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나는 네가 못생긴 이유를 알고 있다.
육합선생이 내게 말했다.
“하오문주, 나를 너무 낮춰 보는 게 아닌가.”
“그럴 리가.”
“나는 너 같은 놈들을 강호에서 많이 봤다. 특히 흑도에서 자주 봤지.”
육합선생이 화가 난 모양이다.
“그랬나?”
“세력 믿고 까불다가 죽고. 무공 실력 믿고 자만하다가 죽고. 내가 볼품없이 생겼다고 무시하다가 죽었지. 너도 마찬가지다. 내가 벌레들을 끌고 다닌다고 해서 얕잡아보는 모양이군.”
육합선생이 나를 보면서 웃었다. 이제 육합선생의 명령이 떨어지면 일곱 마리의 벌레들이 죽자사자 내게 덤빌 터였다.
반면에 나는 대청에 홀로 앉아서 육합선생의 명령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잠시 나를 지그시 노려보던 육합선생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이상하단 말이야. 젊은데, 너무 침착하단 말이지.”
일충이 육합선생에게 말했다.
“선생님, 죽일까요?”
“기다려봐라.”
“예.”
“하오문주의 표정을 봐라. 이상한 놈이다.”
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기다리다가 차성태에게 말했다.
“성태야, 두강주 좀 가져와라.”
“예.”
안쪽에서 나온 차성태가 두강주를 탁자에 내려놓고 사라지자, 육합선생이 내게 물었다.
“이번엔 독이 있나?”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로 술을 한 잔 따라 마셨다.
내 손에 죽었던 벌레 놈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주고 싶었으나, 의심이 많은 육합선생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혼자서 석 잔을 마신 다음에 육합선생의 못난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전생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육합선생의 표정에서 용모보다 더 추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얼굴이 못났다고, 마음마저 못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놈은 둘 다 못났다.
육합선생은 나중에 귀마(鬼魔)라는 별호가 어울릴 정도로 마음이 못난 놈이다.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지금보다 용모가 더 추잡해진다. 나는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육합선생에게 말했다.
“육갑선생.”
“육합이다.”
“이렇게 보니까 참 못생겼네.”
“…….”
“얼굴이 참 못생겼어. 얼굴로만 따지면 여기에 있는 벌레 새끼들보다도 못생겼네. 그래서 일부러 하인들도 못생긴 놈으로 뽑았나? 못난 놈들끼리 단체로 몰려다니려고 말이야. 아니야?”
육합선생은 정말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였다.
“…….”
어찌나 화가 났는지 눈을 천천히 껌벅이는 와중에도 내게 한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반면에 금은칠충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대기했다. 아마 육합선생이 외모 지적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육합선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죽은 목숨이야.”
나도 웃으면서 대꾸했다.
“왜? 못생겼다고 놀려서?”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나는 턱을 붙잡은 채로 육합선생을 살폈다.
“어디 보자. 자세히 보자. 두 번 보고, 세 번 보자.”
“…….”
“정말 엿같이 생겼네. 봐도 봐도 못생긴 사람이 너다. 육갑선생.”
내가 너무 대놓고 말해서 그런 것일까. 화를 내려던 육합선생이 느닷없이 콧바람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황당하군.”
나는 육합선생의 표정을 보면서 웃었다.
“황당하겠지. 나도 황당하다. 웃을 때도 못생긴 사람은 드문데. 못났다. 못났어.”
“문주, 다 떠들었나?”
나는 육합선생이 바로 덤빌 것 같았기에 적절하게 대꾸했다.
“아니? 이건 좀 말해줘야겠다. 나는 네가 못생긴 이유를 알고 있다.”
육합선생이 눈을 부릅떴다.
“뭔 개소리냐.”
“잘 들어. 나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우리 둘이 싸워서 내가 죽든, 네가 죽든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들어봐. 나는 네가 못생긴 이유를 아주 자세히 알고 있어. 심지어 해결 방법도 알고 있지.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에 나와 싸워도 늦지 않아.”
나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면에 육합선생은 못생긴 표정으로 나를 미친놈 바라보듯이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광견병에 걸린 개를 애써 진정시키듯이 손짓을 해가면서 말했다.
“들어보겠나? 안 들으면 후회할 거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호흡이 거칠어진 육합선생은 일충을 비롯한 벌레들을 노려봤다. 벌레들은 곧 죽게 될 사람들처럼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육합선생이 말했다.
“말해봐라.”
“육갑……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라.”
문득 육합선생이 손으로 탁자를 연신 내려치면서 외쳤다.
“육합이라고 하지 않았나! 육갑이 아니라 육합이라고! 육합! 육합! 육합! 이 새끼야! 그게 어려워? 이 찢어 죽일 새끼야!”
