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전투가 멈췄다.
아군의 악독한 수가 같은 아군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실수. 마법사들도, 공중에서 잠력 폭발 마법을 건 기사들도,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죽어가는 익스퍼트를 바라보기만 한다. 나도 분위기를 잘 읽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공격을 멈추고 구경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끅… 꺽! 꺼억?!”
익스퍼트 네 명 중 한 명은 피가 섞인 샛노란 코피를 주르륵! 흘리며 몸을 떨었다. 눈알로 침투한 금속 지렁이가 뇌를 헤집어 놓아, 잘게 갈린 뇌 조각이 콧구멍과 눈구멍으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또 한 명은 바닥에 쓰러져서 학질에 걸린 것처럼 전신을 바들바들 떤다. 귓구멍에 들어간 금속 지렁이가 고막과 달팽이관을 잘게 갈아버린 탓에 균형 감각이 꼬여버렸다. 아마 저러다가 죽겠지.
한 명은… 저런! 저 녀석이 가장 고통스럽군. 그나마 뇌가 낫다. 뇌를 파먹으면 잠깐 고통스럽고 깔끔하게 죽으니까.
하지만 저 녀석처럼 상체 피부를 갉아 먹으면 쇼크사나 출혈사 할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밖에 없었다.
“끄으악! 하, 합류! 합류해! 나머지도 다 합류하라… 끄르륵……!”
마지막 한 명, 유일한 익스퍼트 중급의 고수. 그가 목을 긁으며 다급히 외치다가 거품 무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목으로 침투한 금속 지렁이가 식도를 넘어 기도로 기어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손톱이 끊어지고 목의 피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목을 긁지만, 지렁이는 이미 기도로 넘어갔다. 그의 얼굴이 퍼렇게 질리고, 입에서 피거품을 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인간다운 행동을 그쳤다.
나는 네 명의 익스퍼트를 내려다보며 이죽거렸다.
“그것 참 신기하군. 빛의 수호자는 좀 더 ‘진화한 인간’ 인 줄 알았는데.”
금속 지렁이 정도는 기합으로 참을 수 있어야지. 당장 나만 해도 금속 지렁이가 몇 초 몸을 기어 다닌 것 때문에 몸 이곳저곳에 구멍이 뻥뻥 뚫려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잖아.
“이 개새끼가!”
크악! 하는 수십 개의 비명과 함성이 겹쳐 들린다. 위를 올려다보니 70명 있는 기사들 중 30명이 추가로 잠력 폭발 마법을 발동하는 게 보인다.
기존의 20명에 30명이 더해졌다. 총 합해서 50명이 동산 위에서 불완전한 오러를 피우며 나를 겨눈다. 나머지 스무 명은 단검, 마름쇠, 못 등의 투척무기를 양손에 한가득 쥔다.
“장관이군.”
우우웅!
어둠을 가르며, 동산 위로 치솟은 50개의 오러. 모닥불처럼 일렁이는 그것은 인간의 수명을 대가로 받지만 않았으면 매일 보고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을 자랑했다.
처저적! 50명이 질서 정연하게, 검을 높게 쳐들었다. 50개의 일렁이는 검붉은 오러가 생일 축하용 케이크에 꽂힌 초에 붙은 불처럼, 낭만적으로 일렁였다.
““죽어라!!””
50개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의사 통일 마법까지 썼나? 이제 저들은 사실상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정신이 50명의 극한의 투지, 분노의 물결에 휩쓸렸으니 마법을 풀어도 정상적인 감정 통제 능력을 잃어버리고 광인으로 평생을 살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나의 죽음이었다.
번쩍!
50개의 오러가 50개의 의지와 만나 불완전함을 벗어 완전함을 획득하고 눈 부신 빛을 발산했다.
50개의 생명이 일렁이며 허공을 세로로 긋고, 50개의 단두대가 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하여 시작된, 50명의 오러 탄 포화! 한 사람 당 1초에 두세 번씩. 합쳐서 1초에 100~150발의 오러 탄이 나를 향해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밤하늘에 점점이 찍힌 붉은 빛 덩이! 나는 옆으로 피하며 몸을 끌어안고 팽이처럼 회전했다. 회전에 실린 나선 염동력이 내 어깨를 타격하려는 오러 탄을 튕겨냈다.
