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hless Warrior RAW novel - Chapter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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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들에게 작전을 지시한 후, 막간을 이용해 최근의 레벨 업 후 스탯을 살폈다.
[괴물사냥꾼 32레벨] [피도 눈물도 없는 자 7레벨] [왕관을 찾아 헤매는 자 3레벨->6레벨] [인류용사 5레벨]생명력:8,890->9,490 (저주받은 태생 +654, 맨드레이크 +200, 류블라냐 +310, 끓어오르는 심연의 가호+1,000, 깨달음+1,500)
마력:6,600->7,350 (마물 카르카의 뼈 마법봉 +50, 정령의 눈물 +250, 팔찌 +1,500, 깨달음+500)
어둠:4,320->5,090(저주받은 태생 +122, 마물 카르카의 뼈 마법봉 +70, 깨달음+500)
힘:1,150->1,400 (저주받은 태생 +32, 류블라냐 +120, 깨달음+350)
지능:610->655(팔찌 +96, 깨달음+50)
민첩성:724->769(깨달음+300)
건강:950->1,250 (맨드레이크 +40, 류블라냐 +120, 깨달음+200)
카리스마:1,050->1,200 (마물 카르카의 뼈 마법봉 +13, 류블라냐 +110, 깨달음+300) 수서생물 한정 +400(팔찌)
마법 저항력 70% (팔찌 +12%)
물리 저항력 35%->45.5%(끓어오르는 심연의 가호 25%)
능력치가 큰 폭으로 오르고 새로운 스킬 세 개 생겼다.
S등급 스킬, [그림자 차원 이동]
S등급 스킬, [심연으로 추방]
SS등급 스킬, [괴종족 소환]
모두 왕관을 찾아 헤매는 자의 스킬이다.
먼저 그림자 차원 이동은 뛰어난 순간이동 능력이다. 그림자 차원으로 넘어가 이동한 뒤에 물질계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숙련도가 오르면 다른 이 여럿 데리고 이동하거나 순간이동을 방해하는 주문을 뚫고 다닐 수 있다.
심연으로 추방은 일정한 확률로 목표를 끓어오르는 심연의 차원에 팔아먹는 기술이다. 숙련도가 오를수록 더 강한 적을 팔아서 돈과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괴종족 소환은 어둠의 대군들에게 봉사하는 갖가지 괴종족을 소환해 거래하는 기술이다. 숙련도가 오를수록 더 강하고 격이 높은 괴종족을 부를 수 있게 된다. 나중에 가면 괴종족 중에서도 전설로 통하는 네임드와 만날 수도 있나 보다.
뭣보다 이 스킬이 놀라운 건, 괴종족과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점에 있었다. 게다가 이쪽이 끓어오르는 심연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상대가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렇게 스탯창을 살피고 있는데 리치 하나가 와서 알렸다.
“주인이시여. 사냥감을 요리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오늘 시청에선 도시의 유력자들이 모여, 새로운 관리자가 된 쿠쿠바를 축하하는 행사를 연다. 그를 흡족하게 할 많은 금은보화가 바쳐질 것이다.
“차질 없게 하라.”
“알겠습니다.”
리치가 검은 연기만 남기고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그 뒤 나는 전신거울을 보며 연회에서 입을 성장(盛裝)을 살폈다. 목 부분이 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곁에 달타냥이 있으면 툴툴 거리면서도 멋지게 바로잡아 줄 텐데.
“준비됐으면 우리도 슬슬 움직이자고.”
“과인은 왜 이런 복장인가?”
오늘 페자무트는 나를 수행하는 하인처럼 차려입고 있었다. 뽐내기 좋아하는 성격상 영 불만인 듯하다.
“정체를 감춰야 하잖아. 그만 투덜대고 가지.”
연회장에 도착하자 언데드 명사들로 가득했다. 다들 날 보고도 명령을 받은 게 있어 모른 척한다.
“쿠쿠바 님이 입장하십니다.”
