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2
72
41.국세청(2)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할 당시, 국세 업무는 재무부 사세국의 관할로 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 재무부 사세국을 계승한 것이었다. 군정청 사세국은 1948년 3월 10일 기존의 국고국을 개편한 것으로 이때 각 도 재무국의 관할이었던 세무관서를 산하에 두었다.
그런 유래 깊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국세청 본청.
그곳은 오후 6시 이후에도 퇴근하지 않는 직원들로 가득했다.
척, 척.
국세청 12층 국세청 청장실에는, 오늘 하루 동안 모은 이준혁에 대한 조사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아침 9시에 들어온 이준혁 친척의 제보로 인해 시작된 블록버스터급 탈세 조사.
그 전담반이 모은 자료들이었다.
감사관장, 전산정보관리관장, 징세국장, 조사국장을 등등, 국세청 내에서 한가닥하는 청장 이하의 모든 임원급 직원들이 총출동해 퇴근을 미루고 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이준혁 개인 사건이 아닌, 재벌과 거물급 정치인이 연관된 정재계의 핵폭탄이었다.
“흐흠~”
국세청장 박순자는 자세까지 고쳐잡으며, 쌓여진 보고를 샅샅이 훑어내리고 있었다.
이건 이제 개인 탈세 수준이 아니었다.
이준혁.
최종환.
최아리.
유진광.
그동안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네 사람이, 이준혁이라는 정점을 중심으로 최근에 극적으로 묶였다.
“이준혁이 최종환의 정치지원금을 대는 물주인가? 최아리는 그런 이준혁의 스폰녀이고? 얼굴은 나름 반반하네······.”
보고서와 함께, 구글링으로 최아리에 대한 사진도 몇장 찾아냈다. 세계기능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사진, 그리고 가게 홍보차 찍은 몇 개의 인터뷰 등등······.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긴 한데, 그밖에 별로 특이할 사항은 없는 여자였다.
“이준혁 이 새끼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와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거지?”
아직 단언하긴 이르지만, 이준혁의 정체부터 시작해 이 모든 연결고리가 영화처럼 비현실적이고 이상했다.
단정하자면 학벌도 뭣도 없던, 실종된 지 15년 만에 갑툭튀한 이준혁.
그가 대통령과 유필준 사이에서 대동그룹을 쥐고 흔들며 삥을 뜯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럼 대동그룹은 이준혁과 최종환에게 정치지원금을 대주는 것 같고···.
“이거 완전 최순자랑 그거 아닌가?”
과거 2016년도에 일어났던 최순자 재단비리 사건.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박근애 대통령이 추진한 이무기재단이 사실상 최순자의 개인 사적 용도로 쓰인 것으로 판명되어,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한 사건.
그때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서,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쫓아냈었다.
박근애 대통령을 옹호하는 태극기 세력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미비해서 언론에 크게 언급되지 못하고 묻혔다.
아무튼 그때 같은 박씨라고 박순자는 국세청을 출근하면서 눈치를 보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다 추억이지만.
“설마 비선실세?”
확실히 의심해볼 만한 사항이었다.
평소 청렴결백하다는 최종환 대통령.
뇌물 한 번 받지 않고, 늘 검소한 생활을 지켜나가기로 유명한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후원자가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을 줄이야?
사실상 제2의 박근애, 최순자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물론 이준혁이 최순자 포지션이었다. 성별은 달랐지만, 왠지 하는 짓이 비슷한 거 같았다.
’솔직히 겉모습과 속이 다른 사람이야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국회의원들도 그렇지만, 모든 정치인들이 돈이 부족하다. 잠깐 움직이는 것도 다 돈이고, 개인적으로 필요한 돈도 많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노후자금······.‘
정치에 뛰어드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건 아마 ’부귀영화‘이지 않을까?
명예는 당연한 거고,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쩐‘이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이 사적 뇌물청탁에 목을 맨다.
특히나 은퇴하면 연금을 제외하곤 죽도밥도 없기 때문에, 품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임기 내에 한탕쳐서 노후에 편하게 살고 싶어 했다.
