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4
024화 점창대전(2)
xx
와아아!
챙챙! 챙!
점창산을 오르는 입구.
일 장 정도 넓이의 계단에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천요팔사진을 펼쳐라!”
지키는 쪽의 명령에 묵룡당의 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한층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더욱 견고하게 수비선을 만들어냈다.
구룡성의 무인은 삼 백.
반면, 산을 포위한 적들은 남만 부족 일 만여 명과 남천궁의 정예 일 천명이다.
어이없는 숫자차이.
서걱.
“끄악!”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좁은 입구 덕에 시간을 벌었다는 것과 적들의 무위가 대단치 않다는 점이다.
덕분에 점창산으로 묵룡당의 젊은 제자들을 이끌고 온 위지풍은 수장을 급습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가 적들 한가운데로 툭 하고 떨어졌다.
순식간에 전개되는 분광십팔검(分光十八劍).
서걱!
빛을 갈라낸다는 이름답게 엄청난 속도로 적들을 갈랐다.
찰나의 순간에 십여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갔고.
푸확!
적들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도, 도망쳐라!”
적들이 하나 둘 도망치자 묵룡당의 제자들과 위지풍은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본래라면 추격하여 조금이라도 피해를 줘야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도가에 귀의한 이들.
불가처럼 살생 금지된 것은 아니나 지금의 살인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어지러웠다.
“후우···.”
적들의 뒷모습을 보는 위지풍의 눈에 피로감이 서렸다.
이런 식으로 전투가 치러진 지 열흘.
그 시간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들의 노림수는 뻔했다.
점창산을 오르는 길을 계속 공격하여 구룡성의 힘을 빼놓으려 하는 것이다.
비효율의 극치로 보이나 이 방법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반강제로 끌고 온 부족민들을 투입하는대신 자파 고수들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지풍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으나 몰려오는 적들을 지나가게 둘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막아냈다.
그렇게 묵룡당의 모두가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한지 한 시진.
와아!
적들이 다시 몰려왔다.
“발검!”
스릉. 스릉.
위지풍의 외침에 묵룡당의 제자들이 검을 뽑았다.
“모두 공격에 대비하라!”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적들의 방법은 충분히 터득했다.
뻔하게 쏟아진 화살 따위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쎄엑! 퍼퍽. 퍽.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검이 화살들을 쳐내거나 갈랐다.
희생자는 없었다.
그만큼 이곳에 데려온 제자들의 수준은 뛰어났으니까.
그리고 시작된 근접전.
서걱! 챙챙챙.
사방에서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창의 검은 날카롭고 청성의 검은 묵직하다.
호사가들이 말하는 두 문파의 특징이다.
어디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다수를 상대할때는 청성의 검보다 점창의 검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묵룡당의 제자들이 순식간에 적들을 베어가며 돌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위지풍이 일갈했다.
“모두 진을 펼쳐 자리를 사수한다!”
적들의 돌격을 침착하게 막아냈으니 위지풍이 난입할 차례였기 때문.
하지만.
“!!!”
적들의 반응이 여태까지와는 달랐다.
쎄엑! 후드득.
“으악!”
“컥!”
아군이 근접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화살을 쏜 것이다.
때문에 적아를 가리지 않고 비명이 난무했다.
“크흑!”
사제들의 부상에 위지풍이 침음성을 흘림과 동시에 신형을 쏘아냈다.
분광착영(分光捉影).
점창이 자랑하는 절세의 신법이 그의 신형을 적들 한 가운데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학살이 시작됐다.
순식간에 적들의 수급이 떠올랐고 팔다리가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으며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급한 마음에 남아있는 내공을 모두 쏟아부어 분광십팔검을 펼친 것이다.
마치 도사가 아니라 야차의 모습에 적들이 하나둘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의 노림수는 화살뿐만이 아니었으니.
채애앵!
“크흐흐, 기다리고 있었다.”
“!!!”
어느샌가 다가온 남자가 위지풍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검을 회수한 위지풍이 검기를 피어 올리며 다시금 휘둘렀다.
하지만.