그때 오늘의 주인공인 드라코 리치 쿠쿠바가 나타났다. 그는 화려한 복장을 걸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쿠쿠바 님.”
“모두가 새로운 지배자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언데드들이 앞 다퉈 인사하자 그는 매우 기뻐했다.
“다들 이렇게 와줘서 고맙군. 오늘 축하연을 베풀어준 도시의 유력자들에게 감사한다.”
연회는 즐거운 분위기였다. 쿠쿠바는 거들먹거렸고 근처에 있던 언데드들은 열심히 비위를 맞췄다.
사실 여기가 보통의 언데드 도시였으면 자연스러운 모습이겠지. 언데드 사회는 철저히 강자존이니까.
하지만 그가 쓰러뜨렸다고 생각하는 도시의 지배자 페자무트는 실상 바지사장에 불과하다. 그저 관리자인 것이다. 만약 쿠쿠바가 날 쓰러뜨렸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겠지만.
“크하하하. 그대들의 성의가 눈부시군.”
금은보화가 진상되자 분위기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근처에 있던 12명의 리치들은 그 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저놈도 페자무트 못지않게 멍청한 겁니다.”
“현명한 우리 눈에는 못 봐줄 수준인 겁니다.”
“하는 소리마다 잠꼬대가 따로 없는 겁니다.”
“역시 페자무트 균이 옮은 겁니다.”
그 사이 점점 연회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언데드들이 좋아하는 수은 용액이 든 잔을 내밀며 말했다.
“페자무트, 이번 몰이사냥은 당신이 책임져.”
“정말인가? 걱정 말게. 과인에게 맡겨두게.”
“조금 뒤에 저 놈이 방심했을 때 그림자 언데드 하나가 공격에 나설 거야. 그 후에 리치들을 부려서 사냥을 시작하면 돼. 잘 두들겨서 약속한 장소로 몰아넣으라고.”
“알겠네. 크흐흐.”
복수할 생각에 페자무트는 희희낙락해했다. 근처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리치들이 다시 자기들끼리 얘기한다.
“이제 보니 페자무트에게 공을 세울 수 있게 이 자리를 마련해준 겁니다.”
“현명한 우리는 알아챈 겁니다.”
“혼자 이길 수 있을 텐데, 일부러 만회하게 해 주는 겁니다.”
“페자무트의 체면을 생각해 주는 좋은 지배자인 겁니다.”
“적재적소라는 겁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너무 눈치 좋은 녀석들은 싫더라.
“크하하하! 모두 고맙군. 나는 이 도시에 간섭할 생각이 없어. 그저 둥지를 채울 반짝이는 것만 넉넉히 준다면 말일세.”
드래곤들이 가진 문제 중 하나는 힘을 지나치게 과신한다는 거다. 자기가 크와왕! 울부짖으면 모두 따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산지를 점령한 적룡 하나가 일대의 고블린을 노예로 부리려고 협박했는데, 다음날 고블린이 근처 도시에 있던 용사를 불러왔다. 그리고 그날로 바로 적룡의 목이 달아났다.
세상일이란 그럴 수도 있는 거다. 드래곤의 협박은 대체로 잘 먹히지만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오늘 역시 그런 자리고.
“슬슬 시작이군.”
들떠있던 쿠쿠바의 뒤로 얼음 조각 같은 특이한 마법검을 품은 그림자 언데드가 벽면을 미끄러지고 있었다. 미희들이 쿠쿠바의 곁에서 가슴을 부비며 아양을 떨어대는 탓에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크아악!”
짧은 비명과 함께 모든 일이 일어났다. 비명을 지른 그의 배로 서늘한 얼음 칼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곧 이어진 반격에 그림자 언데드는 사망하고 말았지만 이미 충분히 목적을 이룬 뒤였다.
“이놈들! 처음부터!”
연회에 참가했던 인사들이 하나 둘 무기와 마법봉을 빼들자 쿠쿠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네깟 놈들이 백이고 천이고 모여 봐야 드라코 리치인 날 당할 수 있겠느냐!”
