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05
304화 출장(2)
나와 청소소, 당양강. 이렇게 셋만이 구룡성을 나선다는 계획을 알리자 호위대주인 주철산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제부터 내 이름은 박문수다.”
콘셉트를 지켜야 했거든.
명색이 암행어사인데 줄줄이 사탕처럼 부하들을 데리고 다닐 순 없지 않은가.
‘재미있겠다. 푸흐흐.’
워낙 즐길 거리가 없던 터라 새로운 놀거리…… 아니, 임무에 벌써 엉덩이가 들썩였다.
“유랑 간다고 해서 기껏 따라왔더니 겨우 성도였어요?”
귀뚤귀뚤!
“이럴 거면 나는 왜 데려온 것이오?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구먼.”
옆에서 불평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거참, 있어 보라니까 그러네. 소식이 들어와야 이동할 거 아냐?”
외부 감사를 맡은 하오문이 연락을 줘야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가장 먼저 성도를 찾았다.
여기라면 하오문의 연락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고, 이곳 분타주에게도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참고로 성도와 몇몇 대도시는 일종의 가맹점 개념인 분파가 존재하지 않고 직영점 개념으로 분타를 세워 직접 관리했다.
“나 어디 좀 다녀올 테니까 얌전히 있어. 사고 치지 말고.”
그렇게 객잔에 두 사람을 두고 밖으로 나섰다.
성도의 전경은 화려했다.
사천성의 여느 도시가 그렇듯 석재보다는 목재로 지어진 집들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튼튼해 보였다.
또한,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번화했다.
시전거리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 넘쳐났고 주변에는 객잔과 주점, 노점이 들어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
다만, 구룡성과 한 가지 다른 점은.
“자아! 이 약이 무엇이냐?! 바위도 깨부술 힘을 주고 마누라에게 잔뜩 이쁨받을 수 있게 하는 천고의 비약, 천황신단이라는…….”
“돈 넣고 돈 먹기. 구슬이 어디에 들어 있는지만 맞혀도 건 돈의 두 배를…….”
“너 이 자식! 사기를 치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사기라니!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
길거리에서 도박이 판치고 사기꾼들이 가짜 약을 파는 등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는 거다.
구룡성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에 절로 눈이 갔다.
그렇게 주변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구룡성 성도 분타에 도착했다.
“구룡!”
“구룡!”
나를 알아본 분타원들이 대번에 경례를 올렸다.
그리고.
“어서 와라.”
“오랜만입니다.”
등천각의 교장 선생님이었던 멸절진인을 만날 수 있었다.
* * *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그가 왜 분타주를 자원했는지 물었다.
내가 곤륜산맥에 있던 중에 일어난 인사이동이라 이유를 못 물어봤거든.
“묵룡당에만 있기가 영 심심해서 말이다.”
“……그래서 분타주를 자원한 거예요?”
“좋지 않으냐. 월봉 많이 주지, 할 일 적지.”
“그래도 그 나이에 굳이…….”
“사형도 은자림으로 떠난 마당에, 당에 가만히 있어 봤자 뒷방 늙은이 취급밖에 더 당하느냐?”
“아니.”
여든이 넘었으면 일은 후배들에게 넘기고 좀 쉬라고요.
“여기서 받은 월봉 모아서 우리 애기들 당과 사 줄 거다.”
“……그 돈 제가 드릴게요. 아니다, 아예 당과 가게를 사 드릴 수도 있어요.”
“내가 벌어 사 줘야 진짜 가치가 있는 거다. 남한테 받아 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
“제가 어떻게 남입니까? 명색이 명예 묵룡당원인데.”
“쓸데없는 말 말고 성도에 왜 왔는지나 말해 보거라.”
“……그러죠.”
나는 사부와 문상에게 받은 임무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멸절진인이 손뼉을 마주쳤다.
“새로 합류한 분파들이 분탕을 치는 걸 초장에 잡겠다는 의도로군. 문상이 확실히 인물은 인물인가 보다.”
멸절진인이 차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이리 찾아온 것은 내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겠지?”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짓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상한 놈들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말입니다. 쳐 죽이자니 같은 편이 되었고, 그렇다고 가만 놔두자니 영 찝찝하고요.”
“간단한 문제가 아니냐?”
