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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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5 – 은밀하게, 치밀하게 (2)
“맙소사. 잠깐, 잠깐만요. 기록된 방식을 보면 미슐랭 측 내부 정보는 아닌 것 같은데, 꽤 정확한 분석인 것 같기도 하고···.”
말끝을 흐려 보였던 멜리가 곧장 되물었다.
“이런 정보는 대체 어떻게 얻으신 거예요?”
“구글 검색이요.”
“장난치지 마시고요.”
그런 그녀의 얼굴 위로 호기심이 가득 서려 있는 상태였다. 정보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품어 마땅한 상황이었다. 미슐랭 가이드는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기관이다. 덕분에 알려진 바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조각난 정보들이 웹 곳곳을 떠돌고 있기야 하지만, 공신력은 부족하다. 반면,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에 담긴 정보들은 어떤가? 심사단의 규칙 및 행동 패턴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심지어 어렴풋이 짐작해 적어둔 것 같은 심사기준 역시 꽤 그럴듯해 보일 따름이었고 말이다.
이윽고, 필상이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가며 답했다.
“미슐랭 스타를 서른 개쯤 보유하고 계신 셰프께서 주셨어요.”
“설마···?”
“네, 폴 보티즈 세프께서 주신 정보에요.”
말을 마친 필상이 제 협탁을 양손으로 짚고 선 채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12년간 직접 수집하고 기록한 자료와 통계가 담긴 서류죠. 정확성에 대한 여부는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분석은 끝났으니, 레시피만 완벽히 갖춰두면 되는 거네요?”
“레시피도 이미 절반 이상은 완성해뒀어요. 미흡한 부분이 조금 있기야 한데, 외부 인력을 끌어와야 할 것 같아요.”
“외부 인력이요?”
나직이 되물어 보인 멜리가 협탁 위에 놓인 필상의 두 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니라, 필상의 손등 위로 이전에는 없던 자잘한 상처가 잔뜩 수놓아져 있던 탓이었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던 찰나, 필상이 재차 말문을 열었다.
“멜리의 말대로 분석은 끝났어요. 미슐랭 심사단은 대여섯 번에 걸쳐 파우스트에 방문할 겁니다. 그때마다 만점을 받아낸다면 파우스트는 미슐랭 쓰리 스타 파인다이닝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예요.”
“세상 모든 일이 으레 그렇듯, 이론은 몹시 간단하네요.”
“맞아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슐랭 심사단이 파우스트에 방문하기 전에 꼭 마쳐둬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어요. 일단 첫 번째는, 코스 메뉴에 포함될 모든 요리의 레시피를 완성하는 일이겠죠.”
“절반 이상 완성해두셨다고 했죠? 다음은요?”
“두 번째는 파우스트가 지닌 약점을 보완하는 겁니다. 비교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자요리 섹션을 재정비할 생각이에요. 또 디저트 섹션도 마찬가지고요.”
“재정비요? 어떤 식으로요?”
이내 필상이 덤덤한 투로 답했다.
“외부 인력을 끌어올 생각이에요.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분자요리와 디저트. 두 개 섹션을 책임질 라인 쿡을 각각 한 명씩요.”
“그럼 총 두 명이로군요. 생각해 둔 사람들은 있고요?”
“모두 생각은 해뒀어요. 아직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요. 될 수 있으면 이번 주 내로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내 둘 생각이에요.”
한차례 “그래서 말인데.” 하고 말해 보인 필상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일 저녁에 ‘갈라예프’ 셰프와 ‘로버트’를 불러주시겠어요?”
“잠깐만요, 설마 갈라예프 셰프와 로버트를 영입하려는 거예요?”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이에요.”
“둘 중 한 사람만 영입하겠다는 거군요?”
“빙고.”
이내 멜리가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두 사람 모두 영입대상으로는 부적합할 것 같은데요? 갈라예프 셰프는 이미 운영 중인 파인다이닝이 있는 데다가, 로버트는 파인다이닝 장 조니의 필수 인력이잖아요?”
“제가 영입하려는 건 갈라예프에요. 사실 아예 정식 쿡으로 영입하려는 건 아니고, ‘*게스트 쿡’(*Guset Cook:단기 계약 형태로 근무하는 요리사를 일컫는 말)으로 잠시 데리고 있을까 해요.”
