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79
177화 전왕문(戰王門)(6)
대 연무장 한쪽에 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함과 동시에 종리극의 일로를 준비시켰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동안 살펴본 결과, 일로의 무공이 다른 로보다 뛰어났으니까.
안 했으면 모를까, 일단 시작했으면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 은룡당주 역시 자신의 아들인 은룡창 이종산에게 말했다.
“허허허, 우리도 슬슬 준비를 시켜야겠구려. 용 표두와 은성 일대를 준비시키거라.”
“예.”
그가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누가 장사꾼 아니랄까 봐…….’
묵룡당을 제외한 각 당의 총원은 이백에서 삼백.
구룡성의 사정으로 머릿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일류를 넘어선 고수들이다.
아마, 자신들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싸움을 걸었을 테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유소평이 돌아왔다.
“준비를 끝냈습니다.”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가 보시죠.”
“그럽시다.”
은룡당주를 필두로 각 당의 당주들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밖으로 나섰다.
문을 열고 나서자 삼백이 넘는 무사들이 대연무장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UFC 경기장이냐고.’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술병을 든 채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싸움 구경이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자 무림인 = 야만인이란 공식이 절로 떠올랐다.
“허허허허, 무사들도 기대되는 모양입니다.”
자신이 만든 이벤트라는 걸 자랑하는 듯한 은룡당주의 말을 적룡당주가 받아쳤다.
“끌끌, 중요한 건 무사들의 즐거움이 아닐 테지.”
“선배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중요한 건 즐거움이 아니라…….”
그가 나를 흘깃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좋은 싸움을 보여 주냐는 거지요. 그렇지 않소? 진 문주.”
승리를 확신하는 재수 없는 모습에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잠깐만요!”
하이 톤의 목소리가 좌중의 시선을 끌었다.
청소소였다.
‘아니, 낄끼빠빠도 모르냐고.’
딱 봐도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알아서 피해야지, 지가 뭐라고 여기를 기어들어 오는지…….
재벌이 될 상인 묘향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당주들의 반응은 내 생각과 전혀 달랐는데.
“이런! 청화신녀가 아닌가?!”
“으헛헛헛! 오랜만이구나!”
“춘부장께선 어찌 지내시는가?”
청소소가 나타나자 하나같이 밝게 인사를 건넨 것이다.
“…….”
종합병원장 딸내미라고 저리 챙기다니.
역시 꽌시라면 환장하는 무림답다.
“청가장의 청소소가 무림의 영웅이신 당주님들을 뵈어요.”
그렇게 당주들에게 가식적으로 인사를 마친 청소소.
그녀가 곁으로 다가와 개미만 한 목소리로 물었다.
“보아하니 건수 하나 생긴 거 같은데…….”
“……건수가 아니라 비무.”
“그게 그거죠.”
딱 봐도 내기를 걸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그 꼴을 보니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얘가 진짜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아무래도 조만간 청가장주에게 마음의 서찰을 날려야 할 듯싶다.
“자리가 자리다. 오늘은 자제를…….”
“전 절반만 받으면 돼요.”
딴 돈의 반만 가져간다는 제안.
혹여 사기를 치는 게 아닌지 나는 눈빛으로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전음을 쓸 줄 모르는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
‘정말?’
‘그럼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끄덕.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남들 몰래 자신의 전낭을 건네주었다.
슬쩍 들어 보니 이백 냥쯤 되는 무게.
나는 모두의 주의를 끌며 내기를 제안했다.
“크흠, 이왕 겨뤄 보는 거 내기를 곁들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은룡당주가 호기롭게 외쳤다.
“좋소이다. 이 은 모! 은룡당의 승리에 금자 서른 냥을 걸겠소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룡당 다음으로 부자인 백룡당주 역시 내기에 참여했다.
“판이 너무 작군. 은룡당의 승리에 금자 쉰 냥을 걸겠다.”
금자 팔십 냥!
현대 가치로 팔십억 원!
머릿속 슬롯머신에서 777이 뜨는 순간이었다.