대답대신 수많은 마법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쿠쿠바는 배에 박힌 검을 뽑고는 시청의 창을 부수고 튀어나갔다.
와장창!
빛이 번쩍이더니 시청 광장 앞에 거대한 드라코 리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르르르르! 모조리 이 건물과 함께 깔아뭉개주마!”
곧장 삼나무 같은 앞발이 시청을 때려왔는데 쿵! 하는 소리만 나고 끄떡도 없었다. 리치들이 방어막을 전개한 탓이다. 페자무트는 지신있게 앞으로 나서 외친다.
“여기 복수를 위해 피와 죽음의 마왕 등장! 각오해라!”
“이놈! 네놈이 꾸민 일이었냐! 울면서 빌기에 목숨만은 살려 보냈더니 기어코!”
시청 광장에서 드라코 리치를 사냥하고자 페자무트를 필두로 수많은 언데드들이 일제히 공격에 들어갔다.
콰아아앙! 쾅! 쾅!
요란한 전투의 소음을 들으며 나는 그림자 차원 이동으로 빠져나왔다. 남은 일은 그들에게 맡긴 채 따로 할 게 있었다.
***
도착한 곳은 슈바르체토이펠의 둥지 앞이었다. 인위적인 안개가 자욱이 낀 이곳에서 늙은 슈바르체토이펠이 거대한 마법진을 완성해 둔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하겠다만, 진짜 해야겠는가?”
“무슨 말이 그러시오. 시간 없소. 어서 시작하시오.”
“끄응….”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일전에 서로 영혼을 건 약속을 했던 때와 같은 의식을 진행했다.
“끓어오르는 심연이여. 일흔 세 번째 성좌의 주인이시여. 거래함에 있어 공정한 자여….”
슈바르체토이펠이 의식을 진행할수록 주변 산지의 환경이 변해가기 시작한다. 고산이라 키가 작은 풀로 덮여있던 산자락은 풀잎 대신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처음 보는 기괴한 생물들이 꿈틀거리며 몸을 드러냈다.
그 징그러운 모습들은 마치 괴종족의 사산아처럼 보였다. 그들은 꾸물꾸물거리며 사방에 질척한 체액을 뿌려댔다.
“어둠이여… 깊은 어둠이여. 여기 정해진 의식에 의해 위대한 존재를 배알하고자 하오니….”
슈바르체토이펠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줄지어 흐르고 있었다. 단단한 정신방어 마법을 썼을 텐데도 벌써부터 힘든 듯하다. 이미 사방에서 우주의 어둠이 밀려들고 있었다.
차원이 변했다. 더는 이 일대는 물질계가 아니었다.
“준비하게. 오고 있네!”
먼 곳에서부터 포효가 들려왔다. 거대한 존재감이 놀라울 속도로 다가온다. 끓어오는 심연이 도착하며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 중 나타난 존재를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어?”
소환해 응한 건 끓어오르는 심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플라즈마처럼 일렁이는 검은 덩어리였는데, 무수히 많은 눈, 코, 입이 그 덩어리에 붙어있었다. 또한 수많은 촉수가 그 덩어리에서 기생충처럼 돋아난 모양새다.
나는 서둘러 슈바르체토이펠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는 잘못된 게 없다는 듯 고개를 마구 내젓는다. 하긴, 저 마룡의 솜씨면 의식이 실패할 리는 없다. 하면 눈앞의 존재는 누구인가?
상대가 거물이란 점만은 알겠다. 느껴지는 기운이 뮌헨에 강신했던 화신 이상이었다. 신적인 존재가 틀림없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근심을 애써 감추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 몸은 게걸스러운 탐욕이다.”
“위대하신 존재여. 저희는 끓어오르는 심연을 불렀나이다. 어찌 오셨습니까?”
내가 조심스레 묻자 그 존재는 분노를 터뜨렸다.
