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61
159화 황주상단(5)
싸움은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허벅지의 부상으로 발이 묶이자 백룡당원들과 뒤섞일 수가 없었던바.
백무하의 강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강기를 막아 내고 막아 내다 보니 다른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살(殺).
지금까지 살인은 피해 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부턴 힘 조절 따위는 없다.
그런 마음을 먹자마자 내가 선택한 공격 방식은.
콰아아앙!
바로 전주시였다.
“피해!”
새끼손가락에서 한 줄기 벼락이 뻗어나가 백룡당원들을 공격했다.
쾅!
미처 반응하지 못한 한 명의 어깨가 통째로 터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이 재빨리 검을 휘두르고 몸을 날렸으나 소용없었다.
막아 봤자 방향을 틀어 공격했고 피해 봤자 쫓아가서 죽였으니까.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공격.
과연 천하제일을 다툴 만한 신병이기란 말이 어울리는 위력이었다.
‘이거 없었으면 죽었다.’
이 자리를 빌려 내게 멱살을 잡혔던 암독단원에게 유감과 감사를 동시에 표하는 바다.
물론.
쿠아아아! 쾅!
날카롭고 빠른 백무하의 검강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전룡강기로 막긴 했지만, 갈수록 상처가 늘어 갔다.
아마, 자신의 수하들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듯 보였다.
인내하고 인내했다.
‘존버가 승리한다’라는 코인계를 관통하는 격언을 곱씹으면서 말이다.
퍼억.
“끄윽!”
그렇게 온몸에 새겨진 상처로 피 칠갑을 하게 되었을 때.
“흐으! 흐으!”
스물이었던 백룡당원 중 열다섯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중 몇이 죽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전주시를 가지고는 처음 싸워 봤으니까.
만약, 쓰러져 있는 이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면 아무리 정당방위라도 중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네놈이 결국 지옥문을 여는구나.”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그러니까 적당히 하고 가지 그랬어.”
발이 묶인 지금 백무하의 쾌검을 받아 내긴 쉽지 않다.
거기다 전주시를 이용하면 전왕류로 싸울 때와는 달리 싸우면서 내공을 회복할 수 없었기에 마나 통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부하들 챙겨서 돌아가는 게 어떨까?”
“그냥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나?”
“그럼 끝장을 보자고?”
“그래야지.”
“이 선배, 그렇게 안 봤는데 큰일 날 사람이네? 그 나이에 죽어 봤자 아무도 기억 안 해 줘. 살아 있어야 영웅도 되고 하는 거야.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니까?”
스릉.
백무하가 버릇처럼 검을 털어 내더니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왜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죽을 거 같지는 않아서.”
씨익.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웃음.
“하수가 고수 손에 죽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왠지 이놈한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푸욱!
“크윽!”
뭐, 10% 정도는 질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면 거의 이긴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쿠아아아!
전룡강기를 뿜어 날아오는 강기를 막아 냈다.
쑤웅! 펑.
공기를 뚫고 날아간 전주시가 백무하의 신경을 긁었다.
벼락같은 검이 전주시를 튕겨 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이상 전주시는 공격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
“죽여라!”
“놈을 잡아!”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다섯의 백룡당원들이 들이닥쳤다.
내가 전주시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아는 거다.
멀티태스킹.
무당파의 양의심공이라도 익히지 않는 이상, 혹은 전주시에 AI가 탑재되지 않는 이상 위기가 분명했지만.
나에게는 전왕류가 있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기는 전룡강기가 막아 냈고.
쏟아지는 쾌검은 용린갑과 몸으로 때웠다.
콰아앙!
폭사경이 폭발하며 검을 휘두르던 백룡당원을 날려 버렸다.
그러기를 다섯 번.
“흐으! 흐으!”
백룡당원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동시에 앞으로의 수를 생각했다.
몸은 멀쩡하다. 전룡강기가 지켜주는 머리도 멀쩡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팔과 다리.