“금자 팔십 냥, 저희 전왕문의 승리에 걸도록 하겠습니다.”
뜻하지 않은 황금 노다지에 나는 지금 가진 전 재산을 풀 배팅 했다.
* * *
한 식경 후.
“이, 이럴 수가!”
“…….”
경악과 탄식이 연무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건 당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허어……. 저렇게 싸울 수도 있다니. 내 오늘 개안을 한 기분이오.”
“맞소이다. 진 문주의 발상이 가히 천재적이오.”
“으음…….”
“끌끌, 과연 내 손녀사위답구나.”
마지막에 이상한 단어가 섞여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대부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연했다.
은룡당이 형편없이 깨졌으니까.
심지어 손도 발도 못 내밀고 박살이 나 버렸다.
그렇다고 은룡당주가 방심한 건 아니다.
백간창(白杆槍) 용문기.
은룡창과 더불어 젊은 에이스로 꼽히는 표두를 앞세운 건 물론이고.
은성 일대라는 촉망받는 후기지수들을 출격시켰으니, 체면을 차리면서 낼 수 있는 최선의 패를 내민 셈이다.
하지만.
‘돈 앞에서 체면을 차리다니……. 아직 멀었군. 쯧쯧.’
본좌는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무림의 기린아.
딴 돈 중 일부를 떼 주는 조건으로 육학에게 투구를 씌워 투입했다.
절정고수와 일류 아홉.
초절정고수와 절정고수, 그리고 이류 아홉.
손자 형님께서 말씀하신 선승구전(先勝求戰)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육학은 흐름만 잡아 줬을 뿐, 얼마 나서지도 않았다.
그래도 철혈일로가 은성 일대를 상대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바로 강철 갑주 덕분에 말이다.
무림인들은 기본적으로 갑옷을 착용하지 않는다.
날래고 빠른 초식을 구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혈일로는 달랐다.
군문의 무공인 흑무창을 바탕으로 은성 일대를 압박했던 것이다.
거기다 지금의 전투는 상대를 죽이지 못하는 비무.
힘을 뺀 창질로는 결코 강철 갑주를 뚫어 낼 수 없었다.
이에 상황을 살피던 용문기는 치고 빠지는 유격전을 지시했다.
무거운 갑주를 고려해 체력전을 유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무장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오히려 철벽같이 밀어붙이는 철혈일로에 의해 구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결국.
“졌습니다.”
최후의 창법이 육학에게 막히자 용문기의 입에선 패배 선언이 흘러나왔다.
“…….”
일방적인 과정과 일방적인 결과.
당연히 모두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아직 멀었군.’
하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본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걸 확신했다.
비무가 아니라 실전이었다면, 육학이 없었고 공간이 넉넉했다면.
오늘의 싸움에서 철혈일로는 졌을 테니까.
‘탁 트인 벌판에서 부딪치면 또 모르지만.’
여하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런, 운 좋게 저희가 이겼군요.”
도박 빚을 회수하는 게 중요하지.
손을 싹싹 비비며 다가가자 두 당주의 표정이 썩어 가는 게 보였다.
아마 사기를 당한 기분일 거다.
강철 갑주가 있는 걸 알았어도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무림은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곳인데.
“으음…… 조만간 사람을 시켜 보내 주겠네.”
“나도.”
모두의 앞에서 내기를 건 이상, 빠르게 변제해야지.
백룡당주의 썩은 표정을 보니 어지간한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보다 즐거웠다.
‘돈 떨어졌는데 잘됐군.’
그렇게 운영비를 벌었다며 좋아하던 순간.
“……!”
폭발적인 기파가 덮쳐 왔다.
북궁 사부를 제외하고 모두가 한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구룡성주가 전왕문의 정문을 넘었다.
‘이,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방문 때문에만 놀란 것이 아니다.
화아악.
절대자의 기세에 눌린 것이다.
전왕문에 모여 있는 천 명이 넘는 무인들이 말이다.
중원 서남부를 지배하는 절대자의 위용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 주는 듯했다.
