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9
217화 마도 종결(2)
“감히, 더러운 마도 따위가 용체의 땅에 발을 들여놓다니! 한 놈도 살아 나가지 못하리라!”
북궁창이 벼락처럼 달려 나가, 성문을 깨고 들어오는 십마련도들을 몰아붙였다.
그가 이끄는 수비대가 뚫린 문 주위를 완벽하게 감싸며 방어전을 펼쳤다.
“정도맹의 제자들은 검을 들어라! 오늘 맹주님의 원수를 갚는다!”
성벽을 뛰어넘는 적들을 정도맹의 무사들이 상대했다.
좁디좁은 성벽 위에서도 그들은 특유의 합격술과 탄탄하게 쌓아 올린 검법을 펼치며 철통같은 방어를 보여 줬다.
챙챙챙챙챙.
그렇게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질 즈음.
“문을 열어라!”
성벽 위에서 상황을 살피던 육학이 내공을 담아 외치며 뛰어내렸다.
이윽고, 말에 탄 그의 뒤로 오백의 철혈구로가 벼락처럼 달려 나갔다.
“성벽 아래 적의 좌익을 박살 낸다!”
전룡-!
한편,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괜찮아.’
얼핏 보면 아슬아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머릿수가 비슷해서인지 크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압도적일 정도로.
문제는 십마련주뿐이다.
“허허, 진 문주의 전략이 완벽하게 성공했구려.”
옆에 있던 화산의 장로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자 여기저기서 동조했다.
“그러게 말이오. 저 마구니들을 보십시오. 쫄쫄 굶은 탓에 힘이 떨어져 보입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십마련주도 지금쯤 배를 부여잡고 있을 겁니다. 섭식이란 무릇 모든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원천이 아닙니까.”
“이를 말입니까. 이번을 끝으로 강호의 마도는 씨가 마를 것입니다. 하하하.”
“빈승도 그리 생각합니다.”
자파의 제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음에도 장로들은 농담을 던졌다.
십 년 이상 함께 먹고 함께 자던 제자들이다. 속이 타지 않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이들 전부 가정을 이루지 않은 승려와 도사.
그들에게 있어 자파의 제자들은 아들이고 조카고 손주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농담을 하는 이유는 대적을 상대하기에 앞서 긴장을 풀기 위함이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검만큼 나약한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천마현신-!
신교불패-!
마침내, 우리가 상대할 대적이 보였다.
검은색 장포를 걸친 장년인.
쿠웅. 쿠웅.
“허, 허공답보……!”
그가 축지와 더불어 불가해의 보신경으로 꼽히는 허공답보를 선보이며 나타났다.
‘저게 진짜 되는 거였다고?’
그가 중력이라는 우주의 규칙을 무시하고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마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꿀꺽.
“으음.”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사에 아홉 장로가 침음성을 흘렸다.
전장의 아군들은 물론 적들마저도 싸움을 멈춘 채 그 모습을 올려다봤다.
그야말로 신의 강림이 따로 없었다.
‘좋지 않아.’
하지만, 싸우기 전에 기세에 눌리는 것이야말로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
“놈도 사람입니다. 목이 잘리고 심장이 뚫리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기를 꺼내든 아홉 장로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전의를 불태웠다.
“진 문주의 말이 맞소.”
“젊어서 그런지 역시 진취적이구려.”
“가시지요.”
“그리합시다.”
적들은 우리를 막지 않았다. 가기 편하게 길을 비켜 주기까지 했다.
척.
그가 선 허공 아래, 전장 한복판에 도착하자 십마련주가 내려왔다.
동시에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음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신교의 교도들은 물러서라-!
아예 천마신교의 부활을 선포하는 십마련주.
정도맹 선조들의 끝없는 희생 끝에 물리친 마교. 그런 마교의 부활을 선언한 꼴이니 아홉 장로가 분노에 불타오르는 건 당연했다.
“십마련주는 그 입 다물라!”
“오만해도 정도가 있는 것을!”
“그대가 천마의 유산을 이어받았다 한들, 오늘로써 그 명맥은 다시 끊길 것이다!”
척.
