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3
023화 점창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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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해가 뜨고 날이 밝았다.
“으허! 피곤하다.”
평소처럼 씻기위해 웃통을 벗은 채로 밖으로 나섰다.
“꺄악!”
그 모습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었는지 청소소가 높은 옥타브의 비명을 질렀고.
“집안에서 옷 벗지 말라고 몇 번 말해욧?! 더군다나 소소도 있는데!”
그 소리를 들은 묘향이 주방에서 뛰쳐나왔다.
‘내 집인데···.’
그리고 어차피 500년 뒤에는 베이징 비키니가 유행해서 중국 남자들은 웃통을 까고 다닌다고.
그러나 그런 먼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아침부터 폭풍 잔소리를 퍼부어 댔다.
“진짜 내가 못 살아!”
“맞아요. 언니. 진 공자는 더 혼나야 해요.”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이 나를 몰아세웠다.
마치 한미 동맹 같은 굳건한 관계를 보이는 둘을 보며 나는 지난날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묘향이 청소소와 같이 일하는 걸 말렸어야 했어.’
얼마 전, 마당 한쪽에 의원을 개업한 청소소는 모집공고를 냈다.
하지만, 그녀와 나도 한 가지 생각지 못했던 점이 있었으니 바로 근무지인 우리 집이 구룡성에서 최악의 치안을 자랑하는 흑사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이 공채모집이 마감되었고 간호사를 모집하지 못한 청소소가 난감해하던 그때 묘향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간 청소소는 말했다.
‘월에 네 냥!’
그렇게 두 사람은 공적으로는 고용주와 고용인이 사적으로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나를 공격하게 되었다.
“곧 있으면 문 열어야 하니까 빨리 먹어욧!”
가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묘향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
본부에 출근하니 부산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조장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조원들은 창고를 열어 무기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외당 생활 2년차인 내게도 처음보는 모습.
지나가던 조원을 붙잡고 물었다.
“무슨 일있어?”
“지금 난리 났습니다. 글쎄, 남천궁 놈들이 점창산을 포위했다지 뭡니까?! 그래서 점창산으로 가던 보급로가 끊겼답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점창산이 어떤 곳인가?
비록 남천궁에 밀려 터전을 옳길 수밖에 없었지만, 묵룡당의 혼이 서린 곳이 아니던가.
때문에 점창산 전선에는 항시 묵룡당의 정예들이 파견 나가 있었다.
아무리 묵룡당이 구룡성 내에서 세가 약하지만, 그건 성내의 이야기.
무림 전체적으로 보면 소수 정예의 강력한 세력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점창산이 포위되었다니.
아무리 상대가 남만의 패자라고 불리는 남천궁이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는 곧장 부당주의 집무실을 찾았다.
“왔나?”
“부당주님! 이게 대체···?”
그리고 이곳에 있으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목격했다.
“무, 문상을 뵙습니다!”
바로 구룡성의 CSO(최고전략책임자)인 문상이었다.
외당이라는 쩌리 계열사의 일개 팀장인 나와는 다르게 구룡성 전체를 움직이는 경영진 중 한 사람이었다.
“전시에 과례는 금물일세.”
‘전시?!’
문상의 입에서 나온 전시(戰時)라는 한 마디가 천둥처럼 다가왔다.
그가 부당주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당주께 말씀을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드르륵.
그 말을 끝으로 문상이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부당주는 내게 지시를 내렸다.
“마침, 잘됐군. 십칠조장은 지금 당장 당주님을 모셔오도록.”
“예.”
비상상황이기에 그런 것일까?
부당주는 평소에 널널하던 모습 대신 한 명의 날카로운 절정고수로 돌아가 있었다.
추상같은 그의 명령에 나는 밖으로 나섰다가 곧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주님은 어디 계십니까?”
어딨는지 말은 해줘야지.
***
북궁백을 찾은 곳은 외성에 있는 한 객잔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태평하게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달려갔다.
“응?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
“큰일 났습니다. 남천궁이 점창산을 포위했답니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라고?”