“장난질을 치는군. 영감탱이.”
북궁 사부가 손을 내젓자 주변의 공기가 가벼워졌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VVVVIP가 오셨는데 호스트가 되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허둥대던 찰나에 웅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헉!”
저 멀리 있던 성주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성주님을 뵙습-!
척.
그가 손을 내밀어 당주들의 인사를 막았다.
“그저 축하를 하러 왔을 뿐이니 허례는 관두도록.”
“…….”
축하를 하러 왔다는 말에 당주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내가 초청장을 보내긴 했지만, 겨우 신생 문파의 개파식이다.
그런 자리에 성주 본인이 직접 찾아왔다?
이건 숫제 전왕문에 관심이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꼴이 아닌가.
이를 눈치챘는지 은룡과 백룡, 두 당주의 표정은 방금보다 더욱 썩어 들어갔다.
성주가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암녹색의 눈동자가 심연처럼 느껴졌다.
그가 작은 두루마리 하나를 내밀었다.
“축전이다. 큰 성의를 담지 않았으니 대충 보관해도 좋다.”
어떻게 처박아 두겠나.
“가, 가보로 삼겠나이다!”
“…….”
표구로 만들어서 햇빛 안 비치는 곳에 잘 넣어 놔야지.
축전을 건넨 성주가 연무장을 내려다봤다.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무사들이 서둘러 부복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도멸사, 구룡천하-!
천 명이 넘는 무사들의 외침에 산천초목이 떨리는 듯했다.
‘와…….’
우리 회장님 멋있다.
* * *
축전을 넘겨주고 곧바로 떠났지만, 회장님의 방문 덕에 개파식은 훌륭하게 끝났다.
단 한 사람의 방문으로 엄청난 임팩트가 생긴 것이다.
당연했다.
대동강 맥주 축제에 정은이가 온 꼴이니까.
덕분에 전왕문의 이름은 물론, 은룡당과 비무를 벌여 깨부순 일까지 두고두고 알려지게 생겼다.
게다가, 성주님은 은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걸려 오는 시비가 전부 사라졌다.
아무리 부지를 매입했다 해도 살벌한 칠백의 무인들이 구룡성 바로 옆에서 매일같이 뛰어다닌다.
그것도 갑주까지 착용한 채로.
그간 쌓아 온 인망 덕분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최근 들어 백룡과 은룡당의 무인들이 시비를 걸어 오기 시작했다.
성격 같아서야 뼈마디를 전부 부숴 버리고 싶었으나, 구룡성의 영역에 자리 잡은 입장에서 내성의 무인들을 해할 수는 없는 노릇.
여태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회장님의 은총 덕분에 다들 이쪽을 건들기는커녕 우리가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며 달아나기 바빴다.
심지어 이것도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했다.
진짜는 내가 원하고 모두가 염원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통과랍니다.”
“나이쓰!”
협력 업체 선정 경연에서, 일차 심사를 프리 패스로 통과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걸 위해 그동안 팔 당의 당주들을 만나며 온갖 약을 팔고 다녔다.
그래서 개파식도 무리해서 크게 열었던 것이기도 했고.
적룡과 금룡, 북궁 사부야 확실한 내 편이지만, 나머지는 애매했거든.
유소평이 설명하길, 팔 당의 당주 여덟과 북궁 사부, 문상과 성주까지 참여하는 투표에서 은룡과 백룡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내 짐작이긴 하지만, 중립에 표를 던질 생각이었던 당주들이 성주가 방문한 걸 보고 찬성표를 던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입찰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하는 것뿐이다.
……라고 생각하며 명상을 하고 있었는데.
“크, 큰일 났습니다!”
“드르렁……. 응? 또 왜?”
“배, 백섬검문과 은가장이 합쳤답니다!”
“걔들이 합칠 게 뭐가 있다고 합쳐?”
자기들이 무슨 합체 로봇도 아니고.
“그, 그게…… 두 문파가 합병하여 입찰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아니.”
이번에는 M&A냐고.
정말 가면 갈수록 기기괴괴한 무림 세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