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627)
러스트 [RUST]-627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비행선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고주파를 발산하는 하는 모습.
[치지직- 야- 이거 어쩔 거냐?]그러니까 유전적으로 따지자면 오빠에, 클론의 정체는 중무장한 진짜 부대. 이른바 리얼 오빠 부대였다.
이거 어쩌느냐며 쩔쩔매는 마루의 목소리를 듣자니 기순의 눈꼬리가 저절로 휘었다. 넷만 해도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천 명이 넘는 나루라니.
[어쩌긴 손도 좀 흔들어 주시고. 존엄함도 좀 보여주시면 되는 거지 뭘.] [치지직- 너- 지금 짬 때린 건 아니지?] [허어. 고운 말 쓰셔야죠. 동생들이 보고 듣고 있는데, 국왕님 혼날래요?] [삐이익- 미친. 너 나중에 보자.] [지금 보셔도 괜찮은데.]기순이 큭큭- 웃으며 정찰병 쥐가 보내온 영상을 정리했다. 전방에는 와일드 캣. 야생 고양이들이 거의 백마리 가까이 모여있었다.
고양이들이 모여봐야 20~30마리 내외인 것을 생각해보면 백마리 가까운 군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것도 한 번 들쥐의 물결이 훑고 지나간 곳에 저렇게 떡하니 나타난 것은 더더욱.
[야생 고양이들 숫자가 꽤 된다.] [치이익- 얼마나?] [적어도 백마리. 오빠 부대 애들에게 왕님의 위엄을 보여주라고. 정보는 바로 보낼 게.] [치이이익-······.]기순이 새끼 요즘 많이 편한 것 같았다.
‘좀 굴려야겠군. 시간이 많아서 그러는 거야. 시간이.’
마루가 한 손을 들자, 초음파를 발산하던 클론들이 뚝- 조용해졌다. 초롱초롱 마루와 치켜든 팔을 번갈아 가며 보는 눈동자.
천 명이 넘는 숫자. 그것도 얼굴과 체형이 같은 애들이 하는 짓도 똑같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루의 말과 함께 오빠 부대는 말 그대로 부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무장 점검 탄약분배, 화기 분대 소대, 중대가 나뉘고 순식간에 해쳐-모여 했다.
각 잡고 대기 자세를 한 동생들(?)의 모습에 마루는 적잖이 놀랐다. 클론 부대, 전쟁 기계, 고기 방패.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직접 마주한 지금 느낌이 전혀 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꺅꺅-초음파를 내질렀던 애들이,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병사의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언제든 붉은 진창으로 들어갈 준비를 끝마친 병사의 눈빛으로.
‘흠.’
들쥐와 나루 클론들이 합공하면 강가에서 매복하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잡는 건 충분해 보였다.
‘들쥐들의 전투력은 흡혈귀를 잡는 걸 통해서 확인했으니.’
나루 클론들의 전투력을 확인해 보는 게 좋을까?
아니면 기순의 말대로 직접 움직이는 게 좋을까?
천 명을 그냥 사생팬으로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신성 왕국도 병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다고 시궁쥐에게 갈리면서 오순도순 피바다를 만든 것을 실력이라고 보고 넘어갈 수도 없었다.
‘얘들이 유기적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지가 중요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어떤 작전에 어떻게 투입해야 할지 확인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치지지직- 이동을 멈춰서 그런가, 고양이들이 이쪽으로 정찰을 보내려나 보다.]기순의 통신이 마루의 상념을 흐트러트렸다.
[정찰? 쥐나 고양이나 다들 정찰 보내고 있네.]세상 참.
마루는 이렇게 변한 세상이지 하면서도 어이없었다.
[치이이익- 그러게. 근데 나루들은 왜 각 잡고 있냐? 설마 걔들 싸우게 하려고?] [앞에 들고양이가 매복하고 있다고 했더니 알아서 저러더라.] [치직- 전투력 확인하게? 뉴욕 지하에서 쥐떼와 싸워 살아남은 애들이라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겠지만···.]마루의 생각을 따라간 듯 기순이 뒷말을 잠시 끊었다.
[치지직- 그래도 하긴 해야겠네. 차라리 지금이 낫겠다. 옆에 네가 있으니 여차하면 최악은 피할 거 아니냐? 근데 강심제가 없어서.]덩치가 클수록 살기에 잘 버텼다. 들쥐가 죽을 정도의 살기라면 들고양이들은 강한 마비 정도에 그치겠지, 클론들은 기절 정도고.
들쥐가 죽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쓴다면 들고양이들은 잠깐 멈칫할 정도리라. 그것만으로 토막 내는 건 충분했다.
[치지직- 야- 고양이 몇 마리가 그쪽으로 가는데. 시발. 숫자가 애매하네, 네 마리? 아니면 다섯 마리인데, 이 새끼들 동작감지 센서에만 걸린다. 열화상과 광학 센서에는 안 걸리고 있어.]일본에서 죽인 은신계열 능력자가 떠올랐다. 마루한테 암살 혐의를 덮어씌우려고 했었던 암살자.