“이게 어떻게 간단합니까? 잘못하면 구룡성이 쪼개질 수도 있는 문젠데.”
“그게 무서우면 성에 알리기만 하든가.”
“제 성질로 그게 안 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크크크, 네놈 성격이 예전부터 지랄 같긴 했지. 몇 대 얻어맞은 걸 복수한답시고 상대 다리를 부러뜨린 놈은 네놈이 처음일 거다. 그것도 오 년이나 지나서.”
“크흠, 군자의 복수는 십 년도 짧다고 하죠.”
작게 웃던 그가 내 가슴을 가리켰다.
“그냥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거라. 나쁜 놈은 쳐 죽이고 애매한 놈은 혼내 주고 잘한 놈에겐 상을 주면 될 거 아니냐.”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썼으면 개혁도 하지 말았어야지.”
“…….”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누가 문제로 삼겠느냐. 현 성주가 네 스승인데.”
“뭐, 그렇긴 하네요.”
명쾌한 해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알아들었다니 다행이구나.”
나는 곧바로 오늘 찾아온 두 번째 이유를 꺼냈다.
“그나저나 계속 성도에 계실 겁니까?”
“어쩌겠느냐. 자리가 없는데. 그리고 성도도 나쁘지 않다. 경공으로 달려가면 구룡성에 하루면 도달할 수 있고.”
“그러지 마시고 새로 창설되는 용군의 고문을 맡아 주십시오.”
“이 늙은이가 걱정돼서 하는 소리면 집어치워라.”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럼?”
“용군의 훈련을 맡아 달라는 소립니다. 그들의 무공인 제암검법이 묵룡당의 것이지 않습니까?”
“그 정도면…… 괜찮겠구나. 알았다. 네 말대로 하자꾸나.”
“그럼 조만간 다시 뵙는 걸로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자 멸절진인이 나를 불렀다.
“잠깐.”
“예.”
“월봉이 얼마인지는 말해 주고 가야지.”
“…….”
거참, 대충 주는 대로 받으시지.
* * *
열흘 후 서창.
운남으로 가는 주요 길목에 있는 준도시에 나와 청소소, 당양강이 도착했다.
터가 좋아 상당히 번화했다고 알려진 동네임에도, 서창에 사는 백성들은 표정이 어두웠고 외지인인 우리를 경계했다.
“……이상하네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눈빛이 영 탐탁지 않아 보여요.”
“확실히 그렇네.”
무공을 깊게 익히지 않은 청소소마저 느낄 정도였으니 경계가 얼마나 노골적인지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그렇게 잠시 걸어 객잔에 들어서자 이번 일을 맡게 된 하오문의 부문주 양옥선이 보였다.
원래 그 정도 짬밥에 현장 업무를 뛰진 않지만, 본인이 도움이 되고 싶다며 박박 우겼다는 모양이다.
“오셨습니까.”
“항상 고생이 많아.”
자리에 앉자 그가 몇 가지 요리와 술을 주문했다.
“여기는 누군지 알지?”
“의술과 자태가 하늘의 선녀와도 같다는 청화신녀와 전룡당의 기둥이신 철포철투 당양강 대협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어멋?”
“으허허, 이 친구 사람 볼 줄 아는구먼!”
백이십팔 퍼센트 빈말이지만, 청소소와 당양강이 입이 찢어질 듯 웃었다.
인사말도 구분하지 못하는 단순한 화상들을 보며 생각했다.
‘조만간 직장 적금을 하나 만들어야겠군. 감언이설에 속아서 사기를 당하기 전에 말이야.’
이름은 ‘행복 플랜 무전이 적금’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여하튼, 지금 중요한 건 서창의 상황이었기에 나는 본론을 꺼냈다.
“증거는 찾았어?”
양옥선이 고개를 저였다.
“증거가 없다라…… 그럼 증인은?”
“탐문을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흐음…….”
객잔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전각을 바라봤다.
전각 위로 황금색 검이 그려진 멋들어진 깃발이 휘날리고, 그 위로 아홉 마리 용이 그려진 구룡성의 깃발이 함께 걸려 있었다.
금룡당의 방계 가문으로, 이번 개혁에서 이곳 서창의 분파로 임명된 금호검문의 모습이었다.
“그냥 금룡당주네 친척이라서 돈이 많은 건가?”
“그걸 감안한다 해도 말이 안 됩니다.”