나는 두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전생 귀마를 진정시켰다.
“알았다. 알았다고. 육갑 떨지 말고 잘 들어봐. 육합선생,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듣고 나서 화를 내라.”
“말해봐라.”
나는 두강주를 마신 다음에 벌레들에게 물었다.
“술 마실 사람? 없어? 좋았어. 혼자 마셔야겠군. 설명하마.”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추남론(醜男論)을 설파했다.
“이것은 상당히 심오한 문제다. 남자는 말이야. 선천적 미남과 후천적 미남이 있다. 마찬가지로 선천적 추남과 후천적 추남이 있지. 선천적 미남은 말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는 용모다. 여기까지는 이해하지?”
육합선생이 나를 노려봤다.
“계속해라.”
나는 손가락으로 육합선생을 가리켰다.
“너는 선천적 추남이야. 태어났을 때부터 못난 놈이라는 뜻이지.”
육합선생은 입을 반쯤 벌린 채로 나를 바라봤다.
“…….”
“그런데 문제는 네가 후천적 추남까지 되어버렸어. 이유가 대체 뭘까? 내 말은 선천적 추남도 후천적 미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함없는 내 생각이지. 특히 우리 같은 강호인은 가능하다. 너는 방법을 모를 뿐이야.”
“아직은 개소리군.”
“그 말은 뭐겠어? 선천적 미남도 얼마든지 추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마음과 표정의 조화다.”
“병신 같은 소리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를 못 하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 사내가 웃을 때는 말이야. 표정과 마음이 내공과 외공처럼 조화로워야 해. 실제 마음은 누군가를 해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얼굴은 웃고 있으면 점점 얼굴 근육이 못난 쪽으로 틀어지기 마련이야.”
“…….”
“물론 나도 웃으면서 살기를 품은 적은 있지. 하지만 나는 즐거워서 웃을 때가 더 많아. 반면에 그대는 본래 추한 얼굴인데 마음과 표정도 맞지 않아. 못난 얼굴을 계속 악화시키는 것이지. 사내의 얼굴은 대체로 십 년 주기로 변한다. 추남으로 태어났어도 이것을 알면 강호인의 기도가 변하듯이 얼굴도 변한다는 뜻이다. 어렵나? 사실 너무 어렵고 오묘한 문제라서 나도 무공을 설명하는 것처럼 난감하군.”
나는 두강주를 한 잔 마시면서 육합선생을 바라봤다.
육합선생이 내게 말했다.
“더 설명해봐라. 설마 그게 끝은 아니겠지? 날 이해시키지 못하면 넌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뭐 그런 병신 같은 협박은 네 수하들에게 하고. 좋았어. 예시가 잘못되었다. 설명해주마. 내가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던 사내들의 미소가 있다. 누구일까?”
“누구냐.”
“검마를 아나?”
“마교의 검마 말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내가 내 앞에서 딱 한 번 크게 웃었지. 그때의 미소가 참으로 볼만하더군. 왜 그랬을까? 전혀 웃지 않았던 사내가 보기 드물게 웃은 것이었거든. 이 사내는 절대로, 함부로 웃지 않는 사람이지만 웃을 때는 진심으로 웃었다. 그대도 검마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고 있겠지?”
“알다마다.”
“이것이 첫 번째 사례고. 두 번째는 무림맹주 임소백이 웃었을 때다. 아, 정말 검마만큼이나 잘 웃지 않는 사내였지. 두 사람을 붙여놓으면 아마 백 일 동안은 무표정하게 대화만 할 거라고 장담하마. 임 맹주도 늘 강인하고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웃음을 확인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확실히 웃을 줄 알더군. 수하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작전을 무사히 종료한 다음에 슬며시 짓는 그 웃음 말이야.”
“그게 어쨌다는 거냐.”
나는 육합선생을 노려봤다.
“일 년에 한 번을 웃어도 사내는 그렇게 웃는 게 좋다. 이렇게 되면 선천적으로 아무리 못생겼든 간에 후천적으로 미남이 된다. 강호인은 기도와 분위기가 있어서 더더욱 그렇지. 무림맹주의 웃음과 마교를 탈주한 검마의 웃음은 쉽게 볼 수 없는 미소였지. 두 사람은 진심으로 웃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겠지. 진심으로 웃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반면에…….”
나는 벌레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종일관 여기 들어와서 낄낄대던 이 벌레 새끼들을 봐라. 이놈들은 한순간도 정말 웃겨서 웃었던 놈들이 없다. 본인 인생이 즐거워서 웃은 놈도 없어. 독이 있는지 없는지 노심초사하는 와중에 맛없는 밥을 목구멍으로 처넣으면서 지었던 웃음이 과연 제대로 된 웃음이냐? 전부 육갑선생, 그대가 무서워서 지었던 가식적인, 생존적인, 병신 같은 웃음인 셈이지. 얼굴이 틀어지는 이유다.”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설명했다.
