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53
151화 구룡성 시험 합격은 진무관(2)
천산산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공동.
지난 오백 년간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던 그곳에 한 무리의 무인들이 발을 디뎠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 공동 속 어느 장소에 다다르자 가장 앞에 선 무인이 뒤를 돌아 부복했고.
“부디, 마종의 복수를!”
푸확!
자신의 목에 칼을 박아 넣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
그리고 그 광경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복수를!
푸확!
함께 따라온 모두가 자결한 것이다.
커다란 공동에 피비린내가 가득 차며, 피 웅덩이가 서서히 몸집을 불렸고.
그 피가 바닥에 음각된 길을 따라 흐르며 한 줄기 혈로가 생겨났다.
찌걱. 찌걱.
홀로 남은 남자가 뜨거운 혈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
그러기를 잠시, 마침내 피의 길 끝에서 커다란 석문이 그를 맞이했다.
천마지관(天魔之關).
꿈틀.
그가 한쪽 눈썹을 일그러트렸다가 곧 시선을 옮겨 석문 전체를 살폈다.
콰아아앙!
남자가 석문을 후려치자 검은색 기류가 새어 나오며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폭발음이 났다.
쿠오오.
그러나 석문은 흠집 하나도 나지 않은 채 고고하게 서 있을 뿐,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크흐……. 흐흐흐.”
그 광경을 본 남자가 실성한 듯이 웃기 시작하더니 등에 멘 보자기를 풀어 헤쳤다.
작은 남자아이 하나가 목이 반쯤 잘린 채 죽어 있었다.
“크흐흑…….”
아이의 목에 난 상처에서 새어 나온 피가 혈로 위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쿠르릉.
석문이 열렸다.
남자가 아이를 안은 채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남은 보자기, 정확히는 보자기처럼 사용했던 장포에는 마종주를 상징하는 열 명의 수라신이 새겨져 있었다.
* * *
어이! ……조심!
거기에 놔!
땅땅땅.
기둥은 언제 오는 거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복잡한 풍경.
바로 진무관이 지어지는 공사 현장이었다.
공사를 잘하고 있나 확인차 들렀는데, 내가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일단의 무리가 벼락처럼 달려왔다.
“헉! 오, 오셨습니까?”
“……얼굴이 눈에 익은데? 누구더라?”
“그……. 예전에 대협의 집에서 무단으로 살았던 흑룡방의…….”
“아!”
그 말을 듣고서야 생각이 났다. 흑사로의 집을 무단 점거하여 살고 있던 녀석들이었다.
나에게 혹독한 정신 교육을 받은 끝에 흑도 짓을 접고 건축업계에 투신, 작년에는 묵룡무관 건설에 참여하기까지 한 놈들이지.
나는 두목 노릇 하는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착하게 살고 있지?”
“하하, 물론입죠. 대협의 가르침 덕분에 성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슬쩍 살펴보니 부하들이 더 늘어난 듯 보였다.
아마 사업이 잘되는 모양.
“그나저나 이곳이 대협의 명으로 지어지는 곳이었습니까?”
“뭐, 그렇게 됐다.”
“말씀을 주시지 그랬습니까? 그럼 더욱 신경 썼을 텐데요.”
“그럼 지금까지는 개판으로 지었다는 거야?”
웃으며 묻자 그가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만, 대협의 것인 줄 알았다면 문양이라도 하나 더 새겨 넣었을 거라는 말씀입죠.”
“짜식, 사업하더니 말발도 늘었네?”
“하하하.”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말 몇 마디……는 아니고 주먹 몇 대로 동네 파락호를 이렇게 개과천선 시키다니.
역시 내 주먹은 바람의 검심, 시무라 켄신의 활인검과 맞먹는 활인권이 틀림없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일 끝나고 탁주나 한잔해라.”
“괜찮습니다. 저희는…….”
“씁! 그냥 받아. 튼튼하게 지어 달라는 뇌물이야.”
“가, 감사합니다. 대협!”
“대협은 무슨, 그럼 수고들 하고. 잘 부탁한다.”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고……. 그냥 적당히 해, 적당히.”