마루가 오와 열을 맞춘 채 대기하고 있는 나루 클론들을 향해 말했다.
“““넷.”””
작고 낮게 대답한 나루 클론들이 분대 단위, 소대 단위로 흩어져 순식간에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센서 준비해.”
“열 영상?”
“동작감지기, 진동 센서 전부 챙겨.”
“거기 부비트랩. 눈 속에.”
마루는 은신 기능을 활성화 한 채, 나무 위에 올라갔다.
“왕님이 지켜보고 계신다.”
“최고로 잘하는 팀은 어쩌면 포상이?”
“포상?”
“어떤 포상?”
마루가 약속한 적 없는 포상에 대한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며 기정사실로 변해가는 과정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야- 얘들 자유를 모르고 덧없이 소모되던 클론이라며?] [치지직- 어··· 그게.]‘쟤들 나루 클론이라서 그런지 적응이 빠르더라?’라고 말할 수 없던 기순은 침묵을 선택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라는 격언대로.
“난 왕님이랑 밥 먹고.”
“밥? 무슨 밥이야. 카페 가야지.”
“카페. 브런치?”
“본체년이 가던 데 있잖아.”
“아- 거기.”
“근데 왕님이 좋아하지 않으실 거 같은데?”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할까?”
“회식은 고기라고 했잖아.”
“한우? 그거가 그렇게 좋다던데.”
“먹어봤어?”
“우리 태어난 지 한 달 됐거든?”
“그거 본체년이 좋아했던 건데.”
은신계열 들고양이가 온다고 했는데도 쑥덕거리는 소리에, 슬슬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한 마루가 한마디 하려다 입을 닫았다.
어떻게 하는지 어지간하면 끝까지 지켜보려 했었기도 했고, 어쩐지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떠드는 애들만 떠든다?’
전체가 쑥덕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본대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있는 분대 단위만 떠들고 있었다. 그것도 시궁쥐와 싸우다 다친 애들이 중심이 된 분대만 쑥덕이는 모습.
‘설마···. 자발적으로 미끼 역할?’
마루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이거 꼭 기순이가 하던 짓이랑 비슷했다. 자기 스스로 갈아서 뭔가 하겠다고 하는 짓.
‘아니. 썅. 뭔 생각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효율적이기는 했다. 효율적이기는.
삐——
동작 센서에 뭔가 걸렸다는 작은 소리-
“조용.”
“왔다.”
“어느 방향?”
“3시.”
조잘조잘 떠들어대던 클론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격철을 잡아당겼다.
그 제련된 분위기를 들고양이가 읽었을까? 아니면 동작 감지 센서가 낸 소리 때문이었을까? 센서 음이 뚝 끊어졌다.
“들쥐는?”
“알아서 옆으로 돌아가던데?”
“들쥐 쏘지 않게 조심하고.”
“근데 왜 소리가 없지?”
고요한 적막이 강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한참을 조용하던 동작 센서가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
삐—-이이
삐이–
그리곤 짧은 음. 분명히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어디야?”
“3시.”
“열 화상 안 보임.”
“견시(見視). 이상 없음.”
“전파장애. 무선 통신 불량.”
“센서 오작동 주의”
“3시에서 접근.”
“안 보임.”
“확인 안 됨.”
삑—삑–삑-삑-
짧은 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후드득- 나뭇가지에서 쏟아지는 눈더미 소리에 총구 방향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나무 근처 확인.”
“눈 위에 발자국 없음.”
나루 클론들은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후드득- 다시 쏟아지는 눈더미.
삑-삑삑-삑삑-
휘청거리는 나뭇가지에 클론 하나가 외쳤다.
“나무! 나무를 타고 있다!”
“3시 방향!”
“쏴!”
투다다다닥- 6.8mm 제국의 신형 소총이 불을 뿜었다. 허망하게 공중을 뚫고 지나가는 총탄들에도 나루 클론들은 실망하지 않고 화망을 서서히 움직였다.
“화망 유지.”
“3시에서 4시 방향으로.”
“저격조 대기.”
“부비트랩 대기.”
자연스럽게 하나처럼 움직이는 클론들. 저 정도로 호흡이 맞는 팀을 만들려면 1~2년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마루는 작게 감탄했다.
‘이래서 죽자고 클론을 뽑겠다고 했었군.’
생산한 지 길어야 한 달 된 클론의 움직임이 몇 년은 족히 구른 특수부대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국이 이걸 버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투다다다닥-
파파파파팍-
6.8mm 총탄이 굵직한 침엽수를 벌집으로 만들며 4시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던 동작감지기가 높은 고음을 토했다.
삑-삑삑-삐익!
