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
021화 투룡(鬪龍) 진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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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투룡?”
내 반문에 옆에 있던 기녀가 얼른 대답했다.
“십마련 감숙분타를 초토화하시고 청가장주의 딸을 구해냈으며 지마대주인 탈혼살부를 십초식만에 참살한 구룡성의 신진 영웅을 몰라보다니!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람 셋을 거치면 없는 호랑이도 생긴다더니, 말도 안 되게 과장되었다.
감숙분타는 당팔이의 설사독에 초토화되었고 청소소는 모두가 힘을 합쳐 구해냈으며 탈혼살부는 십 초식은커녕 천 초식을 넘게 쏟아부어 겨우 잡아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나를 중심으로 해낸 건 맞으니 절반쯤은 사실이 아닐까?
“허어! 이런, 숨기려 했으나 흥이 올라 나도 모르게 정체를 밝혀버리고 말았군. 자자. 이러지들 말고 술이나 한 잔씩 합시다.”
“소녀가 한 잔 따르겠사옵니다.”
조원들의 뜨거운 눈총을 받으며 술을 받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 안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 노는 만큼, 웃고 떠들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위가 다시 시끄러워지자 옆에 앉은 기녀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대협을 모시고 싶사옵니다.”
“…!”
“감히, 그래도 될는지요?”
아무리 내가 장가 한번 못 가본 숙맥이라고 해도 저 말뜻까지 못알아 먹을 정도는 아니다.
둘이서 밤새 부루마블이나 하자고 모신다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크흠, 그, 그것이···.”
“혹시 대협께서는 남녀 간의 그 일에 대한 ‘경험’이 없으신지요.”
돌직구가 몸쪽 꽉 차다 못해 옆구리를 가격하여 갈비뼈를 부러뜨렸지만.
내 사회적 명성과 위치를 고려했을 때, 때려 죽어도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어허, 나를 뭐로 보고. 남녀 간의 상열 지사쯤은 통달한 지 오래요.”
뭐, 전생에서 모니터를 통해 천 번쯤 예습했으니 반쯤은 실전을 겪은 거나 다름없지 싶다.
“그러시군요. 허면, 오늘 밤 소녀가 대협을 모시는 영광을 주시지요.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쏴와와.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난생처음 여성에게 대시를 받은 탓에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흑화 무전이가 감복하여 백화하는 소리였다.
‘하긴. 이럴 때도 되었지.’
전생에서 축구공처럼 차이고 다녔던 내가 아니다.
학벌 좋지, 능력 되지, 대기업 다니는 직장인이지. 게다가, 마당 딸린 집까지 소유했다.
어디 가서 빠지는 구석이 없는 무림 세계의 중산층이 아니던가.
슬슬 여자와 썸씽이 있을 때도 되었다 싶었기에 나는 갈고닦은 멘트를 내뱉었다.
“큼, 내 어찌 이리 아름다운 소저의 청을 거절하겠소.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대의 어여쁜 얼굴이 마음속에 틀어박혀 영 빠지지 않았다오.”
현대 사회에서야 턱도 없는 멘트지만, 이곳은 유교탈레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무림 세계.
이런 멘트만 쳐줘도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할 것이다.
그 증거로 상대가 양손으로 시뻘게진 얼굴을 가렸다.
“하하, 소저께서 부끄러움이 많으시군요.”
누가 봐도 완전히 넘어온 것 같은 분위기.
‘드디어!’
드디어 거사를 치르나 싶었는데.
콰왕!
문이 열리며 생각지도 않은 불청객이 들어왔다.
“모두 나가.”
기녀들이 그 한마디에 헐레벌떡 일어나더니 방을 나섰다.
우르르.
바로 이곳의 주인이자 적룡당의 금지옥엽, 적화란이었다.
털썩.
그녀가 대뜸 내 옆에 앉아 주위를 노려보았다.
“외당의 무사분들께서는 계속 계실 건가요? 대충 다 드신 거 같은데.”
