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 마지막 약속 】
쏠트리먼은 퍽이나 웃긴 나라다.
뭐가 웃기냐 하면, 우선 쏠트리먼은 역사가 짧다. 쏠트리먼은 한 명의 성자와 그의 스승인 소드 마스터가 주도적으로 세운 국가다. 그들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은 시간은 50년을 겨우 넘겼다.
심지어 쏠트리먼이 본격적으로 ‘국가’ 라고 불리기 시작한 세월은 30년을 겨우 넘긴다. 30년 전이면 세계대전이 시작하기 몇 해 전일 정도로 최근이다.
때문에 쏠트리먼 소속원 중에는 국가보다 더 오래 산 이들도 자주 포함됐다. 예를 들면 여든이 넘은 1급 주술사인 마호프 오먼이라든지.
이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실력자, 고수는 거의 다 국가보다 역사가 깊다. 그러한 이들이 쏠트리먼의 지배를, 정복을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글쎄? 국왕 라코아가 쏠트리먼 창립 초창기부터 이종족 연합지역에서 독립하지 않고 그들의 밑으로 또는 속국의 형태를 취할 것을 숨기지 않고 대놓고 드러내서?
라코아가 명성이 자자한 성자여서? 또는 그의 스승이 이종족 연합지역에서도 몇 없는 소드 마스터여서? 국왕이 국왕답지 않게 호탕하고, 하는 행동을 보면 뒷돈깨나 챙길 수 있는 만만한 놈으로 보여서?
아니면 투쟁의 시대가 끝나고, 중앙에서도 외면받은 외진 지역에서 지쳐 터덜터덜 돌아다니는 이들을 이끌어줄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필요해서?
너무나도 외진 탓에 주술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수련법까지 익히고 있는 이들에게, 라코아라는 멋진 바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이유야 너무나도 많고, 복잡하며, 어떠한 것은 비논리적이기까지 하기에 쏠트리먼이라는 국가의 성립을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국왕 라코아가 이 외진 땅을 정복하고 쏠트리먼을 성립한 이후 이전과 달라진 걸 하나 꼽자면. 쏠트리먼은 지리적으로는 여전히 외지지만, 그 외에는 더 이상 외진 곳이 아니게 되었다.
가까운 이종족 연합지역의 상업도시로 이어지는 수백 킬로미터 가량의 도로 정비. 서쪽으로는 이종족 연합지역, 동쪽으로는 중앙 대륙 북부 지역과의 상업적 교역로로의 이용. 쏠트리먼은 대대적인 운송업과 상업의 발달로 한 해가 지날수록 인구가 늘어나고 발전했다.
그 덕분에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상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마호프 오먼의 차남, 비샤토르 오먼은 어마어마한 부를 쌓고 그를 바탕으로 귀족이 되었다. (이라지만 쏠트리먼에서 진짜 귀족, 계승 귀족이자 영지 귀족은 스무 명도 안 되기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어쨌든 귀족은 귀족. 특히나 상업 귀족의 특성은 발이 넓다는 것. 때문에 마을을 떠난 다두 아와 훔은 첫 번째 목적지를 비샤토르 오먼이 다스리는 영지로 잡았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여행이지만, 다두는 전혀 새롭다거나 즐겁지 않았다. 마호프 오먼의 앞이라서 덤덤한 척 한거지, 그의 속은 오만가지 쌍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초장거리 이동 마법진으로 바로 날아가면 되지만 의심을 사면 안 되니까. 시민등록이 꼼꼼하다보니 옛날처럼 몰래 들어가서 돌아다니기도 힘드네. 하아……!”
터벅. 터벅.
인상을 팍 쓰곤 구시렁거리며 산길을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 바로 뒷산을 넘었을 땐, 걷는 속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질~! 질~!
“피오드 그 새끼는 뒤지려면 곱게 뒤질 것이지. 죽기 전에 그딴 말이나 해서 사람을 귀찮게 하고…….”
얼씨구. 이제는 발을 질질 끌며 죽은 사람 모욕까지 서슴없이 한다.
죽은 사람 욕에, 지방 욕에 그 외 온갖 욕까지. 욕설과 함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다두가 한숨을 푹 내쉬며 울적한 어조로 뇌까렸다.
“귀찮아 죽겠네.”
