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 * *
그날 밤. 나와 갈리어드는 올스를 앞두고 간략한 회의를 진행했다.
“은밀히 숨어들어 갈 수 있나?”
“힘들… 지만 이게 있으면 영 불가능하진 않을 거요.”
갈리어드가 몸을 감싼 여러 위장 마법을 감탄한 듯 바라보았다. 그가 좌우로 뛰기, 높게 뛰기, 빠르게 달리기 등 여러 동작으로 위장 마법의 효과를 확인한 후, 올스로 은밀히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협곡 가장 안쪽의, 올스의 늙은이들과 만나는데 필요한 시간은?”
“아마 삼십 분. 그 정도면 충분하오.”
“알겠다. 설득까지 합쳐서 한 시간 준다.”
나는 삼엄한 경비의 협곡 입구를 가리켰다.
“네 설득이 어떻게 되든 간에 나는 정확히 한 시간 후에 정면돌파하며 트록바의 흑마법을 쓰는 놈, 흑마력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놈들은 모조리 죽이고 떠난다.”
“…알겠소.”
갈리어드가 기필코 설득을 성공하겠다는 얼굴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사막 출신의 전사는 자기 나름의 은신술과 환경 동화법을 익혀서 갈리어드의 은신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추가로 나의 위장 마법까지 더해지니 같은 익스퍼트 급의 고수라도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움직임이 은밀했다.
“…….”
나는 정확히 한 시간 동안 갈리어드를 기다렸다. 갈리어드는 살저 하라한의 제안과 본인의 설득을 하러 떠났다.
살저 하라한은 나를 이용하여 올스와 무언가의 협력을 하기를 바란다.
나라는 미치광이 테러범을 알려주고, 이놈이 흐라탄과 올스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니 상황을 잘 이용하라는 뜻에서 전령을 보냈겠지. 갈리어드는 그 전령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역할이다.
반면에 갈리어드만의 목적은 흑마법사 이외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그는 올스 가문의 높은 이들에게 나에 관해 알려준 뒤, 그의 목적은 트록바의 흑마법사와 그들의 주구이니 흐라탄에서 한 것처럼 사람들을 물리고 모르는 척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솔직히, 설득이 어떻게 되든 갈리어드가 원하는 쪽으로 될 리는 없겠지.’
삼십 분? 수만 명을 다스리는 대도시의 수장이 옆 마을 호위무사의 말만 듣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놈을 믿는다고? 그가 올스에 암약하는 흑마법사를 몽땅 처치해준다는 허황된 말을 믿고 호위병을 무른다?
아무리 옆 마을의 친분이 있는 이라 할지라도, 한밤중에 몰래 침입한 익스퍼트 급 고수의 말을 듣고 겨우 삼십 분 만에 결정을 내릴 리는 없었다.
오히려 한밤중에 침입했다고 날이 밝을 때까지 어딘가에 억류되어 있겠지.
때문에 나는 갈리어드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전혀 다른 것을 노리고 갈리어드를 보냈다.
‘믿든 안 믿든 다 죽이면서 협곡을 올라오며 실력을 입증해주마. 괜히 나중에 피눈물 흘리지 말고, 중요한 인물은 알아서 뒤로 빼라.’
나는 갈리어드를 통해 올스에게 그리 경고했다. 올스 가문의 높은 이들이 과연 내 경고를 알아들을지 모르겠다만, 내가 그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일은 아니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일을 하려는 게 나다. 아빠 죽이기 하나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 죽겠는데 다른 놈들 목숨까지 일일이 신경 써주겠냐?
째깍!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다. 올스 협곡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의 움직임은 전혀, 코털만큼도 변화가 없었다.
감각을 넓게 펼쳐도, 스칼라 이상 되는 실력자의 배치도 그대로다. 전령이나 발 빠른 놈들이 뛰어다니는 기색도, 마법 통신이 사용되는 기척도 없다.
“그럴 줄 알았어.”
애초에 갈리어드가, 정확히는 그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리라고 예측했기에 실망도 무엇도 하지 않는다. 나는 위장 마법을 풀고 협곡을 향해 다가갔다.
푸슉!
“멈춰라!”
말보다 앞서 날아온 화살이 내 앞에 박혔다. 단단한 돌바닥에도 화살촉이 절반 넘게 박히며, 화살대가 바르르 떨렸다.
무력시위 다음에 경고라니. 이건 아예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실제로도 열 명이 넘는 병사가 내게 활을 겨눴고, 나머지 병력은 바쁘게 움직이며 나 이외의 다른 습격자를 경계했다.
흑마법사 때문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텐데 훈련이 아주 잘 되었다.