“아닙니다. 대협 덕분에 새 삶을 찾은 만큼, 혼을 불태우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대협께 구룡성 제일의 무관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인사를 나눈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구룡산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온종일 성안에만 있으려니까 답답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이왕 근신을 어기고 여기까지 나온 김에 몸을 풀고 갈 생각이었다.
휙휙휙.
비천풍을 펼친 탓에 주변의 사물이 흐리게 지나갔다.
대충 느끼기에도 어지간한 오토바이와 맞먹을 속도.
그리고.
팡!
한 번씩 전왕보를 내딛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뭐랄까. 카트 운전사에서 부스터 템을 먹은 느낌이랄까?
쿠웅!
그렇게 보신경을 펼쳐 나아간 지 한 식경.
구룡성이 성냥갑처럼 보일 정도로 거리가 멀어졌을 때 발을 멈췄다.
“후우.”
커다란 절벽이 몸풀기엔 딱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허공에 손짓하는 건 좀 없어 보이지 않겠는가.
일단, 기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손에 쥐었다.
북궁백에게 받은 흑무창법을 시전해 보기 위함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책만 보고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깐 말이다.
“어디 보자…….”
쑤엉! 쑹! 팍!
상승의 무공답게, 내공을 전혀 싣지 않고 초식만 휘둘렀는데도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제대로네.”
무공의 경우 얼마나 깊은 무리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 상승 무공과 그렇지 않은 무공으로 나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궁백이 준 흑무창은 매우 훌륭했다.
‘힘의 집중과 돌파.’
흑무창을 관통하는 하나의 무리.
언뜻 보면 상대를 죽이는 것만 따지는 사파적 무공 원리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힘을 집중하는 무리가 정교하기 그지없었고 그걸 뒷받침하는 흑무공의 내공이 정순했기 때문.
‘역시.’
북궁백의 말대로 정사지간의 무공이 확실했다.
만족한 나는 전왕기를 일으켰고.
흑무창법에 나와 있는 대로 나뭇가지에 내공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푸욱.
뭉툭한 나뭇가지 끝이 단단한 절벽을 두부처럼 파고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굉장한데?”
펼치기는 쉽고 그 위력은 뛰어나다.
비록, 무공 자체에 담겨 있는 무리가 깊지 않은 탓에 대성을 하여도 하늘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 효율 하나만큼은 매우 훌륭했다.
만약, 등천각 시절 박룡십삼투와 흑무창을 동시에 발견했다면 미련 없이 흑무창을 선택했으리라.
“괜찮으려나?”
이런 상승의 무공을 돈 몇 푼에 풀 생각을 하니 상당히 껄끄러웠다.
비록 전반부만 공개하기로 했지만, 거기까지만 익혀도 어지간한 일류고수는 충분히 찜쪄먹을 위력이었으니깐 말이다.
비인부전이니 뭐니 해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려면 평생 무보수로 사문에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무림 세계다.
자칫하면 황소개구리처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 돌을 맞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
‘그냥 작은 무관이나 할 걸 그랬나?’
고민하던 나는 나뭇가지를 집어 던졌다.
생각지 않게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돈은 돈대로 투자했으니 무를 수도 없는 것을.
참고로, 나는 이번 무관 설립에 침상 밑에 모아 두었던 돈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만약 누가 와서 무관을 짓지 못하게 한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처지였다.
그리고.
‘싸부가 있으니까.’
정 뭐하면 북궁백에게 이르면 되니 걱정 없었다.
우드득. 우득.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마치고 몸을 풀었다.
전체적인 무공을 점검하는 한편.
‘이번에야말로.’
도전할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펼친 것은 전왕십삼투.
인간의 몸으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열세 개의 초식을 발군의 속도로 절벽에 때려 넣었다.
파앙! 우르르.
단 한 번의 타격음이 울린 직후, 타격을 받은 부분만이 아니라 그 근처 전부가 무너져 내렸다.
전왕십삼투의 경력이 파고들어 절벽 안쪽을 부숴 버린 것이다.
무너지는 절벽을 향해 폭사경을 터뜨렸다.
“흐읍!”
콰르릉.
끌어올린 전왕기가 터지며 경력으로 화해 절벽에 틀어박혔다.
