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52)
353화 비참한 싸움
순조롭다.
“좋네.”
김미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포탈허브에 이동포탈의 설치를 원하는 도시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벌써 세계 98개 도시가 포탈 허브를 중심으로 연결되었다.
앞으로 대기중인 도시들까지 감안하면 곧 세계 모든 도시들이 포탈 존으로 묶이는 것도 먼 미래는 아니다.
다섯 개 공격대는 신의 사자로 임명된 다섯 명의 공대장들을 중심으로 체계가 잡혀 가고 있다.
공대장들은 개인 무력으로 신급 군주를 처치할 정도로 파워업해버렸다.
세계를 대상으로 신급 군주의 출몰이 더 잦아졌으나, 공대장들의 활약으로 문제없이 처리되고 있었다.
신급 군주의 시체가 사라지며 남은 검은 포탈이 사람들의 불안감을 키웠으나,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박수호가 고군분투하는 것을 이제는 세상사람 모두가 알게 되었다.
우한, 큐슈, 타이베이에 자리잡은 개척마을도 순조롭게 시스템이 잡혀가고 있었다.
개척마을 자체가 드넓은 필드와 마주한 전진기지 개념이다. 그렇기에 사냥과 훈련, 마을 방어까지 모두 겸하기위해 항상 1개 이상의 공격대가 주둔하며 순환교대를 하고 있었다.
본진인 수호시티에 하나, 개척도시 셋, 외부 신급 군주 사냥팀으로 하나.
던전 생성도 억제되는 수호시티가 외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보니, 수호시티 근무일은 거의 휴일이나 다름없었다.
“공격대를 슬슬 추가하긴 해야겠는데.”
순환배치로 휴일을 부여하고 있긴 하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
여유가 없어 개척마을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하나의 공격대 구성은 30인의 6개 팀으로 구성되니 18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신규 채용한 용병들도 있고, 지금도 새롭게 유입되는 용병들도 있어 인원수의 충원은 문제없으나 문제는 공대장이었다.
적어도 지금의 공대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인물.
그러기 위해서는 수호의 임명이 필요하다.
신의 사자.
사제가 되든, 기사가 되든 상관없다.
똑똑.
“들어와요.”
노크 후 부사장실을 방문한 제임스는 깍듯하게 인사했다.
“지시하신 대로 보급품 수령, 무장 완료했습니다.”
“으음, 한번 보죠.”
제임스는 지급받은 아공간 아티팩트인 반지를 만졌다.
파팟.
그의 앞에 날렵하게 생긴 곡도 한 자루가 튀어나왔다.
“으음, 군인들은 취향이 비슷한가 보죠.”
“아무래도 손에 익으니까요.”
서민수도 저런 짧은 검신을 가진 쌍검을 주 무기로 사용했다. 아마 오랜 군 생활이 영향을 미쳤을 터.
제임스의 정글도 같은 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좋은 아티팩트를 보급품으로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우리 길드만의 특별 복지죠.”
김미소가 그저 미소지었다.
제임스는 드워프 공방과 아티팩트 창고에 들러 개인 무장을 완료했다.
탐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의 보물창고를 구경하는 기분이었으나, 본인에게 필요한 물품만 지급받았다.
무기와 질 좋은 배틀슈트, 그리고 긴급 상황에서 쓸 만한 포션과 여러 구호 물품들까지.
이 모든 게 아공간 반지에 들어가 버렸다.
무장하기 이전의 차림은 그저 배틀슈트를 입은 간편한 차림.
왜 수호 길드 용병들이 죄다 이런 비슷한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지, 제임스는 이제야 이해했다.
‘기본 지급품이 아공간 아티팩트일 줄이야.’
제임스는 미국 내에서 수위에 꼽히던 용병이다.
그도 기존에 아공간 주머니를 가지고 다녔지만 반지 형태의 액세서리는 아니었다.
액세서리 형태의 아공간 아티팩트는 귀하기가 주머니나 배낭, 가방 형태보다 수십 배에 달했다.
“우리 길드도 용병 모두에게 액세서리 아공간을 지급하는 건 아니에요. 간부급에만 지급되죠.”
“…….”
제임스의 침묵에 기대가 깔려 있었다.
“왜 홀로 소속을 배속받지 못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궁금합니다.”
그와 함께 수호 길드에 들어온 용병동료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져 근무지를 배속받았다.