지난 열흘간의 전투는 그의 체력을 동나게 했고 방금의 움직임으로 내공은 이미 바닥을 쳤기에 위력이 평소와 같지 않았다.
쾅!
“피죽도 못 잡쉈어? 검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는데?”
너무나도 쉽게 막힌 일 격.
“!!!”
대경한 위지풍이 거리를 벌렸다.
슈슉! 쎄엑. 부왕!
그러자 단도와 검, 유성추가 그의 신형을 따라붙었다.
다 막을 수는 없다.
치명적인 수만 막고 몸으로 버틴다.
“흡!”
그리고 그의 선택은 단도와 검이었다.
챙. 챙.
두 자루의 검을 쳐내는 데 성공했지만.
빠아악!
날아온 유성추가 그의 가슴께를 강타했다.
“쿨럭!”
급하게 호신기를 펼쳤으나 내공이 바닥난 지금 방호력은 형편없었던바.
내장이 진탕되는 내상을 입고 말았다.
“크흐흐, 천하의 묵룡검도 별거 없는데?”
위지풍의 검을 막아낸 이가 싯누런 이를 드러내며 이죽거렸다.
위지풍은 상황을 냉철하게 살폈다.
남천궁의 정예가 앞으로 나서며 남만 부족들이 뒤로 물러섰다.
묵룡당의 제자들 역시 전열을 정비하고 전투준비를 마쳤다.
마음을 먹은 위지풍이 외쳤다.
“묵룡당의 제자들은 죽음으로서 길을 사수하라!”
옥쇄.
점창산 정상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응원군이 내려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가뜩이나 한 명의 제자가 아쉬운 묵룡당이다.
위지풍 역시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고 산문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모습을 남천궁의 정예들이 비웃음을 띠며 지켜봤다.
“죽고 싶다면야 어쩔 수 없지. 모두 쳐라!”
그렇게 충돌이 시작되려던 찰나.
콰릉. 퍼엉.
적들의 후방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나며 무언가가 터졌다.
파드득.
핏물과 함께 시체 조각이 날아왔다.
적들이 대경하며 몸을 돌렸으나 상대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들이 미쳐 대비하기 전에 권각을 날려 두 명을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삽시간에 바뀐 전황.
이 기회를 놓칠 위지풍이 아니었다.
“적들을 주살하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묵룡당이 적들을 휘몰아쳐 갔다.
체력과 내력이 딸려 힘과 속도가 떨어진 검,
하지만, 명문 정파의 진수는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법이다.
옳곧은 방향으로 휘둘러진 검이 느려진 속도와 떨어진 힘을 보충했고.
한 가지 무맥의 무공을 익힌 이들이 펼친 검진은 이들에게 또 다른 날카로움을 선사했다.
“몰아붙여라!”
그런 옮곧음과 날카로움으로 묵룡당의 제자들은 적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편, 남천궁의 정예들은 정신이 없었다.
후방을 휘저으며 아군을 피떡으로 만드는 놈을 잡기에도 벅찬 판에 전방에서는 진형을 짠 묵룡당이 들이닥쳐 손발이 모자랐다.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전방의 묵룡당을 뚫고 들어가느냐 후방의 쥐새끼를 잡느냐.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쥐새끼였다.
“전방은 시간만 끌어! 나머지는 놈을 죽인 후에 합류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성추와 검, 도, 단도 등 갖가지 무기가 날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런 좁은 곳에서 치러지는 난전이야말로 무전이 가장 좋아하는 전장이라는 것을.
날아오는 단도를 피한 무전이 전왕보를 펼쳤다.
단숨에 이동한 그가 박룡십팔투의 투로에 따라 적의 갈비뼈를 모조리 박살 냈다.
“이놈!”
커다란 도가 무전의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쎄엑.
유성추가 은밀하게 날아와 그의 오금을 노렸다.
뒤에서는 은밀한 검이 찔러 들어왔다.
피식.
무전은 당황하지 않았다.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다.
다만, 그가 익힌 무공들이 이런 상황에 너무나도 잘 맞을 뿐이었다.