어깨에 튕긴 오러 탄이 나머지 백수십 개의 오러 탄과 함께 지면으로 향하고……
콰과과광!
내가 서 있던 곳의 땅이 통째로 뒤집혔다. 땅이 깊이 10미터도 넘게 파이고, 위로 올라간 흙더미가 바닥에 가라앉기 전에 새로운 오러 탄이 또 땅을 갈아버린다.
오러 탄이 굴삭기처럼 땅을 파고, 나무를 헤집고, 대기를 찢어발긴다. 바닥에 착지한 나는 나선 염동과 유수화접을 발휘하며 옆으로, 옆으로 동산을 빙빙 돌았다.
그런 내 사방팔방을 오러 탄이 포위했다. 전방에서 폭발, 나선 염동력으로 흘린다. 머리 위, 등, 어깨, 복부로 떨어지는 오러 탄. 유수화접으로 발밑으로 흘린다. 발밑에서 일어난 폭발력으로 공중에 떠오른다.
공중에 뜬 나를 수십 발의 오러 탄이 포위한다. 나는 오러 탄을 밟고 위로, 옆으로, 아래로 어지럽게 이동하며 끊임없이 오러 탄을 피했다.
폭발음이 귀를 먹먹하게 한다. 나는 귀를 닫았다. 고요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검붉은 불꽃놀이가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나는 눈마저 감았다.
소리도 빛도 없는 세상. 파장과 기감만으로 주변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오러 탄의 빗줄기 속에서 마나와 초능력의 춤을 추는 도중, 내 감각으로 이물질이 끼어들었다.
“흡!”
잠력 폭발을 쓰지 않은 나머지 스무 명의 기사가 던진 못, 마름쇠, 단검 등이 끼어든 것이다. 유도 마법이 걸린 투척물이 내 하반신을 노리고 쏜살같이 날아든다.
건틀린에 걸린 저주, 억압 계열의 마법이 투척물에 미세하게 담겼다. 단 하나라도 허벅지를 스치기만 하면 근수축에 문제가 생기고, 이동력이 저하된다.
이동에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그때는 오러 탄 빗줄기에 온몸이 녹아내리겠지.
아주 재미있게 됐어. 하지만 너네가 뭔가 착각한 게 있는데 내 육체는 금속 파편이면 몰라도 인간이 집어 던진 단검 따위에 상처 입지 않는단다.
차작!
오른손 손가락 사이에 단검 두 자루, 못 여덟 개를 회수. 왼손 손가락 사이에는 마름쇠와 단검 한 자루, 못은 있는 대로 회수한다.
못을 집은 손가락이 까끌까끌 한 것을 보니 표면에도 가시가 솟아있는 가시못이다. 이것도 아주 좋다. 적의 공격은 내게 기회가 되었다. 나는 오러 탄이 점하는 공간의 빈틈을 향해 가시못 하나를 투척했다.
푹!
“컥?!”
검게 칠해진 가시못이 오러 탄이 만들어내는 빛의 포화를 뚫고, 기회를 노리는 마법사 한 명의 목에 틀어박혔다. 그러기에 방어막을 미리 쳤어야지.
4결 마법사. 소왕국(小王國)이라면 궁정 마법사로 발탁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겨우 못 한 개를 막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었다.
“메디… 끄악!”
한 마법사가 가시못에 죽은 마법사에게 걸어가다가 세된 비명을 질렀다. 마름쇠를 밟은 것이다.
네가 갈 곳에도 미리 마름쇠를 뿌렸다. 전면과 후면에만 방어막을 치고, 발밑은 텅 비었지. 마름쇠를 밟은 마법사가 비명을 내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고통과 마름쇠에 걸린 미약한 저주 마법의 합작에 애써 유지하던 방어막도 풀린다. 나는 그 시기를 노려 단검을 던졌다. 단검이 마법사의 품으로 파고들어 가죽 갑옷 사이, 왼쪽 겨드랑이로 손잡이까지 푹! 박혔다.
