행티켓이나 잡아주지 무슨 쓸데없는 짓을···.”
“알겠습니다. 그럼 사모님과 함께 단둘이 신혼여행 패키지로···.”
뚝.
나는 그냥 대충 전화를 끊고, 아리에게 돌려줬다.
“이제 다 끝났어요, 아리 씨.”
“정말 가신 일 잘 되신 거예요?”
“그렇다니까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저녁도 못 먹었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아리는 불 켜 놓은 가스레지로 후다닥 달려가며, 소란을 피웠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
“아리 씨, 라면도 끓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