그가 뒤쪽에서 날아오는 검을 피함과 동시에 팔을 잡아채며 끌어냈다.
“!!!”
잡힌 놈이 팔을 빼려 했으나 무전의 거력에 저항할 수는 없었다.
끌려간 적과 무전의 위치가 순식간에 바뀌었고.
서걱! 퍽!
도와 유성추가 그를 강타했다.
“끄···. 어···.”
자신들의 손으로 동료를 죽인 놈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전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전방을 향해 손을 가로로 그었다.
스거어어억!
전왕류의 이 초식. 극사경이었다.
날카로운 기의 경기가 무전의 전방을 쓸어갔다.
남천궁의 정예 다섯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났다. 피할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걱. 서걱.
“끄아악!”
묵룡당이 제자들의 전방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뒤에는 무전, 앞에는 묵룡당이 노리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
으득.
적들의 우두머리가 말했다.
“나는 비살일조의 조장 진우량이라고 한다. 네 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이선방의 방주 용마산이다.”
“처음 듣는데?”
“비밀병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군. 이 빚은 다음에 갚도록 하지. 모두 물러난다!”
진우량에 외침에 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전은 쫓지 않고 지켜만 봤다.
마치, 언제든지 덤비라는 듯이 말이다.
‘하마터면 내공 떨어진 거 뽀록날뻔했네.’
***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위지풍과 묵룡당의 인원들이 달려왔다.
“이놈아!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와!”
위지풍이 기쁘면서도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고, 방금까지 송장 치를 뻔했으면서 타박은. 나도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니 너무 그러지 마쇼.”
주변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수많은 시체와 주인을 잃은 무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빡세긴 했나 보네.’
홀로 중얼거리며 있자 저 위에서부터 일단의 무리가 달려왔다. 대기 중이었던 구룡성의 무인들이었다.
“적들은 어딨습니까?!”
위지풍이 입가에 조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다 처리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소이다.”
“네?!”
“내려온 김에 근무 좀 교대해주시오. 너무 격렬하게 싸워서 그런지 좀 쉬어야 될 거 같거든.”
“아, 알겠습니다.”
위지풍이 내 어깨를 잡아끌며 말했다.
“점창은 오랜만이지?”
“십 년만입니다.”
“올라가자. 오랜만에 점창의 밥맛을 보여주마.”
위지풍이 방긋 웃으며 말했고.
“고기 하나 안 올라간 짬밥을 누가 먹습니까? 그냥 가지고 온 육포나 씹으렵니다.”
나는 도사가 되길 포기한 두 번째 이유를 말했다.
***
오랜만에 오는 점창파의 풍경은 평소와는 아주 달랐다.
고즈넉한 멋이 있는 담벼락은 단검과 철질려등으로 덮여있었고.
웅장했던 입구는 목책과 울타리로 막혀있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소집된 회의에서 나는 현 상황에 관해 설명해줬다.
본성에서 선봉대를 보낸 일과 추후 제대로 준비하여 본대를 보낸다는 소리에 이들의 안색이 한결 편해졌다.
원군이 온다는 소식에 사기가 오른 것이다.
“그런데 전서구는 왜 안 들어간 겁니까? 열 마리는 보냈다고 하던데···.”
설명을 마치자마자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인 초고속 통신망 단절에 관해 물었다.
“아마 남천궁 놈들의 짓일 거다. 놈들은 야조를 길들일 줄 알거든.”
“그게 가능한 겁니까?”
“북부만 봐도 매사냥을 하지 않더냐. 같은 방식이겠지.”
“그렇군요.”
“헌데, 이제 어쩔 생각이냐?”
“뭘요?”
“돌아갈 방법이 없지 않느냐.”
위지풍의 질문에 나는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랬다. 뚫고 들어오는 것만 생각했지 되돌아가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오는 것보다 가는 것이 훨씬 힘든데도 불구하고.
점창산을 향해 돌격하는 적으로 위장하여 후방 침투에 성공한 것과 달리 전방에서 나가는 것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죽으나 사나 점창산을 사수하는 것.
나는 북궁백이 오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외쳤다.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