화산 셋, 무당 셋, 소림 셋.
총 아홉의 초절정 고수가 그의 주변 아홉 방위를 점했다.
“누가 나를 상대하나 했더니 정도맹의 장로들이군. 저기 뒤에는 저번에 봤던 청년도 있는 것 같고……. 일전에는 정신없이 도망치던데 오늘은 각오를 하고 왔나?”
[격장지계일세. 말려들지 말게.]내가 넘어갈까 봐 걱정됐는지 어디선가 전음이 날아들어 왔다.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AOS 게임 천년 정지에 빛나는 격장지계의 신이 아니던가.
“듣자 하니 부하들을 모두 잃고 쫓겨났다가 이제 겨우 돌아왔다던데 간덩이를 두고 왔나 봅니다. 장로님들이 한번 참아 주시지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십마련주가 입가에 조소를 지었다.
“작금의 나를 마주하고도 떨지 않는 이는 처음이구나. 인정하지. 너는 무인이 맞다.”
“어차피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모가지에 칼 박히면 뒤지는 건 매한가진데 두려워할 필요가 있나.”
“입담이 제법이구나.”
“천하의 십마련주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주변을 잘 봐 두어라. 네가 살아생전 마지막 보는 모습이 될 테니.”
그 말을 신호로 아홉 장로가 기수식을 취했고.
나는 이형환위를 펼칠 준비를 하며 마지막 비장의 멘트를 던졌다.
“근데 당신, 반란으로 도망칠 때 가족들 전부 버리고 혼자만 튀었다며? 그런 주제에 남의 용기를 평가할 자격이 되나?”
십마련주의 역린이 될 만한 멘트를.
쿠우웅.
태산 같은 압력이 주변을 짓누르는 것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이번 작전을 계획하면서 나와 아홉 장로들은 한 가지 가정을 세웠다.
십마련주는 강하다.
어쩌면 작금의 천하제일인으로 통하는 전대 무황성주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즉, 나를 포함한 아홉 장로가 힘을 합친다 해도 그를 이길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린 철저한 방어전을 택했다.
그렇다.
애초에 우리의 목표는 오 일.
그 기간 내내 수비만을 하며 시간을 끌기로 한 것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도 서로의 전력이 비슷해야 통하는 말이니까.
아홉 장로들이 세 명씩 뭉쳐 하나의 진을 이뤄 십마련주의 주변을 감쌌다.
그런 철통같은 진법 위로 거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옥색의 손이 부딪쳤다.
콰아아앙!
“크헙!”
“크윽.”
장로들이 신음성을 질렀지만, 그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는 성공했다.
‘된다!’
의외라는 눈빛을 내비치며 십마련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시간을 끌려는 작정이군. 맹주의 죽음에도 분노하지 않는가? 정파의 의기가 참으로 덧없구나.”
명백한 도발이었다.
“지랄.”
그의 이마를 향해 전주시를 쏘아 냈다.
툭.
비록 가벼운 손짓에 떨어져 내렸지만, 그 틈에 아홉 장로들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번 싸움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이거였다.
그의 신경을 건드려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는 것.
십마련주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쿠웅.
“으음!”
“끄헙.”
태산 같은 압력에 아홉 장로들이 이를 악물었다.
전설상의 천마군림보가 분명했다.
“잘 버티는군.”
다시 한 발자국.
쿠웅!
“크헉.”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뭐라도 해서 장로들이 받는 압력을 줄여 줘야 했다.
파지지직.
미리 터뜨린 연환경의 경력을 손끝에 모아 그었다.
도종주를 반으로 갈라 죽였던, 극사경의 새로운 버전이었다.
그렇게 소리 없는 극사경이 십마련주를 향해 날아갔고.
파직.
옥색의 손에 부딪히며 허무하게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를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아홉 장로들의 부담만 덜어주면 족했으니까.
효과가 있었는지 장로들의 몸에 푸른 빛이 감돌았다.
장로들이 내공을 전부 개방한 것이다.
십마련주의 옥색 손이 또 한 번 그들에게 부딪쳤다.
콰아앙!
“이 정도로 우리를 무릎 꿇릴 수 없소!”