콰아아앙! 와르르르.
어지간한 모옥 크기의 절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고오오오.
원리를 알 수 없는 인력의 구체가 생겨나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비록 전왕류의 일 초식이지만, 그 위력과 경력을 다루는 데 있어서 시작과 끝이라고 할 만한 초식이었다.
그다음은 극사경.
손을 휘젓자 얇은 경력이 쏘아져 나갔다.
스거어어억!
얼마나 빠른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절벽을 갈라 냈다.
“역시.”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확인했다.
“극사경의 장점은 위력이 아닌 속도였어.”
예전에는 몰랐으나 초절정에 오른 지금은 눈에 보였다.
이건 힘이 아닌 날카로움과 속도에 중점을 두는 공격이라고.
전왕류를 창시한 북궁세가의 시조는 아마 근접전의 약점을 극복할 초식으로 극사경을 창시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거리 공격이 단 한 초식뿐이라는 것이다.
전왕류는 기본적으로 근접전에 강한 무공. 나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가장 어려운 것이 가까운 거리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만약 극사경만 한 초식이 몇 개 더 있었다면 파고들기가 더 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주시를 얻은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지만.’
새끼손가락에 기를 불어넣자마자 벼락처럼, 아니 진짜 벼락으로 화해 튀어 나가는 전주시.
후웅! 쾅!
만년현철로 이루어진 전주시의 화살촉이 절벽에 박히며 커다란 폭발음을 내었다.
기를 그리 많이 넣은 것도 아닌데 폭사경에 버금가는 위력.
하지만, 전주시의 강점은 위력뿐만이 아니다.
쾅쾅쾅쾅!
위, 아래, 위 위, 아래.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율성. 이기어검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바로 전주시만의 강점이다.
전왕보를 펼쳐 상대에게 빠르게 접근함과 동시에 전주시를 조종하여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피해도 근접전으로 흘러갈 것이고 막아도 근접전으로 흘러가게 되는 아름다운 싸움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흐뭇함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상상을 떨쳐 내고 나는 다시금 전면을 바라봤다.
“후우…….”
깊이 숨을 들이쉬며 가능한 한 많은 전왕기를 끌어올렸다.
파지직. 파직.
몸 위로 경력이 터지며 정전기를 일으키더니.
콰아아아.
이윽고 검은색 전룡기가 튀어나왔다.
몇 번이나 내 목숨을 구해 준 전왕류의 호신강기였다.
그리고.
쿠우우웅!
명치에서 시작된 폭발이 온몸에 경력을 퍼뜨렸다.
연환경이었다.
콰콰콰콰.
혈도를 헤집고 다니는 연환경의 경력을 느끼며 분석을 시작했다.
‘기를 경력으로 바꿔 속도와 위력을 얻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이것만 알면 지옥경(地獄勁)에 다다를 수 있을 텐데.
“흐읍!”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몸으로 체득하면 될 노릇.
나는 지옥경을 펼쳐 보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연환경이 열려 있는 동안 열세 번의 폭사경을 쏟아내는 것.
‘일단 한 번.’
콰아앙!
‘두 번.’
콰아앙!
‘세 번.’
콰아앙!
“크흑!”
물론, 지금으로선 세 번이 한계였다.
내공이 모자라서도 체력이 달려서도 아니었다.
몸 자체의 내구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욱.”
내상을 입었는지 구토감이 올라왔다.
촤학.
종이컵 한 컵 분량의 피를 쏟아 낸 뒤 절벽을 향해 손을 털었다.
연환경의 경력을 털어 버리기 위함이다.
쿠르릉.
“으어, 죽겠다.”
털썩.
다리에 힘이 빠져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그래도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가능성이 있다.’
몸의 내구성이 모자라면 키우면 될 노릇.
‘월동월강, 월전월강(越動越強, 越戰越強)이라 이거지.’
북궁백의 말대로 전왕류를 믿고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 지옥경에 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크흐흐.”
그리고 그때가 되면 세상은 알 것이다.
진무전이란 새로운 절대 고수가…….
‘잠깐! 뭐지 이거?’
나 왜 무공, 재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