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60
그러나 헤레이스는 그에게 상황을 설명해줄 틈도 없이 키에르만과 함께 계속 달렸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생각한 로젠비크도 그녀를 따라 달렸다.
“리카르도가 사라졌대. 로젠비크.”
헤레이스의 말에 그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어디로 간 건데?”
“그건 아직 몰라.”
“이러지 말고 스크롤을 쓰자. 한시가 급할 수도 있어.”
로젠비크가 말하자 키에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의 지하실로 가세요. 폐하.”
“대공의 지하실? 이아노브 대공을 말하는 건가?”
“예. 거기에 없기를 바라지만, 일단은 가장 의심되는 게 거기예요. 거기에 가서 허탕 치면 차라리 다행일 거예요.”
키에르만의 말에 로젠비크는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다음 순간 그들의 모습이 대공의 지하실에서 나타났다.
리카르도는 마신의 공격을 받고 있었고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대기에 가득했다.
헤레이스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리카르도에게 달려가 그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헤레이스 님! 어쩌자고 여기에 오신 거예요!”
리카르도는 헤레이스가 나타난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보다 원망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물론 그 원망은 헤레이스가 아닌 스스로를 향한 것이었다.
자기가 약해빠진 바람에 헤레이스 님의 발목을 붙잡게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리카르도의 말에 로젠비크는 검을 빼 들고 마신에게 걸어 나갔다.
마신은 그들이 다 같이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그 상황에 꽤나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황제라는 사람까지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작 신하 하나 때문에 그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마신은 그곳에 함께 나타난 어린 신관을 노려보았다.
처음에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신관에게서 나오는 강력한 항마력 때문에 그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것이 힘겨울 지경이었다.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마계의 하위 마족 같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마신이었다.
그런 그가 고작 신관의 항마력에 밀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마신의 동요를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로젠비크였다.
그는 마신이 신관의 존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관이 생각보다 훨씬 더 신통한가 보다고 생각하며,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들고 달려나갔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마신에게 더 강한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느니 우선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로젠비크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분노가 끓어 올랐다.
감히 헤레이스를 노린다는 생각에 마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가 마계를 다스리는 자라고 해도 그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 무모한 용기 앞에서 마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건가.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었다.
로젠비크가 검에 마나를 밀어넣고 마신을 노리며 달려나가자 헤레이스도 그의 뒤에서 바로 쇄도해 들어갔다.
마신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로젠비크는 다시 마신을 노렸다.
마신은 몇 번 의미없는 술래잡기를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도망치던 마신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로젠비크의 얼굴에서 웃음을 본 것 같았던 것이다.
‘웃어?’
그가 놀란 얼굴로 로젠비크를 노려보았다.
마신은 로젠비크가 왜 그러는 건지 알지 못한 채 다시 도망쳤다.
자신을 공격해오는 로젠비크를 보고 몸을 숨겼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으으윽!”
마신은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곳에 로젠비크가 있었다.
그 얼굴에 웃음이 조금 더 진하게 묻어 있었다.
검로는 정확했다.
마신이 그곳에서 나올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어떻게…!”
마신은 소름끼치는 기분을 털어내며 다시 사라졌다.
한 번의 검격에 무너질 그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그는 이번에도 역시 저를 기다리고 있던 로젠비크를 발견했고, 마치 그의 검을 목표로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거기에 꽂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두 번 연속으로 마나를 가득 불어넣은 검격에 시달린 마신의 몸에 소름끼치는 신성력이 들어왔다.
“으하아아아악!”
마신은 몸부림을 쳤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네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다 보여. 대기가 이미 꿈틀거리기 시작하는데 어쩌라고. 그냥 모른 척해 주기를 바란 건 아닐 테고.”
로젠비크의 말에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거냐고 따지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겁에 질린 마신은 그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마력이 모이지 않았다.
피가 전부 말라버릴 것처럼 강력한 신성력이 몸을 관통한 것이 문제였던 듯했다.
마신은 신관을 노려보았다.
그의 적안이 이상한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은 그때였다.
신관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제 앞에 있는 게 마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마신에게는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겁이 없고 믿음이 좋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다음 순간 마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교황에 버금가는 신성력.
어린 나이에 나타난 그 강한 신성력은 근본도 없었다.
혹시…?
마신의 머릿속에서 불길한 상상이 시작되었다.
이녀석이 혹시 천신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머물렀다.
‘헤레이스 아르시아. 이 여자를 살린 게 이 녀석이 아니야?’
처음에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서 그냥 무시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닐 거라고 생각하려 하는데도 자꾸만 헤레이스에게 눈길이 갔다.
키에르만 인잘로라고 했다.
마신도 그의 이름을 들었다.