“그야 돈을 내고 온 손님···. 헙!”
양강이 즉각적으로 따지려 들었으나 조원 중 가장 눈치가 빠른 유소평이 재빨리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거 저희가 실례했습니다. 적 소저께서 저희 조장께 용무가 있는지도 모르고.”
“이제라도 알면 됐어요. 오늘 드신 술 값은 받지 않을 테니 어서들 들어가 보세요. 다들 내일 근무를 서셔야 하지 않겠어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조원들인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어이쿠, 이놈들이 조장을 놔두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은근슬쩍 따라가려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스르릉. 스릉.
사방에서 검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토막 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자리에 앉아요.”
“넵.”
잘못한 건 없지만, 왠지 모르게 대역죄를 지은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았다.
쪼르르.
적화란이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좋으셨나 봐요?”
“응?”
“여자랑 놀아서 좋았냐고요.”
“아니, 뭐, 꼭 좋았다기보다는 그냥 분위기상 맞춰준 거지. 분위기상. 나를 뭐로 보고.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몰라?”
“그렇다고 보기엔 주령이와 분위기가 너무 좋던데요?”
아까 그 기녀 이름이 주령인가 보다.
기억해놔야지.
“커흠, 팬···. 아니, 신진 영웅이라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다고 그러더라고.”
“흐음, 그래요? 뭐 다른 제안을 들은 건 없고요?”
근데 얘는 아까부터 뭘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지?
“아니. 딱히 그런 건 없던데···.”
“정말이에요?”
“누가 들으면 거짓말만 하고 산 줄 알겠네. 나 몰라? 정직, 솔직의 대명사 진무전이야.”
참고로 전생에서 내 어릴 적 별명은 입벌구였다.
“뭐, 믿어드릴게요.”
하마터면 소속 기녀에게 작업 친 거 걸릴 뻔했네.
“한 잔 받아요.”
“아까 많이 마셔서···.”
“주령이가 따라 주는 건 잘도 마시는 거 같더니만.”
“무슨 손님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얘가 여기서 있던 일을 어떻게 알고 있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설마?!”
“뭐뭐뭐뭐가요?”
이제야 얘가 왜 이러는지 의문이 풀렸다.
“내 무용담이 듣고 싶어서 옆방에있었지?!”
“네?”
“에이, 맞구만! 자세히 듣고 싶어서 비집고 들어온 거고.”
“…역시, 선배 눈치는 명불허전이네요.”
“짜식! 듣고 싶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낮에 와도 괜찮은데.”
“……”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강기를 촤악 뽑아서 정문을 가르니까 십마련 애들이 에구머니나! 하면서······.”
그렇게 밤새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
“으어···. 무울···.”
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잠시간 자아실현을 한 뒤, 어제 일을 대충 기억해낸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화란 고년 때문에 밤새 달렸군.’
이게 다 나를 부추긴 적화란 때문이다.
덕분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공짜 술을 대접받았으니 뭐 어쩌겠는가?
이번만큼은 용서해줘야지.
“으허! 시원타.”
우물가에 가서 세수를 하고 나오자 처마 밑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묘향이 보였다.
“다쳤다는 사람이 밤새 술이나 마시고. 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나는 안 먹으려 했는데 애들이 한잔하자고 해서···.”
“아무리 그래도 적당히 마셔야지. 그렇게 고주망태가 돼서 들어오면 어떻해욧!”
“거!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시끄러워욧! 입 다물고 밥이나 드세요!”
“넵.”
폭풍 같은 잔소리가 끝난 후, 식탁에 앉아 얼큰하게 끓인 갱(羹)과 밥을 떠먹던 찰나.
끼익.
용마산이 번쩍이는 머리를 자랑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여! 오랜만이다?”
끄덕.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놈은 고개만 까딱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리 앉으세요. 용 무사님. 오늘 아침은 얼큰하게 끓인 갱과 소채무침이랍니다. 처음 만들어본 거라 맛있을지 모르겠네요.”
