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42
042화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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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사회생활이란 어느 정도 액션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직장 상사가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돈은 할머니.’라는 쓰레기 같은 드립을 쳐도 배꼽을 부여잡고 720도를 데굴데굴 구르며 자지러지는 그런 액션 말이다.
그리고 전생의 나는 그런 액션을 마스터하여 회사에서 그레이트 딸랑이란 별호로 불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황성의 대공자, 이적상에게 딱히 예를 차리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은 건방진 태도로 일관했을 뿐.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구룡성이 아닌 무황성의 대공자이기 때문이다.
그와 꽌시를 만들어 봤자, 그건 만 리 밖의 인물에게 호감을 산 것일 뿐.
만약, 구룡성과 무황성의 사이가 나빠지기라도 하면 배신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통할 인물이 아니야.’
이적하를 겪어 본 바로는 저 형제들에게 딸랑거려 봤자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클 뿐.
아니나 다를까.
“기개가 좋군.”
이적상이 눈을 빛내며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날 때린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하는 장면을 보는 듯했다.
“대공자님의 동생분을 구하려다 죽을 뻔해 봐서 말입니다.”
“들어서 알고 있다. 흑혈사신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지?”
“그게 누굽니까?”
“적하를 공격한 놈의 별호다.”
그 할배 별호가 흑혈사신이었구나.
어쩐지 손바닥이 매섭더니만.
“십마련에 소속된, 초절정에 근접한 전대의 마두지.”
하긴, 그런 마두가 살 만한 곳이 십마련 밖에 없긴 하지.
다른 곳에서 독공을 익히면 주변 정파는 물론이고 환경 단체까지 몰려올 수 있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왜 삼 공자를 노렸답니까?”
“그건 말해 줄 수 없다.”
“알겠습니다.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물어봤다.
왠지 이것도 안 물어보면 대공자가 나를 병신으로 볼 거 같아서 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공자가 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도록.”
그러자 문이 열리며 범 같고 용 같은 기세의 무인 셋이 들어오더니, 한 명이 내 앞에 나무 궤짝을 내려놨다.
“목숨을 걸고 무황성을 도운 답례다.”
대공자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코가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대공자가 나타났을 때부터 어느 정도 기대는 했다.
무림 최고의 거물인 무황성주의 아들 목숨을 구해 줬는데 맨입으로 넘어가진 않을 테니까.
그래도 실제로 보니까 감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젠장! 믿고 있었다고.’
대 무황성에서 주는 퀘스트 보상이라니.
일전, 적화란이 개인적으로 건넸던 청홍쌍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설레발치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역시 엄연한 무림의 중산층이었으니까.
“크흠, 괜찮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
슬그머니 밝힌 거절의 뜻.
단번에 받으면 없어 보이니 재차 권유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척하며 받으려는 작전이었다.
용돈을 주는 친척 어른에게 아니라며 한 번 튕겨 주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대공자는 내 예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반응을 보였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던 것이다.
‘응? 뭐지?’
이쯤 되면 한 번 더 권유해야 하는데?
‘설마?’
한 번 거절했다고 입을 닦으려는 수작인가?
천하의 무황성이?
내가 의아한 눈으로 올려다보자 대공자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말과 행동이 너무 따로 노는 게 아닌가?”
“헉!”
궤짝이 어느새 내 품에 안겨 있었기 때문이다.
보상이란 말에 본능적으로 움직인 모양.
“크흠, 무공이 생활화가 되어서······.”
민망함에 헛기침하며 말하자 대공자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럼, 가 보도록 하지. 청룡검에게도 보상을 해야 해서 말이야.”
“걔는 부자라 안 줘도 되는데······.”
차라리 나 하나 더 주지.
“······.”
떠나가는 대공자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심 봤다!’
잠시 후.
침상 한가운데 목함을 두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무림 세계 최고 재벌인 무황성이 준 보상.
무게가 가볍지 않은 걸 보니, 심상치 않은 내용물이 들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금자?’
잠시 흥분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금자 하나가 현대의 1억 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 지금.
목함의 무게를 고려했을 때, 내용물이 전부 금자라면 1000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 정도 금액이라면 전표로 가져왔을 테지.’