그랬다. 솔직히 말해서, 전생의 지인이고 뭐고 간에 다두는 이 모든 일이 귀찮기 그지없었다.
전생에 너무 화를 내서 번아웃이 온 걸까. 아니면 세계대전 이후 몇 년 동안은 대륙이 심하게 몸살을 앓아서 쟈기에서 다두로 가는데 열 번 넘게 죽어서일까.
최소한 이번 삶만큼은 다 내려놓고 마음 편히 수련만 하면서 쉬고 싶은 그였다. 마음에 걸리는 걸 확인하기 위해 알테어로 가는 것도 의욕이 없었다.
피오드의 유언만 아니었으면 인류가 멸망하든 뭐든 신경도 안 쓰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엉덩이나 북북 긁으며 뒹굴었을 게 현재 다두의 심리였다.
“내가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납득이 가지만, 다두는 아니었다. 그는 전생에 죄를 진 인간이었고, 환생하면 무료로 파산신청을 해주는 우주 단위의 빚 변제 보증 제도는 그에게 통용되지 않았다.
전생에 많은 죄를 지은 죄인, 다두. 그는 마지막 일거리를 해결하러 비샤토르 오먼이 다스리는 영지로 향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 * *
“로만의 천재아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뗐구나.”
비샤토르 오먼은 반색하며 그의 저택을 방문한 다두 아와 훔을 맞이했다.
비샤토르 오먼은 6년 전, 14살에 불과한 ‘다두 아’가 성인식 날 이십 대 후반의 기사 셋을 목검으로 때려눕히는 기가 막히는 장면을 구경한 이들 중 한 명이다.
스칼러 중~하급에 다다른 기사 셋. 이들을 목검으로 때려눕히기 위해선 최소 스칼러 상급이어야 한다. 아니면 스칼러 중급에 4급 주술사는 되어야지.
어느 쪽이든 14살짜리가 이룰 만한 성취가 아니다. 그 천재가 6년의 세월을 거쳐 건장한 성인이 되어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걸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6년 만에 만난 로만의 천재아, 다두 아와 훔의 첫 인사말은 그로서도 당황을 금치 못할 정도로 특이했다. 다두는 그가 달여준 차를 마시며 이렇게 물었다.
“로만이 어디입니까?”
“………음?”
비샤토르 오먼은 잘못 들었나 눈을 슬쩍 크게 떴다. 로만은 다두의 고향이다. 그러니까, 다두가 20년을 산 마을의 이름이다.
‘야, 솔직히 이게 말이 되냐.’
얘가 병신도 아니고 어떻게 20년을 산 마을의 이름을 몰라. 그게 가능성이 있는 이야긴가?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전생자 다두의 클라스였다.
마호프 오먼이 평생을 모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수천 권의 책에도 관심을 안 보인 놈이 다두다. 그가 자기 마을의 이름을 알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다.
하지만 아직 다두라는 인간을 모르기에 그가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건지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 건지 헷갈려 말을 잇지 못하는 비샤토르 오먼.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다두였다. 그가 등에 지고 있던 짐의 절반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비샤토르 자작님. 우선, 이걸 받아주십시오.”
쿵! 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는 그것을 풀자 쉰 권에 다다르는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 작성했는지 말라가는 잉크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찌르는 그것. 무려 50권이 넘는 새 책이었다.
“…허어. 이건?”
“이건… 아, 잠시…….”
설명에 앞서, 다두는 책을 셋으로 나누었다. 서른 권 가량의 책, 열다섯 권의 책, 마지막으로 다섯 권의 책.
다두가 가장 많은, 서른 권이 넘는 책의 산을 툭툭 때리며 말했다.
“먼저, 이것은 스승에게 배운 주술을 제가 보완하여 재작성한 것입니다.”
“…으흠?”
환하게 웃던 비샤토르 오먼의 안색이 대번에 굳었다. 그는 다두에게 화를 내려는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다.
이 건방진 애새끼가 천재라고 띄워 주니까 감히 위대한 아버지의 주술을 ‘보완’했다는 헛소리를 지껄여?!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끄응……!”
그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하지만 불편한 기색은 대놓고 드러내며 제일 위의 책을 강하게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다두와 대화도 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비샤토르 오먼은 주술사로서도 4급에 이르렀다. 딱히 주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건강과 최소한의 방어 능력, 마법 물품과 관련된 감식안을 기르기 위해서다.