양옥선이 사천성의 상세 지도를 펼치더니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분파가 된 후 이만큼의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그 가격이 무려 은자로 이만 냥이고요.”
우리가 서창에 온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금호검문은 구룡성 분파가 된 지 육 개월 만에, 이만 냥에 달하는 토지를 사들였다.
물론, 단순히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입 과정에서 위법적인 요소는 없었으니까.
문제는 자금의 출처다.
이만 냥이면 현대 가치로 이백억 원이 넘는 돈.
그만한 돈이 일시불로 튀어나왔으니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가.
그것도 분파가 된 지 육 개월 만에.
“금룡당에서 빌린 흔적은?”
“만약 빌렸으면 만금전장에서 전표를 바꿨을 텐데 이곳 서창의 만금전장에는 이만 냥이나 되는 은전이 없습니다. 금전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럼 우리 의심이 맞는다는 소린데.”
“일단, 조사 중이니 조금 더 기다려보시지요. 이틀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겁니다.”
양옥선이 은근한 어조로 달랬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
“오늘이 금호검문주의 생일이라고 했지?”
“예.”
“좋아. 그럼 오늘 밤 금호검문을 친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역풍 따윈 불지 않을 테니까.”
이 형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 * *
금호검문의 밤은 화려했다.
화려한 전각 곳곳에 밝은 등불이 걸리고, 그 중심에 백 가지가 넘는 음식과 수십 종의 백주가 깔린 잔칫상이 깔려 있었다.
“문주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허허헛, 강호의 동도들이 이리 찾아와 줘 정말 고맙기 짝이 없소. 차린 건 많지 않지만 부디 마음껏 즐기셨으면 좋겠소이다.”
함박웃음을 짓는 금호검문의 문주, 금명산.
그는 매우 흡족해하는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안 그래도 세가 강한 축에 드는 금호검문이었다. 그런 자신의 문파가 구룡성의 분파가 되어 승천 일로를 걷고 있으니 문주로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터다.
오늘의 잔치만 봐도 그렇다.
서창 근처에 자리 잡은 다섯 개 문파의 문주와 여덟 무관의 관주들이 선물을 바리바리 들고 찾아오지 않았는가.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보고도 못 본 척 서로 무시하던 인물들이었지만, 겨우 반년 만에 안색을 바꿔 아부를 쏟아냈다.
이런 게 바로 인생이구나, 하며 술을 마시던 그가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백이 넘는 이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이렇게 모인 것도 인연인데 한 잔씩들 하시는 게 어떻소?”
“이를 말입니까? 서창의 영웅이신 금 문주님의 잔을 누가 거절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 그렇소?!”
“으핫핫, 지당하신 말씀이외다! 자! 잔들 드십시다!”
그렇게 술을 들이켜며 모두가 쉼 없이 금명산에 대한 찬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근데 말입니다. 소문에 금호검문이 백성들을 수탈하여 엄청난 땅덩어리를 샀다는 소문이 있는데 혹여 아시는 분 계십니까?”
잔칫상의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아 있던 젊은 무인이 이상한 말을 지껄였기 때문이다.
“…….”
한순간에 내려앉은 침묵.
금명산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지금 뭐라 했느냐?”
“금호검문이 백성들을 수탈하여 재물을 축적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느냐?”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지.”
“이름을 밝혀라.”
“박문수.”
“무명소졸이로군.”
금양선이 주위의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저놈을 당장 잡아 오지 않고.”
그렇게 사방에 깔린 무사들이 검을 뽑아 들던 그때.
쿠웅!
금호검문의 정문이 박살 나며 문지기 두 명이 날아와 잔칫상을 엎었다.
“뭐냐?!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십중팔구 방금 그놈과 한패리라 생각한 금명산이 대번에 검을 뽑았고.
쑤엉! 콰직!
사람 주먹만 한 철구가 날아와 그의 검을 단번에 작살냈다.
특이하기 짝이 없는 기병을 보자 금명산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녹룡당에서 촉망받는 기재였다 현재는 전룡당의 고위 간부가 된 인물.
동년배 중 적수가 없다는 절정의 고수.
‘철포철투!’
그리고 그런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부서진 정문의 잔해 뒤로 커다란 덩치의 당양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암행어사 출두요!”
구룡백금패를 높이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