“천한 것! 네깟 게 감히 그분을 부르는 것이냐? 쟤 분수를 모르니 이 자리에서 파괴해 다시는 건방을 떨지 못하게 해주마!”
갑자기 엄청난 힘이 몰려오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옆을 보니 슈바르체토이펠조차 피를 울컥 토하며 쓰러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
“이 무슨 짓을!”
황당한 기분만 든다. 아무리 어둠의 존재들의 사고방식이 이상하고 인간이 소통하긴 어렵다지만 갑자기 화를 내고 죽이려고 한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주르륵.
이런, 코피가 줄줄 쏟아지네. 까딱하다가는 여기가 무덤이 되겠다.
“그분의 후원을 받는 날 여기서 죽이려는 거요!”
“어차피 필멸자 하나가 아닌가! 네놈은 전부터 쓸데없이 그분을 귀찮게 했다. 이번에 기회가 생겼으니 냉큼 정리해 버리는 게 낫지.”
뭐야. 이 존재는 평소부터 나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건가? 아무래도 끓어오르는 심연과 내가 맺은 그간의 관계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놔줄 거 같지는 않다.
“좋다! 어디 맘대로 해봐!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내 경고에 게걸스러운 탐욕은 비웃음을 터뜨린다. 필멸자가 자신을 협박하는 게 가당치도 않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크아아압!”
일시적으로 크게 힘을 발출해 그의 압력을 몰아낸 뒤, 마법 지퍼를 하나 꺼냈다.
“제법이군?”
게걸스러운 탐욕은 재밌다는 어투로 힘을 잠시 거둔다. 마치 내가 예전에 장수풍뎅이를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녀석이 의외로 힘이 세서 재밌어 했던 것과 비슷했다.
속으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나는 칠마성전에서 본 내용이 떠올라 상대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보니 그분의 시종장이군!”
상대는 끓어오르는 심연의 시종장으로 어지간한 신격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놀랍군. 필멸자 주제에 지식이 제법이구나.”
“이제부터 더 놀랄 거다.”
나는 마법지퍼를 열어 발푸르가 여신격의 도움으로 가져온 파도치는 핏물의 사체들을 쏟아냈다.
철푸덕.
“화신의 육체가 아닌가!”
상대는 설마 내가 이걸 가져올 거라고 여기지 못했는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나는 늘어놓은 귀한 사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가 대경실색한다.
“이런 미친! 이 화신의 가치를 알고 하는 짓이냐! 멈춰라!”
멈추라고 한다고 멈출 놈이었으면 이렇게 막 나가지도 않았다.
“끓어오르는 심연이시여! 여기 당신께 드릴 제물을 이 고약한 자가 가로채려고 저를 공격했습니다!”
“뭐라? 이런 미친놈이!”
“이 탐욕스러운 자를 벌해주십시오!”
“감히 그분의 시종장인 날 모함해!”
게걸스러운 탐욕을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전신을 파르르 떨어댔다. 그는 곧장 나를 찢어발기려 했는데, 이내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절세검객의 기술인 차원 자르기로 화신의 사체를 헤집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우우웅!
차원 자르기의 힘을 머금은 검신이 요란하게 진동하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듯 게걸스러운 탐욕은 서둘러 말린다.
“이놈! 어서 그 검을 치워라.”
나는 상황이 더 나빠질까 주저하는 그를 보며 이죽거렸다.
“후회하게 해준다고 했지?“
“그분께서 이런 얕은 수작에 속을 것 같으냐!”
“아니, 그건 상관없다. 중요한 건 네놈 때문에 이게 엉망이 됐다는 거다.”
이 모든 건 상대가 다짜고짜 나를 파괴하려 했기에 일어난 일이라 그거다.
“네놈도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같이 죽자고 이 새끼야! 내 성질 건드리고 멀쩡할 줄 알았어!”
이유도 모르고 살해당하느니 같이 망하는 게 내 취향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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