“마음과 웃음이 맞지 않는 경우가 이렇다. 억지로 웃어대는 이 벌레 새끼들의 용모는 갈수록 추해지다가 십 년 후에는 괴물이 되어 있을 거다. 내가 말했지? 사내의 용모는 십 년마다 변한다고. 내공의 경지와 같은 것이다. 타고난 용모는 강호인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천히 하루하루 강해져서 미남이 될 것이냐. 혹은 하루하루 추하게 살아서 추남이 될 것이냐. 그것이 외모의 비밀이다.”
나는 너무 진지하게 설명한 터라 이마의 땀을 손으로 살짝 털어낸 다음에 두강주를 따라 마시면서 말했다.
“이제 자네가 못생긴 이유를 알았어? 육갑선생.”
육합선생은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문주, 하나만 먼저 물어보겠네.”
“물어보도록.”
“육합선생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왜 매번 나를 육갑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이냐.”
나는 고개를 끄떡인 다음에 진중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것이 나다.”
“무슨 말이냐?”
나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면서 씨익 웃었다. 전생 귀마를 놀리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내 마음이라고. 육합이든, 육갑이든 간에 자네가 못생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세세하게 따지지 마라. 육합이면 어떻고, 육갑이면 어떠한가? 어차피 얼굴과 마음이 추하기 이를 데 없는데. 어떻게…… 내 말을 좀 알아들었나? 미남이 될 기회와 정보를 제공했는데 다시 인생을 살아갈 마음이 드는지 궁금하군. 와, 내가 이런 정보를 돈도 안 받고 알려주다니 나 같은 협객이 또 있을까 싶다.”
육합선생이 심호흡을 하는 동안에 나는 혼자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못생겼어도 진심으로 웃는 사내의 표정은 아름답기 마련이야. 그런 미소는 고작 용모의 추함으로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너희가 오늘 죽거나, 죽지 않더라도 내 말을 명심해라. 우리는 모두 미남이 될 수 있다.”
추남론으로 시작한 내 강의는 이렇게 미남론으로 마무리되었다. 못난 놈들에게 한바탕 사기를 친 것 같아서 속이 조금 뜨끔했다.
“…….”
나는 떨떠름한 어조로 육합선생에게 물었다.
“싸울 거야? 덤빌 거야? 오늘 인생 하직하려고? 안타깝네.”
육합선생이 무어라 대꾸하기 전에 나는 수하들을 불렀다.
“성태야, 소 각주, 호연 선생. 간부들.”
대기하던 수하들이 대청으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예, 문주님.”
“부르셨습니까.”
나는 육합선생을 노려보면서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내가 만에 하나라도 이놈들에게 당하면 말이다.”
“예.”
“강호에 있는 내 지인들에게 복수를 부탁해다오.”
차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했다.
“말씀하십시오.”
“일단 무림맹주 임소백, 마교를 용케 탈주한 검마 선배, 교주의 사매라던 혈야궁주, 풍운몽가에도 연락을 넣어서 똥싸개 차남에게 내 복수를 부탁한다고 전해라.”
“예.”
“남명회, 남천련, 흑선보에도 물론 연락을 해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지인들이 백도, 흑도, 마도에 골고루 있구나. 내가 헛살지는 않았어.”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일양현의 고향 친구들에게도 알려다오. 성태, 너는 한 십 년 후에 복수에 나서라. 실력이 아직 병신 같아서.”
“알겠습니다.”
나는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하오문주가 억울하게 당했다고 알려라. 육합선생을 육갑선생이라 하고, 못생긴 것을 못생겼다고 말했다가 당했다고 전해. 이렇게 억울한 사연이 있을까. 특히 함께 남악맹을 치면서 전우애가 깊어졌던 무림맹주께서 크게 안타까워할 테니 반드시 육합선생과 그의 하인들을 무림공적 명단에 올려라. 육갑이 아니라 육합이다. 잊지 마라.”
차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육갑이죠?”
“육합이다.”
“예.”
나는 여태껏 탁자 위에 꽂아두었던 섬광비수를 붙잡은 다음에 육합선생을 노려봤다.
“좋았어. 속이 후련하군. 이제 붙어 보자고…….”
“…….”
“육⸱갑⸱선⸱생.”
나는 전생 귀마를 부른 다음에 활짝 웃었다. 이런 경우는 놀려 먹는 게 재미있어서 웃는 것이라서 매우 적절한 표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이러다가 내가 너무 미남이 되면 좀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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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을 좀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