나는 군기가 바짝 든 병사들의 모습에 만족감을 표하며 성벽을 향해 손을 들었다. 내 행동을 오해한 선임병이 마주 든 손을 밑으로 내렸다. 그가 손을 내리자마자 열 명의 병사가 활시위를 겨눈 손을 놓았다.
쉭! 쉬쉭!
다섯 발의 화살은 내 몸통을 노리고, 나머지 다섯 발은 내가 피할 경로를 예상하여 사방으로 쏘아진다. 나는 화살을 피하지도 않고 염동력을 몸에 두른 채 전진했다.
화살이 내 코앞까지 다가오다가 염동력에 방향이 비틀려져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선임병이 뒤를 보며 크게 외쳤다.
내가 보통 침입자가 아니고, 마법을 쓸 줄 아는 놈이라고 말하는 거다. 하지만 네가 그걸 말하면 안 되지. 나는 그가 뒤를 본 사이에 발을 세게 굴렀다.
펑!
한 걸음 째에 최속에 도달하는 보법, 일지선을 선보이며 달려간다. 나와 협곡 입구의 거리는 200미터가 넘었지만, 그가 뒤를 돌아 소리치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을 때 그 거리는 10미터 안쪽으로 줄어있었다.
협곡 입구를 막는 성벽은 웅장했고, 강화마법이 덕지덕지 발려있다. 이걸 힘으로 부수는 건 나도 무리다. 나는 중력을 역행하듯이 성벽을 거꾸로 타고 올라왔다. 목표는 기겁하며 등에서 커틀라스를 꺼내는 선임병!
“끄하으햐앍?!”
선임병이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그냥 놀라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가 제자리에서 높게 뛴 채로, 마치 도끼로 장작을 패듯이 커틀라스를 내 정수리로 내려찍었다.
놀라도 적을 똑바로 바라보고 공격을 한다. 올스 병사에 대한 내 호감도가 높아졌다. 나는 씩 웃으며 빈 왼손을 카드를 던지듯이 휙! 내쳤다.
왼손에서 나아간, 바람 폭발 이연발!
펑! 퍼버벙!
한 가닥의 바람은 선임병의 커틀라스에 막혀 흐트러졌다. 하지만 나머지 한 가닥의 바람은 힘이 죽지 않고 날아가 선임병의 복부를 때렸다.
유형화된 바람이 선임병의 복부를 가격하고,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위로 1미터나 치솟았다. 선임병이 입에서 토사물을 흘리며 그대로 기절했다.
툭!
나는 기절한 선임병을 받고 성벽 위에 섰다. 그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준 뒤, 당황하는 병사들을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공격 안 해?”
“어, 아. 아으으…….”
얘내는 왜 이러냐. 그냥 빨리 성벽으로 뛰어오고 성벽을 세로로 올라온 게 다인데 무슨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나를 본다.
어차피 이놈들의 몸에는 흑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가볍게 바람 폭발을 썼다.
퍼어엉!
풍선이 연달아 터지는 소리가 높게 울려 퍼지며 새벽의 올스를 깨웠다. 나는 끙끙대며 바닥을 나뒹구는 병사들을 무시하고 점점 횃불이 켜지는 군영을 향해 뛰어내렸다.
* * *
1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군영은 난리가 났다. 기사 급 실력자 셋이 잽싸게 사방으로 퍼졌고, 그들을 보좌하는 당직병이 꽹과리 비슷한 악기를 들고 시끄럽게 흔들었다.
땡땡땡!
“마검사의 습격! 단 한 명이지만, 협력자가 있을 수 있다. 휴식병을 빼서 외부를 경계하고……. 컥!”
한밤중에 매너 없이 뭐 하는 짓이니. 나는 어둠에 스며들어 군영을 뛰어다니는 당직병의 뒷머리를 발로 스치듯이 찼다. 발차기에 실린 미약한 경력에 당직병이 뻣뻣하게 굳어서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걸 보자마자 삼면을 포위하며 주변을 경계하던 기사 급 실력자가 나를 발견하고는 횃불을 집어던졌다. 쇅! 하고 날아드는 횃불!
횃불로 내 앞길을 막음과 동시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계략이다. 나는 커지는 불덩이 너머로 내게 횃불을 던진 기사 급 실력자가 창을 들고 뛰어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이 신속하게 포위망을 만든다. 뛰어나다. 아주 뛰어나고 신속한 대처다. 내 부하가 아닌데도 이렇게 흡족할 수가.
나는 남모를 만족감을 느끼며 이마로 횃불을 들이박았다. 동시에 대기 중의 산소만 따로 모아서 이마에 공기 폭발을 일으켰다.
