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5
제2장 재회 (2)
“호흡기 떼어 버리는 수가 있다!”
“경찰 부를 거예요!”
“불러라, 불러! 나 원 참. 돈을 빌려 달라고 싹싹 빌 때는 언제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세상에 이렇게 개 같은 경우가 있나! 우리는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냐?”
“……!”
한성의 눈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병실 안에는 굉장히 야윈 모습의 아버지가 호흡기를 달고 있었으며 여동생은 폭력을 당하기 직전이었다.
탓!
한성은 그대로 놈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 버렸다.
우드드드득!
“끄아아아악!”
근처에 서 있던 사채꾼 두 명이 한성을 바라본다.
“뭐, 뭐야? 네놈은 그냥 가던 길 가지?”
“그럴 수 없다.”
“네놈은 누구냐?”
“나? 이 집 장남.”
한성은 가볍게 몸을 날려 놈들의 턱을 건든 후에 목덜미를 틀어잡아 끌어 올렸다.
“커억! 커어어억!”
건장한 덩치를 가진 남자 둘을 한꺼번에 들어 올린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이능력자…….”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으으으으. 두고 보자. 그렇다고 포기를 할 것 같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얼마를 빌렸는가?”
“원금만 12억이다.”
“…….”
꽤 많은 돈이었다.
원금만 12억이라면 도대체 이자까지 합산을 하면 얼마라는 뜻일까.
건달들이 사라지자 이수정은 멍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갑자기 몇 달 동안 사라졌던 한성이었다. 이수정과는 두 살 터울이었는데,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몇 달 못 본 사이에 여동생의 얼굴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이 정도 빚에 아버지 병간호, 거기에 이사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지금쯤 식당에서 일을 하고 계실 것이다.
“돌아왔다.”
“오빠!”
이수정은 한성에게 달려와 안긴다.
그녀는 눈물부터 흘렸다.
“흐으으윽!”
“걱정 마라. 이제 내가 다 해결한다.”
“으아아아앙!”
이수정은 뭔가 말을 하지도 못한 채로 울었다.
아버지께서는 눈을 감고 계셨는데 호흡기가 없다면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드디어 한성은 가족들과 상봉했다.
한성은 여동생과 휴게실에 나와 있었다.
아버지가 눈을 뜨는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있어야 아버지와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수정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지금까지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느라 엄청난 압박을 받아 왔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 있었어?”
“기억을 잃었었어.”
“뭐라고?”
“그때 있잖아. 잠깐 친구들하고 인천 바닷가에 갔었거든.”
“월미도에 갔던 거야?”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미도는 지금 오염 지역으로 지정되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오염 지역이었으며 지금은 높은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물론 그 영향으로 이능력자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었으며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이능력자가 되었고?”
“그렇게 되었지.”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나다니.”
물론 거짓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계에 넘어갔다 왔다고 말을 하는 것은 신빙성이 없었다. 미쳤다고 할지도 몰랐다.
지금은 그저 적당히 둘러대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이능력자들은 어느 순간 각성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나 친화력을 갖게 되고 수련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한성은 각성이 되는 순간, 기억을 찾았다고 설명하였다.
조금 어설펐지만, 이 세상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고생 많았어.”
“네가 더 고생이었지.”
이제 한성은 이수정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가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투자를 했었다는 것은 아버지 이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 사실이었다.
병원비가 부족하게 되자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갚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압류까지 들어와 저택은 공매 처분되었다.
졸지에 돈 한 푼 없이 거리에 나앉게 되자 어머니가 최후에 택한 것은 사채였다. 지금까지 병원비로 들어간 사채가 12억에 달했다.
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해 보고자 동분서주했지만 불가능했고 지금은 식당에 나가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였다.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곧 나가야 했으므로 어머니와 동생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빚이 얼마인데?”
“원금만 대략 30억 원가량 되려나. 그중 12억이 사채고.”
이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부터 지고 있던 빚이 18억이었고 추가로 12억을 끌어 쓴 모양이었다. 그마저도 이제 버틸 재간이 없었다.
으드득!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이젠 내가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
“오빠가 어쩌려고?”
“나도 이능력자인데 어찌 안 되겠어? 그래도 부모님께는 비밀이다.”
“그렇게 할게.”
한성은 이수정을 끌어안는다.