“끄흐윽……!”
왼쪽 겨드랑이에서부터 폐를 거쳐 심장까지. 단검 날이 연약한 살덩어리를 가르고, 4결 마법사 한 명이 또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다. 그 모습을 보자 5결 마법사가 즉시 나머지 다섯 명의 마법사를 공중에 띄웠다.
이제 남은 것은 5결 둘. 4결 셋. 그리고 기사들 70여 명. 뒤에서 기회를 노리는 암살자 30여 명. 상황은 내게 유리하다.
‘전체 잠력 폭발을 나중에 썼어야 했어.’
익스퍼트의 잔인하고 덧없는 죽음에 기사들이 분노해서 잠력 폭발 마법을 미리 쓴 게 악수였다. 일제히 잠력 폭발 마법을 쓰고, 오러 탄으로 나를 뒤덮으니 마법사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5결 둘과 4결 다섯 명이 힘을 합쳐 공동 마법으로 나를 괴롭혔으면 나도 꽤나 귀찮은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의 오러 탄 포화에 마법 유지가 힘들어져서 상황을 관망하다가, 기습에 두 명의 마법사가 사망했다.
우우웅!
공중에 뜬 5결 마법사 둘이 스태프를 맞댔다. 두 개의 스태프 중심에 생성된 회전하는 빛 덩어리가 마나를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기회가 생기면 당장 나를 공격하려는 거겠지.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밑을 때리는 오러 탄의 폭발력을 이용해 위로 높게 솟구쳤다. 내 몸이 오러 탄의 포화망을 뚫고 동산보다 높이, 지상 수십 미터까지 치솟았다.
“지금이야! 천상의 사슬!”
이를 바득바득 갈며 기회를 노리던 마법사가 외쳤다. 빛 덩어리에 5결 마법사 둘, 4결 마법사 세 명의 전력이 담겼다.
퍼엉! 빛 덩어리가 폭발하며, 말 그대로 광속으로 내게 쏘아졌다. 폭발한 빛 덩어리는 마치 빛의 안개처럼, 아스라이 흩어진 채로 내 몸을 감쌌다.
빛의 안개에 감싸이자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사슬로 전신이 칭칭 감긴 것처럼,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 움직일 수 있는 건 겨우 팔 정도? 지속시간은 약 5초 전후.
“오오…! 훌륭한데.” 나는 눈과 귀를 열고 마법사를 칭찬했다.
저들이 든 스태프도 꽤나 상급의 마법 무구인 듯싶다. 소드 마스터인 내 몸을 한순간이나마 억압하는 것부터가 저것이 보통 마법 무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불완전하다. 팔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검을 휘두를 수 있다는 뜻.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면 이까짓 사슬인지 뭔지 하는 것도 순식간에 파훼된다.
어쩔까. 오러 블레이드를 보여줄까. 아니면 다른 수단을 쓸까. 고민하던 시점. 온 힘을 다해 천상의 사슬이라는 억압 마법을 유지하던 마법사가 외쳤다.
“제기랄 왜 안 쏘는……! 쏴! 죽여버리라고!”
그 순간. 나머지 스무 명의 기사도 잠력 폭발 마법을 썼다. 내 밑으로, 일렁이는 검붉은 오러가 70개로 늘어났다. 70개의 검에 맺힌 70개의 오러가 나를 노리고 올려치기 자세를 잡았다.
싸늘한 정적. 70개의 날카로운 살기가, 단련된 마나와 정련된 오러가 내게 향한다. 검끝이 서서히 위로 들리고, 힘을 축적한 오러가 스프링처럼 위로 분사되려 한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코웃음을 쳤다. 검을 내려놓고, 양 주먹을 굳게 움켜쥐었다.
“흥!”
익스퍼트 상급과 최상급. 사자 갈기와 대머리의 연환쾌검도 정면에서 흘린 나다. 겨우 잠력 폭발로 얼치기 익스퍼트에 도달한 검사들의 오러 탄 하나 흘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그래. 솔직히 고백하면 힘들긴 해. 안에 실린 힘은 오러 탄이 몇 배는 더 강하거든. 하지만 그것도 이미 해결했다.