“여타 기업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비슷한 맥락으로요? 갈라예프 셰프의 도움을 받아 분자요리 섹션을 재정비하시려는 거군요? 흠, 좋은 생각인 것 같기야 한데 조건을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아뇨, 별로 어렵지 않을 거예요. 지난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 당시 갈라예프 셰프가 제게 분자요리 섹션을 다듬고 싶다면 언제든 부담 없이 연락을 달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어떻게든 돕겠다면서요.”
멜리가 필상의 협탁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으며 되물었다.
“흠, 비용은요?”
“무상으로요.”
“혹시 필상을 좋아한대요?”
필상이 농담할 여력이 없다는 듯,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자 멜리가 곧장 다시 물음을 건네왔다.
“좋아요. 분자요리 섹션은 갈라예프 세프가 맡는다 치고··· 그럼 로버트는 왜요?”
“로버트의 애인, ‘에이미’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아! 에이미를 파우스트의 디저트 라인에 영입하실 계획이신 거죠?”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인 필상이 의미심장한 투로 답했다.
“에이미를 섭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려울 거예요. 호세 아빌레 셰프 역시 달갑게 여기지 않을 테고요.”
“그럼요?”
“종적을 감추고 사라진 그녀의 친구를 섭외할 생각이에요. 그녀를 찾아내는 건 멜리의 몫이 될 테고요.”
“셜록처럼요?”
한차례 “네.” 하고 답해 보인 필상이 고개를 슬쩍 돌려서는, 창 너머를 바라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을 받아내는 것.
두 번의 생에 걸쳐 꾸고 있는 오랜 꿈이다. 그 꿈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준비 역시 철저히 해뒀다. 폴 보티즈 셰프와 보낸 육 개월이란 시간 동안 요리에 대한 스펙트럼을 한껏 넓혔으며, 전에 없던 테크닉을 확보해뒀다. 또 심사단에 대한 정보 역시 잔뜩 수집해 둔 참이었고 말이다.
이제 파우스트의 약점을 보완하고 레시피를 정돈하는, 마지막 과정만을 앞두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정말 별을 받아낼 수 있을까? 이내 필상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내저어 보인 뒤 제 외투를 챙겨 들며 말했다.
“일단 오늘은 이만 들어가는 게 좋겠네요.”
“예, 셰프.”
*
다음 날, 필상은 집무실에 앉은 채로 그간 쌓인 서류를 검토했으며 경영 현황을 파악하며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다행히도 이정준이 꽤 꼼꼼히 업무를 처리해 왔던 터라, 딱히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엿보이지 않는 듯했다.
예약은 여전히 꽉 차있었으며, 자신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이벤트 키친 및 연초 행사를 기획해둔 상태였다. 그렇게 필상이 서류 검토를 모두 마쳤을 무렵, 홀 매니저 베니가 집무실 안에 발을 들였다.
“셰프, 직원들이 모두 홀에 모여있어요.”
“알겠어요.”
나직이 답해 보인 필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만에 차려입은 *화이츠(*조리복)의 촉감이 꽤 낯설게 느껴졌던 터라, 전신 거울 앞에 선 채로 옷맵시를 가다듬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이내 베니가 조심스레 물음을 건네왔다.
“셰프, 그나저나 간만에 업무를 보시는 소감이 어때요?”
“앞으로도 종종 자리를 비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쁘띠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네, 서류에서 피로가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말을 마친 필상이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먼저 집무실을 나서 홀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필상이 홀에 모습을 드러내던 찰나.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줄지어 서 있던 직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양, 하나둘씩 미소를 지어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사령관이 돌아왔음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이윽고, 필상이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파우스트가 2015 미슐랭 가이드의 심사 후보 파인다이닝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바로 앞에 서 있는 젊은 홀 직원을 가리켜 보이며 되물었다.
“미슐랭 가이드가 뭔지 아시죠?”
“예, 책이잖아요?”
“그래요. 요리계의 성경이죠.”
짤막하게 설명을 덧붙인 필상이 재차 말했다.
“이제 여러분의 노력 여하에 따라, 파우스트의 이름이 거룩한 미슐랭 가이드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숙지하셔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앞으로 영업 종료 후 매일 한 시간씩, 오늘처럼 대대적인 교육이 있을 예정이에요.”
