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37
로이드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물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그사이에 다 팔렸다니까?”
여기 저기에서 복잡하게 대화가 섞였다.
“헤레이스. 괜찮은 거야?”
로젠비크가 말하자 헤레이스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기를 하자고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제야 사람들도 그녀의 분위기가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늦게 온 에이바르도 헤레이스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마련하러 앞장서 갔다.
“헤레이스. 별일은 아니지?”
로젠비크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별일은 별일이야.”
헤레이스가 말을 하고 웃어보였다.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닐 수도 있었다.
계획에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이제 전처럼 로젠비크와 쌍둥이 황자들, 그리고 오빠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됐으니 더 잘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라고 하더라도 좋게 생각하고 싶었다.
일부러 박차고 나온 것도 아니고 이제 돌아갈 수도 없게 됐는데 안 좋게 생각해봤자 도움 되는 것도 없었다.
에이바르는 용병들 몇을 시켜 방 하나를 비우게 하고 그곳으로 헤레이스를 불러들였다.
로이드와 리카르도는 거칠어보이는 용병들 틈을 지나가면서 거의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처음 보는 리카르도는 특히 더했다.
“무슨 일이야, 헤레이스? 싸웠냐?”
에이바르가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보며 물었다.
“싸운 건 아니고. 일이 좀 생기기는 했어. 대공이 나를 죽이라고 명령해서 도망쳐왔어. 로이드와 리카르도가 나와 함께 하기로 해서 두 사람만 데리고 왔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헤레이스 님. 처음부터 저희한테만 물어보셨잖아요.”
리카르도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헤레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말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다.
헤레이스는 그 후로 사실관계에 최대한 부합하게 설명을 해 나갔다.
그녀는 대공의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도 상세하게 말했다.
대공이 앉아있던 원탁 밑에 마법진이 보였고 거기에 검을 휘둘렀다고 말하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이들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대공은 대체 뭐지? 혹시 마족이랑 계약해서 사악한 힘을 쓰고 있는 건가?”
로젠비크가 물었지만 헤레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은 그녀도 추측만 가능할 뿐이었다.
“그러면 헤레이스. 이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아니. 돌아가면 안 되는 거구나? 그럼 이제 우리랑 같이 사는 거야, 헤레이스?”
루엔피스는 다른 것보다 그게 더 궁금한 듯했다.
헤레이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루엔피스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와아. 정말 잘 됐어. 헤레이스. 정말 행복해. 정말 잘 된 것 같아!!”
루엔피스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헤레이스도 마음이 놓였다.
앞날을 알 수 없게 된 큰일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그렇게 행복해하는 사람이 하나 정도 있다는 것은 잘된 일 같았다.
“헤레이스. 정말 고생 했어. 이제 걱정하지 마. 이제 우리가 지켜줄게.”
레이아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헤레이스에게 다가오더니 그녀를 안아주었다.
전에는 헤레이스가 그들을 폭 안아주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쌍둥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서 헤레이스를 다독여주었다.
로이드와 리카르도는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얘기도 지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헤레이스. 다음에 다시 설명하려면 그렇잖아. 우리랑 함께할 거면 그 얘기를 알아도 될 것 같은데.”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에이바르가 말했다.
“응?”
헤레이스가 그를 바라보자 그가 로젠비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들이 황자들이라는 사실을 지금 말해주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인 듯했다.
헤레이스가 로젠비크를 바라보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헤레이스가 심호흡을 하고 로이드와 리카르도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평민들을 얕잡아 보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에이바르의 말대로 이참에 황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가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로이드. 리카르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 로젠비크랑 레이아스, 루엔피스는 선황제 폐하의 황자들이야.”
헤레이스가 에이바르와 눈짓을 교환할 때부터 뭔가 있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그래도 설마하니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던 두 사람은 숨도 거의 쉬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뭔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우리에게 예우를 갖추라고는 안 할게. 그냥 편하게 대해. 우리끼리 있을 때도 마찬가지야. 그거 헷갈리는 일이거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 혹시 실수라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는 거고.”
루엔피스가 말하자 로이드와 리카르도는 자기들이 그렇게 멍청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갈 길을 잃은 것처럼 우왕좌왕했고 도움을 청하려는 듯이 헤레이스를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는 그말대로 하면 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헤, 헤레이스 님은… 그럼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그러신 거였어요?”