결국, 열어 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보상.
나는 속으로 빌며 목함을 열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공자님, 관우님, 제갈공명님, 무황성주님.’
보석류, 혹은 금붙이, 정 안되면 은자라도 좋습니다.
기왕이면 비싼 걸로 주시옵소서.
끼익.
섯다 판에서 패를 쪼듯이 상자를 조심스레 열며 실눈으로 안을 살폈다.
번쩍.
은빛 광채가 방안을 가득 채웠고.
“에라이, 썅!”
나는 상자를 걷어찼다.
그러자 상자가 엎어지며 안에 있던 내용물이 튀어나왔다.
은색 조끼.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광채가 나는 게 나름 보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참자 무전아. 성에 가서 팔면 되잖아.”
흥분을 가라앉힌 나는 은색 조끼를 주워 팡팡 털고 앞뒤로 살폈다.
가죽으로 만든 것이 아닌데도 신축성이 상당히 좋고 겉면을 감싼 작은 비늘에선 반짝이는 광채가 났다.
안쪽을 살피자 커다랗게 새겨진 만(卍)자가 보였고 그 아래 자그마하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용린갑?’
* * *
보름이란 시간이 더 흘러 단운과 이적하의 몸이 완치되었다.
그 말인즉슨, 이제 구룡성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이 구명지은은 평생 잊지 않겠네.”
이적하가 나와 단운에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백여 명의 호위 무사들이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당연한 일이었네. 자네라도 그랬을 것이 아닌가.”
단운은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인사를 받았다.
“······.”
반면, 나는 짝다리를 짚고 서서 고개만 까딱였다.
보상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내 삐딱함에도 이적하는 방긋 웃어 보이며 내 어깨를 두드릴 뿐이었다.
“자네에겐 특히 신세를 많이 졌군. 연을 맺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 주다니 말이야.”
상대가 이렇게 나오는데 어쩌겠는가.
“······뭘요.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또 엄한 놈한테 당하지 마시고요.”
좋은 마음으로 보내 줘야지.
“헛, 으하하하! 아무렴! 내 돌아가는 데로 피나는 수련을 하여 더욱 강해지겠네.”
아니, 그걸 왜 그렇게 받냐고.
약간은 아쉬운 감정을 품고 서로가 나아갈 방향으로 몸을 틀자 이적하의 전음이 들려왔다.
[다음에 만나면 자네와 형제의 잔을 나누고 싶군.]만 리 밖에 살면서 의형제는 무슨.
게다가, 당신이랑 의형제를 맺으면 단운 놈이랑 더 가까워지잖아?
‘세상 쓰잘데기 없는 전음이로군.’
* * *
형천 분타를 나서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말을 타고 부지런히 나아갔고.
해가 지면 객잔에 머물거나, 마을을 찾지 못했을 때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노숙을 했다.
그렇게 오백 리 길을 나아가서 나와 단운은 커다란 산을 마주했다.
올 때도 지나온 소파산이었다.
“흐음, 지금 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두어 시진이 지나면 해가 질 테고 그렇게 되면 산속에서 노숙을 해야 할 테니까요.”
“무인에게 어둠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미쳤습니까? 바로 앞에 객잔을 놔두고 산을 넘게?”
“나약하군. 그래서 훗날, 천하제일을 다투는 고수가 될 수 있겠나?”
“그건 단 형이나 많이 하시고요. 오늘은 객잔에서 쉬는 겁니다. 싫으면 먼저 가시던가요.”
“······함께 임무를 받았으니 귀환도 함께하는 게 원칙이지. 오늘만큼은 네 말에 따르도록 하겠다.”
지도 노숙하기 싫었으면서 상남자인 척하기는. 척척박사야 뭐야?
약간의 실랑이 끝에 나는 단운을 데리고 산 아랫마을에 있는 소파객잔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와글와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객잔 안에 가득 찬 사람들이 보였다.
아마, 우리처럼 내일 아침 일찍 소파산을 넘으려는 계획인 모양.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점소이를 불러 세워 객실의 유무와 식사의 종류를 물었다.
“지금 일반 객실은 전부 나갔고 다숙용 객실과 별채만 남아 있습니다.”