주술의 경지는 낮지만, 위대한 아버지 덕분에 그리고 상업 일을 하며 쌓인 경험은 웬만한 상위 마나 수련자 못지않은 식별력을 그에게 선사해주었다.
그러니 네 말이 우습고 고까워서 어디 한 번 살펴보기는 하겠다. 그러나 내 감식안에 아주 조그마한 티끌이라도 발견되면, 아버지의 직전 제자든 천재아든 뭐든 간에 두들겨 패고는 발가벗겨서 집밖으로 내쫓을 줄 알아라.
그런 마음가짐으로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는 비샤토르 오먼이었지만, 그 기색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경악만이 남았다.
팔락! 팔락!
“이… 이건!?”
마호프 오먼의 밑에서 자라며 다양한 주술을 접하고, 귀족으로서 고급의 마법 무구를 유통하며 감식안을 기른 비샤토르 오먼.
그런 그였기에 그는 다두가 말한, ‘스승의 주술을 보완’했다는 천인공노할 발언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위의 단 한 권만, 초반 부분만 읽어봐도 느낌이 팍팍 온다. 이건 진짜다. 비샤토르 오먼은 다두가 건넨 책을 읽으며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돌아가는 그의 뇌가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아버님이 예전에 하신 말씀이…….’
성인식 이후, 다두에게 주술원을 맡기며 외출을 자주 나간 마호프 오먼. 그는 그때마다 비샤토르 오먼의 저택에 방문하며 옛날 이야기와 요새의 정세에 관해 대화를 꽃피웠다.
귀족 아들은 둔 덕분에 이러저러한 선물을 자주 받은 건 덤이다. 그러며 은근슬쩍 다두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다.
마호프 오먼은 다두가 화제에 오를 때마다 대부분 화를 냈지만, 그 기색 한편에는 숨길 수 없는 자랑이 묻어나옴을 비샤토르 오먼은 알 수 있었다.
그때, 마호프 오먼은 다두에 관해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다두 아와 훔? 그놈은 혼자 알아서 쑥쑥 배우더구나.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안 가르쳐 준 지도 꽤 됐어.]그때는 마호프 오먼의 말이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제자 사랑이 도를 넘은 스승의 바보 같은 평가라고 살짝 오해했던 비샤토르 오먼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스승의 평가에 일말의 과장도 담겨있지 않았음을 알았다.
‘글씨체는 개발새발이지만, 안에 담긴 내용 자체는 훌륭하기 짝이 없군.’
이건 주술의 역사를 다시 쓸 책이다. 비샤토르 오먼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며 책을 내려놓곤, 긴장된 눈으로 두 번째 책 무리를 바라보았다.
다두가 두 번째, 열다섯 권의 책을 툭툭 때렸다.
“이건 스승님을 비롯하여 제가 만난 여러 주술사분들의 고유의 주술을 분석하여 저 나름대로 개량한 것들입니다.”
마호프 오먼은 조용히 살고 싶지만, 그의 경지 탓에 이러저러한 실력자가 자주 방문한다. 개중에는 주술에 정통한 자들이 많이 있었고, 다두에게 관심을 표하며 그에게 기웃대는 이들도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성질이 더러운 다두였지만, 스승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불편한 관심을 조용히 넘겼다. 물론 선을 넘으면 가차 없이 팔다리를 부러뜨렸지만.
여하튼, 그들이 다두에게 또는 스승과 이러저러한 토론이나 대련을 하며 보여준 그들만의 특징적인 주술. 그리고 마법 회로가 짙게 섞인 현대적인 주술을 다두는 수도 없이 관찰했다.
다두는 그들의 주술을 보고, 그 자리에서 익힌 뒤 남몰래 그만의 개량을 거쳐 열다섯 권의 책에 담았다.
“………어?”
비샤토르 오먼은 다두의 설명을 듣고 그가 뭘 잘못 들었나 했다.
“어, 아… 아, 아니. 잠깐.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그분들의 주술을 한 번…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익혔다고?”
“예. 뭐 문제라도?”
갸웃… 하며 고개를 기울이는 다두 아와 훔. 비샤토르 오먼은 그에 따라 세상이 기울어지는 감각을 느꼈다.
‘세상에나.’