리카르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신 거냐니?”
“그러니까… 이분들의… 어. 그러니까… 복권을 노리시고… 미네른에 잠입하신 거였어요?”
리카르도는 거하게 헛발질을 했다.
“그건 아니야. 우선 얘들은 우연히 만나서 내가 구해줬어. 노예상한테서. 몇 년 전이라 얘들도 어려서 힘도 없이 잡혀가고 있었거든.”
헤레이스가 신이 나서 얘기를 하자 로이드와 리카르도는 신기하다고 듣다가 자기들이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럼… 만약에 잘못되면 저희 가문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얌전히 있던 로이드가 묻자 헤레이스가 그를 바라보았다.
딱히 해 줄 말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건 로이드가 스스로 견뎌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잘 왔다, 헤레이스. 수고 많았어.”
에이바르가 그녀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그래. 맞아. 정말 고생했어.”
“이제는 아무 데도 가지 마, 헤레이스. 우리 옆에 꼭 붙어 있어. 다행히 무사해서 이렇게 보게 된 거지. 잘못했으면 영영 못 보게 될 수도 있는 거였잖아.”
레이아스와 루엔피스가 헤레이스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헤레이스도 그제야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실감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와야 되는 건 다 가지고 나온 거지? 몸만 빠져나왔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헤레이스?”
에이바르는 그 와중에 그걸 물었고 헤레이스는 자기가 가지고 나온 전표 가방을 그에게 통째로 넘겼다.
장난삼아서 말을 했던 에이바르는 헤레이스가 밀어주는 가방을 무신경하게 바라보았다가 그 안에 가득 들어있는 전표를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뭐, 뭐야. 이게?”
그러자 헤레이스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좀 멋지지?”
“너… 거기에서 뭘 한 거냐? 대공저를 턴 거야?”
“대공저를 털었으면 가방 하나로 됐겠어?”
그래도 키에로드 백작저를 판 것까지 알차게 들어 있었으니 그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가방에서 토른 전장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황금패를 꺼내 들었다.
“이거… 전장의 어느 지부에든 가져가기만 하면 5백만 골드를 바로 내준다는 팬데?”
“그런 것도 알아? 잘 찾아봐. 그거 두 개야.”
헤레이스의 말에 에이바르는 한참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쌍둥이 황자들은 덩달아 신이 나서 같이 구경에 나섰다.
“황성에 진격할 때 병사도 모아야지. 그때 도움이 될 거야.”
헤레이스의 말에 루엔피스가 두 손을 꼭 모으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헤레이스. 정말 너무 멋있어.”
“헤레이스. 나랑 결혼해줘. 나는 헤레이스가 너무 좋아. 아니. 돈 때문은 아니고 이런 일을 혼자 해냈다는 게 너무 멋있어. 정말 믿음직해.”
레이아스의 말에 그때까지 좋았던 분위기가 일순간 험악해졌다.
그 말에 화를 낸 사람은 웃기지도 않게 루엔피스였다.
로젠비크는 자기가 그런 다툼에 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헤레이스를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도 그를 바라보고 웃음을 지었다.
“아이그. 불쌍한 것들. 내 동생은 이미 로젠비크로 마음 정했거든? 그러니까 너희는 헛물 켜지 말고 검술 수련이나 열심히 해. 그거라도 잘해야 그 모습 보고 반해서 영애들이 따라올 거 아냐?”
“아냐. 안 돼! 나는 인정 못 해.”
“맞아. 헤레이스. 헤레이스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제 우리 형은 늙는 일만 남았다고.”
“맞아. 우리는 아직 피지도 않았어. 우리가 일단 피기 시작하면 그때는 형은 비교도 안 될걸?”
쌍둥이들은 다급해진 듯 로젠비크에 대한 험담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로젠비크는 가볍게 비웃어주었다.
“헤레이스. 그럼 우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게 좋을까? 미네른으로 들어간 정보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알 수도 있잖아.”
그럴 가능성은 적었지만 헤레이스는 에이바르의 말에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헤레이스가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헤레이스가 알려준 정보를 이용해서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헤레이스는 처음부터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용병들을 중점적으로 살펴서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에이바르가 걱정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 다 같이 살 수 있게 된 만큼 정착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봐둔 곳이 있는데. 마음에 들 거야, 헤레이스.”
레이아스가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어딜 말하는 건데?”