특히 왼쪽 허벅지를 뚫고 들어간 동전만 한 크기의 상처 때문에 발을 쓰기가 힘들다.
하지만.
왼발이 안 움직이면 오른발을 쓰면 되는 법.
‘한 발자국.’
놈을 잡는 데 필요한 거리였다.
쿠웅!
온 힘을 다해 발걸음을 뻗어 이형환위를 펼쳤다.
“……!”
이제 막 전주시를 튕겨 낸 백무하가 대경하며 검을 휘둘렀다.
푸욱!
팔뚝을 스치고 지나간 검날에 살점이 떨어져 나갔지만, 상관없었다.
콰직.
놈을 잡았다는 기쁨에 눈곱만큼도 아프지 않았으니까.
곧장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쿵.
업어치기.
개싸움으로 끌고 들어가기 위함이다.
내동댕이쳐진 백무하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당연했다. 이렇게 싸워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바로 그런 틈을 파고든 거다.
마나 통이 텅텅 비었거든.
그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말했지? 선배는 여기서 죽는다고.”
콰직.
살점이 떨어져 나간 팔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피가 뭉텅이로 튀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백무하의 얼굴을 박살 내는 게 중요하니까.
콰직. 콰직. 꽈득.
두어 번 더 후려치자 코뼈가 작살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백무하의 검이 날아왔다.
저런 자세에서도 검을 휘두르다니.
역시, 천재는 천재다.
몸을 틀어 피하자 백무하가 몸을 튕겨 일어섰다.
곧바로 그가 펼친 일광검이 빛살 같은 검광을 내비쳤다.
쩌엉!
다행히 내공이 떨어져 속도와 위력이 이전과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겐 용린갑까지 있었다.
“읏!”
재빨리 몸을 틀어 목을 향해 떨어지는 검격을 어깨로 받았다.
터엉.
충격은 있었으나 당황한 백무하의 표정을 보니 즐겁기까지 했다.
반탄력에 손이 저린지 검의 회수가 늦는다.
돌아가는 검을 따라 들어가 이마로 부러진 코를 들이박았다.
빠악!
“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지며 그가 뒷걸음질을 쳤다.
물론, 가만히 보고 있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부웅. 퍼억.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의 몸을 후려 찼다.
콰당.
“큭.”
그가 다시 엎어졌고.
빠악!
곧장 사커 킥을 날려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내공을 담지 않은 일격이었으나, 강철같은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력은 어지간한 나무 밑동 정도는 작살낼 수 있는바.
휘청.
백무하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뒤져. 이 새끼야!”
퍽퍽퍽.
파운딩 자세를 잡고 그의 턱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스무 번쯤 주먹이 틀어박히자 백무하의 입에서 피거품이 터짐과 동시에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기절한 거다.
“흐으…….”
끝난 걸 확인한 후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만약, 전주시를 얻지 않았으면 오늘 싸움에서 죽었을 거다.
백무하와 둘이 싸웠으면 몰라도 백룡당원 스물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잠시 백무하를 내려다봤다.
등천각에서 이놈이 나를 괴롭혔던 과거가 떠올랐다.
‘여기서 죽일까?’
내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신의 말을 따르는 후배들, 그러니까 현 천룡회의 멤버들에게 날 괴롭히라고 사주했다.
덕분에 대련 시간마다 흠씬 두들겨 맞았다.
이유는 뻔했다.
집도 절도 없는 거지새끼가 등천각에 있는 꼴이 보기 싫었던 거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백무하의 행동이야말로 내가 강해진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루빨리 강해지지 않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덕분에 등천각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어이없는 성과를 달성해 버렸고.
“휴……. 아니다. 그만하자.”
살심이 치밀어 올랐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다.
지금 이렇게 시원하게 패 주니까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다.
그래도, 살짝 아쉽기는 했다.
‘그냥 팔 한 짝만 잘라 놓을까?’
이번 기회에 아빠랑 똑같이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외팔이 검객 부자.