그녀는 힘을 뺀 후에 한성에게 기댄다.
지금까지 상당한 고생을 했을 여동생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한없이 가여웠다.
* * *
한성은 아버지가 깨어나는 동안 옥상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장 어머니께 달려가고 싶었지만, 꼭 병원에서 나가지 않더라도 아버지가 언제 임종할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기다리는 편을 택한 것이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금을 팔아 치운다면 빚을 어느 정도는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이었지만, 한성에게는 기회였다. 게다가 그는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초인이었으니 돈을 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성이 헌터가 된다면 정식으로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꼭 국가공인 헌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홀로 들어가 몬스터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성은 학교에 다니며 간간이 헌터로 일하며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빚을 다 갚고 작은 아파트라도 얻게 된다면 그의 임무는 끝난 것이었다.
“이한성 님?”
강한석 대장이었다.
한성은 그가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오셨습니까?”
“빚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일단 국가에서 나온 사례금을 드리려고 합니다.”
“얼마입니까?”
“15억 정도 준비했습니다. 약소합니다만……, 이것도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
“제가 어쩌다가 놈을 죽인 것은 맞지만, 겨우 15억이라니요?”
“놈에게는 현상금이 걸려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날도둑들을…….”
“그렇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있습니다. 국가와 계약을 하지 않겠습니까?”
“대기업과 계약을 하고 말지요. 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가끔 의뢰는 처리를 해 드린다고.”
한성은 대충 손을 휘저으며 꺼지라는 시늉을 했다.
가족들을 찾아 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사실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탐정사무소에 의뢰를 했어도 하루 만에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강한석 대장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싸가지는 변하지를 않는구먼. 더 상대를 했다가는 내가 화병으로 죽고 말 게야.”
“그래도 15억은 너무하기는 했습니다. 싸가지 없는 놈인 것은 맞지만 그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럼 어쩌나? 규정에도 없는 돈인데.”
“드래곤의 사체는요?”
“그건 국과수에서 가져갔다.”
“정말 날도둑놈들이로군요.”
부관도 인상을 찌푸렸다.
이러면서 어떻게 설득을 하라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헌터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겠군.”
“그럴 테지요.”
“지켜보는 수밖에.”
“후욱! 후욱!”
아버지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호흡기에 의지하여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남자.
그래도 이해우 예비역 소장은 군을 위하여 헌신했었다. 그 사실은 한성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영웅적인 아버지의 최후가 이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
한성은 아버지의 침대 앞에 앉아 있었다.
이제 곧 일어날 시간이었다.
20분 정도가 흐르자 아버지는 눈을 떴다.
“으음.”
아버지는 한성을 보자마자 신음을 흘렸다.
“이곳은……, 천국인가?”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정녕 내 아들이 맞느냐?”
“그렇습니다, 아버지.”
한성은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는 약물 투입으로 인하여 겨우 한 시간 정도만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끈질기게 생명을 붙잡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하나 이제는 고생을 그만해도 된다.”
“아버지.”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아버지의 말인즉, 치료를 중단하라는 뜻이었다.
한성은 품에서 성수를 꺼낸다.
그가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아버지를 고칠 것이다. 그는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다.
화아아악!
한성은 아버지를 치료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성수를 투입하자 아버지의 혈색이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큐어를 비롯한 치료마법들을 시전 한다.
하얀빛이 스며들어 가고 아버지는 일시적으로 호전이 되는 것 같았다.
“소용없는 일이야.”
여동생의 말이었다.
“이능력자들 중에서는 치료에 특화된 사람들도 있어. 그들이 몇 번 치료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어. 채 일주일이 가지 못했지. 그 천문학적인 비용에 비해서 말이야.”
“그렇군.”
그 많은 가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수정은 나름대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하여 노력했다. 해 보지 않은 방법이 없을 정도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노력들은 헛수고였다.
한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결국 보조적인 방편일 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투석치료를 해야 해. 그것도 돈이 만만치 않지.”
“이제는 걱정하지 마라.”
“별 뾰족한 수가 없어.”
“방법을 찾아 낼 것이니까.”
한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전에.”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 가려고?”
“해결할 일이 있어서.”
한성은 최소한 사채꾼들이 찾아오게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앙심을 품고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에라도 찾아가면 큰일이었다. 그것은 막아야 한다. 그리하기 위해서는 적절히 손을 봐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