에이바르는 처음부터 불신의 빛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미궁 탐사한 곳 있잖아. 마경이라고 불리던 곳. 사람들이 마물이 나온다면서 들어가지 않던 곳 있잖아. 거기에다 집을 짓고 살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사람들이 살지 않고 접근도 하지 않으니까, 우리 땅은 아니지만 집 짓고 산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을 것 같던데. 대지도 넓었잖아.”
소유권에 대한 걱정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어린애처럼 되는대로 말을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레이아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보니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마경이라고 불리고 사람들이 오지 않고 대지도 넓다고 하면 거기에서 못 살 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헤레이스가 에이바르를 바라보자 대놓고 레이아스에게 면박을 주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도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로이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그렇지. 마법사도 있었지?”
에이바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대는 다 데려가? 헤레이스?”
“이번에 데려가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할 거야. 그 사람들한테는 황자들에 대해서도 모두 말을 해야 할 테고. 그 정도로 믿을 수 있다는 사람들만 추려. 그렇게 새 용병대를 만들어서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
헤레이스가 말하자 에이바르가 로젠비크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 정도로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있을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지?”
에이바르의 말에 로젠비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열다섯 명에서 스무 명 정도일 것 같은데.”
로젠비크가 말하자 에이바르도 동의했다.
“좋아. 그럼 시간 끌지 말자.”
그때부터 모두가 빠르게 움직였다.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춰왔다는 것은 그럴 때 빛이 났다.
에이바르는 용병들을 추렸고, 남아있는 용병들에게 지금까지 사용해온 용병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활동을 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사람들은 에이바르가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용병대의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고 권한도 넘겨주자 횡재를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헤레이스. 이사 가면 거기에서 우리 파티하자.”
쌍둥이 황자들은 새로운 변화가 마냥 즐겁기만 한 것 같았다.
에이바르는 로이드와 같이 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잔뜩 말했고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여가며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마도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가 전부 다 지원할 테니까 뭐든 말을 하도록 하고.”
에이바르의 말에 로이드는 그 말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을 쏟아냈다.
리카르도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서 새로 가는 곳에 대한 정보를 읊어댔고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그를 다시 보았다.
모두가 함께 간 곳은 마경이라 불리는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 안에 있는 미궁을 탐사하라는 임무를 받고 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미궁의 끝까지 탐사를 하고도 얻은 것은 없었다고 로젠비크가 말했다.
“인근의 영지에서 금광을 발견했다고 해서 요즘에 미궁 탐사 열풍이 불었어.”
로젠비크의 말을 듣고 있던 헤레이스는 눈이 커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
“왜, 헤레이스?”
로젠비크가 움찔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바본가 봐. 죽어야 돼. 세상에. 어떻게 그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지?”
헤레이스는 새롭게 발견되는 금광을 여러 군데 알고 있었다.
은광과 철광까지 하면 그녀가 알고 있는 광매긔 수는 정말 많았다.
광산이 새로 나왔다는 정보를 볼 때마다 그게 자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했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관이 생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나… 그거 알아. 금맥이 발견되는 광산. 은광이랑 철광도 많이 알고.”
헤레이스의 말에 로젠비크의 눈이 커졌다.
헤레이스에게 이것이 두 번째 인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로젠비크뿐이었다.
그러니 헤레이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대도 그뿐이었다.
로젠비크는 헤레이스가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들었고 그게 얼마나 엄청난 얘기인지도 깨달았다.
“이러면 황위에 오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돈 벌면서 편하게 살아도 될 것 같아, 헤레이스.”
로젠비크의 말에 헤레이스도 혹해서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였다.
“나도 꼭 황위에 오르라는 건 아닌데 자격도 없는 사람의 통치를 받는다는 건 별로잖아. 그래도 해 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계속 용병 하면서 살아도 될 것 같기는 해.”
헤레이스도 큰 욕심은 없는 것 같아서 로젠비크는 더 편해졌다.
숙련된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 나무가 자라지 않는 넓은 곳에서 칼을 휘두르자 곧 평평한 공터가 만들어졌다.
거기다 로이드까지 있어서 마법으로 사람들이 베오는 나무를 간단히 가공까지 해 주자 건물이 척척 모양을 잡으면서 올라갔다.
마냥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쌍둥이 황자들도 이제 넉넉히 한 사람 몫을 해냈다.
“헤레이스. 옛날 생각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