이게 말이야 방구야. 세상 어떤 놈이 한 번 슥- 보기만 해도 남의 비전(祕傳)을 훔칠 수 있겠냐? 그러면 비전이고 비의가 의미가 없지.
그러고보니 그의 아버지, 마호프 오먼은 다두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 이런 평가도 했다.
[그놈하고 대화하다 보면 내가 미친 건지 세상이 미친 건지 구별이 안 되더구나.]역시나… 이번에도 가장 위의 책을 살핀 비샤토르 오먼은 다두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다. 그는 세상이 미친 건지 그가 미친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이쯤 가니 마지막 남은 다섯 권의 책이 뭔지 설명을 듣기가 두려워진다. 비샤토르 오먼은 떨리는 손으로 다섯 권의 책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비샤토르 오먼은 피토스를 여는 판도라의 기분으로 가장 위의 책을 펼쳤다. 마구 흔들리는 눈으로 내용을 살피는 그의 귓가로 다두의 말이 들렸다.
“이건 제가 나름대로 작성한 저만의 주술입니다. 딱히 특별한 건 들어있지 않고, 주술의 수련법이라던가 정신력을 더욱 안전하게 다루는 법, 자연과의 동화력 상승법, 마법력… 아니, 주술력이죠. 주술력 강화를 무리 없이 이루는 법 등이 적혀있습니다.”
“……허!”
허.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의 감탄사였다.
당장 주술에도 극한까지 상승시킨 정신을 안전하게 원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 무수하게 있다. 비샤토르 오먼도 몇 개는 필수적으로 익히고 있었다.
그러나 첫 챕터에 적힌 정신력 안정법만 해도 그가 익힌, 그러니까 그의 아버지이자 1급 주술사인 마호프 오먼이 창안한 그것보다 훨씬 안전하며, 유연했다.
비샤토르 오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이 이걸 익히셨으면 1급을 넘어선, 위대한 경지로…….”
“아뇨. 스승님은 익히지 않으셨습니다.”
“어째서? 아, 제자의 것을 익히는 게 당신께 치욕…….”
“그게 아닙니다. 스승님과 제가 주술을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자작님도 아시다시피, 스승님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고루한 꼰대 늙은이라서요.”
마호프 오먼은 다두를 주제로 말할 때, 이하생략 했다.
[그 새끼는 완전 씨발 쳐 돌아버린 미친 새끼다.]단언컨대, 비샤토르 오먼은 그의 아버지가 이토록 상스러운 발언을 찰지게 하는 것을 그때 처음 들었다.
다두가 어안이 벙벙한 비샤토르 오먼의 손에 들린 책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스승님이 어떤 걸 반대하셨냐면. 그 책 50페이지. 예. 거기에 적힌 ‘정신자적 역장 형성을 통한 스윙 바이 귀환법의 응용’ 부분을 보시면 말입니다.”
“뭐… 뭐? 정신자적 뭐라고? 스윙?”
비샤토르 오먼의 가출하는 정신을 배려하지 않고 다두의 설명이 계속된다.
긴, 매우 긴……. 그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전문단어가 10개가 넘게 나온 설명 끝에, 다두가 이렇게 말했다.
“아, 제가 깜빡했군요. 이건 현대 주술에는 없는 이론이라서 제가 적당히 붙인 명칭입니다. 제일 아래 있는 ‘일반 주술의 형성과 안전한 정신력 연결을 위한 개인적인 고찰’에 적혀있습니다.”
모르는 거였냐! 비샤토르 오먼은 다두를 완전 씨발 쳐 돌아버린 미친 새끼라고 판단했다.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비샤토르 오먼을 두고, 다두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어쨌든, 핵심은 이겁니다. 저는 마법이 아닌 주술만의 방식으로 정신력을 ‘다루는’ 법을 몇 가지 정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수련법을 창안했습니다. 하지만 고전적인 정통 주술사인 스승님은 그마저도 정신에 제한을 거는 것이라며 격하게 반대하셨죠.”
“아… 아버님이 조금 그러신 면이 없잖아 있지.”
기왕이면 설명에 앞서 그것 먼저 말해주었으면 한다. 전후 사정을 이해한 비샤토르 오먼이 책을 정리하며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하하… 주술원 제자들에겐 아쉬운 일이야. 이 뛰어난 주술 수련서 창안자와 지내면서도 이걸 익히지 못 했다니.”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스승님을 대신해서 제가 주술원 제자들을 지도했으니깐요. 이미 제자단은 전부 저의 주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뭐라?!”
