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85
185
185화 동상이몽 (3)
학원 안으로 들어서자.
[경축! 2020년 교육 개혁 사업 사업자 선정! …]학원 로비에 걸려 있는 거대한 플래카드. 그리고.
“축하드려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원장님!”
“잘되실 줄 알았어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를 맞이했다.
모두들 이번 의 결과에 잔뜩 고무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온, 오프라인 신문 모두에서 난리들이니까.’
[2020년 교육 개혁사업 최종 사업자 선정! ‘예상외의 결과’] [이번 백년지대계의 주인공은 바로 ‘S학원’] [예상외의 결과. 중소 학원 컨소시엄의 약진도 돋보여]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한 몸에 받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여러분이 열심히 해 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니까 감사는 제가 여러분께 드려야 맞는 거겠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원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흐뭇한 미소로 내 말에 화답했다.
그런데 그때?
“어…그럼 저희 덕분이니까 보…보너스도 좀….”
누군가 말했다.
슬쩍 돌아보니 강사들 중 한 명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농담 삼아 던진 말인 것 같은데…농담을 던진 당사자가 긴장을 하다 보니 얼떨결에 진담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보너스’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기대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죠. 보너스는 물론 여러분들 휴가까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순간.
“으아아! 역시 원장님! 사랑합니다!”
“보너스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견마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마소처럼 부려주십시오!”
“충성충성충성”
사람들의 입에서 기쁨이 가득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동안 고생한 것도 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지.’
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의 결과가 좋았으니까.
처음 2차 공개경쟁입찰의 결과가 발표 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댓글 : 소라게ㅋㅋㅋ맨날 이상한 CF나 찍는 줄 알았는데 언제 국책사업까지 수주했데?] [댓글 : ㅋㅋㅋ 그러게 요즘 광고 많이 나오기에 좀 괜찮은 곳이다 싶었는데 설마 K에듀랑 M스터디까지 줄은 ㅋㅋㅋ] [댓글 : 학원 차린 지 4년도 채 안됐다던데 넘호넘호 부러운 거시야요 ㅠㅠ]사람들은 K에듀와 M스터디 같은 사교육 강자들의 자리를 소라게 학원과 중대형 학원들 같은 약자들이 대신한 것에 호의를 드러내며, 이번 결과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반응은…정부의 정보 공개 이후 더욱 거세게 끓어올랐다.
[1. 소라게 349억원] [2. K에듀 340억원] [3. M스터디 370억원] [1. 소라게 329억원] [2. K에듀 330억원] [3. J학원 340억원].
.
[1. E&G 컨소시엄 249억원] [2. M스터디 250억원] [3. K에듀 260억원]정부의 정보 공개 이후, 몇몇 사업의 수주사들과 그 경쟁사들의 입찰금 차이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댓글 : 야 이거 뭐냐? ㅋㅋㅋㅋㅋㅋ 1억 원 차이???] [댓글 : ㅋㅋㅋㅋ야잌ㅋㅋ내가 K에듀 사장이었으면 빡쳐서 잠도 못잘 듯 ㅋㅋㅋㅋ] [댓글 : 그런데 겁나 소름 돋지 않냐? 전부 다 1억 원 차이야 ㄷㄷ]오죽했으면 평소 교육 개혁 사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ㅋㅋㅋ’를 연발하며 손수 자료를 만들고 퍼 날랐을까.
덕분에 요즘은 내 입가에서 미소가 그칠 날이 없었다.
이번 사업의 핵심 사업들을 최저가로 빠짐없이 수주한 것은 물론, K에듀에 대한 참교육 또한 성공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아슬아슬하게 못 먹을수록 더 빡치는 법이지.’
그러나 모두가 현 상황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K에듀 쪽에서 불만이 많을 텐데 그게 걱정이네요. 아무리 그래도 업계 1위니까요.”
보너스와 휴가가 주는 흥분이 가라앉고 난 뒤 강사들과 간단하게 다과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긴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인 법이니 그의 걱정을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기본적인 체급차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그것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를 일이었다.
“글쎄요? K에듀 쪽은…그런 거에 신경 쓸 정신도 없을 걸요?”
강사의 말을 들은 은솔이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자 K에듀의 대응을 걱정하던 강사가 의아한 얼굴로 은솔을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기 발등에 불어 떨어져서 원장님한테 화를 내고 싶어도 못 낼 거라는 말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K에듀 쪽에서 아무리 내게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고 당분간은 어쩌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정부. 이번 교육 개혁 사업에서 ‘담합시도 정황’ 포착]이달 15일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 2020년 교육 개혁 사업에서 뒤늦게 부정의 정황이 포착되었다…(중략)…해당 사업자들은 지난 2차 공개경쟁입찰 당시 최종입찰가격을 사전에 조율하여 입찰, 사전에 사업에 대한 부정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업체들을 ‘10년간 정부 사업에서 배제’ 엄벌할 것을 나타내는 한편, 이번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 입찰가 전부를 공개하는 강수를 보이기로…
정부 측에서 K에듀와 기타 다른 학원들의 담합 정황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시사, 그동안의 비리를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수주사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마 지금쯤 제 살길 찾는 데 정신없겠지.’
그러나.
“에이, 그것도 아닌 것 같던데요?”
강사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엊그제 인터넷 기사 좀 보니까 K에듀 측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아, 뭔가 했더니만…
하긴 K에듀 측에서도 때리는 데로 맞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반면 담합을 획책한 것으로 알려진 K에듀 측에서는 2차 입찰경쟁 시기에 다른 학원 관계자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담합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라며 정부의 이번 발표에 난색을 표시. 정부의 이번 발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할 것이라…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 그리고 앞으로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사라질 위기였으니까.