수호 길드는 5개 대표 공격대 외에도 용병들이 많았고, 진세연이나 명진, 한동수, 장재식 같이 팀이 아닌 개인으로 활동하는 용병들도 다수였다.
동료 모두가 그런 이들을 사수 삼아 배속되어 수호 길드 내에서의 생활과 적응을 해내고 있었다.
“제임스는 한 가지 시험을 거칠 겁니다. 그리고 그 시험을 통과하면 소속이 결정되겠죠.”
시험이라는 말에 제임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내쳐지는것인가?
“자, 가죠.”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딱딱하게 대답하고는 김미소의 뒤를 따랐다.
김미소는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옅은 미소와 함께 산책길에 올랐다.
솨아아아아.
기분 좋은 숲바람을 맞으며 걷는 모양새는 영락없이 산책이었다.
“어딜 가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신을 만나러 가요.”
“…….”
제임스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수호 길드의 종교 의식인가?
아니, 종교가 아닌가?
제임스는 궁금하여 물었다.
“이것은 종교 의식입니까?”
“종교요?”
김미소는 앞서 걸으며 곰곰히 생각했다.
신을 모시는 것이 종교인가?
교리란 무엇인가?
신의 말을 따르기 위함인가?
신도를 단속하기 위함인가?
“아뇨.”
김미소는 생각의 결론을 내렸다.
“그냥 신을 만나러 가는 건데요.”
종교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신이 실재하는데.
그저 그 말을 따르면 될 일.
“…….”
두 사람은 곧 커다란 세계수에 닿았고, 제임스는 동영상으로만 보던 큰 나무를 마주하고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경이롭군요.”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웅장함이 다르다.
거대한 나무는 그 자체로 신목으로서의 위엄을 내뿜었다.
김미소는 제임스를 두고 나무에 걸어가 기둥에 손을 가져다 댔다.
파파팟.
한참을 빛에 휩싸였던 그녀가 떨어져 나오고 얼마 있지 않아 제임스가 빛에 둘러싸였다.
“어엇?”
기절한 제임스를 김미소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붉은 사막 위를 날았다.
“저기 또 있네.”
검은 연기를 피워올리는 비석을 보고 지면으로 내려섰다.
신급 군주가 빈번히 출몰하며 한 가지 이득이 있다면, 일일이 비석 문양 따위를 살피며 자신의 무덤일까 고민해보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다.
연기를 피워 올리며 검은 포탈로 지구와 연결되는 건 보나마나 자신의 무덤이거나 쿠로의 무덤이다.
쿠로의 무덤에서 나온 마석은 모조리 인벤토리에 모아두고 있었다.
“근데 왜 둘뿐이지?”
침식을 일으키는 신이 왜 둘뿐인지는 모른다.
이유를 모른다 하여 그것을 찾기보단 지금은 그저 이용할 때.
괜히 어설프게 강력한 신의 무덤이라도 건드렸다간 죽을 수도 있으니, 안전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무덤만 골라서 잠재우는 중이다.
막 검은 연기에 접촉하려는데 김미소의 연락이 닿았다.
“음? 기사 임명?”
수호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숭배스탯으로 인해 사제와 기사 임명에 상당수의 여유가 생겨나 있었다.
신도에 비례해 사제와 기사 임명이 가능한 것.
“제임스? 와, 얜 뭔데 이렇게 높아?”
신도들의 믿음 수치 랭킹을 보니 제임스가 거의 상단에 다다라 있었다.
서민수마저 제치고 홍세희의 바로 뒤.
부동의 1위인 장순필을 제하면 수호를 세 번째로 따른다는 의미다.
“일면식도 없는 놈이……. 응? 그때 그 미군이라고? 아아. 알겠어.”
수호는 얼마전 검은 세상에서 블랙맨을 상대하다가 본 미군을 기억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해줄 테니까 잘해 봐. 드래곤 오크 조심하고. 금방 갈게.”
수호는 빠르게 흩어지는 신목을 통한 대화를 끝내고 검은 연기에 접촉했다.
*“하아…….”
김미소는 남모르게 한숨 쉬었다.
‘대체 얼마나 큰 위협이기에?’
박수호가 멀리서 저리도 걱정하고 당부하는 것일까?
한 번도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은 미지의 행성.
서로 연결 통로는 없지만 귀환자들에 의해 그 정체가 널리 알려진 행성.
미드얼 행성에 대한 걱정에 김미소는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으나, 답은 언제나 하나였다.
‘대비해야 해.’