아무리 뒷짐지고 선비짓 하는, 한복입고 서민 코스프레 하는 국회의원 양반도 결국엔 정치인들 연금 삭감 방안은 반대했다.
국회의원직을 하루만 하다 그만둬도,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엿 같은 법이었는데 말이다.
그러니, 언론에 드러나는 정치인의 가식과, 본래 추구하는 모습을 구분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
아니면, 아예 정치인들은 믿지 않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합당하다.
’흐흐흐. 이거 꽤 스케일이 커지겠는데?‘
국세청장 박순자는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처음 제보를 받을 땐, 그저 이준혁이랑 대동그룹이랑 같이 엮어서 자신의 퇴임 전 언론에 한 번 크게 이름 도장을 쾅, 찍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건 단순히 뉴스에 몇 줄 타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줄기 큰 획을 긋게 생겼다.
’슬슬 탄핵 같은 이벤트가 한 번 나올 때가 됐지······.‘
개돼지 같은 국민들은 자극적인 이벤트를 원한다. 이렇게 찌글찌글 경기가 어려울 때, 그런 화젯거리가 있으면 재벌들에게 돌아가 있는 날선 시선이 최종환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럼, 박순자는 재벌들에게 이쁨도 받고, 뒷구녕으로 들어오는 ’쩐‘도 챙길 수 있을 터였다.
’좋았어. 한 번 딜을 해봐야겠다.‘
박순자는 전화기를 들어 재벌들의 전화부 목록을 확인한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음, 이곳인가······.”
나는 네비게이션을 찍고 도착한 세종시 국세청 앞에서 차를 주차하며 내렸다.
“우와······.”
국세청 앞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던 직원들이 내 귀신차를 보고 감탄을 했다.
텔레포트로 순간이동해서 오려다가, 그냥 대놓고 롤스로이스를 끌고 왔다.
이건 내 오기였다.
어디, 볼 테면 보라 이거였다.
나는 당당했으니까.
TV에서 많이 봤던 법원 형태의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로비가 보였다.
전화상으로 나는 국세청장실로 소환된 것 같았다.
세무조사원이, 청장님이 직접 조사하신다니까 12층으로 오라고 했다.
띡!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대기했다.
깔끔하게 생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12층을 눌렀다.
사실, 오기 전에 무슨 말을 준비하려다 그냥 그만뒀다.
일단 청장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걱정할 필요도 없는 문제지.‘
그동안 세상의 균형을 위해, 밸런스를 어그러뜨리는 마법 사용은 최대한 자제해왔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가 그렇게 참은 것뿐이지 만약 내가 마음을 돌려먹어서 세상을 박살 낸다 해도, 아무도 내게 따질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정말 화가 많이 났고, 솔직한 심정은 될 대로 돼라였다.
’별 시덥잖은 것들이······.‘
솔직히 놈들이 어떻게 나오나, 진짜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주먹을 한 번 으스러지게 꽉 틀어쥐었다가.
띵동.
문이 열리자, 주먹 쥔 손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국세청장실은 12층의 복도 젤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주 전망이 끝내주는 곳에.
똑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두드리니, 그 너머로 50대 중반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안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문과 마주 보는 정면 자리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국세청 청장 박순자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이준혁 씨 맞으시죠?”
“맞습니다.”
“네, 거기 쇼파에 앉으세요.”
쿵.
“······!?”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집 쇼파에 앉듯이 대충 편하게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박순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약간의 노기도 언뜻언뜻 얼굴에 비쳤다.
“······????”
나는 뭐 어쩌라는 심정으로, 그녀를 마주 쳐다보았다. 그러자, 박순자의 이마빡에 한줄기 푸른색 핏줄이 세로로 솟아올랐다.
“참으로 당당하시네요.”
탁!
최순자가 양손으로 자신의 책상을 내리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앉은 중앙 쇼파로 다가왔다.
“제가 위축되어 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있죠.”
“뭔데요?”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보시구요.”