이름이야 얼마든지 다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마신은 신관을 노려보았고 신관의 눈에 웃음이 깃드는 것을 보았다.
절대로 다섯 살짜리가 지을 수 있는 웃음이 아니었다.
“너… 네가?”
마신은 어느덧 전의를 완전히 잃은 채 신관을 바라보았다.
로젠비크는 마신이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건지 알지 못했기에 신관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신관을 자신의 뒤에 숨겼다.
신관은 그게 재미있는 것처럼 웃었다.
헤레이스 역시 신관의 앞으로 나아가며 로젠비크의 곁에 섰다.
“헤레이스 아르시아…!”
마신이 그녀를 노려보며 이름을 사납게 불렀다.
“네가 마신이건 뭐건, 너는 여기에서 나한테 죽을 거다.”
로젠비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고저도 없었다.
그는 그저, 조금 후에 벌어질 일을 그에게 알려준다는 듯이 말을 할 뿐이었다.
“헤레이스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게 너에게 가장 큰 불행이었을 거다.”
로젠비크는 제 검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말했다.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억울해. 나는 억울하다고!”
마신이 소리를 지르며 뒤로 풀쩍 도망쳤다.
자기가 그럴 거라는 것은 마신조차도 상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로젠비크의 경고를 들었다고 정말 그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고작 인간이 아닌가.
로젠비크가 소드 마스터급의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마신이 두려워할 존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겁이 났다.
어느새 자꾸만 도망칠 궁리만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선에 헤레이스 아르시아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다시 신관에게 옮겨갔다.
“너… 너. 천신이군. 네가 천신인 거야. 네가 헤레이스 아르시아를 구한 거다. 그렇지 않아?”
마신이 절규를 하듯 소리치자 로젠비크와 헤레이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미치는 놈은 처음 본다는 표정이었다.
헤레이스는 신관의 표정을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기회가 있을 때 끝내는 게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은 로젠비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헤레이스. 뒤를 부탁해.”
“나만 믿어.”
헤레이스의 말을 듣고 로젠비크가 몸을 날렸다.
그러자 마신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숨겼다.
그는 다시 나타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이곳에서 본의 아니게 마력을 너무 많이 써버려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웠다.
마력이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통제를 벗어났다.
아무래도 저 신관 놈의 신성력 때문인 것 같았다.
‘아니야. 신관이 아니야. 단순한 신관이 아니야. 단순한 신관의 신성력이 아니야. 이건 신력 자체야.’
마신은 만신창이가 된 채 구석으로 도망쳤다.
헤레이스는 이제 곧 그를 완전히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는 천신이야. 그건 우리 약속을 어긴 거다.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 네가 먼저 약속을 어겨서 나도 여기에 있는 것뿐이다!”
마신이 소리를 지르자 그의 분노가 타오르는 듯 마기가 서서히 결집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헤레이스는 신관이 불쌍해졌다.
마신에게서 자꾸 이상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 네 말이 맞다.”
설마하니 신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헤레이스가 신관을 바라보았지만 신관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마신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유가 뭐지? 천계 놈들이 먼저 약속을 깰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말이다.”
마신이 소리치자 신관이 웃었다.
“헤레이스 아르시아가 죽고 난 후에 세상이 어떻게 될 건지 알고 있었거든.”
신관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헤레이스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로젠비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헤레이스 아르시아가 죽고 난 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들은 그 신관이 보통 신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정말… 당신이 헤레이스를 살려준 천신이라는 말입니까?”
로젠비크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헤레이스를 살려주신 분입니까?”
그에게는 그 사실만으로 천관의 존재가 대단하게 느껴진 듯했다.
천관, 아니 천신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 귀찮은 기색이었다.
마신은 멍한 표정으로 천신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 결과를 바꾸려고 약속을 어기고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인가? 천신이?”
마신은 억울함을 감추고 소리쳤다.
“거짓은 마신만의 특권인가? 그렇게 하면 우리는 한 번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 너희는 죄책감도 없이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는 매번 정직해야 한다면 말이다.”
헤레이스는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천신을 바라보았다.
천신의 입에서 나올 말 같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그가 하는 말이 맞았다.
로젠비크는 그가 지금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말을 하는 걸까 하며 천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간계를 지키는 것은 천계 존재들의 의무다. 나는 그 의무를 다한 것뿐이다. 제국의 공동 황제들이 죽고, 이아노브가 반역에 성공하고, 그자가 마계에 인간계를 바치게 될 거였거든. 마계 놈들이 인간계 정벌을 하고 인간계는 완전히 사라질 판이었다. 그런 결과를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바보 아닌가? 천계의 천신인 내가 사소한 일을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이해되지 않는 게 어떤 부분인지 나는 그걸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