다숙이면 모르는 사람 사이에 끼어서 자는 찜질방 같은 곳이다.
‘차라리 찜질방이면 씻고 오기라도 하지.’
여기는 발도 안 씻고 눕는 부류가 태반이다.
당연히 지독한 발 냄새는 물론이고 온갖 벌레가 득실거린다.
결국, 나는 값이 상당한 별채와 적당한 식사를 주문했다.
그러자 안에서 듣고 있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손을 싹싹 비비며 나왔다.
“헤헤, 액수가 조금 커서 선금으로 주셔야 하는데······.”
“규칙이 그렇다면야.”
“아이고, 감사합니다.”
주인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조용히 단운을 바라봤다.
“뭐 합니까? 계산 안 하고.”
“······.”
잠시 후.
겨우 계산을 마친 우리는 별채로 들어갔다.
목욕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객잔으로 들어가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객잔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진 조장이 아닌가?”
바로 은룡당의 표사들이었다.
평소 그들은 외당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길만 맞으면 외당 무사들이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바닷가 근처로 표행을 떠날 때면 건어물 같은 것들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런 배려에 외당 무사들도 자발적으로 은룡당의 편의를 봐 줬다.
표행이 예상보다 늦어져 폐문 후에 도착할 때면 남들 모르게 쪽문을 열어서 들여보내 주기도 했고.
반입금지 물품이 표물로 들어오면 눈을 감아 주기도 했다.
쉽게 말해 MOU 관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 역시 배고플 당시, 그들이 가져다준 건어물들로 연명한 적이 있었기에 최선을 다해 반가운 척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오 표두님이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반갑기 그지없군요.”
“이거 참, 신기하구먼그래. 드넓은 사천성에서 구룡성의 식구를 만나다니. 한데, 외성을 지키고 있어야 할 자네가 어찌한 일로 여기까지 나와 있는 건가?”
“잠깐 임무를 받아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 들어오시고 왜 밖에 계십니까?”
“객실이 꽉 찼다더군. 이거 참 난감하기 그지없네.”
“이런! 큰일이군요. 오 표두님이 나섰다는 건 중요한 표행을 다녀오셨다는 건데 그 고생을 하고 쉴 곳이 없다니요.”
“하, 하. 아닐세. 중요치 않은 표행이 어디 있겠는가.”
오 표두가 대답하며 슬쩍 눈을 피했다.
무언가가 있는 느낌.
순간적으로 오 표두 뒤에 있는 표사들을 살폈다.
‘일급 표사 셋.’
여기에 표두가 하나니 절정 고수 하나와 일류 무인 셋이 함께하는 표행이었다는 뜻이다.
이급 표사가 주로 참여하는 은룡당의 표행을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오 표두는 위험한 표행을 하고 있거나 하고 돌아온 거다.
혹은 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고.
즉, 함께 다니다 괜히 돌 맞은 개구리 꼴이 날 수도 있다.
심지어, 이곳은 객잔.
비급이나 영약 쟁탈전부터 은원 회수까지 모든 일이 여기서 터진다는 무협 세계의 핫 플레이스가 아니던가.
‘최대한 거리를 둬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자리를 피하고자 입을 열려 했는데 내 뚝배기를 깨 버리는 단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룡당의 단운입니다. 저희가 별채를 잡았으니 함께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당황한 감정을 실은 전음을 단운의 귀속으로 처박았다.
[그걸 왜 혼자 정합니까?!] [돈은 내가 낸 걸로 알고 있는데?]이 쪼잔한 새끼.
겨우 은자 반 냥 가지고.
한 차례 전음을 주고받던 차, 오 표두가 단운을 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청룡검도 함께 있었군!”
안도의 눈빛이 분명했다.
혹여나 말을 바꿀 걸 걱정했는지 오 표두가 재빨리 포권을 하며 말했다.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네. 이 은혜는 성으로 돌아가는 대로 꼭 갚도록 하지.”
“별말씀을. 그저 같은 구룡성 식구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지 못한 것뿐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조금 있으면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게 된다니까?
‘그냥 바쁜 일 있다고 하고 혼자 튈까?’