이윽고, 줄지어 서 있던 직원들이 “예, 셰프!” 하고 우렁차게 답해 보이자 필상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말문을 열었다.
“우선 미슐랭 심사단의 행동 패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을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er)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정체를 숨긴 채, 연초부터 연말까지 대여섯 번에 걸쳐 파우스트에 방문할 겁니다. 이제 그들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죠.”
“예, 셰프!”
“우선 첫 번째 구별법입니다. 그들은 아무리 늦더라도 저녁 7시 30분 이전에 방문하곤 합니다. 무조건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서 행동하죠. 남자끼리 올 수도 있으며, 여자끼리 올 수도, 또 혼성일 수도 있어요.”
이내 홀 직원들이 눈을 빛내가며, 자신들의 수첩에 필상의 설명을 적어넣기 시작했다. 설명은 유려하게 이어졌다.
“그들은 각각 한 개의 코스를 주문할 테고, 한 개의 *얄라까르뜨(*개별 판매 품목)를 추가로 주문할 겁니다.”
일렬로 서있는 직원들 앞을 거닐며 말을 이어나가던 필상이, 걸음을 멈춰 서며 재차 덧붙였다.
“또한, 생수 한 병을 주문한 뒤, 와인 추천을 부탁할 거예요. 홀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를 살피려는 거죠. 식사 도중 포크와 나이프를 비롯한 식기를 떨어트리는 등의 돌발 행동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시험하기도 합니다.”
“예, 셰프!”
“만약 미슐랭 심사단이라 의심되는 팀이 방문한다면, 당장 홀 매니저 베니에게. 그리고 제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예, 셰프!”
교육은 한참에 걸쳐 이어졌고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 잔뜩 쏟아져 나왔다. 또한, 직원들의 눈 위로 열정과 은근한 기대감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미슐랭 스타를 거머쥐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단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필상의 설명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던 찰나였다. 파우스트의 출입문이 열림과 동시에, 분위기가 아예 상반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두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니라 갈라예프 셰프와 로버트였다. 이내 필상이 직원들에게 “이상입니다.” 하고 말해 보이자, 다시금 직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예, 셰프!” 하고 답해 보인 뒤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필상이 출입문 바로 앞 테이블을 꿰차고 앉은 두 사람, 갈라예프 셰프와 로버트에게 다가서며 나직이 말을 건넸다.
“시기적절하게 오셨네요.”
먼저 답한 것은 갈라예프 셰프였다.
“셰프,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갈라예프의 도움이 절실하죠.”
말을 마친 필상이 나직이 덧붙였다.
“분자요리 섹션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분자요리의 일인자인 갈라예프 셰프께서 도와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군요.”
“일인자?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아예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확실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긴 할 테니까요. 뭐, 저 역시 굉장히 바쁜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갈라예프 셰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려던 찰나였다. 연신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던 로버트가 진중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셰프, 저는 어떤 이유로 호출하신 겁니까?”
“도움이 필요해서요.”
“저는 장 조니에 남아있을 겁니다.”
“조건을 들어보실 순 있잖아요?”
“어떤 조건이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장 조니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군요.”
그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로버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덧붙였다.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호출은 다빈에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잠깐, 농담이에요. 로버트를 영입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럼?”
“혹시 ‘줄리아’라는 파티쉐에 대해 아세요?”
필상의 말에 갈라예프와 로버트,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로버트가 제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 보이고는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필상, 그녀는 진즉에 은퇴를 선언한 뒤 뉴욕을 떠났어요.”
“네.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저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로버트의 애인, ‘에이미’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죠.”
이내 필상과 로버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기를 잠시, 로버트가 한 치의 굴곡조차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필상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이번 부탁은 어려울 것 같군요. 저도 간략히 들은 게 전부라지만, 아마 그녀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을 거예요.”
“로버트, 하지만···.”
“더는 난감하게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필상이 정말 제 친구라면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아야 할 겁니다.”
“아뇨.”
짧게 답해 보인 필상이 고개를 내젓고는 덧붙였다.
“만약 제가 정말 로버트의 친구라면, 로버트가 거절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죠.”
필상의 답을 끝으로 다시금 장내에 정적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