“마도는 결코 정도를 이길 수 없다!”
자신감을 보여 주는 아홉 장로들.
“가소롭군.”
십마련주가 비웃음을 지으며 옥색의 손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콰아앙!
한 번.
콰아앙!
두 번,
콰아앙!
세 번.
그리고.
콰아앙!
네 번째에 아홉 장로들이 무릎을 꿇었다.
“아직!”
여기서 장로들을 잃게 되면 모두가 죽는다.
그도 인간인 이상 이 정도의 힘을 썼으면 약간의 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바.
“안 끝났어! 이 새끼야!”
우우웅! 콰아아아앙!
그 틈을 파고든 나는 그의 복부를 향해 전력을 다한 폭사경을 때려 박았다.
이번 일격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파아아.
하지만, 십마련주는 너무나도 쉽게 폭사경의 경력을 흩어 버렸다.
“이 무공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던 그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이내 고개를 들었다.
“북궁세가. 너는 북궁세가의 후인이구나.”
“이제 알았냐?!”
스거어어억!
극사경을 그의 가슴께로 날려 보냄과 동시에 전주시로 그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때마침, 회복을 마친 아홉 장로들의 강기가 그에게 날아갔다.
쿠와아앙!
커다란 폭발음 속에서 일어난 검은색 기류가 그 모든 걸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난 검은색 검 한 자루.
일전에 봤던 십마련주의 검이었다.
즉, 그가 제대로 싸우려 한다는 뜻.
“피해!”
곧장 주변을 향해 외쳤지만, 그의 검이 휘둘러지는 게 한발 빨랐다.
파아아아.
“……!”
두 명의 장로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죽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단어였다.
십마련주의 검이 다시 휘둘러졌다.
“이익!”
아홉 장로……. 아니, 이제는 일곱 명이 되어 버린 그들이 서둘러 진법을 펼쳤지만.
파아아아.
“쿨럭.”
“우웩.”
즉사를 피했을 뿐, 가볍게 휘둘러진 검에 의해 내상을 입고 쓰러졌다.
으득.
오 일은 개뿔.
오 분도 상대하지 못하고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이제 멀쩡히 서 있는 건 나 하나뿐.
나는 전력을 다해 전왕보를 내디뎠다.
죽더라도 꽥 소리는 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파앗.
주변의 형체가 흐려지며 그의 뒤로 단숨에 이동했다.
파앙!
폭사경의 경력을 실은 전왕십삼투가 그의 등에 작렬했고.
스거어억!
극사경이 그의 목을 향해 날아갔으며.
콰아아앙!
인력을 품은 폭사경이 그의 뒤통수에서 터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경력이 바닥났으나 재차 이형환위를 펼쳤다.
이걸로 어떻게 될 놈이 아니었으니까.
휘오오.
흙먼지가 걷히자 멀쩡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끝이라면 너는 죽는다.”
반박하지 않았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옥경.
총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전왕류의 네 번째 단계.
파직. 지지지지직.
마지막 한 올의 내공까지 전부 뽑아 경력으로 뒤바꿨다.
“크윽, 끄으으으.”
경력이 홍수처럼 일어나며, 연환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이 온몸을 때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천지간의 자연지기는 끊임없이 흐른다. 무인은 그런 자연지기를 몸에 가둬 사사로이 쓰는 것뿐이지. 하나, 무도란 무엇이냐.’
‘…….’
‘사람이 천지간의 자연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즉, 내 뜻이 검을 넘어 자연에 이른다는 말이지. 이렇게 말이다.’
정도맹주의 가르침으로 깨달은 자연지기란 개념.
나는 폭사경의 인력을 통해 주변의 자연지기를 끌어모으는 한편.
힘을 압축하는 극사경의 묘리를 이용하여 경력을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온몸이 쥐어짜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일 분 같은 일 초가 지나 이윽고 모든 경력이 작은 좁쌀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다섯 번의 폭사경을 펼칠 수 있는 커다란 힘을 한데 가둔 것이다.
나는 그런 경력의 덩어리를 십마련주에게 쏘아 보냈다.
그리고.
후와아악!
전장이 회색빛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