‘밀리면 끝이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겠지.’
때문에 그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구축해 놓았던 학연, 지연, 혈연 총 동원해 자신들의 행위를 덮으려 했다.
[현대판 마녀사냥. 정부 ‘증거는 없지만…’ 발언 연일 구설수]투명치 못한 사업자 선정과 수준 이하의 졸속 행정, 그리고 정부 측의 무능을 가리려는 과도한 언론플레이까지 이번 2020년 교육 개혁이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략)…또한 정부는 이번 사업을 수주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K에듀에 대해 도를 넘은 견제를 함으로써 시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굴지의 사교육 법인인 K에듀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이 같은 견제가 사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는 행위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측 관계자는 ‘이번 담합의 특성상 눈에 띄는 증거는 아직 조사 중에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이번 대응이 근본 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인…(중략)…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중세 유럽의 마녀 판별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뭐 내 입장에서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문제는…일의 전말을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들의 대응이 제법 그럴 듯 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극에 달한 ‘1위 혐오증’ 이번 타겟은 ‘K에듀’] [지난 30년간의 노력. 남은 것은 ‘적폐’라는 손가락질뿐] [진실 공방전. ‘업계 1위’라는 이름의 족쇄] [댓글 : 야 이쯤 되면 정부쪽에서 대놓고 K에듀 까고 있는 거 아니냐? 이거 좀 너무한 것 같은데?] [댓글 : 그러게 왜 꼭 뭔 일만 생기면 꼭 1위 업체들부터 까고 보더라? 아니 증거도 없다면서?] [댓글 : ㅇㅇ 거기다 솔직히 이번 개혁 사업 말도 안 된다고 봄. 아니 할 거면 그냥 능력 있는 업체 하나 딱 선정해서 수의계약 하는 게 낫지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겨. 그러니까 괜히 잡음만 나오지]늙은 생강의 힘이었다.
30년 넘게 맛을 이어온 맛집치고 그 집만의 필살 메뉴가 없는 집이 없듯. K에듀의 여론 조작 스킬은 가히 입신의 경지에 이른 상태였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보면 K에듀도 참 불쌍해요. 아니 수주도 못한 기업인데 사방에서 까이기까지 하니….”
이렇듯 우리 학원 내에서도 K에듀 측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생겼을까.
‘여론 조작 하는 실력 하나는 대단하네.’
하지만 그가 아직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최경호 선생님…아직 오늘 신문 한 보셨나 봐요?”
“네? 그게…수능 대비 때문에 바빠서 못 보긴 했는데….”
“아, 역시…아니 오늘 신문 보셨으면 그런 말씀 안 하셨을 것 같았는데 혹시나 해서요.”
그것은 바로. 그 뛰어난 여론 조작 실력으로도 커버할 수 없을 만한 일이 생겨버렸다는 것.
[국내 굴지의 사교육 회사 ‘M스터디’ 정부의 이번 발표 맞다] [연이은 양심선언 ‘J학원’과 ‘D학원’ 모두 혐의 인정] [‘억울하다’ 외치던 K에듀 잇따른 내부고발에 ‘모르쇠’일관]그것은 빼도 박도 못할 팩트.
피할 수 없는 죽창이었다.
내부자들에 의한 고발이 시작되자, 지금까지 현란한 실력으로 자신의 행위를 커버하던 K에듀의 행동이 딱 멈춰 버렸다.
‘원래 내부로부터의 중상이 무서운 법이지. 카이사르든 장보고든 한 방에 훅 가는 거니까.’
뭐 나로서는 반길 만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나로서는 K에듀의 힘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좋은 것이었으니까.
잠시 뒤.
“이런…제가 잘못 알았네요. 다들 죄송합니다.”
최경호가 붉어진 낯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그동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 것 같았다.
그러자 은솔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그래도…이거 참 부끄럽습니다. 명색이 강사란 사람이 호도 당하기나 하고….”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텐데요 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휴, 그건 그렇고…이거 참 이해가 안 가네요. 왜 굳이 다른 학원들이 K에듀 뒤통수를 쳤을까요? 가만히 있었으면 그냥 유야무야 됐을 일이었는데.”
“글쎄요…거기엔 저희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곤…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은솔이다.
나는 뭔가 알고 있는 듯 나를 바라보는 은솔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예상대로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엊그제, 독고경과 사업문제로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나는 독고경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K에듀와 ‘내부자들’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니 K에듀 쪽에선 자기 사람들 단도리도 안 했데요?’
[뭐 들어보니 나름 하긴 한 것 같은데…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원래 권력이란 게 그런 법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K에듀 측에 붙어서 받아먹을 것보다는 정부 측에 배를 까는 게 더 이득이란 걸 그들도 알았을 테니까요. 게다가…]‘또 뭐가 있나요?’
[그게…들어보니 이번 개혁 사업 수주에 실패 때문에 그 사람들 내부에서도 말이 좀 많았던 모양입니다. 뭐 그전에도 K에듀 측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불만이 있기도 했고요. 그런 상황에 저희가 나서서 딜을 요구하니…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씁쓸하면서도 개운함이 묻어나는 독고경의 말. 그 말을 듣고 나니 권력의 무상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권력을 가진 자의 말로란, 아니 권력을 탐한 자의 말로란 언제나 그런 법이었으니까.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는 두런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자 그럼 이제 업무 시작 하도록 하죠. 먼저 수능 대비….”
아직 내게는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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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네.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네 김형로 부장은…예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네 살펴 들어가십시오.”
뚝-
통화를 마친 최정순은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보이는 뉴스 기사.
그리고 연일 자막에 도배되고 있는 ‘S’학원.
그녀는 사금파리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라게 학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