명색이 지휘관이라는 인간이 이런 반응이라니, 이래서 무공 순서대로 자리에 앉히면 안 되는 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야만 무림에선 힘이 곧 정의이자 서열이고 인덕인 것을.
“자세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문상께서 외당에 방문하셨다 가셨습니다.”
“그 노인네가? 그럼 큰일이란 소린데?”
처음 들어올 때부터 큰일이라고 말해줬잖아 이 아저씨야.
“예. 그것 때문에 부당주가 당주님을 모셔오라 했습니다. 어서 가시죠.”
잠시 후.
북궁백과 함께 돌아가니 외당의 모든 조장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구! 룡!”
“쉬어.”
부당주가 곧장 브리핑을 시작했다.
“남천궁이 남만의 십여 개 부족, 일 만여의 군세를 동원하여 점창산을 포위했다.”
“!!!”
일 만이라니.
국가 간 전쟁에서나 튀어나올 만한 숫자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궁백 역시 마찬가지.
수십 년 동안 독보강호를 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도 놀랐는지 마시던 차를 찻잔으로 도로 뱉어내며 물었다.
“일만?! 사실인가?”
“예, 문상께서 직접 알려주신 사안이니 틀릴 리가 없을 겁니다.”
일만이란 숫자가 가져온 충격에 회의실의 모두가 말을 잃었다.
구룡성 아홉 개 당의 무인들을 싹싹 긁어모아도 오 천이 약간 안 된다.
그만큼 일 만의 군세는 상상하기 힘든 숫자였다.
물론, 그들 전부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일리는 없을 것이다.
그랬으면 천하오패가 아니라 천하육패라고 불렸을테니까.
기껏해야 남천궁의 일천 명만 무림인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일만이란 숫자에 있다.
밀림 속에서 온갖 맹수들과 싸우며 살아가는 남만의 부족들은 과거부터 호전적이기로 유명하다.
그런 이들이 일만이나 무장했다면 이건 절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이래서 정치가 개판이면 나라가 털리는거지.’
아무리 반 쯤 망했더라도 일 만이나 되는 인원이 무장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관이 아무런 재재를 하지 못한다니.
썩어버린 나라를 살리겠다고 과거 공부를 하고 있는 묘향의 동생이 불쌍해졌다.
“전면전인가?”
“예, 맞습니다. 문상께선 전면전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긴, 점창산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점창산을 잃는 것은 운남성에 대한 영향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
척박하긴 하지만, 세 개의 성을 통째로 잡아드신 십마련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될 말이다.
별들의 전쟁만 보더라도 멀티 숫자가 밀리면 후반에 이뤄질 한타에서 물량에 밀려 패배할 수밖에 없지 않던가.
게다가, 구룡성을 구성하는 한 축인 묵룡당을 생각해서도 점창산을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 점창산에 몰려있는 남만인들을 격퇴하는 것뿐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부당주는 브리핑을 이어갔다.
“우선 급한 대로 각 당에서 이 백 명씩 차출하여 선봉대를 보내기로 했다.”
조장 중 홍일점인 십오 조장이 손을 들며 물었다.
“그 숫자로 적들과 전투를 벌인다면 피해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렇다. 해서 문상께서는 선봉대가 시간을끄는 사이 정예 고수들을 급파하여 적들의 보급로를 끊으려는 작전을 짜고 계신다.”
나쁘지 않은 작전.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작전이었다.
다만, 사고방식이 화강암처럼 딱딱한 이곳 사람들치고는 괜찮다는 것뿐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신묘한 작전이라니! 역시 문상이시다.”
“문상께서 존재하시는 한 천하에 구룡성을 도모할 세력은 없을 것이 분명하군.”
“제갈무후의 환생이심이 틀림없어.”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잠시 문상을 칭송하는 시간이 지나자 북궁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간다. 부당주는 지금 즉시 예비령을 발동하여 인원을 꾸리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
다음 날, 동이 트기 전부터 외당의 모든 인원이 집결하였다.
17개 조에서 총원 백여 명.
현재 외당에 소속된 무인 전부이자 일부였다.
무슨 말이냐고?