이름만 들어도 멋있지 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강호의 여인들이 환호하지 않을까 싶다.
지이잉.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전주시가 몸을 일으켜 백무하의 검을 가져왔다.
“…….”
그리고는 얼른 자르라는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홀린 듯이 검을 집어 들던 그때.
“멈춰라!”
우르르.
사십이 넘는 백룡당원들이 내원으로 진입하는 것이 보였다.
“아니.”
왜 이럴 때 오냐고.
조금만 늦게 왔으면 오른팔을 자를 수 있었는데.
이런 내 억울함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이 백룡당을 이끌고 온 이는 악귀와도 같은 얼굴로 외쳤다.
“감히, 소가주에게 위해를 가하다니!”
“…….”
무슨 방어기제인가?
자기들이 먼저 공격한 건 싹 잊어버리게?
따지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찮았다.
괜히 화를 돋우었다간 몰매……. 아니, 몰검을 맞고 다진 고기가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자,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할 테니까 일단 진정하시고…….”
“닥쳐라! 이런 짓을 벌이고도 살아남을 성싶으냐?!”
챙챙챙.
그 말이 떨어지자 백룡당원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네놈이 죽인 동료들의 복수를 하겠다!”
“시불.”
뭐 되는 일이 없다.
어쩔 수 없었다.
인질극 파트 2를 시작하는 수밖에.
“동작 그만.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소가주 목에 구멍을 뚫어 주겠다.”
꾸욱.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백무하의 목을 살짝 찔러 피를 냈다.
살기충천한 백룡당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시작된 대치 속에서 나는 시간을 재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불이 난 지 한 식경. 외당에 신고가 들어갔어도 진즉 들어갔을 시간이다.
하지만, 외당은 출동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누군가가 외당의 문을 닫아걸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백룡당일 가능성이 크고.
바꿔 말하면 오늘 외당은 이곳에 오지 못할 거라는 뜻이다.
그럼 대체 누굴 기다리느냐?
흑사로의 마왕밖에 더 있겠는가.
‘칠타석이라고 했지.’
내게 도움을 준 하오문도가 이곳을 계속 주시했을 터.
백룡당이 쳐들어오는 걸 용마산에게 알렸을 거다.
용마산과 나는 피를 나눈 형제와도 같은 사이.
그는 나를 구하기 위해 계산을 했을 거다.
자신들만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을 테고.
걔들은 싸움을 못 하거든.
그럼 남는 해결책은 단 하나.
우리의 불마왕에게 이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화르륵.
바로 지금처럼.
검은색 화염이 백룡당과 내 사이를 갈라놨다.
태울 게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흙을 녹여 냈다.
흑염룡이다.
하늘 위에서 불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감히 내 제자에게 위해를 가하는가.”
착지한 그를 보니 마치 지상에 강림하신 디아블로를 보는 듯했다.
툭.
하늘에서 내려온 그가 특유의 비웃음을 띠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 나갈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백룡당원들의 눈에 두려움이 서렸다.
당연했다.
백중천의 오른팔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하다.
나도 그런데, 저들에게는 얼마나 트라우마가 됐겠나.
아마 북궁 사부의 얼굴만 봐도 PTSD가 올 거다.
여하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기……. 스승님? 쟤네들 전부 죽이시려고요?”
북궁백이 이상한 짓을 못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북궁백의 반응은 내 생각보다 훨씬 과격했다.
“당연하지 않나? 감히 북궁세가의 후인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불지옥으로 보내 줘야지.”
아니, 강하게 키울 때는 언제고 갑자기 과보호를 하냐고.
그리고 그렇게 많이 다치지도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청소소에게 맡기면 사흘이면 돌아다닐 만할 정도다.
“그러지 마시고 이 제자에게 맡겨 주시죠. 잘 처리할 방도가 있습니다.”
“나를 걱정하는 거라면 괜찮다. 저들을 모두 죽이고 백중천의 모가지까지 녹여 버릴 테니까.”
“……제발.”
가만히 좀 계시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