팡!
단단한 이마에 부딪힌 횃불이 터지며 잔불을 크게 피워 올렸다. 잔불은 농밀한 산소와 만나 순식간에 덩치를 열 배 이상 불렸다.
화아악!
커다란 화염이 나를 넘어서 내 주변으로까지 번졌다. 자살공격을 하는 듯한 기이한 현상이 내게 달려들던 기사가 움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창끝은 나를 가리켰다.
나는 그는 물론이고, 나를 포위한 병사들의 마나에 흑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기사의 창을 잡아당기며 그자의 가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퍼엉!
상체 전체에 충격을 가할 뿐만이 아니라 폐에 가득 찬 공기까지 일순간에 내뱉는 섬세한 공격. 기사는 산소부족과 혈류 이상으로 제대로 된 반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기절했다.
그가 막사로 날아간 사이에 진각을 강하게 밟는다. 대지가 방사형으로 갈라지며 단단한 돌바닥이 바스러졌다. 나는 염동력으로 적당한 크기의 돌을 띄운 뒤, 암석포 마법으로 돌을 내쏘았다.
암석포는 딱 적당한 위력의 마법이다. 포위망을 만든 병사들은 ‘어?, 어어?’ 하는 사이에 화염 속에서 튀어나온 암석포를 복부에 맞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꾸앙!
“아악!”
방패로 막은 놈들은 특별히 강력한 암석포를 먹여준다. 아마 며칠 간은 팔을 제대로 들지도 못할 거다. 나는 첫 번째 기사 급 실력자와 근처의 병사를 때려눕히고는 두, 세 번째 기사 급 실력자를 향해 뛰었다.
그들은 내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망설이지 않고 합공을 했다. 날카롭게 찌르는 창과 그 사이를 보완해주는 커틀라스!
아서라. 너희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나는 창을 잡아 부러뜨리곤, 커틀라스는 맨손으로 유수화접을 펼쳐서 상대까지 통째로 저만치 멀리 날려 보냈다.
“이, 무슨……!”
창이 부러진 기사 급 실력자가 당황하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떠는 척을 하며 등 뒤로 손을 가져간다. 허리에 걸린 독 주머니를 풀려는 심산이다.
훌륭하다. 다만, 상대가 나여서 불행할 뿐이지. 나는 유령 같은 몸놀림으로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어깨를 어루만지며 상체 근육 전반을 내 마음대로 조절하여 기사를 무릎 꿇린다. 그가 미처 상황을 이해하기 전, 목측 동맥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서 기절시켰다.
지휘관 셋이 당하고, 남은 것은 무기를 든 양 떼 뿐이다.
퍼버벙!
나는 나머지 병사들에게 공기 폭발과 암석포를 먹여주며 군영을 정면돌파했다.
웅성웅성!
군영을 벗어나 협곡 안으로 발을 디딘다. 협곡은 좌우 절벽에도 동굴을 뚫어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중심의 땅은 천막이 복잡하게 쳐져서 마치 구룡채성에 온 것처럼 복잡한 길거리를 형성했다.
입구에서 일어난 소란에 일반인들도 매우 놀랐는지 한밤중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많은 사람이 대로를 돌아다닌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섞여서 은밀히 골목길을 드나드는 이들을 포착했다. 골목길과 길 끝에 지어진 커다란 고층 건물. 건물은 협곡 절벽 한쪽 면과 맞닿게 지어졌다.
‘저놈들이다.’
사람들이 많고 적고는 내 알바가 아니다. 새벽에 일어난 자기를 탓해야지. 나는 골목길로 재빨리 도망치는 암흑가에 속한 용병의 뒤를 잡았다.
그에게는 흑마력이 느껴진다. 다급한 숨소리에 섞인 살내음에도 마약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왔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용병의 목을 잡아 뽑았다.
뿌드득!
사람 머리통과 척추가 통째로 딸려 나온다. 나는 그의 머리를 대로로 집어 던졌다.
“꺄아악!!”
“으악! 아아악?!”
머리가 뽑혀 죽은 성인 남성이 대로에 등장하자 시장에 난리통이 났다. 겨우 이런 것 가지고 비명을 지르면 쓰나. 나는 난리가 난 시장을 무시하고 골목으로 뛰어들어갔다.
이 용병 한 놈만 있는 게 아니다. 안쪽에도 이런 놈들이 바글바글했다. 두 번이나 마약의 냄새를 맡으면 싫어도 경로를 탐지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초능력을 이용하여 코의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킁킁!”