“나는, 수십 초나, 너희의, 공격을 분석했다고.”
한 번 당한 공격에 또 당하면 무인의 자격이 없다. 나는 이미 기사들의 잠력 폭발 오러를 몇십, 몇백 번이나 눈앞에서 지켜보았고, 전신의 감각을 높게 세워 마나의 움직임을 모조리 파헤쳤다.
나를 억압하고 일제 포화를 하려고 했으면 초반에 했어야지, 지금 하는 건 시기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제 내게 너희들의 공격은 ‘정면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디 한 번 쏴 봐.”
내 오연한 말에 기사들이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잠시 후, 70개의 발검술이 지상을 거꾸로 타고 올라갔다.
푸화아악!
수십 개의 오러 탄이 내게 쏘아진다. 70명이 1초에 두세 번씩. 초당 150개 이상의 오러 탄이 위를 향해 날아간다. 그것은 마치 역류하는 검붉은 폭포수와도 같았다.
초당 150개 이상. 절반은 자기들끼리 부닥쳐 소멸하고, 나머지 절반은 나를 지나친다. 내게 향한 것은 4분의 1 정도인 약 30~40개. 즉, 30~40개의 오러 탄이 나를 노린다.
반면에 나는 천상의 사슬에 전신 억압. 쓸 수 있는 것은 양팔이 전부. 그런데 그래서 어쨌다고? 검사가, 무인이 팔을 움직일 수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 뭘 우는 소리를 하냐.
이건 위기도 뭣도 아니다. 그저 게임에 불과하다.
내 몸을 때릴 것이 분명한 수십 개의 오러. 거리는 팔을 앞으로 쭉 뻗은, 1미터 지점부터 코앞까지. 두 개의 팔로 수십 개의 오러를 튕겨내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고, 추가로 내가 바라는 각도로 오러를 튕겨내는 게임.
아주 쉬운 게임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파바바바바바!
여의반검을 발휘해 손등으로 오러 탄을 튕긴다. 유수화접으로 오러 탄을 부드럽게 감싸 위로 흘린다. 손을 그려 모아 주먹으로 오러 탄을 튕긴다.
튕기고, 흘리고, 흘리고, 튕기고, 흘리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튕겨내는 각도는 거의 지면에 수직으로. 약 85도~89도 각도로 다양하게. 방향은 적들을 향해. 그 수는 오러 탄 수십 발.
타다다다닥!
1초가 지나고 수십 발은 백 발이 되었다. 또 1초가 지나고 백 발은 백 수십 발이. 또 1초가 지났을 때, 백 수십 발은 수백 발이 되었다.
수백 발의 오러 탄이 내 튕겨내기, 흘려내기에 위로 상승한다. 3초가 지났을 무렵, 최초로 튕겨낸 오러 탄이 최고점에 도달했다.
자, 이제. 엉뚱한 말이지만, 다들 물리에 관해 아나? 특히 위로 비스듬히 던진 물체가 포물선 운동을 하는 그래프는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왜 생뚱맞게 물리 얘기를 하냐고? 그야 조금 전에 내가 위로 흘린 오러 탄 때문이지.
쉬이익!
최고점에 도달한 최초의 오러 탄. 그것이 서서히 포물선을 그리며 밑으로 하락한다. 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 50번째 오러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로 튕겨 나간 수십 개의 오러 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위치는?
“어, 어어……?”
나는 오러 탄의 각도를 85도~89도로 튕겨내었고, 그 각도가 수직에 가까운 탓에 오러 탄이 하락하며 앞으로 나아간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위치는?
또한 내 앞은 동산. 즉,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오러 탄을 정면, 앞쪽 위로 튕겨내었다. 그래서 그 위치는?
“피, 피해!”
그 위치는. 내가 위로 튕겨낸 오러 탄은 고스란히 마법사와 기사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한 번 튕겨내고 위아래 운동을 한 탓에 위력이 3분의 2로 줄었지만, 그래도 오러는 오러다.
콰과과과광!
