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3
211화 구마전쟁(4)
십마련의 본대는 빠르게 남하하더니 이내 전력을 둘로 나눴다.
전방에 있는 우리를 격퇴하기 위해 일종의 선봉대를 꾸린 것이다.
그 숫자가 무려 이천.
수와 질, 둘 다 자신들 쪽이 우위를 점했으니 이 정도만으로도 우리를 상대하기는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제대로 걸려들었군.’
이거야말로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가 바라던 상황이었다.
칠천이 넘는 본대 전체를 상대하기는 어려워도, 이천의 선봉대와는 붙어 볼 만했으니까.
바로 게릴라전을 통해서.
“가즈아!”
두두두두.
육백의 기마가 사막을 가로질렀다.
적들이 무기를 꺼내 들며 대응했지만, 그 누구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간의 전쟁을 치르며 구로는 철혈이란 이름에 걸맞은 단단한 심장을 지니게 되었으니까.
쎄엑. 쎄엑!
역시나 날아오는 화살.
가장 앞서 달리던 나는 손을 뻗었다.
핑.
전주시가 빠른 속도로 허공을 휘저으며 화살 비를 막아 냈다.
듣도 보도 못한 신기에 적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쾅! 콰직. 콱! 푸욱!
전마가 달리는 속도에 내공까지 더해진 철혈구로의 철창은 그런 그들의 몸을 찢었다.
끄아아악!
대충 봐도 쉰이 넘는 적들이 바닥을 굴렀다.
전장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우웅!
돌파력이 약해질 즈음 육학이 만들어 낸 푸르른 강기가 적 진형 한복판에 커다란 폭발을 만들어 냈다.
초고수의 무서움을 몸소 보여 주는 일격이었다.
덕분에 철혈구로의 돌격도 막히는 일 없이, 적의 좌익에 커다란 구멍을 내는 데 성공했다.
“선회한다!”
육학이 재차 공격을 명했다.
두두두두.
육백의 기마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방향을 바꿨다.
그와 동시에 전장에 울려 퍼지는 종극린의 외침.
“일로가 선봉을 맡는다!”
전룡-!
그의 무기인 기다란 도에서 흑색 도기가 넘실거렸다.
물론, 상대는 천하오패 십마련의 선봉대.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혈마대는 적들을 막아라!
철검대……!
도마대는……!
우리가 방금 뚫고 나온 구멍이 순식간에 메워지며 강렬한 기세를 풍기는 정예들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파지직. 파직.
바로 나의 존재였다.
스거어어억!
극사경.
경력의 칼날이 퍼져 나가며 적들의 허리를 갈랐다.
촤확!
육학을 비롯한 각 로주들의 무기가 푸른 빛을 뿜어내며 적들을 덮쳤다.
“끄악!”
“켁!”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로 죽어가는 적들.
이어지는 육백 기마의 창격이 더해지자 곳곳에 피 분수가 터졌다.
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몇몇이 소리를 지르며 대항을 시도했다.
“정신 차……! 끄윽.”
푸욱!
그때마다 욘두 형님에 빙의한 내가 손가락을 뻗어 놈들의 머리통을 뚫었다.
초절정 고수도 처음 보면 당황하는 게 전주시다.
상대의 실력도 나보다 크게 떨어지는 데다, 사방에서 죽음과 무기가 난무하는 이런 난전 상황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위용을 자랑했다.
푹푹푹푹.
그렇게 전주시를 조종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최후방을 맡았다.
쿵. 쿵. 쿵. 쿵.
보통의 전마보다 반 배는 큰 흰둥이를 타고 움직이니 마구니 하나가 죽기 살기로 쫓아오며 검을 찔러 들어왔다.
“흡!”
펑.
뒤에 매단 철창을 잡아 휘둘러 적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전주시로 머리를 터뜨렸다.
“괜찮은데?”
한 치가 길어지면 그만큼 안전해지고 짧아지면 위험하다고 했던가?
창이라는 장병기가 주는 거리감이 안정적이었다.
‘으음, 불공평하군.’