마치 공감각처럼, 마약의 향기가 골목길에 점점이 이어진 것이 시각화된다. 마약의 향기를 따르면 복잡하고 초행길인 골목길도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된다.
길게 굽이진 골목길을 돌파하자 멀리서 본, 절벽과 맞닿게 지어진 고층 건물이 나를 반겼다. 구겨진 창문 사이로 몇 번이나 맡은 익숙한 냄새가 풍겨 나온다. 바로 마약이었다.
“밖에 무슨 난리가 났는데? 설마 초대형 몬스터라도 침입했나?”
“아냐. 웬 미친놈이 정면으로 성벽을 뚫고 들어왔데.”
“돌아도 단단히 돌았군.”
마약이나 빠는 놈들한테 돌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진 않은데. 나는 황당함과 함께 벽을 발로 뻥! 차서 와르르 무너뜨리곤 안으로 들어왔다.
“웬 놈이……!”
“정면으로 성벽을 뚫고 들어온 그 미친놈이다.”
네가 나보고 돌아도 단단히 돌았다고 한 그놈이구나.
나를 욕한 놈들은 바로 앞 테이블에서 도박 놀음을 하고 있고, 대부분 술이나 마약 따위를 물처럼 흡입하며 밤늦은 줄 모르고 시간을 허비한다. 한번 쑥 훑어보는 걸로 상황파악 완료!
나는 살저 하라한에게 받은 사막의 명검을 꺼냈다. 검에서 미약한 오러를 피운 뒤 1층을 한 번에 휩쓰는 영역을 전개한다.
“오러! 이, 익스……!”
“닥쳐.”
션이 훔쳐 배운 니웨의 비기. 크레센틱 오러 발검식, 광검결(光劍結).
번쩍!
손에서 피어오른 검광(劍光)이 술집을 가로로 휩쓸었다. 날카롭게 갈린 오러는 인간의 육체, 나무, 유리병, 가죽 갑옷, 심지어는 금속제 무기까지 막힘없이 갈랐다.
검광은 딱 인간 허리춤 높이에서 가로로 길게 번쩍였다. 서 있는 이들은 허리가 베여 쓰러지고, 앉아서 술이나 퍼마시던 놈들은 가슴께가 베여 즉사했다.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 2층으로 올라가려고 막 계단으로 향하던 자 뿐이었다. 그가 왼발은 발목, 오른발은 무릎까지 잘린 채로 계단을 굴러떨어졌다.
후드득!
“끄… 아아악!!”
유일한 생존자가 잘린 발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가 눈물을 질질 흘리다가 곧 1층의 모든 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비명을 멈췄다.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데도 끅끅대며 숨죽이고 나를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라본다. 나는 그자에게 다가갔다. 그가 엉거주춤하게 손을 놀려 내게서 멀어졌다.
“무슨 일이……! 허억?!”
그 타이밍에 2층에서 소란을 듣고 왈짜패가 와르르 내려왔다. 그들이 1층에서 일어난 참사와 짙은 피 냄새를 맡고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끼긱… 하며 고장 난 기계처럼 고개가 돌아가며 죽은 이들밖에 보이지 않는 1층을 구경한다. 배회하던 시선이 계단 앞에 도착한 내 앞에서 멈췄다.
가장 앞서 계단을 내려오던 근육질의 남성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다, 당신… 당신이 이걸……?”
나는 명검을 들었다.
“맞아. 그리고 너희도 이렇게 될 거야.”
다시 계단에서 대각선으로 번쩍! 하고 검이 빛을 내뿜는다. 계단에 서 있던 이들이 반쪽이 나서 바닥에 쓰러졌다.
피범벅이 된 계단을 올라가 빛과 함께 쓰러진 동료, 피내음, 비명에 잔뜩 긴장한 2층 손님을 맞이한다. 2층도 똑같이 빛 한 번으로 끝이 났다.
번쩍! 번쩍!
아니, 빛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나는 건물을 통해 협곡 절벽에 난 동굴로 들어갔다. 절벽에 파인 주거지역을 걸으며 광검결을 내쏘았다. 동굴 틈에서 한 번 번쩍! 하면 벽이 부서지고, 도망치던 사람들이 쓰러진다.
부서진 벽으로 나가서 골목길을 유유히 활보하며, 흑마력이 느껴지는 놈들이 눈에 띄면 또 칼이 빛을 뿜는다. 번쩍! 하면 인간이 세로로 쩍! 갈라져선 살점이 좌우로 흩어진다.
골목길을 피로 물들면 다시 절벽을 타고 올라와 동굴로 들어간다. 올스 협곡 절벽을 파서 지어진 동굴형 거주 지역. 나는 동굴을 피로 물들이며 협곡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