수백 발의 오러 탄이 동산을 뒤덮는다. 마법사는 방어막을 두텁게 쳤지만, 유리처럼 쪼개지고 전신이 잘게 찢어졌다.
5결 마법사는 조금 오래 버텼지만, 내가 서비스로 오러 탄을 쏘아주자 금세 침묵했다. 백색 오러 탄이 그의 머리통을 뚫고 지나쳐 지면에 파묻혀 사라졌다.
기사들은 오러로 마주 막았지만, 오러의 포화를 뚫고 지면을 타격한 오러 탄에 자세가 흔들렸다.
자세가 흔들리면 그걸로 끝이다. 내 염동력의 방향 조절을 받는 오러 탄이 기사들의 복부, 머리통, 상체, 어깨 등을 짓이겼다.
온갖 죽음이 내 눈을 어지럽혔다.
폭사(爆死). 오러의 폭발에 온몸이 터져 죽는다.
압사(壓死). 폭발하는 오러의 압력에 휘말려 전신이 으스러져 죽는다.
추락사(墜落死). 오러 폭발에 휘말려 동산 저 멀리, 수십 미터를 날아 땅에 처박혀서 죽는다.
참사(慘死). 사지가 갈기발기 찢어져서 참혹하게 죽는다.
마지막으로 기사(幾死). 거의 다 죽는다. 70명의 기사, 몇 남은 마법사은 한 손으로 꼽을 생존자만을 남긴 채, 전부 사망했다.
천상의 사슬도 풀렸다. 나는 천천히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더 이상 동산으로 부르기 힘든 까뒤집어진 수백, 수천 톤의 흙더미 위. 그 위에 내가 착지했다.
“후우!”
끝났군.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바로 지금.
지금이 기회다.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된 이 순간. 한순간의 방심. 방심이 낳은 빈틈.
그 빈틈을 마지막 적이 노렸다.
스륵~!
뒤에서 서늘한 바람이 접근한다. 살기도, 마나도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시원한 산중한밤의 바람. 하지만 나는 신속하게 허리를 접었다.
투웅!
허리를 수그리고, 뒤로 반 보 물러나며 팔꿈치를 뒤로 뻗는다. 팔꿈치에 목을 노리던 암살자의 가슴이 닿았다. 푸왁! 암살자가 입에서 피를 내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회전력을 유지하며 상단 올려차기. 옆에서 다가오던 암살자의 목뼈가 부러져 즉사한다. 디딤발도 공중에 띄운 채, 회전하며 팔쇄타(八碎打)를 발휘해 사방을 포위한 암살자를 두들겨 팬다.
퍼버벅!
내게 접근한 암살자 수십 명이 사지 한 군데가 부러져 바닥을 나뒹군다. 전부 때려눕히진 않는다. 암살자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자의 양팔을 붙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그가 포커페이스를 깨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왜, 왜……?” 그의 ‘왜’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나는 씩 웃으며 암살자의 팔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뚝! 하고 암살자의 팔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러졌다. 그대로 발을 차서 두 다리도 부러뜨린다.
녀석을 바닥에 내던지곤, 반응을 구경한다. 암살자가 이를 악물며 비명을 참는다. 잘 참네. 나는 쓰러진 암살자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왜 유물이 발동 안 하냐고? 쯧쯧! 이 멍청한 사람아. 몸빵도 다 죽고, 유물도 발동 안 하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도망쳤어야지. 다 죽었을 때 와서 뒷북치면 어쩌냐. 응?”
이게 첫 번째 ‘왜’다. 원래는 천상이 사슬이 발동했을 때 내게 쏘아졌어야 할, 유물에 내장된 수많은 공격 마법들. 하지만 그게 막히자 궁여지책으로 기사들의 오러 탄을 쓴 것이다.
유물이 발동하지 않은 이유? 뻔하지. 내가 오러 탄 포화를 피하며 시끄럽게 싸우는 와중, 유물을 발동시킬 마법사들은 검귀들에게 다 정리되어 있었다.
진정한 큰일은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법. 시끄럽고, 화려한 싸움에 눈이 팔린 대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