권각술을 쓰는 사람으로서 뭔가 불합리함을 느꼈다.
하루빨리 장병기에 대한 전 무림적 규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를 마지막으로 두 번째 돌파를 마친 철혈구로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대로 거리를 벌려 도망칠 생각이었다.
물론, 십마련의 선봉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놈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진형 안쪽에 있던 초고수 셋이 몸을 날린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보신경에 곧장 전주시를 날렸다.
콰르릉! 후우우!
적이 강기를 휘둘러 전주시를 튕겨 냈다.
아쉽긴 하지만 뭐, 상관없었다.
후우웅! 콰아앙!
스거어억!
어차피 적들은 육학과 내가 날린 공격을 막느라고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으니까.
거리가 더욱 벌어지자 그들은 추격을 포기했다.
나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어 놈들에게 보여 주며 전장을 벗어났다.
개전 21일째에 있었던 일이었다.
* * *
개전 22일 차.
성공적인 기습을 마친 탓에 문도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드높았다.
이럴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방심은 자칫 전멸을 불러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철저하게 안전을 챙긴 채 기습전을 펼쳤다.
첫날과 같은 과감한 기습전은 아니어서 성과는 적었지만 괜찮았다.
우리의 목표는 마구니 놈들을 괴롭혀 시간을 끄는 거였으니까.
놈들의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제발 죽어!”
“놈들을 쫓아라!”
비명을 지르는 놈들을 뒤로한 채로 두 번째 기습이 끝났다.
* * *
개전 25일 차.
기습이 몇 번이나 이어지니 마구니 놈들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진형의 모양이 바뀌었다.
기존의 길게 늘어진 끈 모양이 둥그스름한 공 모양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중앙에 힘을 집중해 돌파를 막으려는 모양.
하지만.
“가즈아!”
놈들을 괴롭힐 방법은 아직 많다.
돌격할 것처럼 달려가다가 선회하여 놈들을 놀라게 했고.
놈들이 쓸 거라고 예상되는 수원지에 대량의 말똥을 부어 물을 못 쓰게 했으며.
분을 못 이겨 쫓아오는 놈들에게는 적화란이 만들어 준 적룡당표 철질려의 맛을 보여 줬다.
“●●●●!!”
깜짝 놀라 발을 움직이는 게 꼭 탭댄스를 보는 듯했다.
* * *
개전 28일 차.
급습 후 후퇴를 반복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난주 아래 정서까지 밀렸다.
그러자 십마련의 선봉대는 또다시 진형을 바꿨다.
똘똘 뭉쳐 천천히 진군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푸흐흐.’
예상했던 움직임이었다.
지금쯤 감숙성 남쪽 그 어디에서도 식량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아 버렸을 테니까.
난주야 털린 걸 진즉 알았을 테니 각오했다 쳐도, 다른 곳에서도 식량을 못 구할 건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후방에서 식량을 구해 조달하기도 그리 쉽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감숙과 청해는 황폐하기 그지없는 땅이니까.
거기다 동쪽에서의 물자 보급로 역시 우리가 막고 있었으니, 칠천 명이나 되는 인원이 먹을 대규모의 식량을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괜히 전쟁에 돈이 많이 드는 게 아니지.’
즉, 이들은 자신들이 한시라도 빨리 한중을 점령해야 하는 처지인 걸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우리에게 기회가 되었다.
“가즈아!”
두두두두.
처음과 같이 대담한 기습전을 펼칠 수 있었으니깐 말이다.
그렇게 십마련의 선봉대는 철혈구로에 의해 또 한 번 박살이 났다.
* * *
개전 31일 차.
적들은 아예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무릇 무림 문파의 싸움에서 고수란 존재는 후방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앞에 서서 돌격을 막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십마련의 마구니가 아니랄까 봐 더럽고 치사한 놈들이었다.
여하튼, 적의 이런 선택에 아군의 피해는 눈에 띄게 불어났다.
육학을 비롯한 간부들은 극도로 예민해져만 갔다.