전력 증강.
이미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공대장들이 생겨날 때마다 하나씩 공격대를 만들어내, 가용 전력을 늘릴 생각이다.
“어어.”
상념하는 사이 제임스가 기절에서 깨어났다.
“어때요?”
“하아, 이게 대체…….”
제임스는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이 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뻘개져 터져버릴 것 같은 그의 얼굴은 흥분과 설렘이 가득했다.
“테스트라는 것이 이것입니까?”
“네.”
김미소는 미소지었다.
“방금 소속 발령 났네요.”
기대감 가득한 제임스를 보며 답했다.
“6공격대 대장으로 임명하죠.”
“최,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습니다.”
신을 위해.
인류를 위해.
지구의 평화를 위해…….
*키아아아.
지구에서는 보지 못한 기괴한 새들이 날아다녔다. 놈들은 호시탐탐 케이지 안에 든 먹이를 노렸는데, 그 주변을 지키는 보초병들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가락투!”
“오사우 무토!”
케이지에 갇힌 입장에서 저 익룡을 닮은 새들이나 흉악하게 생긴 오크 보초병이나 위협적인 것은 매한가지다.
“마락 무!”
부러진 어금니가 인상적인 오크 보초병이 통 하나를 케이지 안으로 들이밀었다.
통 안에는 손가락 굵기에 삼십 센티는 넘어 보이는 길이의 뱀 같기도 하고 멸치 같기도 한 죽은 생선이 한가득이었다.
고약한 비린내가 진동하는 그 생선에 케이지 안에 있던 먹이들이 몰려들었다.
“봉수야. 밥이다. 밥.”
“형님은 그게 무슨 밥이요?”
“그래서 안 먹을 거냐?”
“누가 안 먹는다 그랬소?”
남자 둘이 통을 끼고 생선을 하나씩 집어 으적으적 씹었다.
한참 식사에 열중하던 두 남자는 한쪽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는 남자를 보며 한마디 했다.
“하, 시발. 거기서 죽을상하지 말고 여 와서 먹어.”
“이거라도 안 먹으면 굶어 뒈진다니까?”
고개를 파묻고 있던 남자는 이미 죽어버린 눈빛으로 그 둘을 보았다.
“그게 사람이 먹는 거요?”
“지랄은. 사람 먹는 거, 짐승 먹는 거 따로 있다냐?”
“우리가 짐승이요?”
“다를 건 뭐냐?”
사육 당하고 있다.
오크들에 의해.
이 미친 세상은 도망칠 수도 없다.
도망치는 자들은 가차없이 죽이지만, 케이지 안에 얌전히 있기만 하면 때때로 먹이도 주고 물도 준다.
이 비참한 삶을 연명하는 이유는 그래도 휘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고 와서 먹어.”
“맞어. 버티고 버티는 거여. 살아 있어야 귀환이라도 할 거 아니냐?”
귀환.
애초에 지구인인 이들이 알 수 없는 이류로 미드얼 행성에 순간이동했다.
대부분이 미드얼 행성을 지배하는 오크들에 의해 사로잡혔고, 케이지에 갇혔다.
무작위, 무순위로 귀환자들이 발생한다.
“세상 공평혀. 언젠가 우리들도 기회가 오지 않것냐?”
어느 순간 지구로 귀환하는 포탈이 열리길 간절히 소망하며 버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때까지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가 광소했다.
“하하하하하. 공평? 개 풀 뜯어먹는 소리지. 시발. 1년이야. 내가 1년 전에 이 빌어먹을 행성에서 버티다가 지구로 갔다고!”
“으음?”
“뭐여, 다시 여기 온 거여?”
남자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지옥같은 시간을 견뎌 지구로 귀환한 자.
조성욱은 이 불공평한 세상을 저주했다.
“시발, 귀환하면 뭐해? 1년도 안 돼서 다시 이 빌어먹을 행성에 왔는데!”
남자는 인생을 포기했다.
더 이 지옥같은 삶을 살 자신이 없었다.
지옥에서 구출되어 1년간 지구에서 생활했기에, 더 견디기 어려웠다.
“그냥 죽는 게 나아. 죽는 게!”
조성욱이 바닥에 돌을 주워 높이 치켜 올렸다.
이대로 뚝배기 깨고 죽자.
파팟.
그때 조성욱의 앞에 귀환 포탈이 열렸다.
“어?“
두 번째 귀환 포탈의 발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