“네네. 그럽시다.”
“······!?”
내 태도에 박순자는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만큼의 두툼한 서류 뭉치를 내 앞으로 가져오더니.
턱.
집어 던지듯, 내가 앉은 중앙 탁자에 올려놓았다.
“읽어보세요.”
박순자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선 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뇌까렸다.
나는 그녀가 집어 던진 서류 뭉치들 중, 맨 위에 올려진 몇장 만 대충 꺼내서 읽어보았다.
-이준혁, 나이 33세, 15년 전 실종······, 중졸······.
“······.”
내 학력까지 아주 세세하게 신상명세서를 뽑아놨다.
무슨 인신공격하듯, 중졸이니 뭐니······.
게다가 얼마전까지 우리 부모님이 하던, 남들이 보기엔 허드렛일로 보이는 그런 이력까지 아주 세세하게 적어놨다.
내 면전에서 나를 아주 개무시하고 까뭉개려는 의지가 역력히 보이는 자료였다.
나는 기가차서 피식거리며 읽어나가다가, 문득 거슬리는 문장을 발견하곤 시선을 멈췄다.
-대동그룹의 법인카드로 본인의 자동차와, 여자친구를 포함한 지인의 자동차 결재. 회사 자금 횡령법34조······.
역시나 대동그룹과 아리의 이름이 같이 나왔다.
치타 대부는 덤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리 차는 내 개인 돈으로 사줄 걸 그랬나?
보석판 금액만 해도, 아리에게 수백, 수천 대의 람보르기니를 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놈들이 이런 식으로 걸고 넘어진다면 어차피 걸릴 일이었나?
내가 번 돈으로 내 여자친구 차도 못 사주나?
세금 제대로 안 내서 띠껍다고?
내가 왜 내야 하는데?
니들이 나한테 도대체 뭘 해줬다고?
그렇게 좆같이 굴면 이민가면 그만이었다. 내가 가진 돈과 기술이면 미국이든 어디든 대환영하며 받아 줄 거다.
아마 세금도 영원히 면제해 줄지도 몰랐다. 그만큼 내가 가진 마법의 힘은 위대한 거였으니까.
그런 것도 모르고, 밤톨만한 자기가 쥔 권세를 믿고 나를 위협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참으로 기가 차고 말이 안 나왔다.
마치 꼬맹이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잣대로 위인을 깔보는 듯한 그런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나를 향해 박순자가 쐐기를 박듯, 나를 내려다보며 뇌까렸다.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는 사람이, 회사 명의로 차는 5억짜리 외제차에, 월세로 들어간 30억짜리 집에선 월세는 한 푼도 안 내고…. 정말 대단도 하시네요. 혹시 전도한이세요?”
“…..!?
전도한이라······.
솔직히 이런 말까지 듣게 될 줄은 몰라서,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최종환 대통령의 딸인 최아리 씨와는 무슨 사이세요? 연인사이? 5억짜리 차도 사주는 거 보면 단순한 관계는 아는 거 같은데.“
”······.“
스윽.
나는 그녀의 말을 쌩까고, 품속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칙, 치직.
”······!?“
라이터도 없이 불을 붙이는 모습에, 박순자의 얼굴에서 언뜻 이채가 지나갔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여기 금연구역인데요?“
”저기 본인 자리엔 떡하니 재떨이까지 나둬 놓고 금연구역이라고?“
”???!“
내 말이 슬슬 짧아지자, 최순자는 표정을 마구 일그렸다.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던 말든, 나는 여유롭게 담배를 연기를 입안에서 굴리며 여유롭게 뻐끔거렸다.
”저··· 한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내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그렇게 묻자,
”말씀하세요.“
박순자는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오만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허세 그만 부리고, 슬슬 깜빵에 들어갈 준비나 해라, 뭐 이런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박순자를 향해.
”평소에 구충약은 자주 드십니까?“
”예?“
앞으로 일어날 대참사에 대해, 미리 경고를 해줬다.
그녀의 표정은 이게 뭔 개소리야? 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