휘청 휘어지는 나뭇가지, 떨어지는 눈더미, 흩날리는 눈발에 설핏 드러나는 위장. 마치 카멜레온처럼 위장한 들고양이의 형체가 슬쩍 보였다. 그 짧은 순간을 나루 클론들은 놓치지 않았다.
퉁 투웅 툭- 투웅-
저격대기하고 있던 클론 몇이 동시에 7.62mm 저격을 시작했다. 흰색과 다갈색 들고양이의 위장 위로 붉은색 핏방울과 주황, 파랑으로 빛나는 형광 색소가 터졌다.
갑작스러운 집중 사격에 옆으로 피하는 길고양이였지만, 형광색 얼룩으로 뒤덮인 흔적을 놓칠 크론들이 아니었다. 집중 사격이 이어지자, 은신이고 나발이고 내다 버리고 내달리기 시작한 길고양이.
“6번 폭파!”
쾅!
길고양이가 바닥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터진 크레모아에 경차 크기의 길고양이가 공중에 붕 떴다가 나무에 처박혔다.
캬아아아아앜!
고통과 살기에 찬 하악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주파 공격이라도 되는 것처럼 클론들과 들쥐들의 움직임이 얼어붙었다.
그 굳은 틈을 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길고양이. 6.8mm와 7.6mm 탄을 버티고 달려드는 모습. 저주파 공격에 처음 당해봤는지, 들쥐와 클론 모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
찌이익!
“바렛! 바렛!”
쯧-
지켜보던 마루가 살기를 살짝 뿌렸다.
캬아-아아아악?
모조리 죽인다고 달려들던 길고양이가 펄쩍 뒤로 점프했다. 빳빳하게 부풀어 오른 털을 한 채, 마루가 있는 나무 방향을 노려보는 길고양이.
카아아아아앜?
마치 ‘뭐냐 너는?’ 하는 듯한 표정으로 마루가 있는 방향을 경계하는 모습.
반대로 길고양이가 뿌려댄 저주파와 살의에 굳었던 클론과 들쥐들은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치 호랑이를 마주쳐 얼어붙었던 몸이, 티라노를 보고 화들짝 풀린 느낌이라고 할까.
“히-에에에에- 이게 그 느낌?”
“오. 오라버니의 그···?”
“보고 계셔.”
“지. 지금. 바. 바렛 쏴!”
찌이이익!
찌이익!
클론과 들쥐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이어서 12.7mm 총탄이 길고양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퍽- 한 방 맞은 길고양이는 위력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이리저리 피하면서 주변을 배회했다.
그런 길고양이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들쥐들이 용맹하게 달려들었다. 마루의 살기를 살짝이나마 다시 맛본 들쥐들은 마치 미친 것처럼 길고양이에게 달라붙었다.
어지간한 소형차 크기의 길고양이가 휘두르는 앞발펀치에 가죽이 찢기고, 한 번 물리면 척추가 으스러짐에도 들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이다.”
“재블린!”
그렇게 길고양이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틈타 재블린 미사일이 쏘아졌다.
!!!
육중한 충격음과 함께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길고양이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걸 놓칠 들쥐들이 아니었다.
삽시간에 포위망을 구축한 들쥐들이, 길고양이의 옆구리 구멍 뚫린 상처에 주둥이를 밀어 넣고야 말았다.
캬아아아앙!!!
저주파가 아닌, 순수한 고통의 울부짖음. 산채로 파먹히기 시작한 길고양이의 처절한 발악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치이이익- 야 얘들 괜찮은데? 들쥐들도 그렇고.]기순의 통신에도 마루는 날이 서 있었다. 어쩐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시간 스무 마리 가까운 들쥐가 죽었지만, 길고양이를 잡았으니 상황 종료···.
‘상황 종료?’
촉이 마루의 가슴을 간질였다.
뭣 때문이지?
문득 떠오른 내용.
‘야- 고양이 몇 마리가 그쪽으로 가는데···.’
마루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 길고양이 새끼들 몇 마리가 이동했다고 했지?] [치이이익- 어. 네다섯 마리 정도.]여기서 한 마리 잡았으면 나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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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 네 마리가 살아있는 들쥐를 입에 물고 있었다.
찌이이익!
찌익찌이익!
척추나 목뼈가 반쯤 으스러졌음에도 맹렬하게 저항하는 들쥐들이 들고양이들은 신기했다. 인간과 들쥐가 같이 다니다니.
우두머리 앞으로 간 들고양이들이 공물을 바치듯, 작전 성공 전리품을 내미는 것처럼 들쥐를 내려놨다.
찌이이이익!
너희들은 다 죽을 것이다!
찌이이이익!
죽음의 신이 너희를 죽일 것이다.
냐앙?
이 새끼들 뭐라고 하는 거냥?
캬앙.
글쎄요.
먹어보면 알겠지.
우득-
우두머리가 들쥐의 머리통을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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