“소저께서 만드신 음식이라면 진흙을 뭉쳐주셔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 새끼가 진짜.
순간, 극사경을 시전하여 이 등분의 용마산을 만들어주고 싶었으나, 최선을 다해 살심을 억눌렀다.
이런 일로 달에 두 냥씩이나 내는 호구를 잃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창 식사 도중에 용마산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장안의 화제가 되었구려.”
“응?”
“당신을 말하는 거요. 투룡이라고 성 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소.”
뭔 얘기를 하나 했더니. 내 명성을 말하는 것이었군.
“아아. 별거 아니야. 뭐, 낭중지추라고나 할까? 언젠가 퍼질 명성이었지.”
“…저잣거리에서는 당신과 청룡검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를 두고 내기가 진행 중이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이분타···. 응? 근데 누가 누구랑 대결을 해?”
“당신과 단 형 말이오.”
“왜?”
“왜 갑자기 모른 척을 하오? 당신이 대결을 해주는 조건으로 단 형을 임무에 끌어들이지 않았소?”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공동산맥을 넘으면서 단 형이 이야기 해줬소. 또 구룡성에 도착하면 널리 소문도 내달라고 했고.”
“그래서?”
“뭘 그래서요? 잠시나마 함께 싸운 전우의 부탁대로 애들을 풀어 소문을 냈지. 덕분에 진 조장의 명성도 크게 올랐으니 나중에 술 한잔 사시오.”
“이 시불롬이! 누구 마음대로 소문을 내?!”
순간, 나도 모르게 용마산의 턱을 돌려쳤다.
***
수근수근.
‘개그맨도 아니고 왜 이렇게 수근대?’
여느 때와 같은 성문 경비.
구룡성에 입장하려는 행렬의 수군거림이 더욱 커졌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된다.
스마트폰같이 컨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무림 세계이니만큼 명성 있는 정파의 무림인은 히어로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사파의 무림인은 빌런 취급을 받고.
‘일류 수준만 돼도 캡틴 미국, 서너 명은 찜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웅성웅성.
대머리 용마산이 단운과의 대결에 대한 소문을 퍼뜨린 탓에 엄청나게 몰려왔다는거다.
유소평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어쩝니까? 다들 조장 보려고 몰린 거 같은데.”
“그러게다. 일단 일은 시작하되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먼저 들어가야겠는데?”
십칠조에서 금쪽이 포지션을 맡고 있는 양강놈은 오늘도 역시 매를 벌었다.
“조장 때문에 이 무슨 지랄이오?!”
그렇게 시작된 업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이 훨씬 많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대중들은 그저 멀리서 나를 구경했을 뿐, 무언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소와 거의 같은 환경에서 업무를 볼 수 있었다.
“다음! 음? 이 행수가 아니오?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돌아오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소?”
“일이라뇨. 전혀 그런 것 없습니다. 그저 ‘우리’ 진 대협께서 큰일을 겪으셨다고 해서 부랴부랴 얼굴이나 뵈러 찾아왔습죠.”
“우리 조장을? 저기 있으니 가보시오.”
상인 하나가 양강을 통과해 내게 다가와 편의점 어린애 머리만한 보자기를 건넸다.
“헤헤, 진 대협. 여기 이거···.”
“이게 뭡니까?”
“천 리 밖에서 구해온 고려 인삼입니다. 평소 진 대협을 존경하는 마음에 작게나마 준비해봤습니다.”
“허어! 한 두 푼 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아이고! 얼마 안합니다요!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받으십시오. 술을 담갔다가 일 이년 뒤 꺼내 드시면 죽었던 것도 벌떡 살리는···.”
그렇게 상인이 목함을 내게 건네려던 찰나.
“긍지 높은 구룡성의 무사에게 뇌물을 주려 하다니. 구룡성의 법이 무섭지 않나 보군.”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 그런가. 진무전?”
단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