우르르.
“선배님들! 이쪽에 서시면 됩니다!”
“선배님들! 복장 확인하겠습니다.”
“인명록을 쓰신 분들은 저쪽으로 가셔서 무기를 불출 받으시면 됩니다. 개인 무기를 챙겨오신 분들은 따로 말씀해주시면 방호구로 대체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예비군, 아니 외당에 소속된 예비 무사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외당은 다른 당과는 다르게 자체적인 밥벌이가 없는 조직이다.
그 말인즉슨, 돈에 쪼들리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일정 나이가 되면 정년을 시키고 현역 시절 받았던 월봉의 5분의 1을 지급한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연금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공짜는 아니다.
지금과 같은 큰일이 일어났을 때 소집령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지녔다.
또한, 공짜로 온 것이 아니기에 현대 예비군처럼 후배들에게 막나갈 수도 없었다.
그런 베테랑들의 숫자가 무려 삼백.
비교적 젊은 백 명은 전선으로 떠나고 나머지는 부당주의 명을 따라 외성의 치안을 담당할 것이다.
그렇게 모두 집결을 마치자 북궁백이 사단장 포스를 내뿜으며 나타났다.
현역 외당무사들이 재빨리 경례했다.
“구! 룡!”
“구룡.”
어느새 북궁백까지 하게 된 경례.
아무리봐도 내 외당 생활 최고의 업적이 아닐지 싶다.
“가자.”
그 말을 시작으로 모인 모두가 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구룡성의 위치는 성도 바로 위.
점창산까지는 천릿길이 넘는다.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그런 행군은 체력에 큰 부담을 주는바.
나는 예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행군중에 군가를 실시한다. 군가는 멋진 구룡성!”
멋있는!
구룡성!
바로 내가!
바로 군가였다.
부당주와 이조장의 협력을 얻어 미리 준비한 터라 인원들이 곧잘 따라 불렀다.
함께 온 예비 무사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 어느새 귀에 익었는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따라불렀다.
뿌듯했다.
***
그렇게 걷고 걸어 해가 질 때쯤 첫 번째 집결지에 도착했다.
이번 전쟁에서 외당이 맡은 임무는 총 두 가지. 정찰과 보급기지의 구축이었다.
때문에 나는 가져 온 공구와 자재들을 사용하여 간단한 임시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조장님, 당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북궁백의 당번 무사가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 타이밍에?’
한창 바쁘게 작전을 짜고 있을 북궁백이 나를 따로 보자고 할 일이 있나?
설마, 흑련권갑을 돌려달라고?
집에 두고왔다고 뻥카를 칠 생각을 하며 북궁백의 막사로 찾아갔는데 생각지도 않은 명령을 들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전서구가 차단되었으니 지금 당장 점창산으로 달려가서 지원군이 온다는 소식을 전하라고.”
희대의 개소리였다.
일 만의 군세가 포위하고 있는 점창산을 무슨 수로 오른단 말인가?
“거부해도 됩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럼 거부하겠습니다.”
“그래?”
“예.”
북궁백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두꺼운 종이뭉치를 내게 던졌다.
툭.
“이게 뭡니까?”
“인신매매 혐의로 뇌옥에 갇힌 금화루주의 진술서다.”
“……”
보는 순간, 소리를 지를뻔했다.
분명, 적룡당에서 파기했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보면 재밌는 말이 있더군.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무인이 자신을 납치했고 쫓아오던 금룡당의 요요금검과 싸웠다고. 알다시피 그는 그날의 상처로 반신불수가 되었지.”
“그런데 그게 갑자기 왜···.”
“이십 대의 젊은 무인이 적수공권만을 사용하여 금룡당의 절정고수를 이겼다. 그것도 외당의 영역에서. 생각해보니 딱 한 사람이 떠오르지 뭔가. 그래서 금룡당주에게 슬쩍 말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북궁백이 이렇게까지 나왔는데 방법이 있나.
남천궁 놈들의 손에 죽으나 금룡당에게 죽으나 매한가지인 것을.
“지금 바로 출발할깝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