“제자단을 완전히 제 쪽으로 포섭한 지는 4년이 지났군요. 스승님의 눈을 속이는 게 특히 힘들었죠.”
“메라??!!”
또한 마호프 오먼은 다두를… 이하생략 했다.
[얌전한 척하면서 내가 안 볼 때는 오만 사고를 치는 놈이었지. 지금도 어디서 뭔 짓을 할지 불안해 죽겠어.]정말로 엄청난 사고를 쳤다. 감히 스승의 허락 없이 제자들의 주술 수련을 바꾸다니?! 그것도 4년이 넘게 그런 담 큰 짓을 했다고?
“어… 어떻게 안 들킨 거지?”
“제자들에겐 처음부터 스승님의 것과 저의 것, 두 개를 동시에 가르쳤습니다. 스승님 앞에서 시연하는 잠깐만 안 들키면 장땡이니깐요. 제가 주술로 스승님의 눈과 감각을 속이기도 했고요.”
“………….”
“뭐, 제가 나갔으니 하루도 안 돼서 들통 날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와선 스승님도 제자들의 수련을 원래대로 돌리지 못할 겁니다.”
“어, 어째서인가?”
“주술은 곧 정신이니, 더 뛰어난 방법을 스승의 권위로 제한하면 그들의 발전은 거기까지가 끝이 되죠. 스승님도 그걸 알기에 제자들이 저의 주술을 익히는 걸 알면서도 방관할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그들 이후로, 새로 들어오는 제자들도 마찬가지로요.”
다두를 만나 반가운 마음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수만 광년 밖으로 날아가 버린 비샤토르 오먼이었다. 그가 급히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아, 알겠네. 그래서 내가 이걸로 뭘 하면 좋겠는가.”
“팔아주십시오. 쏠트리먼의 주술사들이 익힐 수 있게.”
“아하! 그런 거야 얼마든지 해주지!”
반갑지 않은 건 반갑지 않은 거고, 비샤토르 오먼 또한 상인이자 주술의 명맥을 이은 자. 돈을 벌고, 주술도 발전시킬 일이면 얼마든지 환영인 그였다.
비샤토르 오먼이 싱글벙글 웃으며 책을 끌어안았다.
“전승 제한은 어떻게 둘 건가? 역시 마호프 오먼의 일맥은 이걸 전부 익히고, 그 이외의 주술사들은 이중에서 절반 정도만…….”
“아니요. 자작님. 정신 차리십시오. 지금 대륙에선 고급의 마나 수련법이 저잣거리에 굴러다닙니다. 옛날처럼 고리타분한 비밀주의를 지키다가는 언젠가 주술의 명맥이 완전히 끊길 겁니다.”
“…….” 아들뻘의 아이에게 정신 차리라고 혼났다. 비샤토르 오먼은 말을 잃었다.
“하나, 누구나 익힐 수 있게. 둘, 타국에까지 판매해주십시오. 스승님의 이름을 파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뭐, ‘쏠트리먼의 자랑, 1급 주술사 마호프 오먼의 직계 제자가 정리한 주술서!’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 하지만 분명 아버님은 이걸 허락하시지…….”
“한 1,000권 정도씩 복사해서 쏠트리먼에 전역에, 근처의 상업 지역에 한 번에 확! 하고 다 풀어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스승님도 뭐라고 말을 못 하겠죠.”
“어흑…….”
“이런 건 먼저 저지르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
또한 마호프… 이하생략 했다.
[옛날에는 다리가 나아서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게 귀여웠다니깐. 요새는 볼 때마다 토할 것 같다니깐. 신물이 올라오는 걸 겨우 참는다니깐. 나 참.]뒷담화를 너무 까다가 아줌마처럼 말투가 변해버린 마호프 오먼이었다.
비샤토르 오먼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두 아와 훔이 말했다.
“아, 그 표정. 예전부터 저를 본 사람들이 자주 짓던 표정인데, 대체 그게 무슨 뜻입니까?”
비샤토르 오먼은 신물이 올라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렇게 신물이 올라오는 표정과 함께 다두 아와 훔은 비샤토르 오먼에게 한 장의 티켓을 받았다. 알테어로 향하는 전대륙 순환 비행정 탑승 티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