오랫동안 부대끼며 정을 쌓은 부하들이 쉰 명 가까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적의 선봉대도 거의 반쪽이 되긴 했지만, 십마련은 아직 본대가 남아 있던바.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장기전에 들어섬에 따라 무사들의 체력과 내공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전마가 없어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면 진즉 쓰러졌을 거다.
“후우…….”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 * *
개전 33일 차.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선전하고 있다고 들었소.”
“문주가 이렇게 직접 와도 되는 거냐?”
“엄한 이들을 희생시킬 바엔 내가 오는 게 안전하오.”
바로 든든한 대머리 용마산이었다.
누가 하오문주 아니랄까 봐, 주둔지를 잘도 알아내서 사막 한가운데 있던 진영을 귀신같이 찾아왔다.
“그나저나 내가 준 발모제는 바르고 있는 거야? 선물한 지가 언젠데 머리카락이 한 올도 안 자란다?”
“……다시 말하지만 내 머리는 빠진 게 아니라 무공을 위해 민 것이오.”
“거짓말.”
“믿기 싫으면 마시오.”
고개를 젓는 그를 향해 물었다.
“전장의 상황은?”
“이쪽이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겉?”
이기면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지, 겉만 보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의문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자 용마산이 진중한 눈빛으로 답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 보군.”
“뭐가?”
“주공인 구룡성을 내버려 두고 전력을 한중에 쏟아붓는 게 말이오.”
“……한중을 점령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아닐까 했는데.”
“아생후연살타라고 했소이다. 한중을 점령해 봤자 십마련의 총타가 적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날카로운 분석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총타가 떨어질 위기에 한중을 점령해 봤자 무슨 소용일까.
“왜 그런 거 같냐?”
“확실한 건 아니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오. 외부의 도움을 기다리거나.”
“그건 아닐 거야. 그놈들 지금 서장 쪽과 완전히 틀어졌어. 듣기로는 전쟁 직전까지 갔다던데?”
십마련은 저번 구룡성 침공에서 서장과 완전히 척졌다.
길을 빌리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 게 발단이 되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군. 십마련주 본인.”
“……본인?”
“만약 그가 절대의 경지를 벗어났다면 이런 선택을 한 것도 이해가 되오. 어쩌면 초대 천마와도 같은 경지라면 그럴 법도 하지.”
“음…….”
무림에는 삼대 전설이 있다.
초대 천마.
장삼봉.
달마.
특히, 초대 천마의 전설 중에 천산산맥에 관련된 전설이 하나 있는데.
원래 하나의 높은 산이었던 천산을 초대 천마가 천마검으로 쪼개 산맥으로 바꾼 거라는 전설이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천의 하나 만에 하나 진짜라면?
작금의 십마련주가 그와 같은 경지에 들었다면 구룡성 본대는 전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뭐 방법이 없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서 조심하라고 해 봤자 후퇴하지도 않을 테고 그런 고수를 상대로 나 정도는 별 도움도 되지 않을 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눈에 보이는 마구니들을 처단하는 것뿐.
“진 문주를 혼란스럽게 할 의도는 없었소.”
“아니야.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아는 게 훨씬 낫지.”
“그렇다면야.”
“알아봤어?”
용마산이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답했다.
“네 군데서 각기 출발한 터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늦어도 칠 일 안엔 도착할 것이오.”
“빠르면?”
“사흘.”
“제발 빠르기를 바라야겠군.”
“상황이 좋지 않나 보군.”
“여태까지는 버틸 만했는데 앞으로가 문제지.”
“……수적인 열세가 원인인 것 같소이다.”
“아무래도.”
잠시 머뭇거리던 용마산이 침음성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정 힘들면 하오문의 전력을 보내 줄 수도 있소이다.”
“지랄하고 있네.”
어림도 없는 소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오문의 정예 무사들이라고 해 봤자 무공 좀 익힌 이류들이니까.
고수라 불릴 만한 이들 역시 없는 건 아니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험험, 사람의 호의를 꼭…….”
“됐다. 전장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부탁 하나만 하자.”
“얼마든지 말씀하시오.”
오늘따라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민머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즉시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